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식민지 분단국가의 ‘민족해방 민주주의’

4. 여운형의 진보적 민주주의
2005년 건국훈장 대통령장, 2008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은 여운형은 2차대전이 끝나기 직전인 1944년부터 진보적 민주주의를 건국노선으로 수용한 대표적인 독립인사이다(최우신 2004, 유연희, 2008). 여운형은 진보적 민주주의에 기초한 자주적 통일국가자주적 민주국가를 세우고자 하였다(오문환, 2006, 81-82).
여운형은 1945년 8월 조선건국준비위원회 선언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적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모든 진보적 민주주의 세력이 결집할 것을 호소하였고그 후 여운형이 주도하였던 조선인민공화국 역시 진보적 민주주의와 같은 내용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건국노선으로 내세웠다여운형은 45년 11월 12일 건국동맹인민동지회 등 온건한 사회주의자들을 규합하여 조선인민당을 창당했는데여운형은 조선인민보에 보도된 인민당의 신념이라는 연설을 통해 인민당을 진보적 민주주의 대중정당으로 규정하였다(몽양여운형선생전집발간위원회 1997).

여운형은 사회주의자였지만 부르주아민주주의혁명의 성격을 지니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경제적 평등을 도모하여 민생안정과 민족의 단결을 유지하고자 하였다여운형은 사회주의를 절대화하기보다는 민족해방과 독립국가 건설의 관점에서 받아들였다여운형은 일본제국주의자와 친일세력의 토지를 무상몰수하고 기간산업의 국유화에 찬성했지만박헌영과 같이 대지주에 대한 무상몰수와 농민에 대한 무상분배와 같은 급진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였다또한 여운형은 서구 유럽의 사례를 지적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주의 실현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진보적 민주주의를 건국노선으로 삼아 건국을 준비하던 여운형이 미군정청의 고문에 임명된 것에서 보듯이 이러한 여운형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에 가깝기 때문에(오문환, 2006: 98) 미군정 역시 이러한 건국노선에 반대하지 않았다.
여운형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친일세력과 반민족세력반민주파쇼세력을 제외한 전 민족의 단결을 강조하였다여운형은 노동자와 농민의 지도 중심성을 인정하되 양심적인 자본가와 지주까지 포함하는 대중정당을 강조하였다여운형은 미소의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이들을 조선으로부터 하루빨리 철수하도록 하는 것을 당면의 목표로 삼았다여운형은 신탁통치라는 용어에 반대하였지만 미소가 조선반도를 지배하는 현실을 수용하여 미소와 협력하는 단계적 국가건설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여운형은 미소 냉전과 미군정청의 사회주의자 탄압 이후 미국을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로 보았던 정세관을 전환하였다. 1946년 8월 조선인민당과 공산당신민당의 합당에 즈음하여 여운형이 작성한 민주정당활동노선에는 진보적 민주주의 대신 인민적 민주주의 혹은 진정한 민주주의를 사용하고 있으며미국을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로 본다는 호감의 표현은 찾을 수 없고오히려 반동영수들이 연합국의 권위를 빌려 일제적 의식과 기술을 동원하여 진정한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항쟁을 주장하였다또한 여운형은 이 문건을 통해 연합군에 대해 조선의 자주적인 독립을 인정하고 원조한다는 원래의 모스크바 3상회의의 목적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면서 정치 경제 군사적 지배의 움직임에 대해 항의하는 한편 사회주의 계열의 극단적인 주장이 좌우대립을 격화하고 반동을 고무시킨다는 점을 지적하고 자제를 호소하였다.
5. 식민지 분단국가 민족해방전선의 민족해방 민주주의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식민지에서 공산당들은 민족해방(National Liberation)을 목표로 하는 반제국주의 통일전선의 성격을 지니는 민족민주전선을 건설하고자 하였다이들은 모든 진보적 민족적 세력(progressive and national forces)을 통일시키는 것을 사회의 진보와 민족의 독립으로 나아가는 결정적 조건으로 보았고 이를 위해 민족해방(National Liberation)을 목표로 하는 반제국주의 통일전선을 건설하고자 하였다(Zagladin 1973, 331). 이처럼 진보적 민주주의는 식민지와 외세지배를 극복하지 못한 나라에서 이러한 과제를 수행하려는 민족민주전선의 강령으로 채택되었다.
