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

2) 헌법재판소 결정의 문제점
(1) 헌법재판소 결정의 요지
다의적인 진보적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하여 먼저 집권전략위원회 및 강령개정위원회의 기획단장으로서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박0순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00, 0김장민00석 미주위원장 등의 문건과 주도세력의 언동을 참조할 수 있다피청구인의 우리 사회에 대한 인식변혁의 과제주체대상전술 그리고 연방제 통일방안 등에서 북한의 민족해방 민주주의변혁론과 전체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은 공안사건 전력현재의 이념적 실천적 경향으로 볼 때 북한을 추종하고 있다주도세력은 우리나라를 미국에 예속된’ ‘천민적’ 자본주의 또는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로 인식하고 있다주도세력이 내세우는 민중주권은 주권자의 범위를 민중에 한정하므로 국민주권주의와 다르다주도세력은 사회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정부로서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설정하였다주도세력은 이0기 내란음모사건에서 보듯이 대중투쟁이 전민항쟁으로 발전하고 저항권적 상황이 전개될 경우에는 폭력을 행사하여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고자 한다주도세력은 선거에 의한 집권을 하는 경우에도 필요한 때에는 폭력을 활용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주도세력이 추진할 통일국가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 이후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거친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이다.
개개인에 대한 형사처벌만으로 나머지 당원들의 활동을 막을 수 없어 정당 자체의 위험성은 제거되지 않는다부정선거폭력사태 등을 고려할 때 자정노력도 기대할 수 없다주도세력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나치당의 전례에서도 보듯이 이들은 언제든지 정치적 기반의 확대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따라서 정당해산 말고는 대안이 없다.

반면 김이수 재판관은 다음과 같은 소수의견의 제시하였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인민주권,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박탈수령을 중심으로 한 일당 독재의 추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도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0석 등이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에 관하여 당내 인식이 존재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적인 이상과 가치를 일부 포괄하는 광의의 사회주의 강령이지만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다진보적 민주주의는 여러 논리들과 정책들을 조합한 것에 불과하다통일방안 자체는 구체적이지 않으므로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 ‘민중주권은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치제도의 개혁을 이루겠다는 실질적인 국민주권의 의미로 이해된다민생 중심의 자립경제체제는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사회복지정의의 실현을 위하여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강화할 것을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피청구인은 선거에 의한 집권을 주장하고 있지 폭력적 방법에 의한 집권올 주장하고 있지 않다피청구인의 대중투쟁과 저항권 표현을 폭력을 선동하는 의미라고 볼 수 없다민주노동당이 비합법적 경향이 있는 국회 밖 민중전선체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당이 비합법적 투쟁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주파가 북한을 비판하지 않았더라도 이는 북한을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추종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남북의 내부문제 불간섭의 원칙을 이행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자주파의 비중이 더 커졌다는 사실이 종북 성향을 가진 사람들만이 피청구인에 남았음을 입중하는 건 아니다자주파의 과거 활동은 현재의 활동과 발언을 평가하는 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활용되어야한다특히 신념의 변화를 명시하는 경우 과거의 성향이 지금까지 잔존한다고 단정지울 수 없다0운 사건일심회 사건왕재산 사건에 의하여 피청구인의 의사결정이 영향을 받았다거나북한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북한의 직접적인 연계는 입증되지 아니하였다.
0기 등 주도세력이라는 개념은 주도의 의미가 모호하고주도세력의 범주도 확정적이지 않다0기 등의 발언은 피청구인의 기본노선과 현저하게 다르고0기가 주도한 모임 참석자들이 피청구인 전체를 장악하였다고 할 수 없으며 나아가 피청구인이 이 사건 모임 또는 모임에서의 발언을 승인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2)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비판
i) 통합진보당을 탈출할 수 없는 논리 감옥에 가두기(모든 경우의 수에 대응하기)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 해산사건에서 1) 독일공산당의 마르크스레닌스탈린주의강령에 대해 학문적 해석을 통해 그 의미는 폭력혁명론이라고 규정하고, 2) 독일공산당이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폭력혁명에 우호적인 조건을 만들려는 활용의 목적이고, 3) 선거에 의한 집권을 선언하고 있지만 조건이 되면 언제든지 저항권 행사를 명분으로 삼아 폭력혁명을 통해 집권하려는 의지가 있으며, 4) 스스로 단독으로 집권하지 않고 민주적 세력과 연합하여 집권한다고 하지만 이는 공산주의혁명론의 일종인 통일전선을 의미하는 것이고, 5) 다른 정치세력도 주장하는 같은 정책이라도 소련과 동독을 추종하는 독일공산당이 주장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며, 6) 독일공산당이 자유민주주의 통일국가를 말하는 것은 동독식 통일국가로 가기 위한 과도기일뿐이라고 판단하였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이러한 논리구조를 만듦으로써 독일공산당은 모든 경우에 헌법에 위반되는 정당이라고 논리적으로 증명된 셈이다즉 독일공산당이 탈출할 수 없는 논리감옥을 만든 것이다이러한 논리감옥에서는 강령의 내용이 합헌이라고 해도 내심 위헌의 목적이 있는 것이고헌법을 준수하는 행위를 하더라도 이는 헌법을 불법의 목적으로 악용하는 것이며현재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활동을 하더라도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폭력적이고 불법적인 활동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도 정부와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빠져나올 수 없는 이러한 논리구조를 만들었다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의 내심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으로서 학문적 해석이라는 객관적’ 해석을 하는 한편당의 공식적인 회의결과지도부의 공식적인 발언 등을 증거로 제시하였다반면 정부와 헌법재판소는 숨은 목적이라는 주관적’ 해석을 하고당의 공식적인 의사결정 대신자문기구인 집권전략위원회의 보고서연구기관인 진보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비공식적인 일부 지도부와 연구위원당원들의 언동주요 구성원들의 과거 국가보안법 전력 등을 제시하였다독일공산당은 당 자체가 과거에 폭력혁명을 실제로 시도한 바가 있었던 반면 통합진보당은 그러한 적이 없으나 정부와 헌법재판소는 이0기 의원 등의 내란선동 행위를 통합진보당의 행위로 인정하였다.
