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분권과 행정체제 개편의 방향

I. 서론
 
지방자치는 주민자치와 지방분권을 핵심으로 한다. 주민자치는 지역의 일을 지역주민 스스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분권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구역에 관한 사무를 스스로 책임지는 단체자치를 통해 실현되는데 이는 당연히 주민자치를 전제로 한다. 여기서 자신의 구역에 관한 사무는 지방자치단체 자체의 고유사무와 국가나 상급자치단체로부터 받은 위임사무로 나누어진다. 고유사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항 혹은 자치단체의 자치사무를 말한다. 위임사무의 경우 상급단체는 하급단체에 대해 감독과 지시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감독과 지시가 없는 고유사무가 확대되어야 지방분권 수준이 높아진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분권을 확대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강화하여 왔다. 하연섭(최병선, 김선혁, 2007 : 165-168)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5개국의 지방자치제를 비교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경향을 확인하였다. 첫째 권한, 자원, 기능의 중앙정부로의 집중이 완화되었고, 둘째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연합체의 자율성이 증대해왔으며, 셋째 입법권, 행정권 또는 재정권 등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어왔고, 넷째 사후적 감독과 시민참여 및 견제가 확대되었으며, 다섯째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헌법 혹은 법률이 마련되었다.
우리도 1990년 지방자치를 도입한 이래 지방분권의 수준을 심화시켜왔다. 하지만 지방분권의 역점 사업이었던 중앙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대부분이 아직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되지 않았고 특히 역대 정부들은 자치경찰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이루지 못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1999중앙행정권한 이양의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 민간위탁 활용,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이양을 추진하였다. 김대중 정부는 이밖에도 지방자치단체장협의회에 대한 법적 지위 부여, 지역갈등에 대한 중앙정부의 직권조정제도, 자치단체에 대한 교부세율 인상, 읍면동의 주민자치센터로의 전환 등을 추진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다양한 국가사무를 자치단체에 이양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지방채 발행에 대한 중앙정부의 승인을 폐지하고 분권교부세를 도입하는 등 지방재정을 강화하였다. 또한 2007년부터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총액인건비제가 시행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실정에 맞게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사자율권이 확대되었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국가사무의 포괄적 이양, 자주재원 확충, 지방의회의 자치입법권 확대 등을 추진하였다.
한편 우리정부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지방분권 실현 차원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여왔다. 그런데 최근의 논의는 단순히 지방분권 차원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 혹은 지방행정의 효율성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즉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국제적 경쟁력 강화 생활권과 행정체제의 일치, 지방행정의 능률성 제고, 주민참여의 활성화, 지방재정 자율성 향상 등의 측면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살피면 첫째, 행정체제 개편에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초광역화와 권한 강화가 큰 흐름이지만, 다른 한편에서 지방자치단체 스스로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중앙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전국을 지역 특성에 따라 재구성하여 지역발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
둘째, 국가 - 광역단체 - 기초단체 - 읍면동 등 사실상 4개의 행정단계가 비효율적이므로 이를 줄이자는 논의가 있다. 그 방법으로 기초단체를 통합하는 대신 광역단체를 폐지하고, 읍면동의 행정기능을 폐지하고 순수한 주민조직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정부에 대한 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광역단체를 오히려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이 있다. 또한 현재의 기초단체는 주민자치를 하기에 너무 크므로 읍면동에 행정기능과 자치기능을 부여하여 읍면동을 사실상 새로운 기초자치단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글은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를 강화하려는 관점에서 기존의 행정체제 개편 논의를 살피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특히 이 글은 통일 이후의 행정체제까지 고려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작성되었다.
 
