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위기와 문정인의 망발

미국은 동북아의 지정학적 안보이익을 위해 조미대립을 조성하여 코리아반도를 군사적 긴장에 몰아넣고 미군의 주둔과 코리아분단의 명분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이러한 동북아의 안보불안을 유지하기 위해 조선을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적 인내를 묘책으로 삼아왔다. 이에 조선은 이러한 굴욕스런 코리아의 운명을 타파하기 위해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적 무기를 발전시켜 미국으로 하여금 대화에 나서도록 만들었다.
 
 
미국의 전략적 위기와 트럼프의 전술적 위기
 
본토 안보를 도모한다면 동북아의 안보를 포기해야 하는 형국에 내 몰린 미국의 전략적 위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선과 대화하지 않으면 본토가 공격받을 우려가 있다.
둘째 조선과 화해한다면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 코리아에서 철수해야 하고 코리아의 통일이 가속화되어 일본이 위태로워지고 그 결과 일본은 종미노선에서 일탈하여 장기적으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조선을 공격하지도 못하고 조선과 대화를 거부하는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조선에게 미국을 패망시킬 수 있는 전략적 무기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정책적 실패를 초래하였다.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 이러한 전략무기체계가 사실상 완성됨으로써 트럼프는 조선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세에서 트럼프가 아닌 그 어느 대통령이라도 조미의 공멸을 피하려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화에 나선 트럼프의 전술적 위기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대통령은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조미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데, 상원과 하원은 엘리트 정치인, 군산복합체제, 고급관료, 기성언론과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조미협상을 할 수 있는 역량과 대표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조미협상을 동의해 줄 의사가 없다.
미국의 기득권층이 조미협상 타결에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여주는 것은 협상타결이 동북아의 안보이익의 포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선이 아직은 본토 공격을 할 능력을 완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선의 붕괴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애써 자위하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의 존재 자체가 미국 정치제도의 실패를 상징하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조미협상이라는 미국의 운명을 맡기는 것을 미국의 수치라고 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어떠한 협상을 하던지 그것이 조선과 미국의 약속이 되려면 행정협정이거나 조약이어야 한다. 그런데 행정협정은 하원 과반수 의결이 필요한데, 하원 다수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 줄 리가 없다. 조약이 되려면 하원 과반수와 상원 2/3가 동의해야 하는데, 비록 공화당이 상원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으나 공화당 내부조차 트럼프의 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
 
 
트럼프의 궁여지책 인내적 대화
 
첫째 트럼프는 본질적으로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조미협상의 타결을 통해 자신의 외교 능력을 미국의 기득권층으로부터 인정받아 재선을 하겠다는 야심찬 전략을 수립하였다. 트럼프는 조선을 협박하여 전쟁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 후 조선을 굴복시켜 미국 기득권층이 동의해 줄 수 있는 조선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천박한 상술을 보여주었다. 트럼프가 조미대화를 얻어냈지만 대화에 주력할수록 조선을 공격하지도 못하고 조선과 화해하지도 못하는 미국의 고민을 기득권층의 협박과 관료들의 설득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둘째 재선을 통해 탄핵을 피하고자 하는 트럼프는 미국 기득권층의 반발로 인해 대화는 하되 협상타결은 미루는 인내적 대화라는 해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선은 모든 미국 대통령의 일반적인 소망이나 성적 추문, 부정부패, 러시아와의 밀약설 등으로 탄핵 위기로 치닫고 있으면서 리더십 난항에 처해 있는 트럼프에게 재선은 정말 절실하다.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사법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재선을 할 경우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나 트럼프가 대통령 퇴임 후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셋째 미국의 기득권층들이 트럼프가 조선과 화해할 경우 탄핵절차를 가속화하겠다고 협박하자, 트럼프는 조미협상 타결을 통해 재선을 도모하겠다는 애초 계획에서 탄핵을 지연시키고자 조미협상 타결을 미루는 수세적 입장으로 전환하였다. 실무진들이 합의서 초안을 만들어 놓았지만 최종적으로 국내 정치 문제로 인해 조미화해를 미루게 된 것이다. 하원 의원 출신으로 미국 기득권의 인정을 받아 상원 진입을 노리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같은 입장에 처해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런 국면에 처해 조선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은 아무 법적 효과도 없는 종전선언도 주저하면서 조선에게 모든 것을 내놓으라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이들은 조선과의 대화를 파국으로 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대화국면을 유지하면서 조선과 미국 기득권 사이에서 저울질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의 고민과 문정인의 종미적 태도
 
첫째 문재인 정권은 한국의 구조적 한계인 저출산고령화사회와 저성장사회에 대해 다른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묘책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업적을 내지 못하는 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없다. 문재인 정권 특히 문정인 특보는 미국의 조건과 한국정부의 한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남은 것은 행동뿐인데, 민족의 편에 서서 미국을 압박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 편에 서서 조선을 압박할 것인가?
당연히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과 같은 문제에서 우호적인 국내 여론을 등에 업고 치고 나가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 한미 FTA에서 개성공단 상품을 외국산으로 취급하지 말자는 과거 민주당 정권의 주장에서 보듯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민족 간의 문제이므로 유엔과 미국이 개입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 원래 김대중 이래 중도 보수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 시기에 이런 논리로 문재인 정부가 조선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 미국이 한국을 너무 압박하면 오히려 조선과 가까워 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강력하게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은 장기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곤경으로 몰고 가 굴복시키려고 하겠지만 그것 역시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일시적인 난관을 두려워 해 남북개선과 통일의 길을 거부한다면 우리 민족은 영원히 분단과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미국이 종전선언조차 담보하지 못하면서 조선에게 모든 것을 다 내놓으라고 생떼를 쓰는 상황에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문정인 특보가 미국의 황당한 몽니에 힘을 보태는 것은 자신의 사대적 본성을 어리석게 노출하는 셈이다. 지금 트럼프 정부는 국가간 약속인 조약과 정부간 약속인 협정은커녕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종선선언조차 주저하면서 조선에 대해서는 핵탄두, 장거리미사일, 잠수함발사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일체를 내놓으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우스운 것은 아마 조선이 트럼프 정부의 요구를 들어준다고 말이 안 되는 가정을 한다고 해도 미국은 인권 문제, 전략무기 수출 문제 등등 온갖 문제를 들고 나와 조선과의 화해를 거부할 것이라는 점이다. 요지는 현재 트럼프 정부가 조선과 화해할 역량이 부족하고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조미대화가 트럼프 정부의 한계 때문에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합리적이며, 용의주도하다는 문정인 특보마저 비상식적인 미국의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문정인 특보가 한국에 널려 있는 친미적 관료와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상술과 우리 민족의 절실한 요구 사이에서 사대적 태도를 보이면서 조선에게 굴욕적인 양보를 요구하는 것은 같은 민족의 성원으로서 낮 뜨거운 짓이다. 한국의 관료와 전문가들이 문정인 특보 같은 사대주의적 태도를 고수한다면 미국의 전략과 트럼프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조선의 화를 돋구고 트럼프의 만용에 힘을 실어주어 코리아반도에 다시 전운이 감돌 것이며, 그러면 문재인 정부는 정권재창출에 실패하고, 한국은 조선과 미국 사이에서 엄혹하고 굴욕적인 처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