독일공산당 해산사건에 나타난 논리 감옥을 통합진보당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통합진보당(민주노동당)이 사회주의강령을 삭제하고 문언적으로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을 도입하였으나 진보적 민주주의의 숨은 목적이 대남혁명론을 추종하는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둘째통합진보당은 자신의 강령과 정책이 자유선거복수정당제권력분립 등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고 변명하지만통합진보당이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자체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폭력혁명이 용이하게 하도록 악용할 목적이기 때문에 내심에서는 자유민주주의를 활용하고 자신이 집권하면 종국적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폐기하고자 한다.
셋째통합진보당이 자신의 집권방법이 선거에 의한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이라고 선언하더라도 내심에서는 비합법적인 방법도 포기하지 않고 조건만 되면 언제든지 저항권 행사를 명분으로 삼아 비합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통해 집권하려고 하므로 북한의 폭력혁명론을 추종하는 것이다.
넷째통합진보당은 원내 소수정당으로서 단독으로 집권할 능력이 없다면서 예외적인 저항권 상황에서 다른 민주세력과 연대하여 집권한다고 하지만 이는 공산주의 폭력혁명에서 말하는 통일전선식 혁명을 말하는 것이다.
다섯째통합진보당은 다른 정치세력 역시 북한이 선전하고 있는 주한미군철수평화협정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다고 변명하지만같은 주장이라도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동조하는지에 따라 제재가 필요하고통합진보당의 경우는 북한에 동조할 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정치세력의 주장과 구분해야 한다.
여섯째통합진보당의 연방제 통일은 그 내용상 국민투표에 의해 국가형태가 결정되고통일 이후에 대한민국의 체제가 유지된다고 주장하나이것은 연방제에 대한 동의를 얻기 위해 과도기적 통일단계를 설정한 것에 불과하고 내심으로는 이러한 과도기를 거쳐 대한민국 국민을 의식화하여 국민투표의 방식 혹은 폭력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로 통일하려고 하려고 한다.
ii) “주도세력이 숨은 목적을 위장
정연주(2015: 219)에 따르면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이념적 편향성과 정당해산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되었으며특히 법리를 떠나 사실관계 오류논리적 비약근거가 박약한 사실관계의 인정 등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논리를 대부분 수용하였다전반적으로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북한을 악마화하고 북한의 주장을 절대악으로 전제한 후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주장과 행위가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식으로 전개되었다헌법재판소의 논리와 정부 논리의 차이는 헌법재판소는 북한의 지령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가 채택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정당해산사건에서 밝혀졌듯이 진보적 민주주의는 강령개정위원회와 전 당적인 공개토론을 통해 채택되었으며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할 당시 해방직후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참조하였다는 증거는 제시되지 못하였다정부는 소위 일심회 사건과 왕재산 사건의 지령문을 제시하면서 북한이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 도입을 지령하였다고 주장했으나 지령문의 진위와 상관없이 그 지령문을 받은 사람들은 강령개정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아니었고그 지령이 강령개정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다는 증거도 제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북한의 지령이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을 하지 않으면서도 판결문에 북한의 지령 자체는 있었다는 사실을 명시함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통합진보당이 북한의 지령에 의해 움직였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헌법재판소 역시 그런 주관적 심증에 따라 사실상 정부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헌법재판소의 논리와 정부 논리의 유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 자체는 모호하기 때문에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을 도입한 주도세력의 주장과 활동을 통해 진보적 민주주의의 숨은 목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통합진보당의 내면의 의도를 심판하였다그 결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남한 상황에 맞게 변형된 북한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NLDR)의 위장노선으로 해석하였다헌법재판소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체가 북한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고 보았으며이를 사회주의 실현을 단계적으로 추구하려는 코민테른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NLPDR)의 변종으로 보았다이처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의 강령 자체를 심판하지 않고 강령을 해석한 내용을 심판한 것은 독일공산당 해산의 논리를 빌려 온 것이다(법무무 2013a, 113-114).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달리 학문적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다의적 개념이라는 점을 무시하였다.
