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대안경제체제로서 사회적 경제질서

I. 문제의 제기
 
경제질서는 경제학적으로는 경제체제를 의미한다. 재화의 생산과 교환, 분배와 소비를 결정하는 사회의 경제운용방식이다. 법률적으로는 경제헌법을 지칭한다. 경제헌법은 경제적 기본권과 경제적 작용에 대한 헌법적 원칙이다. 다시 말해 물건의 소유와 거래, 용익과 제한 등 경제생활질서에 관한 국가적 결단 혹은 합의이다. 그러므로 경제질서는 당연히 정치체제와 밀접하다(정영화, 1999: 26-27).
경제질서를 규정하는 데 있어 생산수단의 소유형태가 1차적이다. 집단적 소유는 국가의 소유, 지방자치단체의 소유, 공공단체의 소유, 조합의 소유 등이다. 집단적 소유는 부락의 소유에서 국가의 소유로 확대 발전됐으며,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마저 다양한 공공적 소유를 인정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가장 광범위하게 생산수단의 사적소유를 보장하지만, 사회주의에서도 1차 산업이라든가, 상업, 수공업에 있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근절시키지 못하였다. 오히려 일정부분 보장하면서 조절해왔다는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시장, 계획과 같은 교환의 방식은 경제질서의 형태를 규정하는 데 있어 2차적이다. 시장은 가격을 조정수단으로, 계획은 지표를 조정수단으로 삼는다.

자본주의는 시장을 가장 본질적 요소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노예제든, 봉건제든 자연발생적인 시장을 근절한 경우는 없으며, 사회주의조차도 교환의 보조 형태로서 소비재의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시장을 육성하거나 지원한다. 자본주의에서도 자유경쟁을 보장하는 시장가격과 자유경쟁을 억제하는 관리가격으로서 상품지표는 존재한다. 사회주의는 계획에 따른 지표를 교환의 기본으로 하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자유경쟁에 따른 시장가격을 일정하게 보장한다. 즉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가격보장과 가격통제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경제계획 역시 정도 나름이지 어느 경제체제에서나 존재해왔다. 가계와 기업은 스스로의 경제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국가와 같은 공공부문도 자기영역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경제계획은 사실상 경영을 의미한다. 경제계획은 사회주의 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 경제개발 수단으로서, 서구 자본주의국가에서 불황의 예방과 극복의 방법으로서 혹은 시장실패의 예방과 보완 방법으로서 그 의미를 인정받았다.
노동관계도 경제질서의 형태를 규정하나 이는 독립적인 요소라기보다 재화의 생산과정, 물건의 용익에 포함된다.
이처럼 경제질서를 생산수단의 소유형태, 시장과 계획 등 교환의 방식, 노동관계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면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기본형태이다. 하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이러한 순수한 형태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으며 대부분 절충적 형태로 나타났다(정영화, 1999: 39). 절충적 형태는 기본형태를 유지한 채 보완하는 수정형과 기본형태가 변질된 혼합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를테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수정형이고, 사회주의 시장경제질서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수정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991시장경제 전환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성공적인 시장경제의 모델로서 미국의 소비자주도형, 프랑스·일본의 행정관리주도형, 독일과 북유럽의 사회시장경제 모델을 제시하였다. 한국의 경우 헌법은 사회시장경제 모델이나 현실에 있어서는 행정관리주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한국 헌법의 경제질서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보고 있다. 다만 독일기본법에 비해 경제민주화, 국가의 계획과 규제 및 조정적 요소를 강조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혼합경제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헌법상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독일에 있어 1967년부터 1980년대까지 국가의 개입이 증대했던 시기의 두 번째 단계의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 더 접근한다. 이는 자본주의 자유경쟁의 모순과 폐해를 극복하고 사회적 정의와 복지국가 이념을 실현하는 사회국가 혹은 복지국가와 법치국가가 병존하는 사회적 법치국가의 경제질서라고 볼 수 있다.
헌법 제119조도 이러한 취지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면서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지배와 경제력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유와 복지를 지향하는 수정자본주의로 평가받고 있다.
헌법은 천연자원에 대한 국유화를 선언할 뿐 아니라, 공익목적의 국유화와 사회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사기업의 경우도 예외적으로 국공유화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국토이용개발, 농어촌 등 특정분야에 대한 경제계획을 명시하고 있다. 그밖에도 농지의 소유제한, 지역균형발전, 대외무역의 규제, 국가표준제도 등을 규정하고 있다. 경제계획을 자문할 수 있는 경제과학자문기구도 두고 있다.
향후 통일된 한국에서는 어떤 경제질서가 가능할 것인가? 현재 남북이 각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연방헌법 차원에서 경제질서를 규정하기 곤란하다. 통일한국의 경제질서는 남한의 대외의존성과 불균형성장을 극복할 뿐 아니라 북조선의 폐쇄적이고 중앙집권적인 국가계획경제 역시 극복해야 한다. 결국 연방헌법의 경제질서는 남북 경제체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버리는 혼합경제질서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떠한 경제질서를 택하든 남북의 경제체제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상당기간의 과도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체제통합 이전에는 남북이 각각 다른 경제질서를 가지겠지만 향후 체제 통합을 고려한다면 남한에는 어떤 경제질서가 가능할 것인가? 현재 남한의 경제는 외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족벌이 지배하는 재벌 위주의 경제, 지나친 대외의존성, 중화학산업의 편중과 낮은 생산성의 서비스 산업의 팽창, 열악한 노동기본권, 공공산업의 영리화, 저급한 복지체계, 부와 부동산의 집중, 농업의 피폐화, 남북경제의 괴리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통일을 바라보는 남한의 경제질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은 이러한 남한의 경제질서 혹은 먼 훗날 경제가 통합된 통일한국의 경제질서로서 사회적 경제질서를 제기한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자본주의의 경제계획 인정과 사회주의의 시장 인정이라는 체제변화와 서구 지역사회의 사회적 경제, 남미의 대안적 경제공동체의 모색에서 시사 받은 바가 크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 혹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어느 한쪽의 수정형이 아니라 이러한 기본형태의 절충으로서 혼합경제이다. 이러한 혼합경제를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 양쪽에서 상대방으로 접근하는 수렴현상으로 평가하는 관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질서는 재화 지배와 가치 분배에 대한 의사결정과 권력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양 체제가 경제주체들의 의식적인 실천에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수렴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이 글은 혼합경제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끊임없이 적응 변화시키려는 경제주체의 의식적인 실천의 결과로 본다.
 
 
II. 대안적 경제질서의 모색
 
1.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자본주의 자유시장경제의 대표적인 수정형은 사회적 시장경제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독점 등 시장실패로 귀결된 자유시장경제의 단점과 평준화로 귀결된 계획경제의 단점을 극복하고 사유재산제와 시장경쟁을 전제로 사회와 국가를 절대적으로 분리하였던 종래의 근대사회와 달리 이를 상호 소통하고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정영화, 1999: 40).
이러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적 법치국가(사회국가)의 경제정책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이 최선을 다하면 전체의 복지도 증진된다는 기본원칙을 고수한다. 따라서 지나친 평등은 전체 부를 위축시킨다고 본다. 재능의 자유로운 보장에 의한 경제적 불평등은 국가적 복지를 통해 보완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나치 패망 직후 W.오이켄 등 프라이부르크학파들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한넬로레, 2001:25-27). 이들 신자유주의(질서자유주의자)들은 국가의 개입은 경제과정의 출발에 대해서만 인정되고, 이후 경제과정은 자유로이 흘러가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오이켄은 경제모델의 원칙으로서 개인의 자유, 체계적 경제, 강한 국가 등을 제기하였다. 이들은 나치국가의 통제경제에 대해 반발했으며, 자유경쟁의 우위를 확신하였다. 따라서 전반적인 계획경제에 반대하고, 생산 ·소비 ·노동 등을 시장에 맡겨 자유경쟁을 완전히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다만 시장형태 등을 포함한 경제질서의 형성 ·유지에 대해서는 국가가 경제 ·사회 정책을 통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봤다. 자유경쟁질서를 의식적으로 조정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는 자유로운 교환경제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중간영역에 있었지만 자유경쟁체제에 더 가까웠다. 오이켄에 따르면 사적 소유는 폐해를 초래할 수 있지만, 집단소유는 반드시 폐해를 초래한다. 사적 처분권을 보장하되 권리남용을 통제해야 하며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예외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현실에 있어 시장, 국가, 사회집단이라는 생활영역들 간의 조정을 전제로 한다. 보엠(Boehm)에 의하면 경제질서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 창출되는 업적이다. 1946년 뮐러-아르막은 이러한 신자유주의자들의 경제질서 사상을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라고 규정하였다. 그에 의하면 사회적 시장경제는 시장에 있어서의 자유의 원칙을 사회적 형평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기본으로 하되 사회적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셈이다(한넬로레, 2001:27-30).
독일을 점령한 서방 3개국은 1948년 화폐개혁 후 화폐개혁 후 관리 및 가격정책의 기본원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토록 하였는데, 이 법의 전문에서 경제정책은 경제적 관점과 사회적 관점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본원리가 천명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1949년 독일 기민당의 뒤셀도르프강령에 명시됐으며, 1959년 독일 사민당의 바트 고데스베르크강령에 수용됐다(한넬로레, 2001:53-54). 독일기본법은 바이마르 헌법과 달리 헌법에 구체적인 경제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오늘날 다수의 학자들은 기본법은 해석상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채택하고 있다고 본다. 2조의 경쟁의 자유, 14조의 사유재산권의 보장 등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전제하고 있다. 다만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치유하기 위해 다른 한편으로 제20조와 28조에서 사회국가원리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적 시장경제로 규정할 수 있다고 본다. 니퍼다이는 기본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법치국가원칙, 사회국가원칙은 전체적으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독일기본법이 채택하고 있는 사회적 시경경제질서는 자유주의를 일정부분 제한하여 사회주의발흥을 경계하려는 수정자본주의적 의도가 명백하다.
국민들에게는 자유와 복지를 동시에 보장해주는 경제정책으로 인식되었다. 국가와 공공부문의 지원과 간섭은 시장이 감당할 수 없는 경우 보충적으로 추진된다. 시장의 독점을 통제하고 경쟁제한장치를 조정하여 자본주의의 전제조건을 복원한다. 자본주의의 소산인 빈부격차를 복지강화라는 사회적 임금을 강화함으로서 완화시킨다. 예를 들어 기본법 제14조는 소유권과 상속을 보장하지만 그 내용과 제약은 법률에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공공복리에 기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지, 자연자원, 생산수단이 법률에 의해서 공동소유로 전환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독일경제의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국가의 개입 정도에 따라 두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1948년부터 1967년까지 독일의 경제질서는 국가는 시장이 완전하게 작동하도록 경제질서를 형성하고 경제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은 자제하는, 전통적인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 볼 수 있다. 1949년에 단체교섭법, 1952년에 경영조직법, 1957년에 연금개혁법과 독일연방은행법 및 경쟁제한금지법이 제정되었다. 건전통화원칙의 유지, 독점제한, 중소기업 분야 보장, 노동자 재산형성, 경제기반형성에 주력함으로써 경제부흥을 달성하였다. 국제경제에 있어서도 관세인하, 수입량제한철폐, 자본이동 자유화, 통화의 완전한 태환 등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1966년 경기불황 이후 기민당과 사민당의 연정이 구성되면서 계획과 중앙통제를 강화하는 케인즈적 경제정책이 가미되었다. 또 다른 수정자본주의를 제기하고 있는 케인즈의 경제이론에 따르면 경제를 이끌어 가는 요소로서 상품에 대한 총수요를 강조한다. 케인즈에 따르면 불황에서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보다 많은 돈이 유통되므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유도되어 경제가 정상상태를 회복한다. 실제로 1930년대의 대공황 당시 미국정부는 높은 실업율과 디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하는 등 정책적으로 소비를 유도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동적 조절을 강조하는 자유방임적 자본주의를 수정한 것이다.
1967년부터 1982년 동안의 독일경제는 국가의 개입이 강화된 사회적 시장경제라고 볼 수 있다. ‘가능한 경쟁, 필요한 한 계획이라는 정책기조로 설명된다. 미시적 결정은 개별 경제주체에 맡기는 반면, 중요한 거시지표는 간접적인 국가정책으로 조정하였다. ‘경제안정과 성장에 관한 법에 의해 시장경제의 범위 안에서 물가와 고용안정 등 총수요관리정책, 대외무역의 균형을 위한 조치를 강화해왔다. 이법은 프라이부르크학파와 케인즈학파의 조합이라고 평가된다. 이는 미시경제의 자율규제와 거시경제의 총량조정의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법 제1조에 따르면 경제정책과 금융정책은 지속적이고 적절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가격안정, 높은 고용수준, 대외경제균형에 동시에 기여해야 한다.
독일경제는 1980년 들어 세계적인 신보수주의 경향을 수용하여 국가의 계획과 중앙통제를 대폭 축소하였다. 1990년 독일통일과 더불어 동독의 사회주의계획경제는 소멸하였다. 동서독 제1 국가조약이 사회적 균형, 사회보장, 환경에 대한 책임, 경제사회의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기초로서 사회적 시장경제를 도입할 것을 규정함으로써 사회적 시장경제는 통일독일의 기본경제질서가 되었다.
 