 
II. 기존 행정체제개편안의 검토
 
1. 광역단체 폐지론과 기초단체 통합론
 
2006년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위원장 허태열)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합의로 마련한 보고서의 주요내용은 현행 2자치계층을 1자치계층으로 감축하기 위해 도를 폐지하고, 구를 광역시로 통폐합하며, 동을 준()자치단체로 전환하고, 도를 몇 개의 광역으로 묶어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이 안에 따르면 지금의 도가 처리해 온 국가위임사무와 각 중앙부처별로 운영하는 국가의 지방특별관서를 통합하여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을 설치한다. 또한, 국가지방광역행정청에 광역시의 대표들로 구성하는 지방광역행정심의회를 구성해서 여기에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의 주요업무와 예산안 편성에 대한 사전심의권과 의견제출권을 부여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는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대구, 경북),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 5대 광역경제권과 강원도와 제주특별자치도 등 2대 특별광역경제권을 제안하였다. 이 안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광역경제권별 12개 신성장 선도사업을 선정하고 30대 선도프로젝트와 이와 관련한 사회간접시설 건설 등을 추진한다.
또한 이 개편안은 서울특별시, 광역시의 자치구를 행정구로 격하하되 행정구에 동의 대표들로 구성된 준의회적 성격의 구행정심의회를 설치해서 예산편성권과 의견개진권을 허용함으로써 동 주민의 의견을 행정구 행정에 반영하도록 하였다.
이 합의안은 입법화되지 못하였으나 2008925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 회동에서 지방행정체제의 조기개편을 합의하였다. 이에 국회는 2009년 다시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위원장 허태열)를 설치하여 비슷한 논의를 이어갔다. 여야는 시군구 통합과 광역단체의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다수의 입법안을 제출하였으나 각 당의 광역단체장과 광역의원이 강하게 반발함으로써 이러한 행정체제개편안은 최종적으로 무산되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개편안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지방자치단체의 규모는 중앙정부와 광역단체, 그리고 기초단체의 역할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먼저 논의하고 그에 맞추어서 결정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기초단체에게 광역사무를 부여한다면 기초단체인 시군구의 통폐합이 필요하나, 주민 생활을 중심으로 권한을 배분한다면 일부 시군구의 규모가 너무 크므로 오히려 분할해야 한다.
둘째 광역단체가 폐지되면 지방자치의 왜소화로 인해 자치단체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를 직접 관할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선진국들이 분권과 경쟁력을 위해 기존 광역자치단체들을 통합하고 있는데, 우리는 거꾸로 도를 폐지하고 국가지방광역행정청을 설치하면 중앙집권적 관치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셋째, 광역경제권 구상은 규모의 경제 효과만을 추구하면서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를 외면하였다. 또한 이 구상은 기존의 자치단체를 정치주체로 남겨 놓은 채로 광역경제권을 경제주체로 함으로써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켰다. 따라서 광역경제권에 대한 정치적 책임이 모호해지고 주민의 참여와 통제도 이끌어내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 인구의 49%, GDP47%를 차지하는 수도권을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설정하여 지역불균형발전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정광모, 2008).
넷째, 시군구가 광역화됨으로써 접근성과 편의성이 악화되며 풀뿌리민주주의가 형식화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이 우리나라의 읍면동을 기준으로 기초자치단체를 운영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시군구를 단위로 기초자치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군구는 가까운 정부로서 역할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더 광역화하려는 것은 주민의 생활을 챙기고 편익을 증진시키는 가까운 정부로서 기능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2. 초광역단체론과 강소연방제
 
