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상근자 노동조합 출범을 축하하며

본인은 양규서 함계남 국장 관련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부족한 소임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함계남 국장에 대한 1차 징계를 했고 2차 징계를 추진 중입니다. 택시지부는 대책위원회 방영환 조합원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집행부는 공공운수노조 사무처 노동조합과 합세하여 양규서 국장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습니다. 

집단 괴롭힘을 당한 결과 자살 충동으로 인해 녹색병원에서 적응장애 진단을 받은 함계남 국장, 그 배우자로서 노조의 비동지적 대응에 분노하고 절망하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양규서 국장, 동지를 위해 최선의 지원을 한 방영환 조합원! 공공운수노조와 의료연대본부, 택시노조는 보살펴야할 자기 식구를 사지로 몰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운수노조 사태>는 다시 재연됐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본인은 <활동가가 존중받는 노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지원 및 감시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공공운수노조 상근자 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본인은 3명의 공공운수노조 조합원을 자본가다운 노조집행부로부터 보호하고 <공공운수노조 사태>를 전체 노동진영과 민중진영에 알려 운동의 교훈으로 삼고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립니다. 


1. 이데올로기 조직은 대의기관과 관료를 필요로 하나?

종교단체, 정당, 협동조합, 노동조합과 같이 특정 목적을 위해 활동하는 이데올로기 조직(경향단체)의 구성원은 자기 조직의 목적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조직원들의 이론적 실천적 수준이 일정하고 조직이 조직원의 전면적 삶을 보장해 줄 때 조직원들은 조직 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이처럼 조직과 조직원의 일체감이 높으면 밑으로부터 민주주의가 활성화돼 대의기관의 비중이 크지 않다. 토론하는 사람, 결정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이 일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직원들의 재생산을 책임질 수 있는 조직은 극히 드물다. 따라서 모든 조직원이 조직에 전념할 수 없는 상태가 일반적이다. 결국 조직이 커지면 토론하는 사람, 결정하는 사람, 집행하는 사람, 수동적으로 따르는 사람 등 조직 내 계층 분화가 발생한다. 따라서 조직을 대표하고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것만을 담당하는 상설적인 대의기관들이 생겨난다. 

고대 아테네에선 대부분의 노예들이 일상적인 재생산을 담당하였기 때문에 지배계급인 시민(부르주아)들은 조직의 집행(행정)업무를 순번제로 담당했다. 따라서 군대의 장군과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직업적인 관료는 최소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조직들은 조직원의 재생산을 책임져주지 않기 때문에 일반 조직원이 순번제로 조직의 행정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 즉 조직과 조직원의 일체성이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에 관료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2. 이데올로기 조직에 노동조합이 가능할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데올로기 조직이 규모가 클 경우 행정업무를 전담하는 관료들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관료들을 활동가라고 선해하여 부르기도 한다. 형식논리적으로 이데올로기 조직이 임금을 줄 때는 노사관계가 형성된다. 또한 이데올로기 조직은 자본주의에 구속돼 있으므로 자본주의 법제도를 적용받는다. 즉 대외적으로 노조의 정당성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이데올로기 조직의 내부 구성원 즉 신도, 당원, 조합원이 노조를 인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형식적인 노사관계를 이루고 있는 채용상근자가 이데올로기 조직의 조직원일 경우 내부의 정당성은 더욱 중요하다. 

노동조합이 필요한지 대형교회, 민주노동당, 의료(생활) 협동조합, 금속노조 등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 목표로 활동할 때 이러한 목표가 종교의 포교, 정당정치, 사회적 봉사, 자본가의 투쟁이라는 이데올로기 조직의 목표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 정당, 노동조합이 관료들을 임노동 형태로 고용하더라도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가 아닌 동지적 관계가 형성될 때 노동조합은 필요 없다. 조직의 목적에 따라 대부분의 문제들이 해결되기 때문에 채용 관료들이 굳이 노동법상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데올로기조직이 채용 관료에게 자본가적 행동을 할 때 채용 관료는 거기에 대응하여 노동자로서 권리를 주장하게 된다. 과거 민주노동당에서 당원인 상근자를 대량 해고하려고 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과거 공공운수노조에서도 집행부가 자본가처럼 행동하니 상근자들이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3. 왜 공공운수노조 상근자 노동조합이 필요했나?

노동조합의 관료들 중에는 채용된 자와 조합원 중에서 조합업무를 순번형태로 담당하는 전임자가 있다.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조합원이 조합의 행정을 순번제로 담당하는 전임자 방식이다. 이 경우 전임자의 노동조건과 경제적 이해관계는 노조가 아니라 자본가와 관련된 문제이므로 이들이 별도의 노동조합을 만들 필요도 없고 만들 수도 없다. 철도노조는 주로 전임자 방식을 쓰고 있다. 완벽한 산별노조라면 개별노조의 전임자가 공공운수 본부의 행정업무를 맡는다면 채용 관료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임자를 확보하는 투쟁이 어렵고, 무늬만 산별이므로 산별 차원에서 전임자 제도를 공유할 수 없다. 따라서 민주노총이나 산별 중앙의 실무 관료들은 대부분 채용된 노동자 신분이다. 

채용된 관료들은 노동조합 집행부가 자본가처럼 활동할 때 노동조합을 만들어 대응한다. 이번 공공운수노조 사태의 시발점인 의료연대 사태도 집행부가 채용 관료를 동지적 관계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자본가는 노동자를 기계처럼 소모품으로 다룬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가 정규직 전환 투쟁 등 과중한 업무로 부상당한 함계남 국장을 소모품처럼 폐기하려고 했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의료연대본부에서 채용 관료들을 수차례 사직종용의 방식으로 내쫒고 새로운 인력을 충당해왔다는 것이다. 

의료연대본부 사태가 공공운수노조 사태로 확대된 것은 공공운수노조 집행부가 의료연대본부와 밀접한 관계인 탓에 의료연대 측에 편향되는 등 사태 초기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대응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함계남 의료연대 국장, 양규서 공공운수 국장이 <공공운수노조 상근자 노동조합>을 설립한 직접적인 이유는 첫째 기존의 사무처 상근자 노동조합이 사용주에 해당하는 노조 집행부에게 자신의 조합원인 양규서 국장 징계를 요청하는 등 노조로서 자주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조합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째 의료연대와 공공운수노조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신고자 함계남 국장의 대리권을 부정하고 대책위원회를 부정했기 때문에 양규서 함계남 국장은 대리권과 교섭권을 획득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노조가 자본가처럼 조합원인 상근자를 탄압하고, 기존 상근자 노조가 사용주 편을 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상근자노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4. 상근자 노동조합과 공공운수노조 집행부와의 관계는?

1) 상근자 노동조합으로서 양규서 함계남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상근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자본가처럼 행동하는 노조집행부에 대응할 것이다. 

2) 활동가 노동조합으로서 노조집행부가 비민주적으로 과두화되거나 활동가가 부정적인 모습의 관료로 변질되지 않도록 역할을 할 것이다. 

3) 공공운수노조가 산별노조답게 열악한 본부, 지부, 지회의 상근활동가들의 처우개선에도 관심을 갖고 가능한 조치를 취하도록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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