 
2. 사회주의 시장경제질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공정분배와 경제적 효용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다양한 재화에 대한 개인의 자연스런 소유욕, 이익과 부를 축적하려는 개인의 이기심을 무시하였다. 또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모든 재화와 용역을 계획에 의해 조달하고자 하여 재화와 용역을 상호 교환하려는 자연스런 시장을 부정하는 폐쇄적 정책을 추구하였다(정영화, 1999: 46-47).
그런데 사회주의 사회의 경제가 성장해짐에 따라 재화와 용역에 대한 개인의 욕구가 다양해져 이를 모두 계획에 의해 통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대표적인 수정형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다.
중국공산당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사회주의 아래 시장경제의 약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모델은 등소평이 집권하면서 가시화되었으며, 중국 공산당이 소련과 동유럽의 붕괴라는 대외적 위기와 천안문 사태라는 대내적 위기에 직면하자 급속도로 진척되었다. 이러한 모델은 중국공산당의 일당집권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다원화를 일정정도 허용하되 여전히 중국 특색의 사회통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국가가 통제하는 시장경제가 이러한 중국모델의 가장 큰 특색이다(딩셰량, 2012:72-95).
사회주의 시장경제질서는 생산수단에 대한 국공유를 기본으로 한다. 다만 시장, 경쟁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시장을 체제 중립요소로 보는 셈이다. 등소평은 일찍이 사회주의를 신봉하지 않는 사람을 설득하려면 우리들이 발전해야 한다며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개혁을 강조했다(중국사회과학원, 1995:23-26).
중국공산당에 따르면 사회주의 건설과정에서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다양성을 상실하고, 국가적 소유로 집중했으며, 그 결과 민주성과 효율성이 저하되는 부작용을 초래하였다. 또한 경제가 발전하고, 규모가 복잡해지면서 평균주의가 만연하여 적극성과 창조성이 억압되었다. 또한 농산물의 통일구매, 통일판매는 가격을 왜곡하여 수급조정의 실패로 만성적인 공급부족을 가져왔다. 결국 경제가 복잡해질수록 개별적 경제주체에게 일정한 의사권을 주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자원배분의 최적화를 위해 시장경제의 도입이 필요해졌다. 중국공산당은 1992년 제14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으며, 1993년 당 규약과 헌법에 사회주의시장경제 조항이 삽입됐다(한대원, 2007:279-285). 생산수단의 소유는 공유제를 기본으로 하되 개인기업, 사영기업, 외자 기업 등 업종과 규모에 따라 다양한 소유제형식을 발전시키기로 하였다. 경쟁에 적합한 소형 국유기업, 공중접객시설 등은 매각되거나 임대되었다.
중국헌법 제151항에 의하면 국가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시행한다. 6조에 따르면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기반은 생산수단의 사회주의 공유제, 즉 전 인민소유제와 노동군중의 집단소유제이다. 8조에 따르면 농촌의 생산, 공급판매, 신용, 소비 등 여러 형식의 합작경제는 사회주의 노동집단소유제 경제이며, 도시의 수공업, 공업, 건축업, 운수업, 상업, 서비스업 등의 업종에서 각종 형식의 합작경제는 모두 사회주의 노동군중의 집단소유제경제다. 도시토지의 국유화, 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하고 있다. 그러나 공민의 합법적인 사유재산은 침해받지 아니하며 국가는 법률의 규정에 따라 공민의 사유재산권 및 상속권을 보호한다.
중국공산당에 따르면 사회주의 공유제에 시장경제가 결합하는 것은 무방하다. 공유제의 한도 내에서 자본의 팽창이 제약되기 때문에 심각한 빈부격차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다(중국사회과학원, 1995:29-31)..
국가계획은 지난날 미시적인 경제활동을 직접적으로 관리했지만, 사회주의시장경제하에서는 경제발전의 전체 계획이나 중대 방침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전환하였다. 주로 소비재와 노동의 수요공급을 시장경쟁에 의해서 조정한다. 상업, 수공업, 농업, 일정규모 이하의 개인기업 등 허용 받은 범위 내에서 가계와 기업은 국가계획으로부터 자유롭다.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고 간접적인 수단을 활용한다. 종래에는 판매형태가 아닌 배급형태로 공급되던 내구적 생산재의 상당부분이 상품으로서 공급되었다. 공업제품도 수급조절에 실패한 계획수매 대신 예약, 공장판매, 자유계약 수매와 선택 수매 등 자유로운 형태로 전환되었다. 직접 개입은 예외적으로 허용하는데, 예를 들어 원재료가 매우 부족할 경우 일시적으로 시장 조절기능을 정지시키고 정부가 배분순위를 결정한다. 공공재는 가격인가제도를 유지하고, 일반재라도 중요상품에 대한 가격 조작을 통제하였다. 개혁 이후에 일반 상품은 소유권의 유통이지만, 부동산은 토지사용권의 유통으로 제한해왔다. 국가는 토지지배권을 지방정부나 지방정부의 위탁기관에 교부하여 기업이나 개인에게 임대하도록 하고 있다.
거시경제를 조절하는 기능과 국유재산을 관리하는 기능을 분리시켰다. 국유기업을 주식회사로 전환한 뒤 실질적인 영향력이 미칠 정도의 주식을 제외하고는 매각하였다. 국영기업을 국유기업으로 전환하여 소유권과 경영권을 분리했으며, 그 결과 손익을 스스로 부담하는 자주경영이 도입되었다. 기업은 경영청부책임제가 확산됐으며 이윤 대신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였다.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경쟁주체로 등장한 셈이다. 기업이 책임지던 연금 등 복지와 보험은 사회보장제도로 전환되었다. 노인, 학생은 사회보험에서 개인부담을 면제받았다. 또한 누구나 사영기업을 신청하여 경영할 수 있다. 1988년 제정된 사영기업잠정조례에 의하면 사영기업이란 기업의 자산이 사인의 소유에 속하고 고용자가 8인 이상인 개인출자기업, 유한회사 등 영리적 경제조직을 말한다. 농촌에서도 다양한 청부책임제가 도입되었다.
대외경제는 통제를 기본으로 하나 외국과 합작, 자유무역지대를 설정하여 무역의 자유화를 일정 부분 인정한다. 외국인의 투자는 국가의 허가에 의해 가능하다. 합자기업은 외국의 투자가 주식으로 환산되어 그 비율만큼 수익을 분배하며, 합영기업은 주식이 아니라 쌍방의 협의에 따라 권리의무가 정해진다.
이북헌법은 전 인민적 소유와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를 전제로 민주주의, 정치 도덕적 자극과 물질적 자극을 옳게 결합시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제25조에 따르면 국가는 인민들의 물질문화생활을 끊임없이 높이는 것을 자기 활동의 최고원칙으로 삼는다(정영화,1999:232). 다만 98년 헌법은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과거와 달리 소유형태의 다양성과 시장기능 및 대외무역을 일부 확대하고 있다. 20조에 따르면 생산수단 공유의 주체를 협동단체이외에 사회단체로 확대하고 있으며 그 대상도 부림짐승농기계고기배로 수정하여 사실상 확대하고 있다.
공민들의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개인소유는 노동에 의한 사회주의 분배와 국가와 사회의 추가적 혜택으로 이루어진다. 민법 제59조에 따르면 소유가 허용되는 개인 소비품은 주택, 가정용품, 문화용품, 생활용품, 승용차 등이다(최종고, 2001:167). 이러한 소비품은 법률과 생활규범에 따라 자유로이 점유하거나, 이용 혹은 처분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품은 외화상점이나 장마당을 통해 물물교환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정영화, 1999:244-245). 특히 텃밭경리를 비롯한 개인부업경리에서 나오는 생산물과 그 밖의 합법적인 경리활동을 통하여 얻은 수입도 개인소유에 속한다. 국가는 개인소유를 보호하며 그에 대한 상속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 개인소유의 주체가 근로자에서 공민으로 전환됐으며, 경작의 산출물을 소유할 수 있는 텃밭의 대상이 확대되었다. 기존의 저작권과 발명권 이외에 특허권을 추가하였다.
33조에 따르면 국가는 사회주의경제관리 형태인 대안의 사업체계와 농촌경리를 기업적 방법으로 지도하는 농업지도체계에 의하여 경제를 지도 관리하는 한편,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며 원가, 가격, 수익성 같은 경제적 공간을 옳게 이용하도록 한다. 이는 시장을 일부 인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근거로 볼 수 있다. 경제적 활동의 전제인 주거와 여행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대외경제에서도 변화가 보인다.
조국의 자주적 발전조국의 융성발전으로 수정하고 대외무역의 주체로서 사회협동단체를 추가하였다. 또한 외국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관세제도를 도입하고, 기업 합영과 합작, 특수경제지대에서의 여러 가지 기업창설운영을 장려하는 점에서 무역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3. 사회적 경제질서의 제기
 