지방자치에 있어 과거에는 풀뿌리민주주의, 중앙정부와의 수직적 권력분립, 지역균형발전 등이 강조되었으나 오늘날은 지역 간 입지경쟁, 정책경쟁, 조세경쟁이 부각되고 있다. 초광역단체론은 단일국가 형태는 유지하되, 규모의 경제 효과 측면에서 광역단체를 더 통합하려는 흐름이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초광역단체를 국가 발전의 축으로 삼으려는 것은 세계적 추세이다.
이기우(2009: 138)1단계로 광역시와 도의 통합을, 2단계로 하나의 지역으로서 전통이 강했던 8도로 통합하되 제주지역의 특별자치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승종(2008:18-23) 역시 1단계로 광역시와 도의 통합을, 2단계로 충남과 충북, 전북과 전남을 통합하되 제주와 강원은 현행대로 두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달곤(1995: 158)은 해양교역 중심지인 부산, 인천,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내륙 광역시인 광주, 대구, 대전만 도와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2008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제안한 개편안은 서울주, 경강주(경기와 강원), 충전주(대전, 광주, 충남, 충북, 전북, 전남, 제주), 경상주(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4개 광역자치단체이다. 특히 통일 후에는 북조선의 평안주와 함경주를 포함하여 6개 광역자치단체로 편성할 것을 주장하였다.
자유선진당의 이명수 의원의 개편안은 국가구조를 인구 5001000만 명 규모로 6~7개의 주(강소국)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만들고 주정부는 입법사법행정재정교육경찰 등의 자치권과 과세자주권을 가지고 외국과 직접 경제적으로 교류하며 국회는 양원제로 하고 주민자율에 의하여 전국을 200여 개(1) 또는 120~140(2) 군으로 통폐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였다. 이 개편안은 국가, 광역단체, 기초단체 간의 권한과 기능배분을 헌법에 명문화할 것을 주장하였다.
<1> 초광역지방정부 개편 대안 비교(하혜수, 2008)
구분
인구()
면적()
국세수입(백만원)
재정자립도(%)
GRDP(백만원)
1
수도권
25,642,559
27,205
60,927,453
68.04
369,106,520
충청권
4,988,690
17,339
7,913,106
46.64
81,745,897
호남권
5,252,621
20,947
7,229,229
33.71
69,672,431
영남권
13,178,704
34,095
17,520,210
50.52
203,093,143
제주권
561,695
1,848
354,232
37.60
180,720
2
서울권
17,372,414
21,307
50,808,942
55.09
240,655,593
중부권
13,258,835
23,237
18,118,510
46.14
210,196,824
서부권
5,252,621
20,947
7,229,229
33.71
69,672,431
남부권
13,178,704
34,095
17,520,210
50.52
203,093,143
제주권
561,695
1,848
354,232
37.60
180,720
3
수도권
25,642,559
27,205
60,927,453
68.04
369,106,520
서부권
10,241,311
38,286
15,142,335
39.36
151,418,328
남부권
13,178,704
34,095
17,520,210
50.52
203,093,143
제주권
561,695
1,848
354,232
37.60
180,720
 
이러한 강소국연방제는 중앙집권적인 우리나라 국가 형태를 스위스처럼 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로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강소국이란 강소국연방제 내의 지역국가로서 싱가포르, 핀란드처럼 작지만 강한 국가이다. 강소국연방제에서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을 중심으로 국가통합과 조정기능의 업무를 맡고, 그 밖의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사법, 재정, 교육 등 다양한 권한을 강소국으로 이양한다.
강소국연방제는 무엇보다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자유선진당에 의해 주창됨으로써 연방제에 대한 논의를 금기로부터 해방시켰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그동안 연방제를 주장하면 북조선의 고려연방제에 동조하는 것처럼 비추어질 우려가 있어 학자들조차도 연방제를 논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인들까지도 강소국연방제 논의를 통하여 지방분권 담론의 수준을 행정권뿐만 아니라 입법권, 사법권, 재정권 등의 분권 수준으로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반드시 연방제를 국가모델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연방제 논의는 우리의 지방분권 담론을 확대하는데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연방제 혹은 초광역단체론에 비판하는 입장에 따르면 이러한 권한 분산으로 국가통합력이 저해되고 정치적 거래비용이 증대하고, 지방정부 간 재정력 차이로 지역불균형과 지역감정이 심화된다. 하지만 진정한 국가통합력은 중앙정부의 지배가 아니라 중앙과 지역의 역할 분배를 통해 향상될 수 있다. 또한 중앙권력 장악을 위한 지방의 정치비용이 오히려 줄어들며, 지역불균형 역시 수도권 분산과 거점별 성장으로 극복될 수 있다.
물론 초광역화가 기초자치단체의 자치기능 강화와 병행되지 않는다면 주민참여에 기초한 풀뿌리민주주의가 약화될 수 있으며 주민의 지방정부로의 접근성이 저하되어 주민생활 행정이 약화될 수 있다. 이를테면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자치단체 자격을 박탈하여 행정시로 격하한 뒤에 제주시로의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자치시의 부활과 읍면동의 자치단체화 움직임이 있어왔다.
 