정당의 목적과 정당의 활동은 종합적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정당의 활동으로써 정당의 목적을 해석할 수 있다하지만 당원의 활동으로써 정당의 목적을 해석하려면 당원의 활동이 정당의 활동으로 등가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는 당원의 활동 => 정당의 활동 => 정당의 목적의 순으로 등가적으로 평가하였지만 독일공산당 해산결정과 달리 지도부나 대의기관의 공식적인 결정 내용을 거의 인용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개별적인 당원의 활동으로써 정당의 목적을 대체하여 강령의 문언적 한계를 벗어나서 자의적으로 정당의 목적을 해석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공식 문건에 기재되지 않은즉 공중에 공식적으로 공표되어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바가 전혀 없는 숨은 목적을 근거로 이0기 의원 등이 내란을 음모하는 회합을 열었다고 단정하였다(홍윤기, 2015: 276-277). 특히 이러한 숨은 목적즉 은폐된 목적을 정당의 위헌사유로 삼으려면 엄밀한 입증이 필요하나(정태호, 2014: 278), 헌법재판소는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한 문언적 해석을 뛰어넘었다또한 헌법재판소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취한 학문적 해석이라는 객관적 해석도 아닌 여러 정황에 미루어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특히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 내용으로 제기된 민중주권의 의미가 지배계급의 특권만을 배제하는 것인지주권 자체를 배제하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김종현. 2015: 396).
결국 이러한 퍼즐맞추기는 엄밀한 증거에 따른 사실인정의 결과가 아니고 추정과 유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한상희, 2015: 74). 이를테면 북한이 대한민국을 폭력으로 전복하려고하기 때문에 북한과 유사한 주장을 하면 그 내용의 타당성을 살필 필요도 없이 당연히 대남혁명론을 추종하는 종북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설사 북한의 주장과 같다고 해도 마녀사냥이 아니라면 그러한 주장의 어떤 내용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왜 위반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였다정당해산이 정당화하려면 북한의 주장과 유사한 점이 아니라 그 주장이 우리헌법에 의해 수용될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하였다북한의 주장이라도 우리헌법이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또한 이 같은 주장을 어느 누구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는 주한미군 철수평화협정 체결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같다고만 할 뿐 이것이 왜 정당해산 사유가 되는지 설명하거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송기춘, 2014: 108).
둘째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북한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위장인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종하면서 내란음모사건을 일으켰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대남혁명론의 일환이라고 판단하였는데주도세력의 기준이 자의적이다주도세력이라는 단어는 불확정개념이로서 법률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 평가가 가능한 단체가 아니다(임지봉. 2015: 374).
정부는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이 패권세력에 의해 장악되었다고 보았는데이 패권세력의 실체에 대해 가장 넓게는 NL 일반을 지칭하다가 전국연합을 중심으로 한 주사파를 지칭하기도 하였으며좁게는 경기동부 혹은 RO를 지칭하는 등 스스로 혼란에 빠졌다정부가 패권세력에 대해 혼란에 빠지자 헌법재판소는 주도세력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지만 이 역시 그 범위가 모호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0기 의원 이외에도 경기동부연합(000)과 광주전남연합(00), 부산울산연합(00000), 실천연대(000), 일심회(00등 정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들과 이념을 같이하는 당원들을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라고 규정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민주노동당을 통합진보당의 전신이라고 보는데민주노동당을 주도하였던 권영길과 천영세노회찬과 심상정은 주도세력의 명단에서 빠졌고특히 노회찬과 심상정은 유시민천호선과 함께 통합진보당 창당을 주도하였다00은 민주노동당 집권전략위원장과 강령개정위원장당정책연구소 소장을 맡았지만 주도세력에서 빠졌다정부와 헌법재판소는 김장민이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 도입을 주도하였다고 했는데역시 주도세력에서 빠졌다심지어 민주노동당 대표와 통합진보당 대표를 지낸 이정희도 빠졌다.
헌법재판소가 밝힌 주도세력은 결국 현재 통합진보당에 남아 있는 인사 중 과거 반제청년동맹 사건영남위원회 사건민족민주당 사건실천연대 사건일심회 사건 등 공안사건 관련자와 RO사건 관련자들을 추려낸 것에 불과하다다시 말하면 헌법재판소의 논리즉 민주노동당 창당부터 통합진보당 창당까지를 주도한 주도세력이 아니라 현재의 통합진보당이 북을 추종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현재 통합진보당에 남아 있는 공안사건 관련자들을 추출해낸 것에 불과하다특히 헌법재판소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이들 주도세력은 하나의 세력이 아니라 여러 정파가 연대하여 형성된 세력과 이들을 따르는 당원들을 말하는데통합진보당에 남아 있는 거의 모든 정파와 구성원을 지칭하기 때문에 주도세력이라는 개념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그리고 이들 주요 인사를 추종하는 당원의 기준이라는 것도 자의적이다.
무엇보다 대법원은 내란음모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지칭한 주도세력즉 RO가 형법과 국가보안법상 제재가 필요한 단체즉 음모 요건을 충족하는 단체성이 구비되었다는 점을 부정하였다대법원은 오히려 내란음모 부분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하고 개인들의 내란선동 활동만 유죄로 판단하여 헌법재판소 해산논리의 핵심인 주도세력의 개념을 사실상 배척하였다결국 헌법재판소는 주도세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수십 명에 불과한 개인들의 일탈행위를 통합진보당의 활동으로 본 것이다특히 우리헌법은 독일기본법과 달리 정당해산요건에서 정당의 추종자(Anhanger)의 활동이 아니라 정당의 활동을 요구하고 있으나 헌법재판소는 일부 당원들의 활동을 정당의 활동으로 폭넓게 해석하였다.