1) 사회적 경제질서의 개념
 
마이클 앨버트에 의하면 대안적 경제체제는 공평성, 자율관리, 다양성, 연대, 효율성, 생태적 균형 등의 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 한편 세계화 국제포럼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열 가지 핵심 원칙으로서 새로운 민주주의 내지 살아 있는 민주주의, 선 지역적 해결을 강조하는 보충성의 원칙, 생태적 지속가능성, 공동자산의 보호, 다양성, 인권, 직업 생계 고용의 보장, 식량의 안정공급과 안전성, 형평성, 해악에 대한 예방조치의 원칙 등을 제시한다(장상환. 2004).
이러한 대안적 경제체제는 사회적 경제에서 그 맹아를 찾을 수 있다.
원래 사회적 경제란 민간의 비영리조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연대의 경제와 같은 의미이다(장원봉, 2006:30-32). 사회적 경제는 역사적으로 국가권력의 재편보다는 지역 수준의 분산된 권력을 통해 아래로부터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자립적이고 참여적인 협동조합 혹은 공제조합에서 시작되었다(장원봉, 2006:24-26).
이러한 사회적 경제는 사회적 기업을 말하는데, 이 기업은 개인의 사유도 아니고 국유도 아닌 집단, 즉 공동체의 소유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사회적 기업의 운영은 아래로부터의 직접민주주의에 의한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은 그 기업 구성원 혹은 지역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서 주로 공공의 영역을 담당하므로 그 운영은 시장원리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전체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민주적인 의사결정에 의한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는 주체적으로 공유기업, 사업 대상으로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업무, 방식으로 참여민주주의와 계획을 특징으로 한다. 이는 사기업과 이윤추구, 자본지배의 시장경제와 다르며 관료에 의한 중앙집권적인 국가계획과도 다르다.
혼합경제체제로서의 사회적 경제질서 역시 경제계획, 사회적 소유, 참여경제 등을 핵심 요소로 한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장기적이고, 전면적이며, 강력한 시장개입을 내용으로 하는 경제계획을 접목시킨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에서 전제하고 있는 국가는 자유방임국가가 아니라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계급갈등과 빈부격차는 극복하여 사회적 통합을 이루려는 사회국가이다. 사회국가에서 재산권의 보장은 자본주의 방임시대의 절대적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조정과 규제의 대상이다. 따라서 재산권에 대한 사회적 구속성이 강화된다(김문현, 2001: 69-80).
과거 장상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은 사회적 경제질서와 유사한 민주적 사회경제체제를 주장한 바 있는데, 이는 민주적 사회주의 이념에 근거한 대안적 사회경제체제로서 시장사회주의+사회적 조절강화의 방향 아래 1)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분배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사회적 조절의 강화, 2) 사회적 소유의 확대 및 민주적 통제의 강화 3) 보편적 복지체제 확립 4) 남북의 경제력 격차를 축소하는 북조선 개발과 원조 등을 구체적 내용으로 한다(장상환. 2004). 또한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가 주장한 대안 경제사회전략 역시 이와 유사한데, 이는 균형적 조화 발전전략으로 기계적 성장주의 패러다임에서 유기적 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경제의 안전성과 지속성은 최적상태를 향하여 나아가고, 인적 발전은 최대화되는 상태를 경제정책의 목표로 한다(민주노동당, 2006).
사회적 경제질서의 주요 개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경제질서는 자유와 평등을 동등한 가치로 추구한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자유가 상대적으로 더 존중돼야 할 영역과 평등이 상대적으로 더 존중돼야 할 영역에 주목한다. 독일사회민주당의 기본강령이나 프랑크푸르트선언이 지적하듯이 자유 없는 사회주의는 없으며, 자유는 평등과 함께 사회주의가 추구하는 기본가치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생산수단에 대한 개인의 배타적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사회적 경제질서는 일정 규모의 민간영역에서는 개인의 배타적 소유권을 보장한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국가가 자유경쟁의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한도 내에서 경제에 대한 관여를 인정하지만, ‘사회적 경제질서는 적절한 수준의 경제적 평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가가 예방적으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평등의 실현은 복지국가의 구현으로 나타난다. 퍼니스와 틸톤은 서구의 복지국가모델을 미국과 같은 적극국가, 영국과 같은 사회보장국가, 스웨덴과 같은 사회복지국가로 분류하였다. 적극국가는 수익자부담의 사회보험에 치중하고 있으며, 사회보장국가는 최저생활수준을 모든 국민에게 기본권으로서 보장하고 있으며, 사회복지국가는 평등과 연대의 국가목표 아래 어느 정도 생활조건의 균등화를 추구한다. 이는 에스핑 앤더슨이 분류한 자유주의적 복지국가, 보수적 조합주의 복지국가, 사회민주주의적 복지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적 경제질서가 지향하는 복지국가는 최저생활수준의 보장을 넘어 전체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균등한 생활조건의 형성을 추구하는 스웨덴 수준의 사회복지국가라고 볼 수 있다(김문현, 2001:5-7).
(2)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나 사회주의 시장경제질서와 같이 특정체제를 기본으로 하고 다른 체제의 요소로 보완하는 수정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적 요소가 주종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녹아 있는 체제포용적 경제질서이다. 현실에 있어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간지대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경제질서의 구체적인 모습은 광범위한 입법재량에 의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입법재량은 집권정당의 노선에 따라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복지국가의 구체적 형태 역시 최소한의 생활조건은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권으로서 보장되나, 그 이상의 수준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조건에 맡기지만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균등한 조건을 적극적으로 형성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 있다. 빈부격차를 어느 정도 용인할 것인지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3) 사회적 경제질서는 자본주의 대안체제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국가의 기본권보장의무와 복지의무를 강조하는 사회적 법치국가와 결합하여 자본주의 내 개선이라는 사회민주주의의 틀을 제공하고 있지만, ‘사회적 경제질서는 자본주의 자체의 변혁을 가속화하는 경제적 토대와 조건을 점진적으로 형성해간다. 사회적 경제질서가 지향하는 복지국가 노선이 정치적으로 사회민주주의 지향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회적 경제질서가 자본주의 극복을 지향하지만, 구체적으로 구 사회주의 체제를 모델로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회적 경제질서는 정치적으로 사회주의를 필연적으로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반공적인 정치질서가 아니라 헌법의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원칙으로서 폭력과 일당독재 및 전체주의를 제외한 다양한 민주주의를 포괄하므로 사회적 경제질서와 충돌하지 않는다.
(4) 사회적 경제질서는 생산수단의 다원적인 소유형태를 지향한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민생보장과 평등의 실현을 지향하는 다원적 민주 경제체제를 채택한다. 경제적 민주주의를 실현함으로서 경제활동에 대한 민중적 참여와 민중적 통제를 실현한다. 자본주의적 민영기업, 협동적 소유, 국가적 소유 등 사적 소유와 집단적 소유가 병존한다. 자본 활동을 통제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서 기간산업의 국공유화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토지에 대한 전면적인 국유화를 전제로 사용권의 거래만 인정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달리 일부 토지에 대한 사유화와 거래를 인정한다. 다만 주거기본권에 근거하여 택지에 대한 광범위한 집단적 소유를 기본으로 하므로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의 사유화는 제한된다.
어느 부분의 생산수단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사적 소유 혹은 집단적 소유로 허용할 것인가는 사회적 경제질서를 규정하는 경제헌법에 포괄적으로 규정된다. 통상적으로 소비재를 생산하는 경공업은 사경제로 하겠지만, 중공업은 물론 의료, 교육, 방송통신, 금융 등 공익부분 역시 상당부분 공경제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경제질서 내의 경제주체는 민간, 국가와 자치단체, 다양한 공공단체 등이지만 이중에서 공공부문의 역할을 강조한다. 특히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민간과 정부를 연결시켜주는 경제주체로 활용한다.
(5) 사회적 경제질서는 경제활동에서 물질보다 사람을 우선시하며 이는 사회연대의 강화로 나타난다. 경제정책은 법치국가와 복지국가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인간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경제적 민주주의와 평등을 보장하고, 환경보전과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개인에게 고용을 통한 자기보전과 발전을 보장하고, 노동능력이 없더라도 적절한 재화와 용역을 보유하거나 누릴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복지정책과 고용정책은 단기적으로 경제성장과 직결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경제발전과 직결될 수밖에 없으므로, 경제성장이데올로기에 갇혀 있는 생산적 복지와 생산적 노동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따라서 고용정책과 복지정책이 경제조절수단으로서 경제정책에 종속시키는 관점을 배격한다. 모든 이가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을 줄이도록 하여 지역과 노동현장에서 문화와 여가시간을 즐기도록 한다. 과학, 학문,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관련자의 권리를 보장한다.
(6) 사회적 경제질서는 시장과 계획을 동등한 경제조정수단으로 활용한다. 사회적 경제질서에서 국가의 총체적인 경제계획은 궁극적으로 경제의 토대와 체질, 경제 주체의 지위 등을 발전시키는 진보적 경제발전 전략을 전제로 한다. 진보적 경제발전 전략은 단순히 국민소득이 증가하는 양적인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하게 양적 성장을 하면서도 경제구조가 점차 친고용·친복지·친환경의 정도를 심화시키는 질적인 변화를 의미한다(심경섭, 2003:3). 또한 사회적 경제질서는 지구촌과 후세대를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전략과 연계한다. 따라서 국가는 산업구조조정, 위성도시억제, 자동차통행량감소 등 사회 전반의 에너지 과다소비를 구조적으로 줄이기 위한 장기적 방안을 마련한다. 특히 재생이 가능한 친환경적인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사용을 주도하며, 그에 맞게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
(7) 사회적 경제질서는 과거의 사회주의경제체제나 인민민주주의경제체제와 달리 어느 정도 발전하고, 대외경제가 활성화된 경제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도시화, 복지, 고용, 빈부격차 등 경제발전 과정의 부작용이 이미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단계이므로 이를 치유하려는 기존의 다양한 조치들을 혁신하여 적용한다.
또한 사회적 경제질서는 정의로운 통상에 기반을 둔 국제적 경제공동체를 중요시한다. 오늘날 각 나라의 경제는 국제무역과 국제금융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더구나 충분한 내수시장을 갖지 않는 한 중진국 이상의 국가로 성장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 정도가 충분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상태다. 중국, 인도와 같이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는 나라조차 자국의 저개발로 소비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자국의 소비자에게만 의존한다면 빠른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나라는 거의 없기 때문에 국제무역은 불가피하다.
(8) 사회적 경제질서는 지역과 부문에서 수평적으로 대등하게 혹은 수직적으로 분담하는 등 분권화된 경제체제를 지향한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지역과 부문에서 국가의 과도한 역할을 경계하고, 다양하고 자발적인 공공단체와 사회적 기업을 보장하고 육성시킨다. 특히 주민들이 민생정책을 체감할 수 있는 지역경제를 정책적으로 활성화시킨다. 국가는 총괄적인 계획을 담당하고, 지역과 부문 경제주체의 자발적인 세부 계획을 보장한다. 다만 국가는 개별주체들의 계획실패의 경우 이를 보완하도록 한다.
 
