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패권국가로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들

첫째 중국은 미국보다 영토분쟁이 많아 군사력을 외부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 미국은 양 대양에 접해 다른 나라와 국경선을 접하는 경우가 중국보다 적다. 캐나다와는 같은 영어권으로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이며, 남쪽으로도 멕시코와 국경선을 접할 뿐이며, 금세기에 들어 양국은 기본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이다. 반면 중국은 육지에서 14개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이웃나라의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중국은 이중에서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 주변 강대국과 금세기에 들어 국경전쟁을 하였다. 중국 영토에 내몽고가 포함되어 있고 몽고는 중소분쟁에서 소련의 편에 들었기 때문에 양자의 관계는 불안하다. 네팔 역시 중국과 인도의 국경분쟁의 무대이다. 중국에 복속되어 있는 이슬람계인 신장위구르족이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슬람국가인 아프가니스탄이나 파키스탄 역시 중국으로선 불편한 관계이며 이들 국가를 통해 테러리즘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국경분쟁은 남중국해와 같은 해상에서도 존재하고 타이완과의 통일 문제도 영토 문제이다. 내부적으로 티베트과 같이 독립을 요구하는 민족도 있어 중국으로선 영토의 통합이 매우 예민한 문제이다. 반면 미국은 인종문제가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토 분할의 가능성은 없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약점을 이용하여 중국이 내부의 독립문제, 주변국과의 국경분쟁, 영해 분쟁, 타이완과의 대립 등 중국 대륙 내부의 문제를 유발시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즉 티베트의 독립운동을 지원하고 베트남과 인도와의 관계를 심화시키며 타이완의 군사적 능력을 배가시키고, 남중국해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문제에 빠져들수록 중국의 대외적으로 진출할 여력이 고갈되므로 미국의 패권 유지에 유리해진다. 특히 미국은 인도를 내세워 중국과 대리전을 치루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지정학적으로 패권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대양으로의 진출이 곤란하다. 그리스나 로마, 스페인, 영국 등 대부분의 패권국가는 대양을 지배했다. 미국 역시 양 대양에 접하면서 다른 나라를 전부 합친 것보다 더 강력한 해군을 보유하며 전 세계 대양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해군의 규모를 비교하기 전에 일단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발해만과 남중국해를 제외하고 모두 막혀 있다. 하지만 이 통로들은 일본, 한국, 타이완, 필리핀 등 미국의 동맹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그 후면에는 호주가 버티고 있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갈등을 증폭시키며 중국의 진출을 막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해양 진출을 시도하는 반면 과거 비단길을 통해 유럽까지 육지로 진출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투자와 원조를 통해 일대일로사업을 하고 있지만 워낙 주변국과의 관계가 복잡하여 해양진출보다 결코 쉽지 않다.
 
셋째 중국은 미국보다 중앙집권적 구조인데 국내 갈등이 심화될 때 중앙집권적인 구조는 갈등을 조율하거나 완화시키기보다는 갈등을 해결할 수 없는 상태로 몰고 갈 수 있다. 소련이 예상보다 무력하게 무너진 것은 소련의 중앙권력이 작동하지 못할 때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체권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인종문제나 이민문제가 증폭될 때 연방정부와 주정부, 혹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회피할 수 있었다. 이를 테면 주정부가 흑인 차별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처하여 인종 갈등이 증폭되면 연방이 개입하여 주정부를 견제하기 때문에 국가 전체로 보면 시스템이 유지된다. 심지어 대통령은 군대를 동원하여 주정부를 굴복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정책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 불법 이민자들을 가혹하게 단속하여 이민국가의 정체성이 도전받으면 주정부는 연방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이민자들을 보호하기도 하였다.
 
넷째 중국의 민족주의 경향은 중국이 글로벌 패권국가로 연착륙하는데 주변국가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 중국은 근대에 들어 서방세계에 유린되었던 역사를 극복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중국 민족주의를 의도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물론 이런 경향은 중국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중국인들의 소망을 담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향은 국경분쟁을 비롯하여 각종 대외 문제에서 주변국에게 고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중국이 세계의 지도국가로 성장하려면 중국이 국제적인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국제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러한 민족주의 심화는 그런 중국의 목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국 민족주의의 고양과 중국의 세계진출은 오늘날 형식적으로는 평등한 국제사회에서 병존하기 힘들다. 이 두 가지 모순되는 목적이 공존하는 것은 바로 근대의 적나라한 제국주의이기 때문에 중국의 이런 태도는 강대국의 패권, 혹은 팽창주의로 비쳐져 적나라한 힘이 아닌 설득력 있는 권위를 통해 패권국가로의 부상을 어렵게 한다.
 
다섯째 중국은 자국 인구를 부양하려면 외국의 자원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러한 자원확보의 시급함은 중국의 대외정책의 자율성과 잠재력을 훼손시키고 주변국가와 갈등할 수 있어 패권에 대한 동의에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중국은 거대한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데, 경제가 성장할수록 중국인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각종 자원의 수요는 폭증하기 때문에 중국의 넓은 영토에도 불구하고 자원의 자급율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현재도 식량은 잠재적 경쟁국가인 미국에 상당량을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 역시 잠재적 경쟁국가인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에 비해 식량과 에너지를 자국 내에서 충분히 자급할 수 있는 상태이다. 또한 중국은 경제성장과 중국인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나 남미 등에서 자원확보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자원의 수요 충족은 중국의 회피할 수 없는 외교안보문제이기 때문에 외교안보의 목적과 수단의 다양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외국이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중국은 이들 나라에게 일정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자원 확보 외교는 역시 자원 확보를 원하는 수요국가와 자신의 자원을 보호하려는 공급국가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갈등적 요소는 중국이 글로벌 지도력을 구축해 가는데 있어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여섯째 중국은 저출산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인구 규모면에서 인도에 갈수록 뒤쳐질 것이며, 인구의 활동력에 있어서는 미국에 뒤쳐질 것이다. 미국은 꾸준한 이민과 가톨릭 신자를 중심으로 한 높은 출산율 덕분에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저출산고령화사회를 회피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현재 인구가 많으나 과거 하나 낳기운동으로 인하여 출산율이 떨어지고 별다른 이민의 증가도 없기 때문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일곱째 미국은 다극적 체제의 세력균형이라는 외교의 기술을 유럽으로부터 전수받았으나 중국은 다극체제를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에 향후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유럽연합 등 다극체제에서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그랜드 전략이 없다. 중국의 역사에서 그랜드 전략은 중국을 중심으로 계층적 동맹 내지 하위 위성국가 네트워크를 공물체제로 유지하여 전쟁을 회피하는 안정유지책일 뿐이지 상대방의 주권을 완전히 인정하는 다극체제에서의 균형전략이 아니다.
 
여덟째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대규모 전쟁을 경험하지 못하여 실전능력에 있어 미국이 못 미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항상 대규모 전쟁을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비해 물적 자원, 지휘능력, 실전 능력 등 전쟁의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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