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환 열사를 죽음으로 몬 정승오 해성운수 대표 구속 재판 방청기

1. 재판 전 남부지방법원 앞 기자회견(09:30)


새로 당선된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의 인사말, 김종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의 규탄 발언, 방영환 열사의 따님인 방희원님의 엄벌을 간청하는 발언이 있었다. 노동당 이백윤 대표와 전장호 서울시당 위원장, 유용현 국장, 함계남 노원중랑위원장, 김장민 영등포구로금천 위원장과 당원들이 참석했다. 재판 시간이 촉박한 탓인지 노동당 대표는 발언하지 않았다. 양규서 함계남 부부의 자녀 꼬민이도 참석했다. 많은 기자들이 보도하러 왔다. 


기자회견 후 법정으로 이동했다. 법원이 법원 경비인력을 동원하여 검색을 엄격히 했다. 노조 조끼를 입고 들어갈 수 없다는 1차 실랑이가 있었다. 처음 판사가 재판 참관을 5명만 된다고 법원 직원을 통해 전달하자 꿀잠 김소연 동지가 항의하여 10명으로 조정됐다. 이후 판사가 다시 전체 방청이 가능하다고 하여 전체 들어갔다. 좌석은 30석 미만이라서 10명 미만이 서 있었다. 


2차로 노조 조끼를 입고 재판정에 들어갈 수 없다고 제지했다. 양규서 국장이 그런 규정이 어디 있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대책위원회 쪽은 대부분 노조 조끼를 벗었고, 김장민, 함계남, 양규서, 이한국 당원은 조끼를 입고 입장했다. 다른 당직자들은 처음부터 조끼를 입지 않았다. 얼굴을 알고 있는 양천경찰서 정보과 사복 경찰 2명과 그 외 사복 경찰, 해성운수 쪽 인사들이 입장했다. 



2. 재판 과정


재판장이 입장하자 전원 기립한 후 앉았다. 재판장이 개정한 후 정승오 해성운수 대표가 입장할 때 내가 “아직도 반성하지 않냐?”고 외치자 정승오가 나를 째려봤고, 양규서 국장이 “뭘 째려보냐”고 외쳤다. 


먼저 검사가 정승오의 범죄사실을 읽었다. 놀라운 점은 정승오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한 관리직원 70대 배차부장에게 전치 4주의 폭행을 했다는 점이다. 정승오의 변호사가 모욕과 특수협박만 인정했다. 근로기준법상 폭행, 집회방해, 보복운전에 대해 부정했다. 임직원에 대한 폭행에 대해 인정했으나 합의했다고 했다. 최저임금법 위반과 명예훼손은 별도의 재판으로 진행된 바 있어 언급되지 않았다. 합의금 3천만원을 공탁했다며 보석을 신청했으며 이에 대해 내가 "어떻게 처음부터 보석을 신청하냐? 뻔뻔하네"라고 외쳤다. 


변호사는 방영환 열사의 사망시기를 2022년으로 잘못 발언했다. 과거 근로계약에 따라 3시간 반짜리 월급으로 100만원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분신 원인이 정승오 범죄 이후 분신 직전의 사측에 대한 노동위원회 기각과 민사소송 패배로 인한 좌절, 민주노총의 징계에 대한 불만 등이므로 방영환 열사의 분신이 정승오와 무관하다고 했다. 변호사는 민주노총의 명예훼손과 질서를 해쳤다는 이유로 방영환 열사를 민주노총이 징계를 추진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했다. 모 인터넷매체가 민주노총의 책임이 50%라고 보도했다고 인용했다. 방영환 열사의 유서에서 공공운수와 택시지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는데, 이를 민주노총이라고 표현했다. 