2) 사회적 경제질서의 입법적 단초들
 
독일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은 혼합경제를 채택했는데, 경제적 자유권, 상공업의 자유, 계약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한편 토지개혁과 사기업의 선택적 사회화, 공공경제의 원칙 등을 선언하였다. 바이마르 헌법 제151조에 따르면 경제생활의 질서는 만인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정의의 원칙에 적합해야 하며, 따라서 소유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해야 한다. 국가는 공공복리의 보다 큰 요청을 보호하기 위해 사적 경제에 강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중요한 직업집단의 대표로 구성된 국가경제평의회는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에 관한 법률안을 건의할 수 있었다(김철수, 2004:188-189).
통일 전의 서독기본법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독일기본법에 경제질서에 대한 규정이 없다. 서독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 해석되어왔는데,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1990년 통일 당시동서독 간 통화·경제·사회통합의 창설에 관한 국가조약에 명시되었다. 이 조약에 따르면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는 사적 소유권과 자유경쟁을 보장하는 한편 사회보장체계 확립,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정의 등을 포함한다. 특히 동독의 기존의 경제정책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와 조화되는 한 보장된다.
북 예멘의 헌법은 자본주의적 이슬람공화국이었지만 호혜의 원칙을 사회의 기초라고 선언하고 국가에게 공적 자유와 사적 자유를 조화롭게 형성할 의무를 부여하였다. 북 예멘의 헌법은 사회정의, 국가의 경제계획, 협동조합 지원, 지상과 지하 및 바다의 모든 자원의 국유화를 규정하는 등 혼합경제의 성격을 지녔다(장명봉, 2001:317-338).
예멘의 통일헌법은 사유경제를 보장하면서도 제6조에서 국가경제원칙을 선언하였다. 이에 따르면 국가는 생산과 사회관계에서 사회정의를 구현하며, 생산수단의 공유화를 촉진하여 이슬람전통과 국민의 환경에 기초한 사회주의적 관계의 확립을 보장한다. 특히 국가는 국가경제의 균형발전을 위해 전반적인 대내외적인 경제관계를 지도하며, 국가계획의 틀 속에서 민간부문, 공공부문, 혼합부문에서 공공법인을 장려한다.
이탈리아 헌법에 따르면 경제적 창의는 사회적 이익에 반할 수 없으며, 정부는 시민의 자유와 평등을 제한하거나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제적 사회적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 또한 국가는 사회적 목적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제활동을 계획하거나 감독 혹은 조정할 수 있다. 이탈리아 헌법은 그 밖에도 개인의 대규모 토지개발과 토지소유의 제한, 기업의 사회화, 금융과 신용의 규제, 협동조합의 육성 등을 포함한다.
국민통합과 민생안정을 국가과제로 삼아야 하는 신생공화국 헌법의 경우 경제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조정하는 국가의 직접적인 경제통제를 선언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국가 건설에 따라 국민들의 경제적 욕구충족이 시급하였고, 이를 위해서는 직접적인 통제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1945년의 인도네시아 헌법에 따르면 국가는 국가와 민생에 중요한 생산부문은 물론, 토지와 물, 이에 기초한 자연자원을 통제하며, 빈민과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
1947년의 중화민국 헌법에 따르면 국가는 국부와 민생의 균형발전에 방해가 될 경우 사적 재산과 사적 기업을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 이 헌법은 토지의 균등 소유, 공익산업과 독점산업의 국유화, 실업구제를 위한 은행 설립, 낙후 지역 지원 등의 규정을 포함하였다.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강령은 정치, 경제, 교육의 균등을 선언하였고 국민의 균등생활, 민족의 발전, 국가의 유지에 적절한 경제질서를 강조하였다. 건국강령은 전면적인 토지와 자원의 국유화를 선언하고, 토지의 상속, 매매, 담보제공, 전대차를 금지하고 있다. 농지는 원래의 고용농, 자작농, 소지주농, 중지주농의 순서로 배분하도록 하였다. 건국강령은 교통운수, 은행, 전신, 전기수도 등 공공산업은 물론, 대규모의 농업, 공업, 상업, 기업과 성시, 인쇄소, 출판, 영화극장을 국유로 하도록 하였다. 건국강령은 일제부역자의 자본과 부동산을 몰수하여 일단 국유로 한 후 빈공, 빈농, 무산자의 이익을 위하여 국공영의 생산기관에 충당함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건국강령은 고리대금업과 사인의 고용농업의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헌헌법에 따르면 경제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으며,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 또한 제헌헌법은 자연자원의 국유화, 공공기업의 국공유화, 농지분배 등을 규정하였다. 제헌헌법의 경제정책의 목표, 수단은 전반적으로 혼합경제의 성격을 지녔으며 강경근 숭실대교수는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고 일부 계획경제적 측면을 포함한 제헌헌법의 경제질서를사회국가적 경제질서’, 혹은 통제주의적 경제질서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의 헌법 중에서 사회적 경제질서에 가장 근접한 헌법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 헌법이다(김병권 외, 2007: 413-496). 볼리바르공화국 헌법은 제6장 사회경제체제라는 표제 아래 23개 조가 있으며. 사회경제체제와 국가의 기능, 조세금융체제의 2개의 절을 두고 특히 거시경제의 조정이라는 항목을 따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경제체제는 사회정의, 민주화, 효율성, 자유경쟁, 환경보호, 생산성과 연대책임의 원칙 아래 국민 전체의 발전과 공동체를 위한 위엄과 존엄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는 부의 공평한 분배를 조장하기 위해 사법적 안정성, 견고함, 역동성, 지속가능성, 경제성장의 지속성과 형평성의 확립을 위해 노력한다. 국가는 경제안정을 증진하고, 경제의 취약함을 예방하며 화폐와 물가의 안정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성장의 최종목표와 사회적 반향, 국제수지와 인플레이션의 최종목표를 달성하는 조세, 외환, 금융정책 등을 마련하여 예산통과의 순간에 공표해야 한다. 식품의 자급자족 수준을 법제화한다.
볼리바르공화국 헌법은 경제활동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독점을 금지하고 대토지소유를 제한한다. 국가는 석유산업과 공공적 이익과 전략적 성격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자체 보유한다. 공공 재원의 경제적, 사회적, 합리적 생산성을 확보할 목적으로 기능적으로 분권화된 단체를 창설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 공동체에게 공공서비스 사업을 이양할 수 있다.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복지를 확대시키는 차원에서 공공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기업, 조직, 협동조합을 육성한다. 공공부문 기업체의 노동자들과 참여자는 자주경영 또는 공동경영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해외투자는 국내투자와 동등한 조건 아래 구속되며,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연안 지역의 공동체 창설을 추진한다.
또한 브라질 헌법 제7장 경제질서와 재정질서는 23개의 경제조항을 두고 있다. 브라질 경제질서는 사회정의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며, 재산권과 자유경쟁의 보장, 재산의 사회적 기능과 완전고용, 환경보호, 지역균형발전, 중소기업의 보호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가는 균형발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외국자본의 투자와 이윤송금을 규제한다. 또한 국가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업과 혼합기업을 설립하고 다양한 형태의 조합활동을 지원한다.
<9> 사회적 경제질서의 예시
계획경제
사회주의시장경제
사회적 경제
사회적 시장경제
자유시장경제
사회주의경제
사회주의 수정경제
체제포용적 혼합경제
자본주의 수정경제
자본주의경제
사유<공유<국유
사유<국유<공유
국유=사유<공유(사회적기업 등)
국유<공유<사유
공유<국유<사유
계획원칙
시장<계획
시장=계획
계획<시장
시장원칙
예외적 시장
거시계획, 미시(자유<계획)
거시계획, 미시(자유=계획)
부분거시계획, 미시(계획<자유)
예외적 계획
지표원칙
시장가격<지표<가격화된 지표
지표<시장가격<가격화된 지표
시장가격>가격화된 지표
시장가격원칙
중앙집권적 발전
불균형적 경향
지역분권적 발전
불균형성장 수정
불균형성장
사회주의국제교환
국제교환 무역규제
자유무역<무역규제
규제무역<자유무역
자유무역 원칙
구 소련, 이북
유고, 중국, 베트남
사회조정적 시장경제,
계획적 시장경제
독일,한국(현실은 논란)
미국(현실은 조정가미)
 
이북 일부 도입
 
 
III. 사회적 경제질서의 내용
 
1. 제한적 경제계획
 
1) 경제계획의 형태
 
사회적 경제질서에서의 경제계획은 장래시점에 있어서 국민경제의 모습을 예측하여 경제정책에 반영하고 주로 국가재정과 같은 공공분야의 경제활동의 방향설정을 하는 데 그치는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전망과 다르다.
이와 같은 경제동향에 관한 전망 또는 정부의 정책적 의도가 담겨져 있는 단기계획으로서는 캐나다·미국·영국·독일 등에서 실행되는 국민경제예산이 있다. 중기계획으로는 노르웨이의 4개년계획, 스웨덴의 5개년계획, 네덜란드의 공업화 5개년계획, 프랑스의 경제근대화계획 등이 있다. 장기계획으로는 이탈리아의 바노니플랜(19551964), 프랑스의 10개년 전망(19551965), 네덜란드의 장기전망(19591970), 캐나다의 장기경제전망(1980년대) 등이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는 아담 스미스식의 완전한 시장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장을 보완하는 한도에서 경제계획을 활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완전경쟁에 의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는 경우에도 공공재의 경우 시장실패가 상존하므로 항상 경제계획이 요구되고, 완전경쟁의 결과로 나타난 빈부격차가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정의실현을 위한 부분적 경제계획이 불가피하다.
둘째, 완전경쟁에 의한 시장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추상적 모델일 뿐이므로 시장실패를 미리 예방하거나 사후에 조정하기 위한 부분적 경제계획이 필요하다.
셋째, 현대국가의 특성으로 인해 경제계획이 불가피해지는데, 국민경제의 성장과 발전, 완전고용, 가격안정, 국제수지균형 등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키려면 총괄적인 경제계획이 필요하고, 경제계획에 의해 실행되는 국가 재정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 결과 국민경제 자체가 경제계획에 의존하게 되며, 컴퓨터와 같은 각종 기술의 발달로 인해 국민경제의 계산(國民經濟計算)과 계획이 가능해졌다.
사회적 경제질서에서 경제계획은 일부 자본주의 국가에서 시행한 적이 있는 장기적 계획으로서 간접적인 강제수단을 동원한다. 즉 중장기적인 경제전망을 하는 동시에 국가가 소유구조, 재정·금융 부문에 개입하여 민간부문에 영향을 주려는 것이다. 자본주의적 경제계획은 제1차 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프랑스, 독일이 노동력 배치, 배급제 실시, 전쟁물자와 생필품 중심의 생산 통제 등을 하였듯이 전쟁기간에 강화된다. 미국의 뉴딜정책을 보듯이 선진자본주의 국가라도 경제공황이 국가안보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지면 일시적으로 강력한 경제계획을 실시하였다.
전시나 경제위기의 중앙집권적 경제계획이 단기적인 것이라면 국가 주도로 경제발전을 원하는 후발 자본주의 국가의 경제계획은 장기적이다. 한국의 경제계획 역시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청사진이 마련돼 1962년 이후 4차에 걸쳐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질서는 제도로서 시장을 부정하거나 소비품까지도 엄격한 계획에 의해 생산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다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예외적으로 강한 경제계획을 실시할 때도 시장 자체를 부정하거나 소비품까지 경제계획을 통제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경제정책의 결정이 중앙에 집중되며 경제의 운영은 계획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의하며, 화폐가 아닌 실물지표를 통해 경제를 조절한다(권선주, 현대 중국경제의 이해:13-15). 경제주체와 경제관계를 전반적으로 통제하는 이러한 국가경제계획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전 분야에 걸쳐 강제적으로 수립 집행되었다. 구 소련의 고스플랜(Gosplan:소련 각료회의 국가계획위원회)5개년계획을 책정하고 실시했는데 이는 명령적 계획으로서 강제력이 있었다. 양적 투입과 양적 산출에 적합화된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소련과 중국의 예에서 보듯이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중국과 소련의 예에서 보듯이 이런 기계적 투입과 산출에 근거한 경제발전은 양적 성장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기업과 개인의 자율성과 창조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관료들에 의한 경직적인 계획으로는 다양한 욕구에 근거한 개인들의 소비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무리 없이 통제할 수 없었다. 계획경제는 특히 경공업 분야의 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없었고 계획경제가 완전하다고 해도 인민들의 자연발생적인 시장을 폐지할 수도 없었다.
경제계획은 공익적 목적의 실현을 위해 설정, 추진되는 체계적, 조정적, 장기적 영향의 총체적 수단이다. 경제계획은 일시적인 조정과 분야별 계획, 미시계획, 거시계획을 구분할 수 있으나 개인과 기업의 미시계획은 개인과 기업 스스로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다. 국가는 사회적 평화를 공고히 하고 일반대중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모든 분야의 발전을 기하기 위하여 국내경제활동을 기획하고 조정하여야 한다.
2) 경제계획의 내용
 