셋째헌법재판소는 목적의 위헌성을 활동의 위헌성으로써 보강한 것이고그 매개 고리가 주도세력인데목적의 위헌성을 다룰 때 주도세력과 활동의 위헌성을 다룰 때 주도세력이 달라지면서 헌법재판소는 자기모순에 빠졌다헌법재판소는 진보적 민주주의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자과거 공안사건 관련자의 활동을 진보적 민주주의와 연계시켰지만 정작 이들 주도세력은 강령 개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따라서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이 그 자체 내용이 모호하기 때문에 강령 도입을 주도한 세력의 주장과 활동을 통해 진보적 민주주의의 내용을 해석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그 자체로서 성립되지 않는다.
정부와 헌법재판소는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집권전략위원회강령개정위원회정책연구원에 근무하였던 최00, 0김장민이 강령 도입을 주도하였다고 밝혔는데00은 통합진보당을 탈당하여 민주당으로 갔고김장민은 통합진보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등 전혀 주도세력이 아니고 헌법재판소 역시 이들을 주도세력으로 보지 않았다0순은 2008년 이후 집권전략위원회 후반기에 당직을 맡아 민주노동당에서 최초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언급한 2007년 대선공약 코리아연방공화국안과 집권전략위원회 보고서」 작성에 관여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심판과정에서 문건과 증언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된 홍0석이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녹취록을 제시하였으나 홍0석은 강령 개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0석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은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종했을 수 있다설사 강령 제정과정에 참여한 인사 중에서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내심 지지한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포명하지 않는 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되는 강령상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법률적으로 일치시킬 수 없다.
넷째정부와 헌법재판소는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도입할 때 사회주의를 삭제한 것은 진보적 민주주의 즉 북한식 단계적인 사회주의혁명이라는 숨은 목적을 위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2011년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 당시 강령개정위원회는 사회주의를 위장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오히려 강령개정위원회는 사회주의 삭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하여 당 지도부의 권유에 따라 진보적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같이 병기하는 수정안을 윤0태 강령개정위원이 대표로 발의하였다이 수정안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지칭하는 주도세력은 당 지도부의 입장에 따라 거의 모두 찬성하였고 오히려 사회주의자들이 미흡하다며 반대하여 통과되지 못하였다이 수정안이 부결되었지만 재석 대의원 2/3에 30명이 못미쳤다는 점을 볼 때 주도세력은 오히려 진보적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를 명시한 것에 찬성하였던 것이다따라서 주도세력이 사회주의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진보적 민주주의로 위장하려고 하였다는 헌법재판소의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설사 이0기 등의 활동이 통합진보당의 활동으로 평가되어 통합진보당의 활동이 위헌이 된다고 하더라도 통합진보당의 목적인 진보적 민주주의 자체는 위헌이라고 단정할 만한 것이 없었다심상정과 노회찬유시민과 천호선 등이 포함된 통합진보당의 의사결정기관 즉 강령개정위원회지도부대의원대회가 김일성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염두에 두고 강령을 개정하였다는 것은 순전히 추측에 불과한 셈이다따라서 주도세력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최소한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자체가 위헌이라는 법적 판단이 도출될 수 없다.
iii) 비례성의 원칙과 한국사회의 특수성
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 결정을 하려면 헌법 제8조 제4항의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의 위헌성 이외에도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성의 요건을 추가적으로 충족해야 한다고 밝혔다즉 헌법 제8조 제4항의 요건이 구비된 경우에도 해당 정당의 위헌성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대안적 수단이 없고정당해산결정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정당해산결정으로 인해 초래되는 정당활동의 자유 제한으로 인한 불이익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라는 사회적 불이익을 초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경우에 한하여 정당해산결정이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비례성의 요건을 심사하는 기준으로서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는데대한민국의 특수성이 정당해산의 경우에 비례성의 심사를 배제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례성의 심사 안에서 고려해야 하는 요소인지 불명확하다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심판에서 입헌주의의 보편적 원리에 더하여북한의 대남혁명에 의한 체제전복의 위험성이라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동시에 숙고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비례성 요건의 구체적인 심사 안에서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하였다헌법재판소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선해한다면 한국사회의 특수성은 비례성 요건의 심사를 배제하는 것도 아니고비례성의 요건과 병렬적인 또 다른 요건도 아니고 다만 비례성의 요건을 심사할 때 보편적인 입헌주의 요소와 함께 고려하는 특수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헌법재판소는 비례성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통합진보당 해산은 북한 추종성의 중대함한국적 특수성피해의 최소성법익형량에 비추어 비례성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밝혔다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견해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북한 추종성의 중대함과 한국적 특수성을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성 요건의 독립적인 요소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북한 추종성의 중대함은 이미 헌법 제8조 제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 위반 여부에 대한 심사에서 인정된 