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당과 노조의 관계 변화에 대한 비교분석의 시사점

1) 좌파정당과 최상급노조의 관계에 있어 제도화 동조 현상
 
서유럽과 한국처럼 발전된 자본주의 국민국가에서 사회주의 세력과 혁명적 노동운동은 모두 제도화의 과정을 겪는데 최상급노조는 자본주의 체제 내로 포섭되고, 좌파정당은 국민정당화 경향으로 나아가면서 양자 모두 사회변혁의 지향성을 점차 상실하였다.

산업혁명 과정에서 기계적 대공업은 대규모 미숙련공과 반숙련공을 배출하였다. 노동계급이 사회적 세력으로 성장하여 자본에 반항하게 되자 자본과 국가는 노동자의 결사를 금지하는 한편 제한적인 노동자보호입법을 통해 이를 무마하고자 하였다. 노동조합은 대중적 조직력과 파업이라는 무기를 통해 근대사회의 지배계급인 자본주의의 가장 강력한 반체제세력으로 성장하였다. 결국 각국은 체제 위협요소를 체제 내로 포용하고자 결사금지법을 폐지하고 노동조합을 합법화하였다.
반체제정당으로서 좌파정당은 보통 반체제세력으로서 노동조합을 기반으로 성립하였다. 노동조합과 좌파정당이 반체제세력으로서 제도 밖에 얼마나 방치되는가는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일정한 시차를 두고 점차 제도화되었다. 반체제정당으로서 좌파정당은 원내에 진입한 후 점차 의석을 확장하는데, 이는 포드시스템으로 인하여 노동자 수의 폭증과 이에 따른 노동조합의 확대, 보통선거의 실시로 인한 노동자들의 투표 참여에 힘입었다.
13 민주화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좌파정당의 제도화 과정
 
 
 
 
 
산업혁명
-지배세력의 포섭
-반체제세력의 제도화
 
대공업시대
-수요중시 복지재정정책
- 압박과 타협
 
후기산업사회
- 공급중시 신자유주의 금융정책
- 국가권력 지향과 다수득표전략
 
 
 
 
 
 
 
 
 
발생기
 
계급균열의 발생과 반체제정당의 성립
진입장벽
성장기
 
계급균열의 반영으로서의 제도정당
 
정착장벽
성숙기
 
다수정당화와
정당체계 고착
계급정당의 딜레마
쇠퇴기
 
국민정당화와
카르텔 편입
 
 
 
 
 
 
 
 
 
 
 
부르주아민주주의(결사의 자유, 투표의 자유, 표현의 자유)
 
1. 국민국가요인으로서 사회균열(독립, 통일, 연방제, 인종과 민족, 종교)
2. 정치제도요인(대표제,
선거구, 선거연합)
 
노동계급의 위상약화(계층분화, 자동화, 고령화, 국가의 복지제도 종속, 노동조합 보수화
 
 
 
 
 
 
 
비제도정당(지체형이나 향후 압축형, 비약형의 가능성)
 
소수정당(미국의 좌파정당)
 
 
사회주의 집권정당
 
 
 
 
 
 
 