(1) 경제발전과 경제안정
 
경제계획은 경제주체의 창의를 존중하고 균등한 조화와 연대를 조성해야 한다. 시장의 지배, 경쟁의 배제 및 이윤의 독점증가에 의한 경제권남용을 방지하는 등 소유권의 사회적 책무를 이행하도록 하고 인간의 존엄을 조건으로 하는 노동을 존중하도록 한다.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 중 규모가 크거나,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의 경우 주요 경제사항을 계획에 의한다. 각 부문의 대표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경제자문기구를 구성하여 정부가 국민의 완전한 고용과 물적 합리적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경제계획을 작성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자문하여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초기 경제계획은 경제발전을 위한 사회간접자본과 기간시설의 구축, 기초산업의 육성, 소비재 수입품의 대체개발 등의 분야에서 진행된다. 공업화전략을 추구하는 국가들은 미국과 같이 내수시장이 충분하거나 유럽과 같이 경제공동체로 묶인 경우가 아니라면 수출지향적인 성장모델에 따른다. 수출품은 농산물, 소비재에서 공산품과 생산재, 중화학공업 제품으로 확대되지만 이러한 양적 성장은 한계에 다다른다.
이 경우 중진국들은 플랜트산업, 고부가가치산업, 해외투자 등에 주력하고 내수를 기반으로 한 경제의 자립과 안정을 추구한다. 자립기반에 근거한 경제는 경제의 재생산구조와 조건을 가능한 한 스스로 지배하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는 국제적 공황과 경기순환에 좌우되지 않도록 기본적으로 국내 경제에 기반을 둔다. 내수를 진작시키려면 먼저 국민 다수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야 한다. 국민소득의 기본은 고용소득이어야 하므로 고용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한 성장의 후유증이 심화되므로 안정적인 균형성장과 농어촌과 소외계층에 대한 분배문제에 주력한다. 이 단계에서 복지정책은 경제안정의 측면에서도 불가피해지므로 복지체계가 어느 정도 완성하게 된다. 이후의 경제가 질적으로 발전하여 새로운 성장의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구조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의 변화가 요구된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질서는 경제주권과 민중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대안적인 민생경제체제를 수립한다. 민생경제는 노동자, 농민, 서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민중 중심의 경제로서 민중권력 창출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축된다. 노동 자체뿐 아니라 노동이 체화된 기계노동을 인간주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빈곤 근로층, 고용 없는 성장의 문제를 풀어간다. 성장산업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향유되도록 한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선진국에게 제로성장을 요구하고 스스로도 자원약탈적인 경제성장을 자제한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질서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적, 친고용적, 친복지적 경제발전을 추구한다.
 
(2) 균형성장과 사회정의
 
사회적 경제질서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부의 세습을 차단하며 중산층이 확대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소득과 부의 증대를 촉진하도록 일반경제 활동을 계획한다. 따라서 헌법과 법률이 허용하는 시장경제 범위 내에서 기업의 자유는 인정된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경제질서는 민생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자본의 절제를 통하여 국가경제와 개인생계의 균등한 충족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 균형성장과 사회정의를 달성하는 경제민주화조치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체 경제의 발전과 균형을 위해 긴급한 경우 민간영역에 개입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적당한 생활수단을 보유하고 사회의 물질적 자원의 소유와 지배가 공공복리 향상에 가장 적합하도록 분배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기업과 노동자 등 경제주체가 균형 있게 조화로인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경제적 평등을 조성한다. 경제계획은 경제안정의 틀 내에서 국부를 공정하게 분배하고 지역적, 인적 소득배분을 균등화하는 조건을 형성해야한다. 불균형성장에 직면하거나 경제적 위기에 처한 지역의 산업과 고용을 지원할 수 있다.
경제적 조직의 운영이 공공에 유해하게 부 및 생산수단의 집중을 초래하지 아니하도록 한다. 따라서 경제계획은 시장지배력이 있는 기업과 조직에 의한 가격형성상의 자의를 저지하고 부당경쟁을 제한한다. 독과점과 담합 등 경쟁력의 남용을 규제한다. 소비자와 이용자의 안전과 권리 및 경제적 이익을 보호한다. 소비자운동을 보장하고, 관련 기업은 상품에 대한 정보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균형성장과 사회정의의 구현은 장기적으로 경제의 체질을 강화시켜 성장잠재력을 높인다. 균형성장과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경제계획의 최우선 목표는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여 적절한 고용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취업한 국민의 경우 적절한 임금에 부족한 부분을 복지제도, 주거수당, 식료품 수당 등 사회적 임금으로 보상해준다. 장상환(2004)에 따르면 경제발전의 초기에는 적당한 소득불평등이 저축의 증가를 통한 자본축적을 가능하게 하지만, 경제발전의 성숙기에는 소득불평등이 인적자본에 대한 원활한 투자를 저해하고 기술혁신의 역량과 여건을 악화시켜 성장잠재력을 훼손한다. 적절한 분배를 통한 인적자본의 원활한 축적이 지속적인 안정 성장에 도움이 된다.
완전고용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실업자는 사회적 임금과 복지제도, 공공근로로 구제한다. 누구나 소득에 비례하는 조세와 사회보장비용을 부담하고 사회보험과 사회복지 혜택을 누린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복지는 조세납부와 비용부담에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제공된다.
복지를 특혜가 아닌 참여민주주의의 기초로 재설계하고, 복지의 이해관계인을 연대와 평등을 지향하는 복지동맹으로 조직한다. 복지의 수혜자인 노인, 젊은 엄마, 무주택자, 장애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을복지연대로 조직해야 한다. 복지모델을 실현하려는 민중권력을 조직해 낼 때 대안사회와 대안권력의 맹아를 키울 수 있다.
 
(3) 시장기능의 회복
 
첫째, 생산수단과 시장을 독점하는 재벌을 해체하여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한다. 노동자들의 경영참여, 기업민주화 등 경영방식의 변화만으로 이러한 재벌의 소유구조를 개선할 수 없다. 따라서 독과점이 불가능하도록 기업분할제도를 활용하는 한편 지주회사의 집중소유를 분산시킴으로써 재벌을 해체한다. 재벌 중심으로 국부가 편재되고, 이윤이 배분되는 구조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소득이 지나치게 감소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독자적인 사업을 갖지 않고 다수의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 본사인 지주회사를 해산한다. 상호출자 등으로 왜곡된 재벌들의 재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무상지원과 특혜 등 부당한 이익을 환수하고, 나머지 자산에 대해 보상하여 사업의 성격에 따라 국공유화 혹은 국공영화를진행해야 한다.
주요 산업의 경우 실질자본에 부응하게 감자하는 한편, 그 지분을 국민주 방식으로 유상 환수하여 민주적 참여기업으로 전환하고, 잔여분은 국채를 발행하여 인수한다. 국가가 환수하고 남은 주식은 일반입찰, 인수매각, 종업원 매각 등으로 매각한다. 재벌총수의 가족들과 임원이 소유한 주식도 지주회사의 주식과 같은 방식으로 강제 처분한다. 지주회사의 부활을 막기 위해 자회사와 재벌 총수의 가족과 임원들에게 매각하지 않으며 매각대금은 일정 기간 유통을 제한하는 정부채권으로 지불한다.
주식회사의 주식소유는 소비자와 노동자, 소액 주주에게 분산되며 경영의 민주화와 노동자의 경영참가가 보장된다. 외국인의 주식보유를 제한할 경우 외국자본의 철수로 주가하락이 예상된다. 일정 기한까지 매도하지 않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국가와 공공단체가 선매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둘째, 국가는 영세상공인, 저임금노동자, 농민 등 시장에서의 약자가 경쟁력을 회복하여 공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한다. 열악한 임금구조를 당장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은 임시직, 파견직 등 비정규직을 줄이고 이들의 차별을 철폐한다.
소득지원과 임금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 노동자, 영세상공인의 임금지불능력을 보완하는 사회적 임금제도를 확대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복지를 확대하는 등 사회적 임금을 개선하여 국민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킨다. 저소득층에게 주거수당과 식료품 수당을 지원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지역의 중소기업이 지불능력이 부족할 경우 임금의 일부를 지원한다.
사회적 빈곤층에게 적절한 자산소득을 보장한다. 자산소득이 빈약한 경우는 공공산업과 기간산업의 이익을 분배하도록 한다. 국가는 경제정책의 혜택으로 막대한 이윤을 내는 주요 사업체나 고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규모 자동설비를 국공유화하여 그 이윤이나 주식을 저소득층에게 낮은 가격으로 배분한다.
스페인, 그리스, 캐나다. 이탈리아처럼 헌법에서 농어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 또는 우선개발 의무를 선언한다. 농업의 어려움은 저임금체제를 지탱하는 저농산물가격과 이를 구조화하는 수입개방에 있다. 정부는 저곡가정책을 강요하는 수매제, 농민후계자 제도, 농가부채, 농협 등 각종 족쇄들을 이용하여 농민들을 지배하고 있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농어민에 관한 한 자유무역주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국가는 토지의 분배와 경리에 있어서 자작농을 육성할 수 있는 규모의 면적을 보장해야 한다. 국가는 농민이 농업의 목적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도록 농지를 개간하거나 조성한다. 농민이 아닌 자가 소유한 농지를 적정가격으로 농민에게 매각하도록 한다. 농민과 영세상공인을 위한 원자재 구입, 경영과 기술 지원, 인력공급, 판매망구축, 금융지원을 담당하는 협동조합을 강화한다.
셋째, 부동산투기, 고리대 등 불로소득과 지하경제를 근절한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은 각종 토지 소유의 한도와 자격 등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부당한 토지거래를 제한하고 공한지 및 유휴지에 대한 중과세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토지거래의 신고허가제와 가격 공시제(일본), 국가의 토지선매(先買)(영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개발허가 및 건축규제(영국, 프랑스 등)를 실시하고 있다. 대만의 제헌헌법은 토지가 국민전체에 속함을 선언하였고, 개인은 법률에 따라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으나 국가는 개인의 토지를 매수할 권리를 가졌다.
전 토지에 대한 국유제 시행은 건국초기에 실시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 사유화된 토지에 대한 보상이 불가피하고 그 금액이 막대하므로 토지 국유화는 불가능하다. 다만 국공유지를 민간에게 매각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택지 소유를 금지하고 초과된 택지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우선적으로 매수하도록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는 중소규모의 공공주택의 공급을 독점하여 전체 주택량의 20%를 임대주택으로 확보하도록 하고 원칙적으로 민간에 대한 매각을 금지한다.
노력과 자본을 투하하지 않은 채 증가한 토지의 가치는 초과이득세의 부과 등을 통해 전체 국민이 향유한다. 초과이득세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는 개발이전의 가격으로 국가가 매수하던지 비슷한 조건의 토지와 교환하도록 한다.
 