 
3. 분권화 해외 사례
 
우리의 지방자치체계는 국가 - 광역단체 - 기초단체이다. 읍면동은 자치단체가 아니지만 일부 자치행정을 담당한다. 반면 주요국가는 연방국가 - 지역국가 - 광역단체 - 기초단체이거나 국가 외 3개의 지방자치 계층으로 이루어졌다. 일본은 우리의 읍면동과 같이 자치단체가 아닌 출장소를 설치하고 있으며, 영국은 패리쉬(Parish)와 같은 준자치단체를 설치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16개 주 중 3개 주가 도시주로서 1자치계층을 지닌다. 그 밖의 지역은 가장 복잡한 광역주의 경우 행정관구(Regierungsbezirk), (Kreis), 게마인데(Gemeinde) 3자치계층을 지닌다. 도시주인 베를린, 브레먼, 함부르그는 게마인데의 지위도 같이 지니고 있다(안영진, 2012: 447). 미국은 전역이 2 혹은 3자치계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같이 2자치계층이다. 프랑스는 3개 대도시에 2자치계층이, 나머지 지역에는 3자치계층이 있다.
또한 대부분의 나라들은 광역단체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그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EU헌법은 광역단체를 공식 자치계층으로 명시하고 있다. 유럽회의(Council of Europe)는 유럽지역민주주의헌장초안(Draft European Charter on Regional Democracy)을 제정하여 광역정부를 강조하고 EU정책 전반에 걸쳐 광역정부의 역할을 강화하여 왔다.
프랑스는 1980년대 기존의 2자치계층에 우리나라 도와 비슷한 규모의 레지옹이라는 제3의 광역자치단체를 신설하였다. 레지옹 광역자치계층이 추가된 까닭은 평균인구 61만 명의 데파르트망 지방정부로는 광역행정수요에 적절히 부응하고 전략적 지역발전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2개 국내 레지옹의 평균인구 266만 명 역시 우리나라 도의 평균인구 280만 명과 큰 차이가 없다.
영국보수당 정부는 1986년 런던광역의회(Greater London Council)를 폐지하는 등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를 폐지하였다. 이후 중앙정부는 런던광역행정청을 설치하였지만 교통, 경제개발, 경찰, 소방 등 런던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없었다. 결국 1997년 노동당 정부는 잉글랜드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를 부활시켰다. 2007년 런던광역시(Greater London Authority)가 주민투표 및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 부활되었다(김종래 외, 2013: 79-91).
과거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등은 중앙정부의 지휘를 받는 지역장관에 의해 통제되었다. 하지만 지역정당들과 주민들은 중앙정부와 협상을 통해 광역자치정부를 설치하였으며 이제는 중앙정부의 영향에서 벗어나 스스로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잉글랜드의 8개 지역 역시 지역개발청과 정부사무소 등에 의해 운영되었는데 2004년 광역화 논의가 주민투표로 이어졌으나 부결되었다. 이들 지역은 여전히 지역장관의 통제를 받고 있으나 지역정부들은시티리전(City Region)다구역협정(Multi-Area Agreement)등을 통해 광역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도주제(道州制)지역주권형 사회건설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르면 중앙정부는 외교, 국방 등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업무를 제외하고 행정, 교육, 치안 등의 업무를 1,000만명 규모의 도주에 이양한다. 도주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시행하기 곤란한 광역성이 있는 정책·사업만을 실시한다. 도주는 특정 분야에 대한 입법권을 행사하며 국가에서 부여한 권한 내에서 세목 및 세율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도주채도 발행한다. 향후 현재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10개 안팎의 도()와 주()로 재정비된다. 2007년부터 홋카이도 도주제가 시행 중이며, 자민당은 2018년까지 도주제를 전국에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기초단체의 권한도 강화된다. 현재의 도도부현 업무는, 원칙적으로 기초자치단체에 이관하고, 단독으로는 인구규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초자치단체들은 복수로 광역사무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
<2> 주요국의 자치계층(행정체제개편특위보고서, 2006. 점선은 준자치단체)
한 국
 
 
 
시도(16)
 
시군구(234)
 
읍면동(3,244)
 
 
 
 
 
 
 
 
 
 
 
 
 
 
 
 
 
 
 
 
 
 
 
 
 
 
 
일반구(26)
 
읍면동(341)
 
 
 
 
 
 
 
 
 
 
 
 
 
 
 
 
일 본
 
 
 
도도부현(47)
 
시정촌(3,229)
 
지소출장소
 
 
 
 
 
 
 
 
 
 
 
 
 
 
 
 
 
 
 
 
 
 
 
 
 
 
 
 
지소출장소
 
 
 
 
 
 
 
 
 
 
 
 
 
 
 
 
영 국
 
 
 
County(34)
 
District(238)
 
Parish
(8,000)
 
 
 
 
 
 
 
 
 
 
 
 
 
 
 
 
 
 
 
 
Unitary
Authority(47)
 
 
 
Parish
 
 
 
 
 
 
 
 
 
 
 
 
 
 
 
