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1) 정부가 주장하는 대남혁명론 변화 과정

(1) 민주기지론
분단 이후 북한의 첫 번째 대남혁명전략은 1945년 이후 민주기지론 인데이는 북한을 무력침공의 근거지로 삼아 1950년 전쟁과 같이 남침을 하여 한반도 전체를 사회주의화한다는 것이고이때 박헌영의 빨치산 노선처럼 남의 동조세력이 무장봉기를 하여 남침을 지원한다는 것이다(통일교육원. 2012). 하지만 1950년 전쟁에서 보듯이 전면전은 미국 등 강대국의 개입을 불러일으키고현재도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북의 선제공격과 이에 호응하는 남의 동조세력에 의한 통일은 현실성이 없어졌다특히 남한에서 공안기관에게 발각되지 않고 비밀리에 실질적인 무장을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가능하다고 해도 오늘날의 현대전에서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이0기의 'RO' 조직이 남북 간의 전쟁이 날 경우 북한에 호응하여 무장봉기를 준비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이 사건은 내란음모 부분은 무죄가 되고 내란선동은 유죄가 되었다이 사건 녹취록에 따르면 이 사건 관련자들은 무장봉기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와 헌법재판소의 주장처럼 이들의 언동을 통합진보당의 활동으로 볼 수 없다.

(2)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두 번째대남혁명전략은 지역혁명론으로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NLPDR)이다북한은 1970년 11월 조선노동당 제5차대회에서 김일성의 제안에 따라 남한사회가 식민지반봉건사회에서 식민지반자본사회로 변화되었다고 규정한 후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을 정형화하였다이에 따르면 남한에서 성장한 노동계급이 농민과 주력군을 형성하여 다양한 계층과 연합하는 방식으로 미군을 몰아내는 민족해방과 군사독재를 타도하는 민주주의혁명을 완수한다.
이에 따르면 남한의 사회주의혁명은 남한의 인민들이 스스로 주체로서 인민민주주의 정권수립을 수립함으로서 시작되고 그 후 남한의 인민정권이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한반도 전체를 사회주의공화국으로 만든다이를 위해 남한의 노동자농민 등 대규모 비합법 대중봉기를 지도할 혁명의 참모부로서 마르크스레닌주의지하혁명당을 남한에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통일혁명당과 같은 지하당 구축사업을 최우선으로 추진한다(통일교육원. 2012).
북한은 민주기지론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차에 1960년 4.19혁명을 목격한 후 만약 남한의 사회주의혁명의 주체세력이 있었다면 4.19혁명과 같은 민중봉기가 남한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지역혁명론을 주장한 것이다이러한 관점은 1979년 부마항쟁과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 그리고 1987년 민주화운동까지 유지된다민주기지론과 지역혁명론의 가장 큰 차이는 남한혁명의 주체가 남한의 사회주의혁명세력이 되는 것이고북한은 다만 지하당 사업 등 이러한 주체형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당 전체가 북한과 조직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확인된 지하당 사업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과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이며, 1992년 민중당 사건의 경우 당 지도부 일부만 북한과 연계되었고, 1992년 중부지역당 사건은 민중당을 담당한 북한의 고위공작원 이선실이 지도하였으나 지하당 조직 사건이 아니라 통일전선 구축 사건이라는 반론이 있다이러한 지하당은 북한이 처음부터 조직한 것이 아니라 남한에서 자율적으로 조직된 후 조직책임자가 월북하거나 북한공작원을 만나 북의 지령을 받은 것이며북과 연계되었다는 점은 지하당의 상층만 인식하였다.
이처럼 지하당 사업은 전부 궤멸되었으며북한도 더 이상 지하당 구축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왕재산 사건이나 일심회 사건에서 보듯이 북한은 지하당보다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 같은 제도권 진보정당에 영향력을 미치려한다최근의 왕재산일심회 사건 등 북한과 연계된 조직사건들은 소수그룹들이 하부조직 없이 주로 정보보고를 한 것이기 때문에 전부 지하당 사업으로 볼 수 없다통혁당이나 민혁당 사례에서 보듯이 지하당이 되려면 소수의 당원과 중앙위원회가 있고그 밑에 각 분야의 열성활동가들의 모임인 동맹 혹은 전선이 있고맨 하부조직으로서 노동농민청년 등의 기층대중조직이 있어야 하고또한 이런 것들을 구축하려고 시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민주화된 이후 재야의 영향력은 사실상 소멸되고 정치는 제도권 정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제도정치에 진출하지 않는 지하당이라는 것은 무의미하다또한 지하당이라고 해도 당적 규모를 가져야 하는데그 정도 규모의 지하당이 공안기관에 적발되지 않을 수 없다.