좌파정당은 첫 집권을 정점으로 민중정당으로 변화되는데, 이는 노선을 중도화하고, 노동조합과의 전략적 동맹을 완화하여 좀 더 다양한 계급의 지지를 획득하여 정권을 탈환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정당 내부에 노선투쟁과 정파대립이 격렬해지고 당 내 좌파들이 탈당하여 공산당을 창당하게 된다. 좌파정당은 수차례 집권을 통해 보편적인 국가운영주체로 부상했으며, 그 결과 좌파정당은 다수의 유권자를 포괄하고자 국민정당임을 자처하였다. 이 지점에 이르러 좌파정당은 노동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보다 정권참여에 더 비중을 두게 되어 친 노동자적 의제 관철을 명분으로 하여 보수정당과 연립도 불사하여 담합정당으로 전락하였다. 나아가 노동조합과 조직적 연대를 포기하고 지속적인 국가운영자로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선거정당 혹은 캠페인정당으로 변모하였다.
이와 같은 좌파정당과 최상급노조의 제도화 동조현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이들 양자는 국가를 변혁시키고자하는 변혁주체로서의 지위를 점차 상실하고 국가를 용인하고 나아가 국가를 통한 사회개혁을 자신의 목표로 설정한다.
노동조합은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의회 등 정치시스템에 대한 통로를 확보하고자 하였으며, 이러한 경향은 총자본과 국가에 직면하고 있는 최상급노조의 경우에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특히 최상급노조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하였을 때 자신의 제도적 요구를 좀 더 쉽게 관철할 수 있음을 알게 되자, 정부와의 협상을 중요시하게 되고 점차 사민주의 정부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정부와도 사회적 협상을 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둘째 좌파정당은 다른 조직들과의 관계에서 득표율과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절차적 민주주의로서 선거게임에 점차 몰입하여 선거참여자로서 경쟁조직과 카르텔(담합)을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생존기반이 점차 제도 내 성과로 축소되고 대중을 대변한다는 대표성은 구호에 불과해진다.
셋째 양자 모두에서 과두화와 관료화가 진행되고 양자의 과두와 관료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암묵적 동맹을 맺고 대중들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는 경향으로 인해 조직 내부의 민주주의 병목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넷째 양자는 모두 개량화되지만 개량화의 속도와 수준에서 현저한 차이를 드러내고, 그로 인해 양자는 이해관계의 차이 때문에 과거와 같은 긴밀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노동조합은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이 여전히 강력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에 저항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보수정치에 맞서 자본주의를 개혁하고자 한다. 즉 최상급노조는 조합원의 계급적 이해관계라는 한계 내에서 개량화된다. 반면, 좌파정당은 선거에서 노동자 계급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계급의 지지를 얻으려고 하고 그 한도에서 과거와 달리 노동조합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가 늘어난다.
 
 
2) 좌파정당과 최상급노조의 관계에 있어 제도화의 회피 및 지연 전략의 필요성
 
당과 노동조합의 제도화 관점에서 양자의 관계에 대한 입장을 살펴보면 먼저 제 1 인터내셔널에서 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아나키즘 혹은 노동조합주의가 극복되고 당과 노동조합이 별도로 성립되어야 한다는 마르크스의 입장이 일반적으로 확립되었다. 이어 양자의 관계에서 노동조합은 정당으로부터 완전한 자주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영국의 노동조합주의는 영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가 노동당을 창당함으로써 극복되었다. 독일 사민당에 있어 노동조합은 정당에 복종해야 한다는 라쌀주의는 양자의 자주성을 인정하지만 정치투쟁에 있어 정당의 노동조합에 대한 지도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에 의해 약화되었다. 프랑스에 있어서도 아나키스트들조차 정당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다만 프랑스의 사회주의정당은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스트 등 다양한 급진적인 사상이 혼재되어 있었으며, 영국의 노동당은 마르크스주의와 다소 거리가 멀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주의자들은 사회변혁을 위해 당과 노동조합의 전략적 관계를 중요시하며 기본적으로 양자의 독립적 관계를 인정하나 정치문제에 있어 당의 지도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현실에 있어 당이 노동운동의 영역에서까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곤 했으며 사회주의혁명이 달성된 나라에서는 양자의 독립적 관계 자체가 보장되지 못하였다.
