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통합진보당의 강령

1)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강령
 
민주노동당 창당강령은 2000130일에 제정되었다. 정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전문 내용 중에서 사회주의, 생산수단의 사회화, 자주적 민주정부이며, 본문의 내용 중에서는 미국으로의 종속, 연방제 통일, 평화협정, 주한미군 철수이다.
민주노동당은 2011619일 강령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였다. 개정강령에서 정부가 추가로 문제 삼은 부분은 전문의 내용 중에서 4.3민중항쟁, 5.18민중항쟁 등 민중투쟁을 계승한다는 부분,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주권이며, 본문의 내용 중에서 통일방안으로서 연방제, 한미군사동맹 해체 등이다.
2011126일 통합진보당 창당강령은 통합주체인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가 2011828일 발표한 정책합의문과 같은 내용이다. 강령의 전문이 따로 없고 정책 중심의 본문만 있었으며, 정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평화협정과 주한미군철수이다. 통합진보당 창당 강령을 만들 때 3주체의 통합과정에서 강령의 전문에 들어갈 이념이나 노선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내심 진보적 민주주의를, 통합연대 측은 사회주의를 고려하였고, 국민참여당은 특정 이념에 대해 부담스러워하였기 때문에 이들 3자는 이념을 반영할 강령 전문은 총선이 끝난 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다.
2012512일에 개정된 통합진보당의 강령 중 정부가 문제 삼은 부분은 전문의 민중의 저항과 투쟁을 계승한다는 부분, 자주적 민주정부와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 실현 등이며, 본문의 민중주권, 국공유화, 평화협정과 한미동맹해체 및 주한미군철수 등이다.


<5> 진보정당의 정강 비교
 
민중당(1990)
민주노동당(01)
민주노동당(11)
통합진보당(12)
노선
민중주체 민주주의
사회주의 이상과 원칙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
진보적인 민주주의 사회
자주적 민주정부
자주적 민주정부
자주적 민주정부
자주적 민주정부
자주적 민주정부
민중주권
민중이 주인되는 (민중권력)
민중이 주인되는 (민중권력)
민중이 참주인되는
민중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경제
민중주도의 자립경제구조
민중중심의 민주적 경제체제
민생중심 자주자립 경제체제
민생중심 자주 자립 경제체제
국유화 대상
주요기간산업, 금융기관, 천연자원, 대소유 토지
통신, 운수, 병원, 학교
기간산업의 국유화
물에너지교육통신금융산업과 사회서비스
민중의 대상
(지지계층)
민중은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중간계층, 지식인, 여성, 청년학생, 중소상공인 등
노동자, 농민, 영세상공인, 도시빈민, 여성, 청년과 학생, 양심적 지식인의 지혜와 힘을 모아(본문에 어민과 소수자)
노동자, 농민 등 민중(본문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아동청소년, 노인, 미혼모와 이주민, 수형자 등 사회적 약자)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 일하는 사람들(청년 여성 빈민 사회적 약자 및 각계각층의 진보적 요구와 이해관계를 대변)
미군철수와 평화협정
주한미군철수와 평화협정
주한미군철수와 평화협정
주한미군철수와 평화협정
주한미군철수와 평화협정
통일방안
연방제
국가연합 혹은 연방제
연방제
연방제(대선공약)
대북 입장
 
북한사회주의 경직성
 
 
민주노동당 창당 강령에 소련식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북한식 사회주의의 경직성을 비판하는 문구가 있었고, 2011531일과 828일 통합 주체들의 합의문에도 북한의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문구가 있었는데, 통합진보당의 강령에는 이것이 삭제되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 통합진보당의 북한 추종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법무부, 2014:95,101,147). 하지만 북한 사회주의 비판 문구는 민주노동당처럼 통합진보당 역시 강령에서 사회주의를 택할 때를 대비하여 삽입한 것인데, 강령에서 사회주의를 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가 없어져 삭제된 것이다. 2011년 민주노동당 강령 역시 사회주의를 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 사회주의를 비판하는 표현을 삭제하였다.
<6> 통합진보당 창당 과정의 합의문 주요 내용
 
진보적 민주주의
북한에 대한 입장
미군철수 평화협정
연방제
주요기간산업의 국유화
5.31합의문
X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인간존중, 노동존중의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진보정당이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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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반대
8.28합의문
X
0
X
0
창당강령
X
 
