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의 편이냐, 미국의 편이냐


조미타결 가능성은 트럼프 재선 이후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높다. 동맹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의 깡패 짓은 하층민심의 불만을 달래고 있다. 경제는 반세기만에 최고수준이다. 러시아와의 특수 관계는 탄핵감이다. 하지만 탄핵에 동조하는 여론은 20% 내외이다.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탄탄한 지지기반에 편승하고자 한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스 하원의장은 탄핵 추진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온갖 협잡질과 강간 전력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를 이길 민주당 후보는 없다. 늙고 낡은 바이든은 힐러리보다 더 파괴력이 없다. 샌더스의 대중적 열풍은 트럼프의 선동으로 인해 약효가 떨어졌다. 민주당은 젊고, 진보적이며, 안정적인 후보를 발굴해야만 했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은 통상 재선되므로 참신한 도전자는 현직 대통령과의 대결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바이든을 내세운 것은 민주당이 사실상 대선을 포기한 것이다.
 
미국 여론의 다수를 얻어야 하는 대선 시기에서 트럼프가 미국 다수가 반대하는 조선과의 타협을 할 리가 없다. 기득권층, 정치인, 언론인들은 미국이 조선을 러시아나 중국처럼 대등하게 대우해야하는 미래를 최대한 외면하고자 한다. 조선은 트럼프의 재선을 염두하고 트럼프의 광대극에 마지못해 동조하였다. 빚을 진 트럼프가 재선 이후 미국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조선과 타협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트럼프는 어차피 노벨평화상과 명예를 얻고 퇴임 후 각종 민형사상 위기를 넘기면 그만이다. 트럼프가 합의해도 부시가 트럼프가 그렇듯이 이러 저러한 이유를 되어 합의를 파기하면 그만이다. 미국의 지배층과 언론은 미국의 본토가 핵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현실화되지 않는 한 조선과 합의하지 않을 것이다.
 
끝없는 대화라는 광대극에 우롱당할 것인가
 
트럼프가 그렇듯이 조선도 바보가 아니다. 광대극으로의 참가를 강요받았다고 해서 광대가 될 수 없다. 미국이 타결도 하지 않고, 전쟁도 하지 않으면서 조선을 말라 죽이려고 한다면 미국을 빼고 살아 갈 길을 찾을 것이다. 전략적인 안보는 고도화, 다종화, 소형화한 핵무기를 표준화하여 양산체제를 수립함으로써 확보할 것이다. 끝없는 대화라는 광대극에 호응하면서 국지적 안정을 도모하면서 국방의 인적 물적 자원을 경제개발로 돌릴 것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협상 놀음을 국제적으로 폭로하고 중국과 러시아와 협력체제를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의 깡패 짓으로 국제적인 반미공조는 강화될 것이다. 미국의 동맹국들도 미국을 불신하고, 중간국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등을 돌릴 것이다.
 
사실 트럼프의 광대 짓은 겉모습이 천박할 뿐 미국 지배층의 진퇴양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선과 극적 타결을 하면 시간문제이지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을 압박하는 세계전략이 붕괴될 뿐 아니라, 일본의 앞날이 불투명해진다. 일본은 미국의 1차적 국경선인 태평양을 지키는 교두보이자, 전진기지이자 병참기지이다. 일본이 무너지면 전쟁이 미국의 앞마당에서 언제든지 집안으로 파급될 수 있다. 일본을 동아시아의 마름으로 삼아 친미블럭을 만들겠다는 미래도 사라진다. 코리아반도가 통일이 되면, 일본은 더 이상 미국을 믿을 수 없다. 일본은 러시아, 중국, 코리아의 축으로 편입되던지, 과거 제국주의의 길로 가야한다. 미국이 조선과 타결하면 세계전략이 무너지고, 조선과 전쟁을 하면 본토가 위험해진다.
 