중한 범죄가 아니고 일부 범죄를 자백하고, 증거인멸, 도망 등의 사유가 없다는 필요적 보석 사유를 밝혔다. 임의적 보석 사유에 있어 방영환 열사의 유서에 공공운수와 택시지부에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알리지 말라고 했으나 민주노총이 협상권한을 받았고 노조가 3억 5천 밑으로 합의할 수 없다고 고집한다고 밝혔다. 정승오가 방영환 열사에게 중대한 부상을 입히지 않고 사망과 직접 관련이 없어 위자료로 적당한 3천만원을 공탁했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는 정승오의 지속적인 괴롭힘, 폭행, 법령 위반이 열사의 분신에 직접적인 원인이고, 정승오가 상습적으로 다른 노동자도 폭행하면서도 전혀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 등 반인륜적 태도를 가지고 있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 피해자 측 변호사의 발언이 있었고 이어 엄벌을 간청하는 방희원 따님의 발언이 있었다. 따님의 발언 이후 내가 응원하는 박수를 쳤다. 


재판은 40여분에 끝났고 25일로 하는 다음 기일 지정이 있었다. 내가 퇴장하면서 “보석은 절대 안 된다.”, 사망연도 2023년도 모르냐“며 정승오의 변호사를 비난했다. 


전반적으로 재판장이 사회적 파급이 큰 사건이라서 긴장하고 신중한 편이었다. 나 말고는 방청객 발언이 없었고 남성화 공공운수노조 해복투 위원장이 손을 들고 발언을 신청했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내 발언에 대해 법원 경리가 가벼운 제지만 했고 재판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동, 시국 재판의 성격상 너무 조용한 재판이었다. 대책위원회가 너무 순해 보였다. 



3. 재판 이후 소란


나는 두 차례 만남을 가진 방희원 따님과 기자회견과 법정 엘리베이터 앞에서 간단한 인사만 했다. 대책위원회가 따님에게 나와 소통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노동당도 나에게 같은 요구를 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여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양규서 동지가 법원 실내에서 재판 참관 사진을 찍자고 했으나 경리들이 제지했다. 건물 밖에서 남성화 위원장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는데, 그때 박상길 부위원장 겸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X새끼들, 사진 찍어 주지마”라고 소리쳤다. 나와 거리가 20미터인데 기자와 유족들이 들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 내가 다가가 항의하자 박상길 부위원장이 욕설을 심하게 했다. 나는 욕설로 대응하지 않고 이 기회에 내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3억 5천만원 요구가 창피하지 않냐, 왜 처음부터 대책위원회를 협상을 해왔냐, 법정투쟁을 그것밖에 못하냐, 민주노총이 죽였다는데 왜 가만히 있냐”라고 비난하자 흥분한 박 위원장이 욕설을 계속하면서 멱살을 잡고 밀어붙이면서 때릴 듯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속이 시원하냐 노동당 조끼를 벗으라고 소리쳤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기자들이 촬영까지 했으니 큰 불상사다. 


나는 이틀전 이삼형 택시지부 정책위원장 겸 대책위원회 협상대표에게도 욕설을 들었다. 대책위원회 핵심인 이들은 사측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측이 열사의 죽음이 민주노총 때문이라면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측이 그런 사실을 안 것은 나와 방영환 열사의 지인들이 방영환 열사의 유서를 공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사가 택시지부의 탄압을 받았고,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당이 방관하면서 고립에 동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열사의 유서에 “공공운수노조와 택시지부에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표현된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이 문제이지, 그런 잘못을 비난한 열사의 유서나 그 유서를 공개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괜한 화풀이를 한다고 본다.

2024년 국제 분쟁 전망

1)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의회에서 외교안보 문제에 영향력이 큰 상원은 민주당이 우세하고 예산지출권을 가진 하원은 공화당이 우세하다. 공화당은 전쟁비용보다 국내 문제에 예산지출을 늘리라는 입장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두개의 전쟁을 모두 지원할 수 없으니 우크라이나 전쟁 지출을 못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현재로서는 이민문제와 국경 문제에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전쟁예산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가 시들해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유럽의 지원 역시 축소가 논의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현실적이라면 늦어도 공화당 후보가 결정돼 양당 대결이 격화되는 초여름부터 전쟁 중단에 대한 협상이 가시화돼야 한다. 