 
 
 
프랑스
 
 
 
Region(26)
 
Departement
(100)
 
Arrondissement
(339)
 
Commune
(36,700)
 
 
 
 
 
 
 
 
 
 
 
 
 
 
 
 
 
 
 
 
Idle-de France Region
 
파리시
 
Arrondissement
(20)
 
 
 
 
 
 
 
 
 
 
 
 
 
 
 
 
 
독 일
 
Land
 
Kreis(322)
 
Gemeinde
(14,337)
 
 
 
 
 
 
 
 
 
 
 
 
 
 
 
 
 
 
 
미 국
 
state
 
County
(3,034)
 
Municipality/
City, Town, Village(19,429)
 
 
 
 
 
 
 
 
 
 
 
 
 
 
 
 
 
 
 
 
III. 행정체제 개편의 로드맵
 
1. 행정체제 개편과 연방제 도입
 
분권의 수준은 기본적으로 국가형태에 따라 결정된다. 국가연합이 가장 분권적이고 다음으로 연방국가, 단일국가 순이다. 같은 연방국가라도 지역국가 내의 지방자치제도에 의해서 지방분권의 수준이 결정된다. 지역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구별되지만 지방분권을 강조하려는 목적으로 양자 모두를 지방정부로 취급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국가형태를 단일국가(unitary state)로 할 것인가, 연방제(federal state)로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연방제에 접근하는 강력한 지방분권형 국가를 추구할 것인가는 헌법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기 위한 개헌의 대안들을 다음과 같이 지방자치 강화, 광역지방정부, 연방제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집약할 수 있다(김병기, 2007).
<3> 세 가지 모델에 따른 헌법개정안의 핵심적 내용
 
지방자치강화형 모델
광역지방정부형 모델
연방제정부형 모델
입법권
법률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례제정권 보장
법률에 준하는 조례제정권 보장
주에 법률제정권 부여
사무
처리
보충성·자기책임원칙 명시 하에 지방사무를 열거
보충성·자기책임원칙 명시 하에 국가사무를 열거하고 이외의 사무는 지방사무로 규정, 정부간 지휘감독권 배제
연방정부 사무만을 한정하여 열거
재정권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조례로 지방세의 세목·세율 등 결정
조례로 지방정부의 재정권과 과세권 제정·집행, 국가의 재정조정과 재정지원 원칙 보장
정부간 예산운용의 상호 독립성 규정, 연방과 주의 과세권 분리 원칙 보장
국가
감사
단일감사원칙
단일감사원칙
단일감사원칙
국정
참여
지자체협의체 법률안 제출권 또는 입법의견 제출권을 통한 국정참여 보장
양원제 또는 지방상원제
양원제
 
 
행정체제 개편의 방향을 살피건대,
첫째, 연방제는 광역단체의 균형발전을 보장하면서도 기초단체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연방제는 대체로 연방국가 - 지역국가 - 지방자치단체의 3단계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연방제는 국가 차원의 문제와 광역 차원의 문제, 주민생활 차원의 문제를 다루는 분업체계를 유지한다.
연방제의 분권은 단일국가와 달리 행정작용뿐만 아니라 입법작용과 사법작용에서도 구현된다. 미국의 주마다 사형제에 대한 입법이 다르듯이 지역국가는 원칙적으로 연방국가와 다른 법률제정권을 가지는 반면, 지방자치단체는 보통 국가의 법률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자치법규를 제정할 수 있다. 사법권의 분권화는 여러 지역국가의 사법기관들이 같은 법률이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의 다양성을 일정부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연방제는 지역의 이질적 요소를 보장하므로 남북이 상호 이질성을 존중하면서도 실질적인 통합에 이르게 한다. 현재 남북은 이질적인 체제이므로 하나의 획일적인 정치질서로는 통일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치경제적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연방제가 현실적인 통일방안이다.
셋째, 통일이전에 남한에 먼저 연방제를 도입하여 경험을 축적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방제는 통일국가의 모델을 준비한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분권과 자치를 강화하고 지역 특색을 살려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세계적 추세에도 부합된다. 하지만 현재 연방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나 공감대가 그리 넓지 않다. 따라서 먼저 국민적 담론의 형성과정을 통하여 분권수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연방제 도입을 포함한 개헌문제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단일국가를 유지하더라도 초광역단체와 같은 도시국가론은 궁극적으로 연방제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스페인처럼 단일국가를 유지하면서도 광역단체를 확대하고 그 권한을 강화함으로써 연방제의 요소를 실질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 스페인 헌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를 명시함으로써 자치행정권을 헌법적 차원에서 선언하고 있으며, 특히 헌법 제150조는 자치지역정부에 법률제정권을 위임하고 있다(이종수. 2013:11).
또한 중요한 것은 연방국가로서 상징되는 고도의 분권적인 원리를 도입하는 것이므로 헌법 개정이 없더라도 지금이라도 기존의 도와 광역시를 통합하고 그 권한을 확대 강화할 수 있다.
 
