미국으로 향한 난민 행렬, 선거 장사하는 트럼프

20181012일 온두라스 북부 산 페드로 술라시에서 150여명의 온두라스 인들이 황폐해진 조국을 떠나 미국으로 출발하였다온두라스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와 치안질서의 붕괴로 인해 중남미에서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온두라스를 탈출한 주민들 중 상당수는 다른 중남미 국가나 미국에서 실제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다이 행렬이 자동차를 타거나 걸어 600킬로를 지나 멕시코 국경에 이르러 7천명으로 급증하였다. 난민들은 범죄조직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몇 명씩 몇 십 명씩 모여서 이동하는데 이 행렬이 트럼프의 언론플레이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자 주변의 이민자 행렬들이 이 행렬로 집결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이민을 반대하는 백인노동자 표를 최대한 결집시키기 위해 이 난민과 이민자 행렬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트럼프는 범죄자로 구성된 불법이민자들이 아이들을 앞세우고 미국을 향해 쳐들어오고 있다”, “민주당이 이들에게 돈을 대주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접근하면 군대를 보내 그들을 저지시키겠다”. “이들을 막지 않는 나라에게 지원을 중단하겠다등등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도록 연일 자극적인 표현을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하고 있다.
 
트럼프가 집권한 이후 이민정책이 최고의 국내 이슈가 된 상태에서 언론들은 트럼프의 호전적인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 행렬을 미국으로의 행진’(카라반)이 지칭하고 있다. 트럼프가 연일 이 행렬을 언론에 띠우자 난민지위를 얻고자 하는 중남미인들이 이 소식을 듣고 오히려 이 행렬에 폭발적으로 결합하였다.
 
사실 중남미 국민들이 미국을 향해 불법이민이나 난민 지위를 위해 자국을 탈출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다. 다만 이번 사건은 언론에 주목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이들은 불법이민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난민 지위를 얻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미국 국민이나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난민 지위를 얻는다면 중남미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한 미국으로의 행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중남미 국가와 미국이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국제법과 유엔의 결정에 의해 어느 나라든 난민신청을 하면 이를 심사해야 한다. 일단 이 카라반 행렬은 멕시코 국경에 도착하여 자신들이 난민임을 증명하고 미국으로 난민신청을 하러 가겠다고 하면 멕시코 입장에선 이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방안이 없다.

중남미에서 난민이 발생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쿠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에서는 정치적 불안으로 인한 경제파탄 때문에 난민이 대규모로 발생하였다. 유가 하락과 미국의 경제 제재로 생필품조차 구하기 힘든 베네수엘라에서 2017년에만 62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다. 내전을 겪은 콜롬비아는 2016년 기준으로 34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였다. 둘째 1998년 온두라스의 허리케인, 2010년 아이티 지진과 같은 대규모 자연재해로 인해 난민이 발생하였다. 이들 두 나라의 국민들은 미국에서 한시적으로 임시보호지위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미국으로 탈출하였다.
 
셋째 2000년 이후에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처럼 범죄와 마약으로 혼란 상태에 빠진 중남미국가를 빠져 나오려는 난민이 증가하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ACNUR)2013년 발표한 보고서 중미 지역 범죄 조직에 의한 난민 발생 현황 및 보호 필요성을 통해 치안이 가장 불안한 남미 3국에서 2010년에 미국 등에 망명을 신청한 주민 수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3,808, 과테말라 2,582, 온두라스 1,661명이 범죄와 범죄조직의 위협으로 인해 망명을 신청하였다. 특히 온두라스는 인구 10만 명당 86.5명이 난민을 신청하여 남미에서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이 해안봉쇄를 강화하자 마약 운반은 대부분 중남미 국가의 육로를 통해 미국에 반입된다. 남미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마약의 생산기지라면 중미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90%의 마약이 거쳐 가는 통로이다. 마약 생산과 유통에 관련된 중남미 일부 지역에선 마약조직들이 지역의 경찰이나 행정부와 연계되어 있어 주민들은 거의 공권력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약 920개의 범죄조직이 있고 7만 명의 범죄조직원이 있다. 이들은 450만 정의 불법무기를 보유하거나 유통하고 있다. 특히 온두라스에는 37천 명의 범죄조직원들이 있다범죄로 인한 난민 중에는 가족이 범죄조직에 연루되어 범죄조직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탈출한 경우와 아동들을 범죄와 마약이 없는 곳에서 양육하기 위해 자국을 탈출한 경우 등이 있다
 