(3) 민족해방민주주의
세 번째대남혁명전략은 정부가 청구사유에서 주장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NLDR)인데이는 1970년대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론을 남한의 1990년의 실정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NLDR)은 1991년 5월 2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론(5.24방침)을 기초로 하고 통일혁명당을 계승한 한국민족민주전선에 의해 2003년에 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체의 한국사회변혁운동론에 반영되었으며(법무부, 2013a:13) 이는 2010년 노동당 규약에서 재확인되었다(법무부. 2013a: 228). 이 책은 주체사상을 지도노선으로 하여 사회주의와 민중민주주의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론과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자주민주통일과 자주적 민주정부연방제통일과 주한미군철수 및 평화협정 등을 총괄하고 있다.
첫째정부는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주체의 한국사회변혁운동론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이 책에는 정당 건설에 관한 부분이 전혀 없고진보적 민주주의 언급도 전혀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논리는 앞뒤가 안 맞는다.
이 책에 나오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은 자주적 민주정부민주연립정부주한미군철수연방제수입개방 반대 등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러한 주장 자체는 어떤 이념을 가졌는지와 무관하게 우리 헌법 내에서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는 내용이고북한이 이를 주장하기 전부터 우리사회에서 주장하던 내용이므로그 주장의 유사성만으로 민주노동당이나 통합진보당이 대남혁명론을 추종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은 대규모 지하당 사업은 발각될 수밖에 없고, 1987년 민주화 이후 더 이상 대규모 민중봉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정권교체는 자유선거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남한에서 합법적인 진보정당이 원내에 진출한 점을 반영하고 있다따라서 과거의 남한에서 지하당의 지도에 의한 전 민중적인 시위시위에 대한 탄압에 저항하는 자연스런 무장항쟁즉 전민항쟁에 의한 혁명을 가정하였다면 이제는 합법적인 시위나 집회그리고 그러한 민심을 반영한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일반적인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그렇다면 이러한 과정은 헌법과 법률이 제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안에서 가능한 정치현상에 불과하다.
둘째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은 북한이 개입하여 남한의 체제를 변혁하는 사회주의혁명을 포기하고 단지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북과 연방제 협상을 할 수 있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남한의 인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하면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대남혁명론이라고 할 내용이 실질적으로 없다.
<12> 북한의 대남혁명론의 변화과정
남한혁명의 주체/보조
혁명의 방식
혁명의 내용
민주기지론
/
남의 봉기와 북의 전쟁 병행
한반도 사회주의화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
/
사회주의 지하당 주도의 무장봉기
남한에 인민정권 수립 후 사회주의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합법 비합법
자주적 민주정부로 1국가2체제 보장(남북체제는 스스로 결정)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이 종전의 혁명론과 다른 점은 인민이 빠진 것에서 보듯이 북한이 더 이상 남한의 사회주의혁명을 당면의 목적으로 삼지도 않으며 타율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이러한 입장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2000년 6.15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남북 상호 간에 체제변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또한 이는 통일방식에 있어서도 종전의 사회주의 통일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병존하는 1국가2체체2정부의 연방제 통일로 전환한 것을 의미한다과거의 연방제가 한반도 전체를 사회주의화하는 과도기로서 전술적 입장이었다면 현재의 연방제는 남북의 체제는 남북의 인민들이 알아서 하도록 하여 남북의 체제를 장기간 보장하는 전략적 입장으로 전환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자신의 체제를 보장하는 연방제를 관철할 수 있는 남한의 정부가 필요한데이것이 바로 자주적 민주정부라고 볼 수 있다이는 북의 입장에선 대남혁명보다 대외협상을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받고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여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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