것인데이를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성 요건 심사에서 다시 고려하는 것은 통합진보당에게 불리한 요소를 이중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정당해산 사유에 충족되는 요소가 동시에 비례성의 요건을 충족하는 요소로 작동한다면 제8조 제4항의 정당해산이라는 기본권 침해를 제한하려는 제37조 제2항의 비례성의 요건 심사를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헌법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것이다그런 논리라면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하는 사유가 비례성의 요건에도 부합되기 때문에 사실상 제37조 제2항의 취지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한국적 특수성이라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더라도 이미 제8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라는 요건에 포함되어 있다즉 우리헌법이 수호하려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국민주권권력분립자유선거복수정당이라는 입헌주의의 보편적 내용과 헌법 제3조와 제4조와 같이 한국적 상황으로 인한 특수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둘째헌법재판소는 피해의 최소성 즉 다른 대안적 수단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실을 검토하면서 심사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 심사만 하였다당연히 심사라 하면 논리적 명제를 구체적 사실에 적용하면서 심사를 해야 한다먼저 헌법재판소는 당원들에 대한 형사처벌만으로는 통합진보당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는다고 하였는데이러한 판단이 가능하려면 진행 중인 형사처벌이나 향후 예상되는 형사처벌이 구체적으로 통합진보당의 위험성을 제거할 수 없는 정도인지 살펴야 하는데이 부분을 그냥 순수한 논리로만 검토하였다일단 RO 사건부정선거 사건중앙위원회 폭력사건 등으로 인해 통합진보당의 주요 당원들이 구속당하였거나 수사 중이어서 통합진보당의 당면한 위험성은 억제되어 있는 상황이므로 이러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보고 나서 그러한 형사처벌이 통합진보당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제거하지 못하였는지를 판단했어야 하였다알다시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수백 명이 구속 혹은 수사 중이므로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했어야 하는데헌법재판소는 당원에 대한 형사처벌로써 통합진보당의 위험성이 제거되지 않는다는 논리적 검토만 한 것이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나 국회가 위헌적인 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을 스스로 제명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데이는 사실과 다르다통합진보당 중앙당기위원회는 이0김재연 의원 등을 스스로 제명한 바 있고국회는 이0기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결하였고0기 의원에 대한 제명안도 제출되었다0김재연 의원의 제명안은 통합진보당 의원단 총회에서 부결되어 실제로 집행되지 못하였지만자정노력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국회에서 이0기 의원에 대한 제명안이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인해 실제로 표결되지 않았지만 국회의 동의로 이미 구속되었고국회에서 설사 제명하지 않더라도 확정판결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다이런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굳이 통합진보당을 해산하지 않더라도 수백 명에 대한 형사처벌과 기타 조치로써 통합진보당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총선에서 득표율이 1928년 2.6%에서 1930년 18%로 1932년 37.2%로 급성장한 나치의 예를 들면서 통합진보당의 정당득표율이 낮아도 언제든지 주요정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이러한 판단 역시 한국정치와 통합진보당의 구체적 상황을 검토한 것이 아니라 논리적 검토만 한 것이다그런 논리라면 어떤 정당이라도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으므로 위험성이 인정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통합진보당 해산 당시 통합진보당이 종북정당폭력정당부정선거 정당으로 널리 국민에게 알려져 있었는데이러한 정당이 멀지 않은 장래에 선거에서 주요정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우리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현실은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정반대였다일단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에 통합진보당은 분당되어 당세가 약해졌다헌법재판소의 우려와 달리 국민들은 2012년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 이후에 오히려 통합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였다헌법재판소가 인정하다시피 통합진보당은 각종 추문으로 인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이정희 후보가 출마하였으나이정희 후보는 국민의 외면을 극복하지 못해 중도에 사퇴하였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 정당득표율이 4.3%에 그쳤고 당선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은 한 명도 없고 지방의원만 37명에 불과하였다. 즉 우리 국민들은 나치를 급성장 시킨 당시 독일 국민들과 달리 통합진보당을 충분히 비판하고 견제하고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 향후에도 통합진보당에 여전히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았는데그 당시 RO와 같은 주도세력은 와해되어 수사 중이었고그밖에도 주도세력의 실체가 언론을 통해 밝혀져 당 내외에서 비판과 견제를 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셋째통합진보당의 정당 활동의 근본적 제약이라는 불이익과 해산결정을 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을 비교하는 것즉 법익형량 역시 구체적 사실에 근거하여 실질적으로 검토되지 못하였다헌법재판소가 주장하는 민주적 기본질서 수호통합진보당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진보정당의 성장 기회 조성(민주주의의 다원성과 상대성 보장등 통합진보당을 해산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은 추상적으로 전제되었을 뿐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인해 진짜 그러한 이익이 보호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일단 통합진보당을 해산함으로써 통합진보당과 같은 정당을 우리정치에서 추방하여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할 수 있다는 판단은 주관적인 것이다통합진보당을 해산함으로써 통합진보당과 유사한 명칭이나 진보적 민주주의와 유사한 강령을 채택하는 정당은 금지된다하지만 정당활동의 자유로 인해 실질적으로 동일한 정치세력이 다른 명칭이나 다른 강령을 채택하는 정당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더구나 헌법재판소의 논리에 따르면 정당은 겉으로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강령을 채택하면서 속으로는 대남혁명론을 추종할 수 있다.