반면 선거리스크가 없는 러시아에서 엘친은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높은 인기도를 앞세우고 전쟁을 강행하고 있다. 전쟁할 정도로 대규모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결국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종결이 시급한 미국은 크림반도를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러시아가 병합하는 것을 방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를 어떻게 압박하고 설득하느냐의 문제이다. 코리아 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중단돼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화됐듯이, 우크라이나도 종전을 할 수 없으나 최소한 정전(휴전) 형태로 사실상 전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즉 우크라이나 분단이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설득할 수 있는 양보조건으로 유럽연합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가입을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묵인하는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서방은 전후 발전을 한 서독, 한국, 대만 등의 예를 제시하면서 강력한 우크라이나 재건계획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 가입은 러시아가 승인한다고 해도 터키 가입 논란에서 보듯이 우크라이나와의 경제 격차에 따른 경제적 부담 문제 때문에 유럽연합 전체의 만장일치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즉 유럽연합 가입 문제는 러시아가 묵인하되 헝가리 등 친러 국가를 통해 유럽연합 가입을 방해하는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가져간다고 해도 쉽지 않은 문제이나 양국관계가 적대적으로 전환되고 유럽연합 가입 문제와 달리 나토 내부 갈등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언제까지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젤렌스키가 전쟁중단 협상에 반대하면 코리아전쟁 종결 당시 이승만의 지위와 유사해질 수 있다. 서방은 젤렌스키를 협상에서 제외하든, 아니면 실각 시나리오도 고려할 수 있다. 

관련하여 2024년 4월까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가 결선투표를 포함하여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계엄령을 통해 모든 선거를 중단한 상태이다. 현재 미국과 서방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항마를 검토하면 우선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2019년 대선 결선에서 패배한 바 있다. 젤렌스키가 포로셴코의 서방 방문을 금지할 정도로 포로셴코의 서방과의 접촉을 경계하고 있다. 젤렌스키와 불화설이 돌고 있는 잘루즈니 총사령관 역시 잠재적인 후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고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젤렌스키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서방과 야권이 동시에 선거를 요구하면 젤렌스키는 협상을 수용하고 재선에 나가는 것이 차선이다. 현 상태를 계속 고집하면 우크라이나 정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서방의 지원 외면으로 전쟁동원력이 바닥을 치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갈수록 협상 여론이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분노를 식혀줄 희생양과 보상이다. 젤렌스키의 대항마들이 서방과 결탁하여 젤렌스키를 희생양으로 삼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보상을 얻어낼 수 있다.



2) 팔레스타인 전쟁


2022년말 15년간 집권한 네타냐후가 극우정권의 수장으로서 재집권했다. 하지만 사법부 권한을 약화시키는 반민주적 조치로 이스라엘 역사상 초유의 대규모 시위사태를 야기했다. 위기에 빠진 네타냐후 정권은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인한 전쟁이 시작되자 서방과 국내의 지지를 회복하고 하마스 근절을 목표로 전쟁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희생자의 10배가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서방이 전쟁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인질구출 작전이 성과가 없고, 인질에 대한 오인사격이 발생하자 국내 지지도는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방송국 여론조사에서 76%가 네타냐후의 퇴진을 원하고, 64%는 전쟁을 끝내고 총선을 치뤄야 한다고 답변했다. 1월 1일 대법원이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네타냐후의 법안에 대해 무효 결정을 하면서 네타냐후는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 근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점령통치, 서안지구에서 정착촌 확대 등 강경책으로 민심을 사려고 하지만 성과가 없다. 인구 밀집지역의 민병대적 성격의 하마스를 근절하려면 민간인의 대량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안에서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통한 팔레스타인 축출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살인적인 가자봉쇄로 인해 반이스라엘 정서가 고조되면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지보다 높다. 이슬람 세력 안에서 강경파가 득세하고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확산되면서 민간인 학살 수준을 각오하지 않는 한 가자지구에서 점령통치가 곤란하다. 네타냐후의 정착촌 확대 정책은 하마스의 습격을 오히려 구조적으로 정당화하는 요인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유엔과 미국은 온건한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통해 2개 국가안을 유지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입장이 다르다. 네타냐후의 강경책은 중동에서 분쟁을 관리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타격을 주고 있다. 가자 전쟁으로 중동에서 반미정서가 고조되면서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 같은 친미 회교국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훼손되고 있다. 