 
2. 중단기적 방향
 
1) 광역단체의 지위 강화
 
첫째, 현재의 16개 광역단체는 자율적으로 초광역으로 통폐합되어야 한다. 현재 국가가 수행하는 많은 기능을 지방정부가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도의 광역화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지역발전을 중앙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방정부가 자기책임 하에 수행하기 위해서도 도의 광역화가 요구된다.
광역시는 원래 도에 소속된 시였다가 도에서 분리된 것이고, 생활의 근거지나 활동범위가 도와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도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심적인 정치, 경제, 문화 활동의 근거지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되고, 광역시로서는 인적, 물적, 문화적인 저수지와 같은 도지역과 고립되어 종합적인 개발에 지장을 받고 있다. 이에 도와 광역시를 통합하여 하나의 지역공동체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정부가 수행하는 많은 기능을 지방정부로 이양하여야 하고 지방정부는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구비하기 위하여 도를 광역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1차적으로 광역시가 도와 통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09년 차명진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도를 폐지하지 않고 오히려 도와 광역시를 통합하도록 하고 있다.
둘째, 독일처럼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는 중앙부처를 폐지하는 대신 초광역을 대표하는 초광역단체협의회를 설치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상원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에도 연방상원(Bundesrat)을 통한 입법권과는 별도로 지방자치단체 전국연합체에게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권을 부여하고 있다. 개헌 이전이라도 초광역단체협의회에게 법률안발의 요구권이나 입법의견 제출권을 부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부처별로 운영되는 스위스 캔톤장관회의는 협의기관이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아가 광역단체가 임명하는 독일식 상원을 설치할 수 있다.
나아가 연방제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헌법 개정을 통하여 안성호가 주장해온 지역대표형 상원제를 도입할 수 있다. 정당들이 하원에서 정책경쟁을 하는 대신, 상원은 정당을 배제하고 지역 대표로 운영될 수 있다. 그러면 현재의 지역중심의 정당구조가 완화되고 지역 간 갈등은 상원에서 조정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지역 대표형 상원은 남북통일 이후에도 운영될 수 있다.
무엇보다 1952년 헌법부터 1962년 개헌까지 양원제 국회가 채택되었으며, 특히 제2공화국 때는 실제로 양원제 국회를 운영하였다. 과거 정부들 역시 이런 지역 대표형 상원을 검토한 바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기구인 ‘21세기위원회가 남북통일 후 국민통합을 위해 지역대표성을 반영한 상원을 설치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부에 상원에 준하는 지역대표기구를 설치해 국회의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이 모색되었다. 하지만 법안 발의권을 부여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이 방안은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또한 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행정부에 시도별로 4명씩 선임된 위원들로 법안제출권을 갖는 가칭 지방원(地方院)’의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셋째, 광역단체는 법률에 준하는 조례제정권을 인정받고 상당한 국가사무를 이양 받는 등 사무 권한을 확대한다. 국가 사무를 줄이고 열거된 국가사무 이외의 모든 사무를 광역단체로 이양한다. 현재 국가가 수행하는 경찰, 교육, 노동, 복지, 주택, 교통 등을 광역단체로 이양하고 광역단체는 지역특색에 맞는 문화, 산업, 환경 등을 발전시키도록 한다. 이를테면 지방국토관리청, 지방중소기업청, 지방노동청, 지방해양수산청, 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지방환경청, 지방산림청, 지방통계사무소, 지방보훈청 등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기능, 인력, 재정을 광역단체로 이관한다.
지역 간의 정책경쟁과 조세경쟁은 지방정부가 입법권을 가질 때 비로소 가능하므로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기능에는 집행적인 기능은 물론 입법적 기능도 포함하여야 한다. 이러한 입법권의 재배분을 위해서 헌법 개정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헌법 개정 전이라도 현재 법률에서 대통령령이나 총리령, 부령으로 위임한 사항을 조례로 정하도록 법률을 개정할 수 있다.
 