 
2. 사회적 소유를 통한 공공재의 연대성강화
 
1) 공공산업과 기간산업의 국공영화
 
첫째, 공익서비스를 공급하는 공익산업을 전면적으로 국유화, 공유화 시킨다.
공공재는 수익자부담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자발적인 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며, 그 결과 수요와 공급이 일치될 수 없는 재화와 용역이다. 따라서 공공재 규모와 가격 결정은 정치기구에 맡길 수밖에 없다. 공공재의 성질로는 어떤 사람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를 방해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편익을 받을 수 있는 비경쟁성·비선택성,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특정 개인을 소비에서 제외시키기가 기술적으로 곤란하다는 비배제성 등을 들 수 있다. 공공재의 종류를 보면 업무의 성격상 입법작용, 행정작용, 사법작용과 같이 민간이 할 수 없고 국가가 직접 담당해야 하는 부문이 있다. 또한 택지개발과 공급 및 주택단지 건설, 종합병원, 학교 등과 같이 국민의 중요한 기본권과 관련이 있지만 민간산업으로 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가 있다.
이와 같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식산업은 원칙적으로 민간산업에 맡기지 않는다. 공익산업은 국가, 공익법인,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도록 한다. 자유방임주의를 주장한 아담 스미스에 의해도 공공재는 국가가 공급해야 한다. 공공역무의 성격을 가진 기존의 사기업은 법률에 의한 보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국공유화하거나 국공영할 수 있다. 보상의 기준, 보상기간, 분할지급과 그에 따른 이자의 제한은 법률에 규정한다.
<10> 공공재 운영주체 현황과 입법례
 
운영
종류
공공화 사례
기본권
민영원칙
병원, 공동주택
종합병원(프랑스) 무상교육(유럽다수)
공공주택(스웨덴은 40%)
공영과 민영
정규교육
공익
사업
공영
철도, 지하철, 상하수도, 발전전력, 우편전신전화
한국전력, 광업공사 서울시영버스(1967-1974)미국(시티은행 36%지분확보) 스웨덴(카네기은행)
민영
시내버스, 은행보험
민영원칙
가스석유, 비료화학, 광산
공영과 민영
방송통신
기간
산업
공영
발전소, 철강
포철.
민영원칙
비료, 화학소재, 광산
민영
군수
공공
시설
공영
항만, 공항, 도로, 하천, 공원
 
 
모든 학교는 국립과 공립으로 전환한다. 대학은 특화시키고, 평준화시키되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국공립대학부터 공동전형과 공동학점, 공동학위제을 시행한다. 대학입학고사를 절대평가시험으로 전환한다.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을 없애고 건강보험료 이외에 본인부담금을 폐지한다. 평균소득 이하의 국민에게는 건강보험료를 면제한다. 광역단위별로 국립병원을 설치하고, 시군구 보건소와 읍면동 보건지소를 설립한다.
주택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주거기본권의 대상으로 설정한다. 1가구 1주택 이상의 보유는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가 필요하다. 택지의 개발과 공급, 재개발은 국가와 공공기관만이 할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택청을 설치하고 주택공급, 임대, 재개발과 재건축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공공조합을 육성한다. 중소형 공동주택의 공급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만이 공급할 수 있으며, 임대용으로만 제공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체 주택량의 일정부분을 임대주택으로 보유하여 주택시장에서 지도적 공급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개인과 사기업은 주택임대업을 할 수 없다. 모든 주택임대차는 표준약관에 따른다. 무주택자에게는 소득과 주거형태에 따라 주거수당을 지불한다. 토지와 자연환경은 다음 세대도 영원히 향유하도록 그에 대한 개발과 이용을 적절하게 규제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를 건설한다.
둘째, 천연자원, 상하수도, 전력, 석유가스, 방송통신, 대중교통, 사회간접시설의 공급과 운영 등 중요 국가 기간산업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진다.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하여, 공중의 일상생활에 불가결한 재화와 용역을 공급하는 중요 기간산업은 민간산업으로 할 수 없다. 사회간접시설은 도로, 항만, 하천, 공원 등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된 자연시설과 인공시설 등 공공시설을 말한다.
광물, 지하자원, 수산자원, 수력과 경제상 이용할 수 있는 자연력은 국유로 한다. 국가는 또한 공중자원 및 해저자원 등 국가자원의 개발과 보전 방안을 강구하여야 하며 이와 아울러 산악지역 및 도서지역에 있어서의 경제적 지위 향상에 특별한 역점을 둠으로써 지역발전을 기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식량과 에너지의 공급과 통제는 국가가 담당한다. 식량과 에너지의 자급자족율을 법제화하여 점진적으로 그 비율을 높인다. 안전성과 비용에 있어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는 미래에너지를 개발 육성한다. 다생산의 우량품종을 널리 보급해야 하며,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여 보관해야 한다. 식량시장의 강제 개방을 저지하는 것은 농민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전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고, 이후 자립경제를 수립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과제이다.
 
2) 민간부분의 선택적 공영화
 
우리헌법이 상정하고 있는 사회국가에 있어 사유재산이라도 그것이 공공성을 가질 때는 사회적 구속력이 강하게 작용하여 재산권이 제한되며 재산권의 성질상 당연히 예상되어 공공복리를 위해 일반인이라도 참을 수 있는 정도라면 보상조차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김문현, 2001: 332-334). 다만 아무리 공공복리를 위한 것이라도 그것이 재산소유자에게 특별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국가는 보상을 통하여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으며, 이때 특별한 경우 소유권을 박탈하는 수용도 가능하다(김문현, 2001: 57-58).
첫째, 은행, 철강산업, 화학비료 등 공익성이 적다고 해도 사업의 성격상 독점이 예상되거나 국제경쟁력으로 인해 독점이 상당기간 불가피한 중요산업은 단계적으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가 담당한다. 국가는 농림축수산업 원조를 위한 금융기관과 서민들의 생활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공공단체의 자조적인 금융기관이나 소규모 평민금융기관을 적극 지원한다. 국민의 저축은 주택공급, 소규모 농경지 보유, 국공영기업에 대한 투자에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사보험은 금지한다.
금융기관은 공공기업으로 전환한다. 개인의 사채업은 금지한다. 이자율은 대출원가와 물가상승율에 연동시켜 엄격히 제한한다. 주택, 교육, 의료 등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자금의 소요는 공공부문이 지원하며 특히 이를 위한 소액대출의 경우 국가가 특수은행을 설립하여 최종적으로 책임진다.
국가는 사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개입을 자제하는 한편 금융통화정책과 같은 거시정책으로 간접적인 통제를 한다. 다만 중요한 국방상 또는 국민생활상 필요가 있을 경우 법률에 의해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또는 그 경영을 통제, 관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용사업과 기타 독점의 성격을 가진 민간사업은 점진적으로 국공영화한다.
둘째, 공공재나 기간산업이 아니지만 국가산업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기업의 경우 그 소유 지분 일부를 국공유화할 수 있다. 노동이 체화된 대규모 자동설비에 의한 자동생산의 경우 그 일부를 국공유화하여 이윤을 자본이 독과점하는 것을 저지한다. 이 경우 특정 개인과 그 가족의 지분을 일정부분 이하로 제한하여 회사지배를 차단하고, 국가와 공공부문이 일정 지분 이상을 소유하여 경영과 수익의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다. 다만 전문경영인에 의한 책임운영도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수단의 국공유화가 경영의 국공영화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경우 경영은 전문인에게 맡기더라도 소유지분의 일부를 국가나 공공단체가 소유할 수 있다. 첨단산업을 공공부문이 육성할 수 있다. 민간의 재산과 사업이 국가경제와 국민생계의 균형발전에 방해가 될 경우 국가는 법률로 이를 제한하여야 한다.
2008년말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으로 16개의 민간기업을 보면 대부분 중공업, 통신, 에너지, 반도체, 검색사이트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공익사업이거나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국가 정책적으로 독과점이 허용되고 있는 산업이다. 이러한 독점적 이익은 국민다수에게 분배시켜야 한다. 일단 운영은 전문 민간인에게 남겨두더라고 지분 확대를 통해 분배의 정의를 구현하고 국가와 공공단체가 소유지분을 확보하고, 족벌적 경영을 근절시켜야 한다.
현재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연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우체국보험, 사학연금 등 34개에 이르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실태를 보면 금융부문이 2353,406억원(99.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복지부문은 1,842억원(0.1%)에 불과하다. 공익적 성격을 갖는 민간기업을 국공영화하는 방법으로서 순익을 주식배당으로 배분하고 이를 연기금을 시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매수하는 방안이 있다. 또한 법률이 정한 비율을 초과하는 주식에 대해 국가와 공공단체가 선매권을 행사하여 염가로 매수할 수 있다.
 