아브라헴이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동조상이라는 기치 아래 이집트와 요르단에 이어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아브라헴 협정을 사우디 등에 확산시키려는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팔레스타인 인접국가 이집트와 같은 친미국가들마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가자전쟁이 이란과 같은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거점을 두고 있는 레바논으로 확전된 것에 보듯이 가자전쟁은 잘못하면 중동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2023년 10월 카이로에서 중동국가 정상, 유엔사무총장, 유럽정상, 남아공 정상, 그리고 중러와 일본의 대표단이 모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나 입장 차이로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참석했지만 입장이 난처한 이스라엘과 미국은 전쟁중단 압박을 회피하고자 불참했다. 중동국가들은 강경발언을 한 반면 서방국가들은 우회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가자전쟁이 악화되면 중동의 정상들이 다시 모여 강경한 입장을 논의하면 서방은 이스라엘을 더욱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집트 정부가 군사작전 중단, 양쪽 인질과 수감자 교환(1단계),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정파들이 참여하는 통합 과도정부 구성(2단계), 이스라엘 인질 전원 석방과 이스라엘 철군(3단계) 등으로 구성된 3단계 평화협상안을 제시했다. 

이스라엘 역시 무리한 목표를 사실상 철회하고 위험을 관리하고 하마스의 재건을 막는 저강도전쟁을 할 수밖에 없지만 실익이 별로 없다. 신년 초에 이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철군을 시작해 저강도 전쟁으로 전환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팔레스타인 전쟁의 근본원인을 미국의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중동에서 반미전선을 시도할 수 있다. 2023년 11월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과 푸틴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중동국가 편을 들었다.

하마스의 배후에 있는 이란은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이란은 반미전선의 선봉장을 자처하면서 미국과 핵협정(JCPOA) 복원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시리아의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저강도 전쟁을 유지할 수 있다.



3) 대만 대치


대만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봉쇄의 전초기지이자, 군사적으로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대만과 방위조약을 맺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만전쟁 개입의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 국내법상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은 대만의 자위력 유지를 위한 대만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무기 제공 및 대만 고위인사의 방미 허용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군사동맹이 아니라 자동개입 의무는 없다. 

또한 대만에 공식적으로 미군이 없으므로 중국의 대만 침공시 과거 미군이 대치된 한반도의 휴전선처럼 미군이 자동으로 직접 개입하는 인계철선(引繼鐵線, tripwire)은 없다. 따라서 미군은 국회로부터 전쟁수권을 받아야 하나 긴박한 사정을 고려해 베트남 전쟁의 통킹만 사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즉 대만해협 등 충돌지역에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미 군함을 진입시켜 중국의 공격을 유도하여 정당방어를 이유로 대만전쟁에 개입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모두 하나의 중국, 그리고 대만이 독립하지 않는 한 현재 대만의 지위를 보장한다는 현상불변에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 마카오의 사례에서 보듯이 연방제와 유사한 일국양제로 평화적으로 통일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중국은 미국이 현상불변 합의에 위반하여 대만 독립을 부추긴다고 격앙돼 있고,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여 현상불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유도하지 않지만 대만이 독립하려고 한다면 대만의 자결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입장이 외세에 의한 현상 파괴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대만 독립에 우호적인 고위층을 공식적으로 파견하고 2005년부터 해병대와 특수부대를 비밀리에 배치해 2023년 초 200여명으로 증강된 상태이다. 

현재 바이든은 대만전쟁에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고 공언한 반면 트럼프는 중국과 대만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선호하고 있다. 대가가 없으면 개입을 안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만 개입이 날로 현실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대만전쟁에 대비하여 이미 군함 수에 있어 미국을 능가했다. 미국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2031년까지 5척의 항공모함, 10척의 핵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SSBN·전략핵잠수함), 190대 이상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할 예정이다. 