중남미의 난민들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것은 이민국가인 미국의 이민정책 때문이기도 하다미국은 지금도 이민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난민도 꾸준히 받아들이고 있다이민국가인 미국은 트럼프 정부 이전에는 범죄로 인한 난민에 대해 다른 나라에 비해 동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이후 상황은 역전되었다. 미국 국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2018 회계연도 난민수용계획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7년 11만 명의 난민을 수용할 계획을 세웠으나 2018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정책의 영향으로 4만 5천 명으로 급감하였다. 2019년에는 3만 명으로 다시 줄었다실제로 난민 인정을 받은 경우도 급감하고 있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5만 4천여 명이 미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는데 1년 전에는 85천여 명이었다.

지금 트럼프의 태도로 봐서 멕시코가 이들 행렬에 대해 미국으로 가도록 길을 열어 준다면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다. 또한 미국 국경으로의 대규모 난민의 접근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고 국경에 정말로 군대를 파견할 수 있다. 민주당과 미국의 언론들은 중간선거 때까지는 트럼프가 이 문제를 계속 부각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는 일단 트럼프의 입장을 고려하여 미국의 중간선거 때까지 입국절차의 규모를 줄이고 속도를 늦춰 이들의 입국을 최대한 지연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남미 난민 문제는 유럽과 미국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중남미는 유럽과 미국의 경제에 종속되어 이들 나라들이 필요로 하는 농작물, 기호품을 생산하는 대규모농장으로 전락하였다. 단일 농작물을 대규로 경작하니 식량을 재배할 농경지가 부족하다. 농작물을 값싸게 수출하고 공산품을 비싸게 수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빈곤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미국은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일부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 장기간 대외 교류를 차단시키고 경제 제재를 하다 보니 산업기반이 낙후되어 점차 몰락하였다. 잉카문명 때부터 코카인을 재배하고 소비해왔던 중남미의 가난한 농민들이 미국에 비싸게 팔 수 있는 코카인이나 마약류를 재배하기 시작하였다. 마약류 산업은 높은 이윤이 보장되므로 범죄조직이 장악하게 되었다. 정부 관리들 역시 이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에 마약 단속에 소극적이었고 점차 마약의 부패 고리에 얽히게 되었다.
 
최근에는 미국이 불법이민을 엄격히 단속하자 불법이민자들을 체계적으로 돕는 범죄조직들이 생기게 되었다. 이들은 돈을 받고 육상이나 해상으로 원하는 사람들을 미국 내로 운송시켜주고 있다. 하지만 선박의 밀폐된 곳이나 자동차의 컨테이너 속에서 열악한 환경 때문에 사망자가 속출하기도 한다. 또한 범죄조직들은 자신들이 운송해주는 이민자들을 상대로 강간, 약탈, 납치 등 범죄를 저지른다. 혹은 범죄조직을 이용하지 않는 개별적인 불법이민자들을 범죄대상으로 삼는다.
 
중남미의 빈곤이 근본문제라는 점에서 트럼프의 말대로 불법 이민과 난민 문제로 중남미 국가들을 제재한다면 중남미는 더 악순환에 빠지고 장기적으로 미국으로 향하는 난민들은 더 늘 것이다. 트럼프와 같은 일부 백인들은 미국이 로마 제국처럼 야만인의 침입으로 몰락할 수 있다고 선동하면서 강경한 이민정책과 난민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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