 
3. 내수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
 
첫째, 장기적인 수직적인 산업구조의 방향은 대만처럼 국공영화된 소수의 대기업이 수출을 통해 기존의 국제적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생산성이 향상된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이 내수와 고용을 주로 담당하는 구조이다. 따라서 소매업과 중소기업, 농업 등 고용창출효과가 큰 산업의 생산성 증대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고용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반면, 사업체의 규모가 작을수록 저임금구조가 심각하다. 2006년 기준으로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취업자는 484만 명에 달한다.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올리려면 생산성이 높은 신산업을 중소기업의 고유 업종으로 육성한다. 고부가가치산업이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국가가 사회적 임금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의 핵심부품산업을 특화하며 불공정거래금지, 어음폐지 등 대기업과 원하청 관계를 개선한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중소기업과 사회적 기업의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지원한다.
2006년도 취업자 2286만 명 중에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사람만 680만 명에 달하며 그 대부분이 영세상인으로 추정된다. 음식숙박업과 같은 저임금 서비스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는 등 산업구조를 조정한다. 적절한 임금을 받는 일자리가 증가하면 생계를 수단으로 하는 영세소매업의 남발을 억제할 수 있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며, 대기업의 소규모 서비스업을 제한한다.
둘째, 단순조선업처럼 노동집약적 산업, 부품과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중화학산업은 점진적으로 퇴출되고, 성장동력산업을 고효율,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남북의 부존자원과 연계된 부품산업, 산업기술을 발전시켜 원자재와 에너지에 대한 의존, 로열티를 줄인다. 국가는 태양열과 풍력 등 재생가능한 대체 에너지의 개발을 지원하고 공공부문은 의무적으로 대체에너지를 구매한다. 그 밖의 국제경쟁력 있는 정보통신, 환경산업, 동북아시아 물류센타, 풍부한 인적 자원의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시생활환경을 전반적으로 재구성하여 자동차 교통량을 줄이는 등 에너지를 절약한다.
셋째, 민간소비를 확대하고 조정하여 안정적인 내수기반이 유지 확대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부문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 국내경제에 있어서는 공공부문이 중심이 돼 시장과 계획을 경제조정의 수단으로서 활용한다. 주택, 의료, 교육, 교통, 통신 등 공익적 성격을 갖는 산업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담당하거나 공공법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급한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고용을 늘리고 적절한 임금을 보장한다. 공공부문의 질 좋은 고용을 늘리는 것은 국가 전체적으로 생산성의 편차가 큰 산업 간 수익을 균형적으로 분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초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반면, 이익의 회수는 장기간인 독점적 산업에 있어서도 공공부문의 역할을 늘려간다.
 
 
4. 자립에 기반을 둔 대외경제
 
1) 대외의존도의 개선
 
첫째, 대미, 대일, 대중 의존적인 무역을 벗어나 무역상대방을 다양하게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한국경제는 중동 등으로부터 에너지를 수입하고,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부품, 생산재, 정밀기계, 생산기술을 도입하여 중국과 미국, 유럽에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을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교역구조로 인해 에너지와 자원을 과잉 소비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에 대한 수입의존도 역시 높다.
중남미, 아랍, 아프리카, 동남아 등 비동맹국들과 경제교류를 확대한다. 제국주의 나라들이 장악하고 있는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하는 것은 최소화시키고, 중립적인 나라들로 수입을 다변화한다. 에너지와 식량의 운송방법도 기존의 해상, 항공 이외에도 육상, 철도, 배급망을 개발한다.
한국자본주의의 성장은 제국주의 자본이 주도한 수직적인 국제 분업으로의 종속을 심화시킨 대가이다. 미국과 일본은 냉전의 최전방에서 반자본주의 진영과 첨예하게 경쟁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을 요새화하였다. 또한 이들 분단국가에 대해 반공이데올로기 쇼윈도우(Anticommunism Ideology Showwindow) 정책을 취함으로써 독재정권의 경제성장을 지원해왔다. 이러한 한국경제 성장의 특징은 미국, 일본과의 3자간의 원조경제와 무역경제이다.
한국경제는 국내수요의 부족과 원자재 부족으로 인해 대외의존적인 발전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한국의 대외의존도(수출입총액/국내총생산액)IMF 이후 내수경제가 침체한 탓에 70%까지 악화됐으며, 최근 미국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100% 넘는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둘째, 자본의 대외의존도와 국부유출을 악화시키고 있는 제국주의 투기자본을 추방하고 금융주권과 외환주권을 확립한다. 주식시장의 경우는 국가와 공공단체가 보유하는 기업의 지분 비율에 따라 외국인의 주식보유를 금지하거나 일정한 비율로 제한할 수 있다. 외국인의 직접투자의 경우 지분의 취득제한, 경영참가의 요건강화, 투하자본 회수의 시기 제한 등 국내법적 규제에 따르도록 한다. 특히 외환은행의 론스타나, 쌍용차의 상하이 자본과 같이 인수합병을 통해 매매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를 제한해야 한다. 외국인은 토지소유는 IMF 이전과 마찬가지로 허가제로 한다.
주식시장의 외국인 보유비율은 19924.9%였으나 2006년에는 39.3%로 증가하였다. 미국 주식시장의 98%, 일본 주식시장의 86.7%가 국내투자이다. 단기적 투자이익을 노리는 외국인 주주가 많아짐에 따라 기업의 경영방침이 매출 중심에서 순익 중심으로 전환되었다. 한국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4년 상반기까지 외국자본의 배당 및 이자송금이나 로열티 지급, 우리 국민들의 해외 송금 등 외환유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모두 205조원의 자본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구제금융 당시 IMF의 요구에 따라 자유변동환율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원래 변동환율의 경우 국제수지가 불균형되면 환율변동으로 균형이 돼야 하나, 현실에 있어서는 환투기를 노리는 국제투기자본의 개입으로 시장이 불안정해진다. 이남과 같은 대외의존적이며 소규모개방경제는 경제조정능력을 상실하고 심각한 타격을 입기도 한다. 특히 단기적 투기자본은 해외자금의 필요성이 적은 경제안정기에 유입됐다가 자본경색이 일어나면 일시에 철수한다. 국제투기자본은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있으며, 평가절하로 인한 수출증대가 경상수지를 개선시키지만 결국 국부유출을 증가시키고 있다. 웬만한 경제력을 갖지 않으면 국제적 투기자본의 담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특히 자립기반을 강화해야 한반도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때 겪게 될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대규모 인출사태로 금융시스템이 정지되거나, 외국자본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 주요 기업이 도산할 수 있다. 또한 국민소득이 급격히 줄고, 각종 재화와 용역의 결핍으로 일대 혼란이 조성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정부는 자본의 국외유출제한, 제국주의자본의 특혜 폐지, 투자수익의 회수 제한, 대외채무 지급의 중단, 불평등한 통상조약의 폐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일본 등 경제강국과의 갈등과 보복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2) 신자유주의 국제무역금융제도 탈피
 
첫째, 공평하고 호혜적인 국제무역금융관계를 정립한다. 국가는 대외무역을 장려하고 지원한다. 일정규모 이상의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 하에 둔다. 국가는 국외에 거주하는 국민에 대하여 그 경제사업의 발전을 지원한다.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을 육성하되 무역의 수익은 국가에 의해 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분배된다. 농업 등 국제교환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국가의 소득보전으로 보상한다.
냉전체제가 무너지자, 한국경제를 후견해왔던 미국이 한국에 대해 무역과 자본의 자유화를 강요하였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조정 실패와 개발도상국들의 반발로 인해 다자간무역협정은 큰 진척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경제대국들은 북미자유무역지대처럼 자국중심의 경제협력체를 구축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강요하고 있다.
국제무역체제에서 제국주의 나라들은 값싼 원자재를 구입하여 소비하거나 가공 수출함으로써 이윤을 챙기고 있다. 또한 제국주의 나라들은 개발국에 자본을 투자하여 자신들에게 필요하지만 이윤이 낮은 상품들을 생산하여 자신들에게 수출하도록 하고 있다. 개발국의 저임금 덕분에 제국주의 나라들은 경공업 소비재, 사양산업 제품, 환경저해산업 제품 등을 값싸게 공급받고 있다. 반면 제국주의 나라들은 경공업 소비재 생산에 필요한 생산재를 수출하고, 생산기술의 특허료를 받고 있으며, 투하 자본의 이윤과 대여자본의 이자를 받고 있다.
문제는 제국주의 나라들의 필요에 따라 개발국의 경제가 일정부분 성장하지만 대부분 국부가 유출되면서 잠재적 능력만큼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또한 경제성장의 성과가 제국주의 나라와 관련된 특정산업이 불균형성장하고 있어 사회 전반의 평등과 정의에 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김인준(2008)에 따르면 과거에는 국제금융이 무역의 보조수단이었으나 현재는 독자적인 금융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이 되었다. 외환거래의 95%가 투기목적 거래이다. 금융이 실물경제를 좌우하게 되고, 금융시장은 국제적 투기자본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 미국이 세계 10대 헤지펀드 중 JP 모건, 골드만삭스 등 9개를 차지하고 있다.
 
3) 경제공동체 형성
 
첫째, 개성공단, 금강산지구와 같은 남북 간의 경제교류를 확대하여 남북경제공동체를 추진한다.
남북교역량은 2008년 전체 수출입액의 0.2%에 불과하나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2008년 이북의 중국과의 교역량은 278천만 달러로 전체의 73%에 해당한다.
중국과 대만은 양안의 통항(通航)과 통상업무 확대(通商), 상호 우편업무 확대(.) 등의 삼통(三通)을 통한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확대에 힘쓰고 있다.
특별경제구역을 설정하여 이북의 관광자원뿐만 아니라 지하자원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여 활용할 수 있다. 2007년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이북의 광물은 대략 4조 달러의 가치가 있는 반면 이남은 2006년 현재 금속광물은 99.7%를 수입하고 있다.
또한 2004년부터 이북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탐사 작업을 벌이고 있는 영국의 석유개발 회사인 아미넥스는 채굴 가능한 원유매장량을 40~50억 배럴로 추정하였다. 이밖에도 북중 국경지대에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등을 이용하거나 에너지 파이프관을 건설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자원 확보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체제에서 탈퇴하고 대안적인 국제경제협력체를 모색한다. 경제협력체는 다자 간 무역특혜협정, 자유무역지대 설정,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와 같은 관세동맹, 공동시장, 현재의 유럽연합과 같은 경제동맹 등이 있다.
 