대만 전쟁 시기에 대해 미국과 대만의 대선이 있는 2024년부터, 시진핑이 4선에 도전해야 하는 2027년까지 회자되고 있다. 2024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5% 내외 앞서가고 있으며,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추격하고 있고,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20% 내외의 지지율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민진당이 승리하면 중국의 압박이 강해지고 대만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요구하는 등 미중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커원저 후보 측도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고 있으며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후보단일화가 되면 국민당이 승리한다.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1250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허우유이 후보와 라이칭더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31%로 동률을 기록했다. 

중국 본토에 거주하는 대만인은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120만명 수준이며 대부분 국민당을 지지한다. 다만 대만은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어 모든 투표를 대만에서 직접 해야 한다. 국민당이 승리한 2012년 선거에서도 본토 거주 대만인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민진당은 이미 8년 동안 집권했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국민당이 집권하면 양안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대만 위기는 수면 밑으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러 권력지형에 따른 국제정세의 가변성

 미중러 권력지형에 따른 국제정세의 가변성


1) 미국의 권력지형과 대외정책


미국이 국익을 추구하는 대외정책의 기본방향은 국내 문제에 주력하는 고립주의, 해외 문제에 개입하려는 팽창주의가 있다. 또한 경제적 이익이나 영토 확장 등 단기적인 국익을 추구하는 현실주의,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인권, 기독교 등 미국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가 있다. 이상주의자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식 국가를 건설하는 네이션빌딩에서 보듯이 미국식 체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많은 돈과 인명을 희생한다.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이 대표적인 이상주의와 개입주의(팽창주의)의 산물이다.

고립주의는 보통 국내 문제에 주력하고 단기적 이익이 없는 해외 문제에 대한 개입을 기피하는 현실주의 입장을 지닌다. 하지만 고립주의자라도 영토 확장, 미국인의 생명이나 재산과 관련돼 분명한 국익이 있다면 언제든지 팽창주의 입장으로 돌변할 수 있다. 이때 고립주의자들의 대외팽창은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국수주의적 입장을 보여준다. 트럼프와 같은 고립주의자들도 단기적인 미국의 국익이 분명하다면 해외 전쟁에 개입하며 이때는 쿠바 침공이나 필리핀 침공처럼 잔인한 식민지정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즉 일반적으로 현실주의 - 고립주의, 이상주의 -팽창주의의 관계를 보이나 뚜렷한 국익 앞에서는 그 경계가 무너진다. 미국이 1차 대전에서 유럽을 구하고 국제연맹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2차 대전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지배하고 국제연합을 주도했다. 

미국이 2차대전 이후 국제연합을 주도함으로써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세계경찰의 임무를 자임하는 것이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인식했다. 즉 대외정책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정치군사적으로 코리아전쟁, 베트남전쟁,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하여 군사적 개입에 대한 회의감이 고조되고, 중국의 경제적 추격 속에서 미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투자가 우선순위로 부상하면서 세계경찰로서 비용부담이 증가했다. 

이에 미국의 국익은 국내 문제 해결이라는 현실주의와 해외 전쟁은 돈과 인명만 희생시키고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의 전통적 결합이 설득력을 지니게 됐다. 굴뚝산업의 쇠퇴, 불법 이민의 폭증 등에 불만을 지닌 화이트 칼라, 백인 저소득층이 대표적인 고립주의와 현실주의 입장이다. 