실제로 민중연합당민중의 꿈환수복지당 등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에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 당원으로 참여한 정당들이 여러 개 창당되었거나 창당이 추진 중이다이들 정당의 강령은 통합진보당처럼 그 내용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따라서 대남혁명론을 강령으로 채택하지 않으면서 내심 이를 추종하는 정당은 통합진보당 말고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고 현행법상 창당 이후에 다시 해산심판을 통해 위헌정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즉 명백하게 헌법에 도전하는 정당은 정당해산제도로 그 출현을 막을 수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상정하고 있는 통합진보당과 같은 위장정당은 사실상 그 출현을 막을 수 없다그러한 위장정당이 합법적인 강령을 채택하고 통합진보당의 지도부가 아닌 사람들을 지도부로 내세우면 새로운 위헌사유가 없는 이상 통합진보당 전력만을 이유로 해산시킬 수 없다.
통합진보당을 강제로 해산시키는 것이 건강한 진보정당을 키울 수 있다는 논거도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있으며오히려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키지 않아도 진보정치세력이나 국민들이 통합진보당을 견제할 수 있는 다른 진보정당을 육성시킬 수 있다일단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에 반발하여 통합진보당의 상당수가 탈당하여 정의당을 창당하였으니진보정치는 통합진보당 해산이 없더라도 다른 대안정당을 만든 셈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정당득표율이 3.62%였는데 신생정당임에도 통합진보당과 0.6% 차이가 밖에 나지 않았고당선자 수도 11명에 이르렀다헌법재판소가 개입하지 않아도 진보정치는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으로 분립되어 경쟁상태에 있었고 국민들과 기존정당들의 외면으로 통합진보당은 영향력을 잃고 있었다.
반면 통합진보당이 받는 불이익은 정당이라는 법인격의 상실소속 의원의 의원직 상실통합진보당 당원 전체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정당 활동 자유의 침해이다특히 법인격의 상실은 유사 정당 즉 유사한 법인격의 출현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자연인에 비하면 사형과 같은 중대한 법익침해이다.
결론적으로 통합진보당의 불이익은 명백하게 중대한 반면통합진보당의 해산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논리적으로 가정하였을 뿐 현실에서는 그 법익의 중대성은 인정되지만 그 법익이 실제로 효과적으로 보호받을 것이라는 명백성은 쉽게 인정할 수 없다.
넷째헌법재판소가 말하는 한국적 특수성은 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제4조 통일조항에 의해 민주적 기본질서의 내용으로 수용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헌법재판소는 한국적 특수성을 지나치게 남북대립 구도와 보수적 이념에 경도되게 해석하였다.
한국적 특수성은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북한에 의한 체제위협이라는 객관적 상황과 이러한 상황을 공유하는 국민의식법 감정이라는 주관적 요소이다남북의 객관적 상황은 남북이 대립하는 적대적 관계이면서도 평화통일로 가야 하는 동반자적 관계에 있다이런 관점에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북한을 반국가단체이자 교류와 통일로 가는 대화의 상대방이라는 이중적 지위로 파악하고 있다또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다자간의 국제무대에서는 남북이 상호 국가적 관계이나 남북 내부에서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민족 내부의 특수한 지위로 인한 관계로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 특히 대통령만이 통치행위라는 명목으로 북한이 어떤 때는 적이고어떤 때는 동반자인지의 판단을 독점하고 있으며그 판단 기준도 자의적이라는 것이다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이용하여 일반 국민의 남북교류나 통일운동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남북문제는 최고 권력이 자의적으로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가능하거나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신뢰 있는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남북의 상호체제 존중과 같은 각종 남북 합의에 대하여 신사협정에 불과하다고 하여 규범력을 부여하지 않는데바로 이러한 사법부의 태도가 최고 권력의 비민주적인 남북관계 독점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이러한 사법부의 태도는 7.4공동성명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의 정신을 외면하는 것이며최근 남북관계에 규범력을 부여하고자 하는 법률즉 2006년에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관한 법률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한마디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남북의 교류나 통일에 관한 한 국민의 참여와 국민의 통제규범의 신뢰성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배제하고 있는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태도로 인해 평화통일을 강령으로 선언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이 북한과 교류하거나 통일 논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는 논리적 가능성마저도 인정하지 않는다헌법재판소는 정부를 제외한 남북교류나 통일 논의는 국가보안법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냉전적보수적 논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의 남북교류나 통일 논의 참여는 대남혁명론에 추종되었거나추종될 우려가 높아 원천적으로 차단되어야 된다고 보는 셈이다이러한 헌법재판소가 남북문제에 관한 한 거론하고 있는 국민의식은 다양한 국민의 관점을 조화롭게 해석한 결과가 아니라 냉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수적인 국민의식이다법 감정 역시 남북문제에 관한 규범을 법치주의 정신에 따라 형성하려는 법 감정이 아니라 멸공이라는 레드컴플렉스에 사로잡힌 국가보안법적 법 감정이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은 해산 당시 박근혜정부라는 보수권력집단의 요구에 부응한 보수적인 정치재판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을 해산한지 2년이 지나자마자 헌법재판소는 수백만 명의 촛불의 요구와 국민 대부분의 불신임에 직면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였고바로 중도우파인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문재인 정부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한 정점식 검사장은 좌천 끝에 검사직에서 물러났으며통합진보당 해산에 유일하게 반대한 김이수 재판관은 헌법재판소 소장에 지명되었다문재인 정부는 바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섰는데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이 기존의 남북합의에 대한 준수즉 규범력의 부여이다.