<11> 주요 지역통합체 역내무역 비중(김세영, 2008)
연도
ASEAN
EU
MERCOSUR
NAFTA
비교(동북아)
1986
16.4(6)
56.8(12)
10.0
36.4
 
1995
20.4(7)
61.7(15)
19.2
42.2
18.6
1997
21.2(9)
54.8
22.4
44.4
18.6
1999
21.8(10)
62.0
19.8
46.8
19.2
2001
22.2
59.5
17.9
46.5
21.2
2003
22.4
60.6
14.8
44.8
23.7
2005
24.9
64.2
15.4
43.6
23.7
경제동맹이 형성되면, 유로화같이 그 지역에서 화폐를 공통으로 사용하면 이미 태환능력을 상실한 달러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달러체제에서 미국은 실물경제에 제한받지 않고 긴급할 경우 달러를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에 외환위기에 대비하거나 기타 예비적 목적으로 달러를 대량 보유할 필요가 없다. 반면 다른 나라는 경제위기에 직면할수록 달러 보유고를 높이기 위해 미국이 발행한 달러를 무역을 통해 흡수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달러 대신 국채를 발행하면 달러보유국은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고 미국정부에게 달러를 지불한다. 결국 미국은 세계금융외환체제와 세계무역체제를 통해 자신의 경제위기를 타국에 전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달러보유고가 충분하지 못한 나라들은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다만 지역협력체의 규모가 보장돼야 미국중심의 무역체제와 금융체제에 좌우되지 않는 자생력을 가질 수 있다. 1948년 당시 6개국이었던 유럽연합(EU)은 역내 무역비중이 20.9%였지만, 40년 동안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60%에 도달하였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로 구성된 NAFTA는 출범 당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역내무역 비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남미공동시장(MERCOSUR)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 보듯이 경제협력체제가 성공하면 지역통합도 가능하다.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에너지와 자원의 공급선을 확보하고, 공장을 설치해주는 대신 시장을 제공 받을 수 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예에서 보듯이 무상의료서비스, 약품서비스, 기술교육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다. 또한 미국의 보복에 대처하는 국제적 연대와 지원체제, 현물교환방식과 국제청산제도, 지역통화(LETS)방식을 국제간 거래에 원용할 수 있다.
셋째, 남북경제공동체와 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추진한다. 일본의 경우 전후조치를 완료하고 친미일변도를 청산하고 타국에 대한 정치경제적 야욕이 사라졌음이 증명되지 않는 한 동아시사경제공동체에 결합하는 것은 인근 나라들의 정서상 힘들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정치경제적 지배의 야심이 없는 조건에서 경제공동체를 함께 할 수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동아시아의 경제가 발전할수록 동아시아 경제공동체의 요구가 증대할 것이다. 부족한 에너지는 중남미, 일부 중동과 협력할 수 있다.
경제통합이 가능하려면 경제발전단계와 산업구조가 동일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통합을 통해 경제구조가 상호 보완되어야 한다. 또한 정치와 경제 측면에서 대외 정책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 유대관계가 가능해야 한다(심경섭, 2003:320).
다른 한편으로 유럽연합이나, 미주처럼 지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재화와 용역의 자급자족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 지역 내 국가 간의 경제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부국과 개발국, 저개발국 사이에 상호 이해관계가 형성되기 어렵고, 설사 공동체가 가능하더라고 수직적인 분업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생산재의 구입, 소비재의 수출이 가능해야 한다. 한국은 중국에 수출할 공산품은 많지만 수입할 생산재나 기계류, 기술은 별로 없다. 따라서 미국, 일본이나 독일 대신에 지역 내에서 생산재와 생산기술을 구매할 수 있는 공급국을 발견해야 한다.
남북경제공동체나 동아시아공동체의 전제조건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정치적 안정이다. 그러므로 북미정상화와 북미불가침, 북일정상화, 한반도 전쟁종식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이이 대항하여 일본과 호주를 축으로 하는 아시아-태평양 친미 경제공동체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5. 지역경제
 
입지조건에 따라 주요산업기반을 균등하게 배정한다. 전국적인 대형공기업은 조건에 맞게 지역별로 분산한다. 지역에서 대부분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중소상공업을 육성한다. 지역생활경제와 밀접한 업종은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한다. 예를 들어 소규모의 재화와 용역을 판매하는 서비스업은 지역 주민만이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 민간은 대형할인마트를 복수의 지점에서 운영할 수 없도록 한다. 민간에게 대형할인마트를 허용할 경우에도 지역상인들이 협동조합의 형태로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 전국적인 할인마트이 체인점은 국가, 협동조합 등 공공부문만이 할 수 있도록 한다. 영세상인이 스스로의 경제활동을 통해 자립하도록 지원한다.
중요 기본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공재를 책임진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는 점진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한다. 다만 유치원의 경우 다양한 공공단체의 운영을 설립하고 지원할 수 있다. 국립병원은 각 광역단체별로 분소를 설치한다. 도립병원, 광역시립병원, 시군구병원은 종합병원으로서 설치하고, 읍면동 단위에 보건지소를 운영한다. 국가는 주택청을 운영하고, 시도는 공동주택의 공급과 관리를 담당하는 공공단체를 설립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할 경우 관련 공법인을 설립하여 운영한다. 사회적 기업이 탁아소, 간병인, 재택도우미 등 소규모 공공서비스를 담당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지역경제에서 민간과 국가, 지방자치단체 뿐 아니라 사회적 기업과 같은 다양한 공공단체의 역할을 높인다. 사회적 기업은 민간상업시장, 경제계획에 속하지 않는 제3의 부문이다. 민간부문이 담당하는 지역차원의 공공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3부문은 개인, 노동조합, 공공단체 등이 구성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은 주부와 학생 같은 파트타임구직자, 정년퇴직자, 노동능력 일부 상실자, 구직활동인 자, 일시적 실업자 등에게 2차적 노동시장을 형성하는 기능도 한다.
과거 사회적 기업이 공공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자조적인 공제조합을 만드는 방법으로 사회적 기업이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종교단체나 자선단체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1995년과 1996년에 독일의 복지연합체는 전체 제3부문 총고용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제3부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주관리의 원리, 보조금의 원리, 공동경제의 원리 등이 확립돼왔다. 스웨덴의 경우 2000년 당시 성인인구의 90%가 하나 이상의 제3부문조직에 가입돼 있다. 1991년 이탈리아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관한법 제381를 제정하여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시켰다. 2005년 영국은 사회적 기업의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사회이익회사법을 추진하였다. 현재 한국의 주택조합은 무주택자를 위한 경우는 거의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스웨덴에서 60% 가량의 주택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주택협동조합은 이윤분배를 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제3부문의 법적 지위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따르면 주로 자활사업과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1999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국에서 제3부문은 잔여적 복지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도에 의해 근로와 연계된 복지를 수용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지역차원에서 주택, 의료, 교육, 자연환경과 시설관리, 직업훈련 등과 관련된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 가능하다. 원래 이런 기능을 책임져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사회적 기업이 적절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한다. 사회적 기업의 소비자와 제공자를 지역네트워크로 조직하여 지역경제의 공공성을 담보하도록 한다. 지역 차원에서 도시와 농촌 간의 협동조합적 네트워크를 육성하여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을 보호한다.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려면 지원법제의 정비, 안정적인 자금조달방안 확보, 네트워크 협력기구 확대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안은 지역차원의 참여정치가 보장되고 복지와 고용 예산을 지역주민들이 제안, 감독할 수 있는 지방자치제도가 정착돼야 가능하다. 다만 사회적 기업이 복지서비스의 하위계약자로 전락하거나, 복지의 민영화를 겨냥하는 신자유주의 동원전략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6. 노동관계
 
노동자 자주관리, 공동위원회 제도를 확대한다. 이를테면 유고는 1950노동집단에 의한 국가경제기업과 상급 경제연합의 관리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하여 국가 차원의 노동정책 결정에 노동자를 참여시켰다. 또한 개별 기업의 생산과 고용 그리고 이익분배를 통제하는 기업의 최고관리체로서의 노동자평의회를 정착시켰다. 특히 1963년의 신헌법은 코뮌의회가 코뮌회의(지역대표)와 노동공동체회의(직장·직능 대표)로 구성됨을 규정함으로써 노동자의 자주관리가 정치수준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독일기업 역시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이사회와 감사기관인 감사회가 있으며 감사회는 경영자와 노동자 대표로 구성한다. 또한 복지와 인사 문제에 있어 기업 내의 근로자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동자자주기업을 지원한다. 노동자자주기업은 노동조합을 두지 않고 노동자자주관리위원회를 두고 경영과 노사에 대한 결정을 한다. 의사결정과 수익분배는 출자비율에 의하는 것이 원칙이나 출자는 제한된다.
단체교섭에서 노동자의 지위를 강화시켜야 한다. 공공부문과 기간산업의 경우 전체 경제계획과의 관련성으로 인해 노사정의 집단교섭이 필요하다. 모든 직장에 노동조합이 과반수이상 참여하며, 노사관계에 대한 주요결정을 하는 직장위원회를 설치한다. 직장위원회는 이사의 과반수이상을 선출할 수 있다. 공공단체의 직장위원회는 감독기관 추천에 의한 자, 공공단체, 노동조합으로 구성한다. 모든 민간 기업은 순익의 일정부분을 노동자기금으로 할당한다.
사회적 기업의 생산성이 낮은 경우라도 고용을 창출하는 경우 임금의 일정부분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다.
직장을 상실한 모든 노동자는 최저생계비 이상의 실업수당을 지급받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정한 기간 내에 개인에게 적절한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전직훈련, 일시적 노동의 기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직업소개와 고용의 중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만이 할 수 있다. 장기휴직으로 인한 임시적 업무의 경우에만 파견업이 가능하다. 군인을 제외하고 모든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한다. 국가는 점진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시켜야 하며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와 함께 법정근로시간 미만의 표준근로시간을 설정해야 한다.
 
 
 
IV. 결론
 
한국자본주의의 천민성은 일제의 적산불하와 미국의 원조를 기반으로 한 재벌형성으로 시작하였으며, 이는 정경유착에 의해 가능하였다. 고리대와 부동산 투기 등 기생자본의 발호, 광범위한 비정규직과 저임금이 잠재적 폭력이라면 노동탄압은 노골적 폭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산업구조의 왜곡과 대외의존적 성장, 그에 따른 국내산업의 공동화 현상, 지역불균형성장은 한국 경제의 파행성이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체제공존의 통일연방국가 내에서 남한경제의 이러한 종속성, 파행성, 천민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남측의 경제질서로서 제기되었다. 이는 장기적 혼합경제로서 체제공존의 통일연방국가 내에서 이남경제의 종속성, 파행성, 천민성과 이북경제의 폐쇄성, 경직성,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질서이다. 현실에 있어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중간지대로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남한이 먼저 보편적인 연방제를 도입한다고 할 때 현재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질서이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경제의 안정적 발전, 균형성장과 정의, 시장기능의 회복 등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계획을 부분적으로 활용한다. 사회적 경제질서는 특히 무상교육, 무상의료, 공공주택 확대와 같은 공공서비스, 즉 복지분야에서 폭넓은 경제계획을 통해 자본주의 병폐를 치유하는 연대사회를 형성하고 강화한다. 경제계획은 복지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회적 급부를 가난한 민중에 대한 수동적인, 즉 단순한 경제적 시혜로 보지 않고급부를 통한 참여를 조직해 나간다.
또한 사회적 경제질서는 공공산업과 국가 기간산업뿐만 아니라 식량산업은 물론 대규모 자동화설비 등 주요산업의 일부에 대해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를 확대한다. 여기서 사회적 소유는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단순한 국유화나 국영기업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나 노동자가 지분을 나눠 갖고 경제민주화가 적용되는 참여형 공기업이다.
또한 사회적 경제질서는 불평등한 국제무역과 국제금융의 제도에서 벗어나거나 개선하는 한편 남북의 경제교류를 확대하고 동아시아 중심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하여 장기적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의존을 벗어나고자 한다.
지역에서 사회적 경제는 교육, 의료, 환경 등 생활 밀접형의 공공서비스가 주요 대상이지만, 국가를 중심으로 한 계획경제와 자본을 중심으로 한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방식이 사회적 소유 형태의 사회적 기업에 의해 실험되고 있는 현장이라는 점에서 대안의 경제체제로 확장 발전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장원봉, 2006:29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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