트럼프는 이 부분을 치고 들어 온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부상은 비주류 괴짜의 일회성이 아니라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기득권 주류에 대한 불만이라는 물적 토대를 지니고 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기존의 개입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다시 미국으로” 기치 아래 국내 문제 해결을 내걸고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트럼프의 대항마로 기대되는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포함하여 공화당 주류가 개입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경선에서 트럼프의 대항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지사 디샌티스가 돌풍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도 미국 주류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부통령 펜스가 반 트럼프를 외치며 도중하차한 것에서 보듯이 미국 대선은 공화당 대 민주당이 아니라 트럼프 대 주류의 구도이며,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고 공화당의 기득권 지도층은 불만에 가득찬 상태에서 끌려가고 있다. 남성, 백인 보수층에 기반을 둔 공화당은 유색인종이 확산되는 유권자 분포도에서 민주당에게 밀리는 형국이었는데, 민주당에 기울어졌던 백인 하층이 공화당을 지지하면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 대선은 전쟁에 대한 싫증과 불만, 고금리와 고물가, 이민 등 국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의 출구전략 등을 쟁점으로 한다. 트럼프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류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이는 미국 일반 유권자의 다수 민심이다. 공화당 주류가 입장변화를 하지 않는 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다. 

현재 트럼프의 지지율이 바이든보다 높으나 양당제 아래에서 선거막판은 인물대결보다는 정당대결이라서 큰 격차를 내기 어렵다. 미국이나 한국 모두 양당제에서 각 당은 35% 수준의 고정지지층을 지니면서 30% 미만의 부동층이 양분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 이내에서 승부가 갈린다. 실질적으로 2-3%를 놓고 싸운다. 또한 미국의 대선은 각주의 선거인단 승자독식이므로 고어나 힐러리 후보처럼 전체 지지율이나 득표율이 높다고 해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패배할 수 있다. 따라서 몇 개의 경합주에서 승부가 난다. 

양당제의 과열로 인해 2024년 대선에서 경합주(스윙스테이트)가 네바다,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6개로 축소된 상황에서 11월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인단이 10명인 위스콘신 주에서 바이든이 2% 차이로 승리한 반면 선거인단이 67명의 나머지 5개 중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 지지율 격차도 평균 6%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이 6곳 모두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이 선수를 바꾸기도 어렵다. 정치전통에 따라 바이든이 출마를 포기하지 않는 한, 설사 바이든의 패배가 분명해지더라도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 고령의 바이든이 고금리, 전쟁 출구 등의 문제에 전격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고, 바이든이 입장을 전환한다고 해도 시기를 놓쳐 승산이 높지 않다. 바이든의 입장에선 국내외 정책을 소신대로 끌고 가서 명예롭게 패배하거나 노선변화를 통해 재임이라는 도박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양당제는 국회와 여론을 양분시켜 탄핵제도 역시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클린턴, 트럼프의 사례에서 보듯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는 탄핵도 하원에서 정치공세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바이든 일가의 우크라이나 커넥션을 중심으로 한 탄핵 표결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상원에서 최종적으로 부결되더라도 바이든 일가의 부패 의혹이 공론화되면 대선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불복, 반역, 탈세 등 모든 형사문제를 자신이 보수적으로 구성한 연방대법원에 상소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따라서 대선 때까지 사법 문제로 낙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구도가 본격화되면 고금리, 이민, 전쟁 출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오바마 - 바이든의 정책을 번복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낮추고 이민정책을 강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을 매듭지울 것이다. 러시아, 북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을 더욱 압박하고 시오니즘을 지지하면서 이란과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2) 중러의 권력지형과 대외정책


시진핑과 푸틴의 공통점은 강한 리더십으로 미국과 어깨를 겨뤄 민족주의를 고무하면서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당 규약의 정년제와 헌법의 연임금지 조항을 폐지하면서 2022년 10월 당 주석에, 2023년 3월 국가 주석에 3차례 연임했다. 