이처럼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은 박근혜 정권이 바뀌자마자 그 정당성이 비판되고 있으며새로운 정부 아래서 통합진보당의 주요 세력들은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사실상 재건되고 있다이런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한국의 특수성을 통합진보당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보수일변도로 해석한 부분은 시류에 영합한보수적인 여론만을 반영한 편향적인 태도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iv) 민사소송 절차에 의한 증거조사와 사실인정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심판사건을 형사소송의 방식으로 진행하였는데우리 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심판사건을 형사소송의 방식이 아니라 민사소송의 방식으로 하면서 증거의 제출과 증거능력 인정 및 증거채택에 있어 엄격한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
이에 통합진보당은 정당해산심판 사건에 있어 최소한 증거조사와 사실인정은 민사소송규정이 준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헌법재판소법 40조 1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하였다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처분이 있는 형사소송규정이 반드시 통합진보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민사소송규정을 적용해 실체적 진실이 달라지는 경우는 정당해산심판의 성질에 반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민사소송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통합진보당의 헌법소원을 기각하였다.
그런데 정당해산심판사건을 설사 민사소송 절차에 의하더라도 정당을 해산시키는 것은 정당의 법인격을 박탈하고 유사한 정당을 다시 만들지 못하게 하는 매우 강력한 기본권 제한이므로 최소한 이 부분에 해당하는 것은 엄격한 방식에 의해야 했지만 헌법재판소는 결과적으로 통합진보당에 불리한 증거를 채택하는 데 있어 자유로운 방식을 택하였다.
그 결과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자신의 판단에 대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불리한 결정을 하면서도 사실인정에 필요한 증거를 폭넓게 인정하여 결과적으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심증의 형성에 이르지 못하였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였다특히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에 불리한 정황증거를 갖고 통합진보당에 유리한 직접증거를 배척하였다.
첫째헌법재판소는 정부와 마찬가지로 진보적 민주주의가 사회주의의 위장노선이라고 판단하였는데정부는 통합진보당이 그러한 것을 인정하였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였고 다만 최00 강령개정위원장김장민 연구위원안동섭 사무총장 등의 발언이나 문건을 간접적인 정황증거로 제출했을 뿐이다반면 통합진보당은 진보적 민주주의가 사회주의와 다르다는 점을 강령으로써 직접 증명하였고또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것이라는 사회주의 세력들의 대의원대회 발언을 제시하는 등 간접적으로도 증명하였다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가 정부 측 간접 증거로써 통합진보당 측 직접증거를 배척하려면 그에 대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였다.
둘째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민중주권이 특정 계층의 주권을 부정하기 때문에 국민주권에 위반된다는 정부 측 주장을 수용하였는데역시 통합진보당이 이러한 주장을 하였다는 직접증거는 없고자문기관인 진보정책연구원의 박0순 부원장이 쓴 강령해설자료집의 특권계층 제외라는 문구가 간접증거일뿐이다그런데 통합진보당의 당헌 전문에는 당의 참여 주체가 모든 국민이라는 문구가 있었으니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는 직접 증거인 셈이다또한 정부가 내세운 통합진보당 강령해설 자료집에서도 민중주권이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었다민중주권이란 민중만 주권을 가진다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고 실질적 국민주권을 지향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김이수 재판관의 지적처럼 상식인데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상식을 외면하였다.
셋째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대미 종속이나 미국의 지배라는 표현이 식민지와 같은 역사적 인식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수용하였는데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식민지라고 표현한 적이 전혀 없다정부는 박0순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이 당직을 맡기 전에 작성한 문건에서 식민지라는 표현을 하였듯이통합진보당의 주요 구성원이 과거 대한민국을 식민지라고 보았고이들의 인식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으며이들이 장악한 통합진보당 역시 명시적으로 선언하지 않지만 종속” 등의 표현으로 보아 아직도 대한민국을 식민지로 보고 있다고 주장하였는데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정부의 주장을 수용한 셈이었다.
넷째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강령이나 정책공약은 자유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권력분립다수의 지배 등을 명시하고 있는데정부는 집권전략위원회 보고서가 적시한 저항권의 행사나 박0순이 주장한 여타의 방식이 폭력혁명에 의한 집권이라고 주장하였는데헌법재판소 역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다섯째정부는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추구한다는 통합진보당 강령해설 자료집의 표현을 빌미로 통합진보당이 자본주의를 부정한다고 주장하였는데정작 통합진보당의 강령은 자본주의 폐해를 극복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에도 헌법재판소는 정부의 주장을 수용하였다.