한국의 좌파정당과 최상급노조는 오늘날 한국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한 자본주의 국민국가이므로 서유럽과 유사한 제도화 과정을 짧은 시간에 걸쳐 경험하였다. 민주노동당 스스로 점차 민주노총당이라는 평판을 부담스러워하였으며, 결정적으로 진보대통합과 야권연대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멀어지는 선택을 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원내 주요한 좌파정당으로 성장하기도 전에 집권세력으로서 신자유주의를 수용했던 국민참여당과 통합하고, 보수야당과 전면적인 선거연합을 하였고, 이들과 연립정부 구성을 의도하였다. 민주노동당은 다수 노동자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기도 전에 계급노선을 사실상 포기한 셈이고, 계급적 기반이 없이 대중성을 확장하려고 하였으나 이마저 실패하였다. 성급하게 국민정당화로 나아가고 기존 정당과 담합을 추진하는 민주노동당의 이러한 조로화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이해관계가 틀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으로 전환되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해산되기 이전에 양자의 관계는 실질적으로 파탄되었다.
유럽에서는 집권한 좌파정당이 노동자정당이라는 협소한 지위를 벗어나고자 하였고, 최상급노조는 좌파정당 정부에 협조해야 하는 난처함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양자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이완되었다. 반면 한국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의 지지를 충분히 조직해 내지 못해 좌파정당으로서 충분히 성장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민주노총과의 전략적 결합이 여전히 필요한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성급하게 의회권력에 집착하여 민주노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당과의 선통합을 통해 국민정당화의 길을 재촉함으로서 양자의 관계가 파탄되었다. 유럽에서는 노동계급의 지지를 기반으로 국민정당화로 나아간 좌파정당이 최상급노조와의 관계를 이완시켰다면 한국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집토끼도 간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산토기까지 잡으려다 집토끼마저 잃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초기에 설정하였던 양자의 동반성장전략은 그 방향이 옳았다고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지향했던 정치투쟁과 경제투쟁, 의회주의와 대중투쟁의 전략적 결합이 선언적으로는 가능하였지만 현실에 있어 간단하지 않았다. 정당이 자신의 민주주의적 토대를 경시하면서 선거와 집권에 집착하는 한 정당의 노동자적 토대는 약화되며, 반면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경제투쟁에 주력하면 의회에서 노동정치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그 만큼 경제투쟁의 사회적 파급력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역시 민주노동당을 매개로 하여 제도화 심화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의존이 높아져 민주노동당을 견제할 수 없게 되었다. 나아가 제도정당을 비제도권과 연결시켜주는 대중투쟁조직마저 제도정당과 동조화되고 대중적 기반을 상실하여 와해됨으로써 정당의 제도화 심화를 지연시킬 재야세력이 실종되었다.
당과 노동조합이 사회변혁을 위한 전략적 관계를 설정하고 유지하려면 사회변혁에 대한 이해관계가 공유되어야만 한다. 또한 양자가 사회변혁에 대한 이해관계를 공유하려면 최상급노조와 좌파정당의 제도화가 지연되거나 의식적으로 회피되어야 한다. 특히 제도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최상급노조가 좌파정당의 제도화를 견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양자의 제도화 간격을 메울 수 있는 양자의 대표성, 자주성, 민주성이 아래와 같이 제고되어야 한다.
첫째 최상급노조와 좌파정당은 산업구조와 인구분포의 변화에 대응하여 노동자계급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 최상급노조는 개별적인 노사관계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노동운동을 포괄하는 노동운동센터로서의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노동자들을 조직해내어 조직율을 제고하고 단체협약의 효력 확장제도 등을 통해 전체 노동계급의 대표성을 획득해야 한다. 최상급노조는 강력한 노동운동의 기반 위에서 소비자운동, 환경운동, 소수자운동 등 진보적 시민운동과 연대해야 한다. 좌파정당은 득표율 확대를 위해 몰계급적인 국민정당화 노선을 지양하고 노동계급의 지지를 먼저 안정화시킨 후 다양한 민중들의 지지획득을 지향해야 한다.
14 좌파정당의 제도화 진행에 따른 최상급노조와의 관계 비교
 