미국에 굴욕당한 엘친은 강경파 푸틴을 후계자로 삼으면서 미국에 복수했다. 푸틴은 초기에 엘친의 정책을 계승하면서 유럽연합과 나토가입 등 유럽화 정책을 추구했으나 미국에게 철저히 배제당한 이후 미국과 겨눌 수 있는 강한 러시아로의 복귀라는 민족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푸틴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수상을 번갈아 가면서 러시아의 최고지도자로서 군림하고 있다. 30여년을 집권한 스탈린보다 더 오래 집권했지만 러시아에서 인기는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24년 11월 선거에서 승리하면 6년 임기를 두 차례 거쳐 84세인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86세까지 집권하므로 푸틴의 사실상 종신 집권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미중러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올해 선거에는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도력이 불안한 반면 중러의 지도자는 장기집권의 목적을 사실상 달성했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며 선택의 폭이 넓다. 이제부터 굳이 민족주의에 호소할 필요 없이 탄력적인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즉 국내 지지기반을 무리하게 확장하기 위해 굳이 강경책을 쓸 필요가 없다. 중러는 현실주의 입장을 강화하면서 미국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미중러 협력시대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강경책으로 나온다면 중러협력을 강화하고 북, 이란과 같은 미국의 도전국을 지원하겠지만 그건 미국의 화해제스처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시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서방의 나토에 대항하여 공동의 군사훈련까지 한 바 있는 상하이협력기구는 2023년 7월 인도 모디 총리 주재로 정상회의를 열어 이란을 9번째 회원으로 승인했다. 3월에는 사우디가 대화 파트너 지위를 획득했다. 2023년 중러는 6차례 군사훈련을 실시했으며 이는 20년 만에 가장 많은 횟수이다. 주요 지역은 한반도, 대만, 동중국해이며 인도가 들어 있는 쿼드를 겨냥해 서태평양도 포함됐다. 

중러가 주도하는 경제공동체 브릭스는 2023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사우디,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6개국을 회원으로 승인했다. 이러한 행보는 중러의 협력이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로 확대되고 있으며, 인도를 반중기지로 삼으려는 미국의 시도가 무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러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미국의 진영논리에 대응하여 서방식 민주주의와 대비되는 인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장기집권을 정당화하는 파트너 의식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에 맞서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 등에서 주도권을 강화할 것이다. 


주체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 정세

 2024년 국제정치 정세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정치학 박사)



I. 국제정세 구도


1. 주체 중심으로 한 정세 구도

1) 주축 정세(패권 정세)

2) 하위동맹들 정세


2. 지정학을 중심으로 한 정세 구도


II. 쟁점별 정세


1. 미중러 권력지형에 따른 국제정세의 가변성

1) 미국의 권력지형과 대외정책

2) 중러의 권력지형과 대외정책


2. 국제 분쟁

1) 우크라이나 전쟁

2) 팔레스타인 전쟁

3) 대만 대치



I. 국제정세 구도


1. 주체를 중심으로 한 정세 구도


1) 주축 정세(패권 정세)


국제정치 정세는 주체 측면에서 주축들 간의 정세, 주축들의 하위동맹들 간의 정세로 나눠 볼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는 세계정세와 국지정세로 구분된다. 

주축들 간의 정세는 세계의 지배자인 미국을 중심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구도는 미국 1강(패권자), 러중 2중(경쟁자), 협력적 부상국(인도), 저항적 부상국(북, 이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가시화하면서 경제적 군사적 추격을 가속화하자,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고 중국에 경제전쟁을 선포하고 타이완을 중심으로 군사적 갈등을 고조시켰다. 미국의 이런 입장변화는 미국의 근본적 이해관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역시 이러한 기조를 유지했다. 

일부에서 이를 미중 신냉전이라고 과대평가했으나 착시에 불과하고 미중협력시대 즉 미중분업의 조정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경쟁적 협력자로 정립하고 일시적인 디커플링(미중 협력관계 해소)에서 후퇴하여 디리스킹(중국의 추격 지연)으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엑손 등 미국의 대자본의 최고경영자가 시진핑을 방문 면담함으로써 거대한 중국시장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시진핑의 강한 중국에 이어 푸틴의 강한 러시아로의 회복이 가시화되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했다. 그 부작용은 오히려 중러협력시대를 가속화시켰고 미국은 이러한 강한 드라이브 정책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러 협력시대를 제한적으로 회복시키려고 한다. 