여섯째통합진보당의 통일방안은 민주노동당 시절의 강령이나 통합진보당의 정책공약을 보건대 남북의 체제를 모두 인정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정부는 김장민 진보정책연구원 상임연구위원이 개인적으로 발표한 글에서 남북총선거에서 민중이 선택하면 사회주의도 할 수 있다는 표현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통합진보당의 연방제 통일은 사회주의 적화전략이라고 주장하였는데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v) 진행 중인 RO사건에 대한 문서송부촉탁과 그에 따른 독자적 심리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법 제32조에 따라 재판이 진행 중인 이0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의 수사기록 및 소송기록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문서송부촉탁을 할 수 없다고 이의신청을 하였다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판규칙 제39조와 40조에 따라 청구인의 신청에 의해서 하는 것은 가능하며이러한 촉탁에 대해 해당 법원은 문서 송부에 대해 여전히 재량권이 있다며 문서송부촉탁은 적법하다며 통합진보당의 이의신청을 기각하였다하지만 형사재판 중인 소송기록수사기록을 헌법재판소가 독자적으로 증거로 심사하여 증거로 채택할 경우 두 법원의 증거판단이 달라질 수 있고이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다른 한편 형사재판부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 될 수 있다특히 형사재판에 있어 증거절차는 엄격한 반면정당해산심판은 헌법재판소의 판단대로 민사소송 절차에 진행되므로 헌법재판소의 처분이 통합진보당에게 불리할 수 있다실제로 헌법재판소는 내란음모사건에 대한 소송기록 뿐만 아니라 수사기록에 대해서까지 증거조사를 진행하였다.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법원이 재판 중인 이0기 사건의 증거들을 따로 심리하면서 결국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다르게 나왔다정부는 이0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그를 추종하는 RO모임 구성원들을 내란음모로 기소하였으나 내란음모 부분은 무죄로 확정되고 내란선동만 인정되었다특히 RO의 반국가단체성이 부정되어 내란선동은 RO의 일부 지도급 인사들의 개인적인 행위로 인정되었다헌법재판소는 내란음모가 있었다는 전제로 내란음모의 주체를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으로 봤지만법원은 내란음모에 대해 그 주체가 내란음모가 성립할 수 있는 단체성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면서 무죄를 선고하였다법원이 RO는 내란음모의 주체인 단체성이 없다고 결정함으로써 RO를 핵심 주도세력으로 본 헌법재판소의 논리는 사실상 법원에 의해 부정되었다따라서 주도세력의 활동을 통합진보당의 활동으로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그 근거가 취약해졌다결국 통합진보당 자체가 헌법상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활동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vi) 결정문의 오류
헌법재판소는 소위 RO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윤00현을 참석하였다고 결정문 48쪽에 적시하였다가 당사자들의 결정문 경정신청을 받고 정정하였다.
통합진보당 교육위원회가 회의자료(갑제1816-2호증25쪽에서 교육위원회 간부정치학교 강사진 명단을 기재하면서 김0(전국회의)라고 쓸 것을 김장민(전국회의)이라고 잘못 썼다이 문서를 증거로 제출한 정부는 김장민이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을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다녔다는 취지로 교육위원 명단에서 김장민(전국회의)를 김장민(진보정책연구원)으로 조작하였다이에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잘못을 반박하는 준비서면을 제출하였고 통합진보당 교육위원회의 다른 회의자료 역시 김0(전국회의)라고 옳게 기재되어 있었다정부 측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고 2014년 10월 21일 이0윤에 대한 증인심문에서 이인걸 검사가 김장민이 아니라 김0호라고 정정하여 기일조서 166쪽에 이러한 사실이 기재되었다그리하여 정부가 2014년 10월 2일 제출한 준비서면 통합진보당의 교육활동” 10쪽에서 김0(전국회의)라고 바르게 기재되었고 같은 쪽 주 34에서 이러한 오류가 정정되는 과정을 잘 설명하였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결정문 189쪽에서 김장민(진보정책연구원)이 교육위원회 강사로 선정되었다고 표기하였다헌재는 피청구인의 반박 준비서면변론기일 증인심문과 이후 기일조서청구인의 정정된 준비서면 등 최소한 4차례의 정정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이를 무시하고 김장민(진보정책연구원)이 교육위원이라는 허위사실을 그대로 결정문에 반영하였다.
정부는 처음부터 북한의 폭력혁명론을 추종하는 사회주의자 김장민이 진보적 민주주의 도입을 주도하고 그 이후에도 선전해왔다는 논리구도를 짜고 거기에 맞춰 김장민이 민혁당 출신이고, RO 출신이라는 허위사실을 기재하거나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민주정부를 옹호하고 남한이 식민지라고 주장하였다는 주관적 평가를 남발하였다정부가 김장민(전국회의)라는 오기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대범하게 김장민(진보정책연구원)으로 조작한 것은 그러한 논리구도에 짜 맞추려는 고의이거나 중대한 과실임에 틀림이 없다헌법재판소 역시 그러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에 4번의 정정기회를 무시하는 고의 내지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것이다. 9명의 헌법재판관들과 수십 명의 헌법연구관 혹은 연구원들이 공식적인 재판기록을 4차례나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최종 결정문의 이러한 오류를 모르고 저질렀다면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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