미국의 현실적 선택은 러중봉쇄 유지, 조선의 핵 통제
 
미국은 중국과 관계정상화를 해 소련을 견제하였다. 미국은 베트남과 관계정상화를 해 중국을 견제하였다. 나의 동맹은 확대하고 적의 동맹은 분열시켜야 한다. 미국에 있어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러중봉쇄를 유지하고, 일본을 보호하는 대신 조선의 핵을 폐기할 수 없다면 핵전쟁 발생을 억제하고 핵확산을 저지하는 상호 핵신뢰관계를 통제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다만 이 선택이 가시화되는 것은 미국 역사의 굴욕이기 때문에 최대한 늦추면서 조선의 붕괴라는 요행수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조선이 국방 문제와 경제 문제 모두를 해결하려면 일부는 주고 일부는 지켜야 한다. 미국을 믿고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 한 위험한 도박이다. 조선으로서는 핵무기에 대한 안정적인 통제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명실상부한 핵무장국가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대신 핵무장을 전제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지금보다 더 중립적인 입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미국이나 중러 역시 자신의 국익을 추구하는 마당에 조선 역시 자신의 국익을 추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조선과 미국에 양다리를 걸치는 척 하면서 미국과 세계 패권을 나눠 가질 생각만 하고 있다면 조선 역시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협상을 더 쉽게 할 것이다.
 
 
최선이 실패하였을 때 한국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최선은 조선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코리아민족의 일에 발을 떼는 것이다. 조선의 핵무기 폐기를 보상할 수 있는 것은 궁극적으로 코리아의 통일밖에 없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각자 전쟁을 피하면서 자신의 보검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 조선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미국과 최종 타결을 하지 않아도 살길은 생긴다. 조선은 미국, 중국, 러시아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그들의 경쟁구도를 활용하여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미국과의 경제 교류가 단절돼도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대타협이 실패하였을 때 조선은 중러와 경제협력을 하고, 전술핵무기까지 배치하여 안보문제를 해결한다지만 한국의 설 자리는 어디인가? 천생의 업보처럼 미국을 추종하면서 국방은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이미 저출산고령화사회와 성장한계에 도달한 한국은 조중러와 한미일의 새로운 블록전쟁 구도에서 전쟁의 인질이 되어 미국의 호구로 온갖 전쟁무기를 쓰레기처럼 덕지덕지 떠안고 신음할 것이다. 우리도 핵무장하자고 보수세력들이 허풍을 떨겠지만 미국이라는 상전 앞에 자신들도 핵무장이 국내용 허풍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미국의 졸개를 미화하는 당사자가 조정자라는 해괴한 논리
 
한국의 중도보수, 자칭 민주화세력들은 분단과 미군지배의 고통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자기는 당사자가 아니라 조정자요, 균형자요, 운전자라고 강변을 해왔다. 한미FTA에서는 그나마 개성공단을 민족 내부의 일이라고 미국에게 양해를 구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미국의 꼭두각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화를 하면서도, 조선에 양보를 요구하면서도 조선이 완전히 항복할 때까지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미국의 깡패 짓을 똑같이 되새기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를 추종하고 동포를 외면하여 조선이 혈혈단신인양, 결사의 대화와 투쟁을 하는데, 개성공단과 금강산 문제도 전혀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수구보수 이명박, 박근혜가 남북관계발전기본법에 따른 국회 논의도 없이 폭압적으로 중단시킨 것을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우리로 치면 국장에 불과한 차관보급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남북정책을 지휘하는 것을 보면 분통과 좌절이 한국 땅 곳곳에 울려퍼질만도 하다. 하지만 언론도, 국회의원도,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의 국장을 상전으로 당연시하고 있으면서 중재자니 운전자니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개성공단을 언급했다고 한다. 국장에게 말이 안 통하니 대통령에게 읍소한 셈이다. 혹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용기를 칭송하겠지만 민족 내부의 일을 스스로 헤쳐 나가지도 못하는 지도자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최소한 개성공단과 금강산은 강하게 밀어 붙여야 한다. 미국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강하게 나오면 한국을 잃을까봐 못이기는 척 용인하지만 약하게 나오면 한 방울의 고혈까지 짜내는 것이 미국 제국주의자들의 흉측한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