0
X
0
 
2) 강령개정안 해설
 
민주노동당이 2011년 강령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하면서 개정 강령에 첨부하여 당대회에 공식적으로 제출한 문건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강령해설은 이에 따라야 한다. 정부는 이 강령개정안 해설을 진보적 민주주의의 위헌성을 주장하는데 전혀 인용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이 강령개정안 해설의 내용에는 문제 삼을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의 강령과 강령개정안 해설즉 공식적인 통합진보당의 목적은 정당해산의 사유가 될 수 없었다. 정부와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공식적인 강령의 내용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았음에도 비공식적인 강령 참고자료, 관련자의 언동을 이유로 공식적인 강령의 문언적 내용을 배척하였다.
 
 
 
 
 
3) 강령개정위원회 구성의 건 해설
 
이 문건은 ‘2009년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준비위원회 강령검토소위원회가 작성한 내부 보고서2009년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 안건 중 강령개정위원회 구성의 건에 안건 해설로서 첨부되었다. 안건 자체가 아닌 안건 해설은 안건을 설명하고 토론하기 위한 참고자료이므로 그 자체가 의사결정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이 문건 자체가 민주노동당의 목적을 해석하는 증거가 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통합진보당의 목적을 해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강령검토소위원회 보고서는 특정 입장을 채택한 것이 아니다. 이 보고서는 2011년 강령개정이 특정한 주도세력에 의해 숨은 목적을 갖고 암암리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2008년부터 3년에 걸친 전당적인 토론의 결과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이 문건을 보더라도 사회주의 삭제와 진보적 민주주의 삽입은 위장전술이 아니라 당내 치열한 토론의 결과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결론에서 보듯이 강령에 대한 다양한 의견 대립을 소개하고 향후 강령개정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보듯이 위원들 중에는 사회주의를 찬성하는 입장도 있고,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 보고서를 근거로 하여 2011년에 민주노동당 강령에서 사회주의를 삭제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한 것을 사회주의의 위장 혹은 사회주의 혁명의 단계론으로 규정하는 것은 일방적인 해석이다. 오히려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2008년 분당에 이어 2011년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 도입 당시 다함께를 제외하면 거의 탈당하였기 때문에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이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은 그 당시 당내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
2009년 강령검토소위원회 보고서의 내용은 2011년 강령개정위원회의 강령 개정안의 내용과 상관이 없다. 보고서에서 사용한 단어는 단계적 혁명론이 아니라 단계적 변혁론이었는데, 반면 강령개정위원회에서 단계적 변혁론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았다. 진보진영은 무력혁명으로 오인될 수 있는 혁명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고 변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보고서에 표현된 단계론 긍정 부정, 명시적 숨은 단계론 등은 실제 존재했던 명칭이 아니라 당시 십인십색의 의견이었기 때문에 이해의 편의상 논리적으로 가능한 경우의 수를 나누어 편집자인 김장민 기획위원이 임의로 명칭을 붙인 것이다.
이 문건의 내용은 단계적인 사회주의혁명론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그 결론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당내 이견이 심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향후 강령개정위원회를 구성하여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문건은 사회주의와 자주적 민주정부와 관련하여 논리적으로 가능한 여러 경우를 나열하였지만 정부는 그 중 특정한 경우를 그 문서의 결론인양 소개하였다. 이 문건에서 보듯이 강령전문의 내용에 대한 토론 결과 사회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사회주의를 비판하면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 서로 모순되었으므로 이 문건은 단계적 변혁론과 무관하다.
정부는 이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2011년 민주노동당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 도입 과정에서 사회주의 폐지가 아니라 실현방법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법무부. 2014b: 18). 하지만 그 당시 사회주의 강령을 지지하는 전제에서 토론이 진행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강령을 유지하자는 입장과 사회주의 강령에 반대하면서 미래의 국가상 정도를 제시하는 대중정당이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대립하였다. 사회주의 삭제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제시하는 논거는 사회주의 실현방법에 대한 이견이 아니라 사회주의 자체에 대한 삭제의 부당성이었다. 이러한 강령개정의 배경과 논쟁은 2011년 강령 개정 당시 강령 개정안과 함께 제출된 강령개정위원회의 보고 중 강령개정의 취지와 기본방향에 명시되어 있다.
 