 
2) 시군구의 개편과 읍면동의 준자치단체화
 
첫째,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의 통합과 분할은 중앙정부가 국회가 아니라 지역주민과 상급 광역단체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이러한 방식만이 지방정부의 행정효율성, 주민접근성 등을 개선시킬 수 있고, 타율적인 통폐합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시군구는 그 규모와 자립도에 따라 수행하는 기능상의 차등을 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이나 경기도의 기초단체는 초등교육, 지역 치안, 지역 특산업, 지역개발 등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
현재의 시군구 인구수는 3만 미만의 곳으로부터 100만이 넘는 지역까지 있다. 따라서 인구 측면에서 보더라도 시군구가 기초자치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통합과 분할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시군구 개편은 몸집 키우기 식의 통합에만 치중되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시군구의 인구 규모는 OECD 국가 중 가장 큰데, 주민 가까이에서 민생과 복지를 전담해야 할 시군구들을 더 통합하자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재 선진국에서도 주() 또는 광역지방정부에 대해서만 통합논의가 이루어질 뿐,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통합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보다 기초자치단체가 세분화된 선진국에서 통합이 추진된 바 있으나 규모의 경제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분할된 자치단체 사이의 공공선택론이 유효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때 미국 대기업들로 구성된 경제발전위원회가 지방정부의 세분화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지방정부 수를 80% 정도 감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1980년 미국행정학회는 통합에 치중한 중앙집권적 행정체제개편을 비판하였고 1987년 미국의 정부 간 관계 자문위원회(ACIGR)’는 종래 통합론을 지지하던 입장을 철회하였다.
또한 우리의 경우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이 여수시로 통합된 후 행정서비스 부문과 재정 부문에서 효율성이 증대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본래 여수군에서 분리되어 시로 승격된 곳으로서 통합을 통해 본래의 한 뿌리로 되돌아간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여수시의 통합은 전혀 역사적 관계가 없는 시군 간의 통합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또한 독일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기초단체의 통폐합이 필요할 경우 국가가 아닌 광역단체가 이러한 통합을 관여한다. 따라서 이들 나라에서는 광역단체마다 다양한 지방자치제도가 발달하고 그 성과를 서로 비교함으로써 보다 나은 지방자치제도가 발달할 수 있다.
둘째, 장기적으로 읍면동을 독립된 지방자치단체로 설치하되, 단기적으로는 지방자치법에 읍면동을 자치법인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유도조항을 둘 수 있다. 예를 들면 해당 읍면동 주민이 주민투표로서 자치단체의 승인을 시군구 의회에 요청하면 의회 의결로 자치단체인 읍면동을 설치하는 것이다. 이 경우 주민들이 읍면동장을 선출할 뿐만 아니라 통장이나 이장을 선출하여 통장협의회나 이장협의회를 동네의회(neighborhood council)로 발전시킬 수 있다.
 