민족민주전선은 제국주의 종속과 지배에 있었던 제3세계에서 봉건잔재와 제국주의 지배를 극복하여 부르주아민주주의와 나라의 온전한 자주권을 실현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민족민주전선은 민족주의적 지향이 강한 중도세력이 주도하는 민족해방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로 나누어 볼 수 있으나 어느 경우든 민주화와 주권국가 실현을 위해 다양한 민주주의세력과 민족주의 세력이 연합하는 통일전선의 형태로 나타났다.
사회주의 세력의 민족민주전선 전략은 기본적으로 코민테른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의 일환으로서 단계론적 사회주의혁명론으로 볼 수 있다또한 이러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은 세계적으로 제3세계 공산당들의 일반적인 전략이었기 때문에 북베트남 공산당이나 북한의 노동당이 1970년대까지 견지했던 통일전략이자혁명전략이었다.
베트남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나라가 중국과 마찬가지로 봉건제의 유산을 청산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자본주의를 이식받았기 때문에 반봉건의 식민지 혹은 반식민지 상태라고 보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무장혁명전략으로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을 수용하였다이를테면 모택동 등 중국 공산당이 제기한 신민주주의론은 기본적으로 코민테른이 채택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론의 변종이라고 해석된다.
특히 냉전시기 베트남과 한국은 외세의 개입에 의한 분단북의 사회주의와 남의 자본주의 국가의 대립남의 자본주의국가가 외세의존적이며반민주적인 군부독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민족해방 민주주의가 발효하였다.
1960년 남베트남에 거주하던 북베트남의 노동당 당원들과 남베트남의 민족주의 세력이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liberal and democratic regime) 건설민족민주연합정부 수립토지개혁자주적인 경제 건설평화통일중립외교 등을 주창하며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National Liberation Front of South Viet-Nam)’을 결성하였다(Young 2002, 57). 남베트남의 민족해방전선은 베트콩 등 무장투쟁조직과 별개의 대중적인 연대연합체였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강령으로 채택하였다남베트남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본주의 국가 내의 합법적인 공개노선이었고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었다다만 남베트남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직접적으로 인민민주주의나 사회주의를 지향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1935년 코민테른의 인민민주주의 민족해방 전략의 하위 노선으로서 활용된 점은 일정부분 사실이다.
또한 1976년 결성되어 1979년에 발각되어 붕괴된 남한의 비밀혁명조직 남조선민족해방전선이 베트남의 민족해방전선에 영향 받아 강령에서 "폭넓은 진보적 민주정치를 실현한다"고 선언하였다(한겨레신문』 2005/01/24). 남민전 재판기록에 나오듯이 남민전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재문이 조직을 결성하면서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의 강령을 참조한 것이다.
구분
시대
주체
주요 내용과 성격
미국의 프로
그레시브 데모크라시
20세기 전후
진보의 시대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의 통합진보당과 민주당 좌파의 노선
체제개혁 수정자본주의 노선(신국민주의)
2차 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 시기 법무부장관 등 연합군 수뇌부
반파쇼민주주의
유로코뮤니즘의 어드벤
스드 데모크라시
1956년 소련공
산당 전당대회부터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까지
미소공존시대에서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공산당이 전략적으로 채택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사회주의 실현을 위한 독점자본주의국가 구조개혁과 체제변혁 이
행기론
식민지 분단국가민족해방전선의 민족해방 민주주의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사회주의들이 다양한 민족민주운동 진영을 포괄하면서 전술적으로 채택
민족민주혁명(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체제변혁 이행기 반봉건 – 사회주의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이재문 등 사회주의 성향의 지하조직이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강령을 참조해 도입
외세 배격과 통일,
군부독재타도와 민주주의 실현재벌해체
조선공산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2차 대전직후부터 미군정의 공산당 해산때까지
미소협력시대에서 박헌영김일성 등 조선공산당 지도부가 한시적으로 채택
미소의 동의와 지원에 의한 평화적인 통일국가 건설부르주아민주주의 정부 수립
<8> 진보적 민주주의 주요 사례 비교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과 남조선민족해방전선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군부독재와 분단 상황에서 외세의 개입을 종식하여 국가의 통일과 자주권을 확립하고외세에 의존적인 반민족적 반민주적 정권을 진보적 민주주의 정권으로 교체하여 부르주아민주주의를 완성하고자 하였다또한 자주적이고 진보적인 국민국가를 건설하여 점차적으로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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