 
4) 통합진보당 강령 해설 자료집
 
통합진보당 강령 해설 자료집은 공식적인 강령의 부속문서가 아니다. 이 문건은 강령이 확정된 후 201210월 통합진보당의 독립적인 부설기관이자, 연구기관인 진보정책연구원에서 강령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당원교육용으로 만든 것으로서 비공식적인 강령해설서이다. 따라서 당의 어떠한 대의기관이나 집행기관에서 이 문건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의결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통합진보당 강령 해설 자료집의 내용은 강령의 범위 내에서만 강령의 모호한 내용을 보완하는 의미를 가질 뿐이다. 즉 이 책이 강령에서 언급되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거나, 강령의 문언적 범위를 넘는 해석을 하더라도 이는 강령의 내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당의 공식적인 견해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강령과 통합진보당 강령 해설 자료집을 섞어 서술하는 방식으로 강령의 내용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하였다(법무부, 2014: 112).
통합진보당 강령 해설 자료집중 전문은 박0순 부원장이 21세기진보적민주주의를 업그레이드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통합진보당 강령 해설 자료집의 전문과 본문을 통일적으로 검토하면 진보적 민주주의가 헌법의 기본질서에 위반된다는 정부의 주장이 부당함을 알 수 있다. 이 문건의 내용이 다소 거칠지만 그렇다고 진보적 민주주의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정부와 헌법재판소의 주장을 입증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이 문건에서 현재의 정치체제가 형식적 절차적으로 주권을 허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주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표현을 인용하면서 통합진보당이 헌법의 국민주권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표현은 형식적 국민주권을 비판하고 실질적 국민주권을 주장하는 것으로서 일부 헌법학자들의 주장과 같다.
이 문건에서 말하는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세상이란 국민의 다수인 일하는 사람들이 다수결원리에 따라 국민투표를 통해 스스로 결정하거나 자신의 대표자를 통해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되는 정권이란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 집권한 정부를 뜻하며 다른 말로 민중정권이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은 당연히 통합진보당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표현이 자본가의 주권을 부정하고, 노동자 정권의 독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곡해하였다.
민중정권이란 민중의 정당 즉 일하는 사람들의 정당이 집권한 정부를 뜻한다. 영국의 노동당, 프랑스의 사회당, 일본의 사회당 정부와 같은 취지이다(법무부, 2013a:167). 집권전략위원회 보고서해설서에 따르면 민중정권의 정당성을 다수 구성원에 대한 구체적인 설득과 동의에서 구한다. 집권전략위원회 보고서토론자료는 민중정권은 자본가계급의 정권을 부정하지만, 특정계층의 정권참여를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집권전략위원회, 2009: 91). 다만 자본가나 소수특권세력이 통합진보당의 주인이 될 수 없는 것은 당의 정체성에 따라 너무 당연한 것이고, 이는 헌법이 보장한 정당의 자율성에 해당한다(법무부, 2013a:137).
정부는 통합진보당 강령 해설 자료집비타협적으로 싸운다는 표현을 통합진보당이 폭력혁명을 의도하고 있다는 근거로 제시하였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이 혁명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국가나 체제를 만들려고 하였다는 내용은 강령이나 통합진보당 강령 해설 자료집에 없다(법무부, 2013a:145).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은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법무부, 2014: 31)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진보적 사상을 비판적으로 계승한다(새세상연구소, 2011a:5). 통합진보당은 폭력혁명에 의한 집권이 아니라 제대로 된 다수결제도, 즉 독일식 정당명부제도처럼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당선거제도를 통해 집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당 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통합진보당의 강령은 복수의 정당이 선거를 통해 경쟁하는 다당제를 전제로 하고 있다. 다만 통합진보당은 진보대연합을 주장하기 때문에 다른 진보정당이나 진보정치세력과 함께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 강령 해설 자료집에서 표현하고 있는 비타협적으로 싸우는 대상은 소수세력의 특권이지 자본주의 자체나 국가가 아니다(법무부, 2013a:144). 정부는 이 문건에서 주장하는 특권폐지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하나 이는 국민들 간의 불평등을 없앤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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