 
3. 행정체제 개편의 절차
 
첫째, 자치단체의 운명은 해당 주민의 의사에 따라서 결정되어야 한다. 현재 행정체제의 개편은 국회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상급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듣고 법률 개정으로써 가능하다. 하지만 이때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은 참고자료에 불과하므로 국회가 그 의견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94헌마175).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지방분권, 주민자치, 균형발전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데, 국회의원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을 무시하고 자신의 선거구 책정과 직접 관련이 있는 행정체제 개편을 주도하는 것은 이해관계자의 공평한 참여라는 절차적 정의에 위반된다. 이러한 정치권의 일방적인 개편안은 최근 유엔인간정주위원회(UN-HABITAT)가 채택한 지방분권 국제지침의 A-1-1, 정치적 지방분권이 대의민주주의 및 참여민주주의와 적절한 조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규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물론 전면적인 행정체제 개편은 국민투표로도 할 수 있으나 현행 헌법에서 쉽지 않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여기에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할 경우 주민투표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투표결과에 구속력을 주어야 한다. 지방자치법은 자치단체를 합칠 경우 법률로 정하되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주민투표가 필수적이지 않다.
현재 주민은 주민투표법 제7조와 9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통폐합의 경우 주민발의 형태로서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구속력이 없다. 반면 이범래 의원이 2009년에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투표의 요구를 받은 경우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법 제14조의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 사항으로서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나아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주민투표법 제8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중앙행정기관 장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주민투표가 실시되더라도 그 결과에 정치적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구속적 효력은 없다.
셋째, 주민투표를 통한 행정체제 개편의 결정이 정당성을 지니려면 공정한 주민투표운동이 보장되어야 한다. 아울러 주민투표가 심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론의 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주민투표에서 토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주민투표의 과정에서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주민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주성수, 2009: 179-181).
2009년 노영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주민투표나 지방의회의 의결 전에 통합 후 새로운 자치단체의 명칭, 청사 소재지 등 주요 사항의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주민투표 이후 주요 사항의 이견에 따른 주민 갈등을 방지하고자 함이다. 반면 2009년 허태열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통합추진위원회가 명칭 및 청사 소재지를 의결하지 못할 경우 지방행정체제 개편위원회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이를 결정하도록 하였다.
또한 주민투표를 전후로 하여 주민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공정행위가 차단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중앙정부나 상급단체가 주민투표 이전에 미리 통합을 기정사실화하고 통합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거나 통합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율적인 주민투표를 방해하는 행위이다. 물론 반대로 통합을 막으려고 주민들에게 추가 부담이나 제재를 예고하는 것 역시 불공정행위이다.
 
 
IV. 결론
 
첫째, 지역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고 연방제 통일을 준비하는 측면에서 먼저 광역시를 도에 흡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현행 광역시는 동일한 역사적 공동체를 인위적으로 분리하여 지역갈등과 불균형발전을 조장하고 생활권과 행정체제가 불일치함으로써 예산이 낭비되고 자치단체가 협소화됨으로써 광역행정이 불가능해져 지역경쟁력이 열악해지는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광역시를 도에 통합하는 초광역화는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의 과소화, 대도시의 비대화, 광역시로의 승격 경쟁 등의 문제점을 완화시킬 수 있다.
기초단체를 통합하여 광역시를 양산하는 대신 도를 폐지하는 것은 지방분권이 도와 같은 광역단체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현재의 도 단위 규모에서 수행될 사무와 시군단위에서 수행할 사무는 차원을 달리하므로 도나 시군 모두 필요하다. 이를 무리하게 1단계로 축소하려는 정치권의 주장은 세계적으로 보아도 그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이러한 통합은 시군을 통한 가까운 정부의 실현뿐만 아니라 광역단체에서 가능한 규모의 경제실현도 불가능하게 한다.
둘째,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의 졸속적인 통합을 중단하고 시군구가 풀뿌리민주주의와 주민의 편의성을 증진시키도록 지역 특성에 맞게 통폐합이나 분할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임승빈, 2008). 즉 현재의 시군구 제도를 유지하되 비대한 곳은 분할하고 협소한 곳은 통합하고, 생활구역과 행정체제가 일치하지 않는 곳은 경계를 재조정해야 한다. 특히 서울시의 자치구는 규모의 경제 확보 차원에서 2-3개씩 통합할 수 있다. 다만 독일의 독립시나 일본의 지정시 제도처럼 규모가 크고 역량이 충분한 곳에는 많은 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
셋째,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해당 자치단체와 주민의 의사를 존중하고 객관적인 법률적 제도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 통폐합은 자치단체 간 상호조율 속에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모아 진행되어야 한다. 과거 행정체제 개편은 하남과 성남 및 광주의 통합 논의에서 보듯이 지역주민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하지 않았다.
행정체제의 통폐합과 분할의 경우 공청회, 주민순회설명회, 행정체제개편의 예고, 지방의회의 사전 심사와 의결, 필요적이며 구속력 있는 주민투표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자치단체 간의 갈등을 막기 위해 일방적인 다수결이 아닌 합의를 유도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주민투표는 단순한 가부가 아닌 새로운 행정구역의 명칭, 청사의 위치, 행정조직 구성방향, 재정방향 등 주요 원칙까지 일괄적 부의해야 주민투표 이후 통합의 구체적 내용을 둘러싼 갈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시군구가 주민참여를 실현하기 위해 너무 넓다는 점에서 읍면동이 순수한 주민단체로 격하되기보다는 행정기능과 자치기능을 부여받아 동네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실질적인 기초자치단체로 발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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