 
 
 
 
 
독일사민당
영국노동당
프랑스공산당
민주노동당
발생기
당이 노조 건설에 관여
노조가 당을 건설
노조는 창당에 관여 안함
노조가 타 세력과 연대하여 창당
관계
설정
만하임협정으로 대등한 협력관계 성립(1906)
원내노동당의 자율성 보장
아미앙헌장(1906)은 정당을 배척하였으나 파업 진압 이후 통합사회당과 협력관계 수용
노조가 당을 배타적으로 지지
성장기
혁명파 축출하고 동반성장
처음부터 개량주의로 동반성장
친공산적 배타적 지지
원내 진출 후 노조와 거리두기
성숙기
대타협하나 긴장 관계
대타협하나 긴장 관계
냉전 이후 동반 퇴조
성숙기로 진입 못하고 관계 소멸 됨
쇠퇴기
공식적 지지관계 해소
노조의 당 지배구조 혁신
공식적 지지관계 해소
 
둘째 최상급노조와 좌파정당은 연대 원칙 안에서 상호 자주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영역에 걸 맞는 운동과 정치를 전개해야 한다. 최상급노조는 노동정치를 좌파정당에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원내 활동을 지원하면서도 독자적이고 자주적인 노동정치를 전개해 나아가야 한다. 노동의제를 국회 밖에서 제기하고 대중투쟁으로서 국회가 노동의제를 수용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좌파정당은 이러한 노동운동과 진보적 시민운동을 포괄하는 민중정당노선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좌파정당은 평상시에 사회운동을 조직해낼 수 있는 제도권 진지의 역할을 하고 스스로 사회운동의 주체로 나서는 사회운동정당노선을 견지해야 한다. 결국 최상급노조의 좌파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일정시기까지 필요하지만, 최상급노조가 좌파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적 협력관계 안에서 조건부로 지지하는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최상급노조나 좌파정당 모두 과두의 출세주의적 경향, 중간활동가들의 관료화, 정파의 대중장악을 개선할 수 있는 민주적 제도와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대중들이 과두, 관료, 정파를 통제하려면 먼저 대중들이 제도 내에 개량화되는 것을 차단 혹은 지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최상급노조와 좌파정당 내에서 노동계급적 토대와 이해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며, 자신의 권력을 절차적으로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민주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주체적인 대중이 육성되어야 한다. 서유럽의 경우 노동자정당이 좌파정당으로서 성장할 때까지 일정 기간 좌파정당 안에서 강력한 사회주의세력이 잔존했었지만 한국의 경우 민주노동당에는 사회주의 세력의 일부만 진입하였고, 이들 역시 약화되거나 이탈하였다. 그나마 민주노총에서는 이들 사회주의 세력들이 분열되고 제도화에 효과적으로 저항하지 못하였다.
무엇보다 최상급노조와 좌파정당 안에서 대중들의 의식화, 투쟁화, 정치화가 일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양 조직에서 조합원과 당원들을 교육하는 기관이 과두의 영향에서 독립되어 운영되어야 하며, 과두와 정파의 요구에 매몰되지 않는 활동가들은 대중투쟁을 끊임없이 조직하는 한편 조합원들과 당원들의 대국민 정치활동을 진작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제도화되지 않은 사회변혁 운동과 결합하는 제도권 정당으로서 사회운동정당노선을 견지할 때 좌파정당은 과두와 관료의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제도권 밖의 다양한 변혁적 세력의 일부가 최상급노조와 좌파정당 내로 들어와 변혁적 네트워크로 존재하면서 대중의 급진화를 추동하고 제도화를 견제하는 전략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우리 사회 역시 장기적으로 좌파정당이 집권을 하면 유럽의 경우처럼 양자의 조직적 관계가 서로의 요구에 의해 해소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당명부 비례대표가 확대되는 등 양당구조가 균열이 나고 원내에서 좌파정당 복수시대가 가능해지면 민주노총이 특정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노동조합의 특정 좌파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과도적 현상이다. 노동조합이나 노동자정당이 복수로 존재할 때 그들이 대표하는 노동계급의 일부는 서로 다르다. 복수의 좌파정당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특정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거나 배제하면, 조합원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이 충돌될 수 있으며 노조 내 정치적 균열을 심화시켜 대중조직의 통일성을 훼손할 수 있다. 다만 영국 노동조합대표자회의가 노동당을 창당하였듯이 특정한 경우에는 배타적 지지가 가능하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좌파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농민이나 빈민 및 기타 진보진영을 포괄하는 민중정당을 건설하여 사회적 대타협과 개량적 의회주의를 통해 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고자 하였던 국민파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배타적 지지는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 비록 노동현안을 해결할 수 없는 원내 소수정당이었지만 민주노총 내 개량주의적 흐름을 민주노동당 안에 묶어두는 역할을 하였다. 배타적 지지가 소멸된 후 이런 개량주의 흐름은 실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거대 보수야당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좌파정당이 노동계급 일반으로부터 안정적인 지지기반을 구축할 때까지 배타적 지지는 전략적으로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좌파정당 인사들이나 민주노총 인사들 모두 아직 자신들의 실패가 서구의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서 보여주는 역량의 소진이 아니라 일시적 장애라고 보고 있고, 향후 노동중심의 새로운 통합적인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보면 양자 모두 민주노동당의 조로화나 민주노총의 미성숙을 개선하여 양자의 조직적 관계를 더 연장시킬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양자가 향후 배타적 지지와 같은 조직적 지지 관계를 유지한다면 양자는 과거와 달리 상호 부정적인 동조화를 약화시킬 수 있는 긴장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민주노총은 집단입당제와 블록투표제를 통해 좌파정당의 국민정당화 경향을 지연시킬 수 있는 과도기적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은 단체협약 효력의 사회적 확장, 미조직노동자를 위한 사회적 의제 투쟁을 통해 전체 노동계급에 대한 대표성을 강화하고, 개별적인 단체협약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노동운동의 역량을 포괄하는 한편, 산별노조 건설과 총연맹의 강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전국 노동운동센터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여 원내 의석을 확장하려는 좌파정당의 강력한 동반세력이자, 비판적 견인세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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