미중러 간의 경쟁과 갈등, 제한적 협력으로 나타나는 주축들 간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타이완 긴장 등은 미중러 모두에게 부담이기 때문에 2024년에는 이러한 대결에서 벗어나려는 출구전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물가, 이민 문제 등 국내 문제가 올해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민주당조차 출구전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2024년 주축정세는 제한적 미중러 협력구도가 안정화되기까지는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미국 중심의 3강(미중러)의 대치와 협력이다. 인도는 미중러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강대국들의 대치를 활용하고 자신을 축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미중러에 저항하면서 독자적인 축으로 위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러시아의 값싼 원유를 대량 구매한 것에서 보듯이 미중러의 경쟁구도에서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즉 미중러인의 4강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인도의 복안이다. 이미 두 차례 국경분쟁에서 전투에서 이기고도 철군하는 중국의 행보가 보여주듯이 중국이 인도를 주적으로 삼는 것을 기피하는 원칙을 지니고 있고, 인도 역시 4강 시대를 열려면 중국과 인도의 대결구도라는 기존의 태도를 수정할 것이다. 즉 2차례 중국과의 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미국에 의존해서 중국에 복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의 자리에 올라 미중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인도는 중국을 누르고 세계 1위의 인구대국에 올라 미래의 잠재적 성장력이 최고수준이다.

미국 입장에선 중러협력에 맞서느라 여력이 없기 때문에 북, 이란과 같은 저항국가들을 현 상태에서 관리하고자 한다. 즉 유령 취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은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이란은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미국에 대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양국은 핵전력 강화, 중러와의 협력에 편승하면서 지역적 반미전선을 가시화하는 등 과감한 전술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2) 하위동맹들 정세


주축들 간의 협력이 강조되더라고 하위동맹들은 국제분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주축의 하위동맹들은 주축의 패권 정세의 수단이기 때문에 주축에 종속돼 있다. 미중러는 경쟁과 협력을 하면서 하위동맹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한다. 

미국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러시아산 우라늄을 수입해 오다가 이중플레이라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하여 2023년말 하원에서 이를 금지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게 값싼 경공업 제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은 중러와 필요하면 협력을 하면서 호주, 일본, 한국, 대만에게 중러와 경제적으로 단절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하위동맹들에게 미국의 군사적 이익에 복종할 것을 강요하여 중러와 정치군사적 긴장 관계를 조성하도록 한다. 

호주는 미국의 이런 요구에 복무하다가 경제적 손실이 커지자 2023년 11월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회복에 합의했다. 반면 한국과 같이 내부적 민주주의 정당성이 낮거나 자주권이 제약된 하위동맹들은 미국의 요구에 저항할 수 없기 때문에 중러와 냉각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의 하위동맹들이 외교적 자주권이 없기 때문에 이들과 중러와의 관계는 미국의 포위작전을 벗어나려는 중러에게 주도권이 있다.

미국에 종속된 하위동맹일수록 중러와 긴장 나아가 극단적으로 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유럽을 러시아로부터 떼어놓으려는 미국의 대러전략에 희생된 결과이다. 날로 우려되는 대만전쟁도 같은 연장선이다. 남한을 중러와 단절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따라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동아시아에서 실제 전쟁보다는 군사적 긴장을 통제하는 선에서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2. 지정학을 중심으로 한 정세 구도


세계대전은 발생하지 않지만 국지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중러의 신냉전은 과도한 평가이나 국지적 냉전은 현실이다. 국지전은 미국의 의도에 따라 혹은 미국의 약한 고리를 노리는 도전국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의도한 국지전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전쟁은 구조적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의 부산물이지만 직접적인 촉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취약해진 미국의 틈새에 고무된 하마스의 저항이다. 팔레스타인 전쟁처럼 미국이 직접 의도하지 않은 국지전의 경우 이스라엘 및 이란과 같은 지역 맹주가 상대적인 자율권을 갖고 있다. 

한반도의 경우 미국은 군사긴장을 관리하기 위해 남한에 군사적 보증을 공언하면서 미국이 통제 못하는 돌발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북은 정치군사적인 주도권을 확장할 수 있다. 미국이 두 개의 전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조건에서 북은 핵전력을 고도화하는 속도를 높일 것이며, 냉온탕을 번갈아 가면서 군사적 긴장의 조성 수준을 관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