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제 도입에 관한 검토

I. 서론
 
연방제(Federation)란 지역국가들이 서로 결합해서 하나의 연방국가를 형성하지만, 그 지역국가들이 계속해서 국가적 성격을 지니는 국가형태를 말한다. 독일의 경우도 주권은 연방국가가 행사하지만 통치권은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공동으로, 혹은 분담하여 행사한다. 이 점에서 지역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구분된다(박응격, 2001:51).
연방제는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2원적 구조라고 봐야한다. 지역국가, 연방국가, 이 둘을 합친 전체국가라는 3원적 관점은 전체국가의 기관과 연방국가의 기관이 구분된다는 비현실적인 관점이다(허영, 2003:295-299).
연방제와 국가연합(Confederation)은 다르다. 국가연합은 그 근거가 되는 조약의 내용에 따라 회원국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이때 회원국의 주권이 일부 제한될 수 있으나, 회원국은 통치권뿐만 아니라 주권 자체를 지닌다. 국가연합 자체는 국가가 아니므로 주권, 국민, 영토를 지니지 않는다. 연방제의 지역국가가 연방을 탈퇴할 자유는 연방헌법에 의해 제한되는 대신 연방국가는 지역국가의 동의가 없으면 헌법을 바꿀 수 없다. 반면 국가연합 내의 국가는 주권을 지니므로 탈퇴가 더 자유롭다.

연방헌법이 연방국가, 지역국가, 국민의 관계를 규정한다. 연방헌법은 지역국가 대표 상호간의 협약을 국민투표로 추인하는 방식으로 제정된다. 연방헌법에는 권력분점과 지역국가의 경계, 정부형태에 대한 협상이 포함된다. 연방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각 국가의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다르다. 베네수엘라처럼 중앙집권적인 국가도 있다. 지역국가의 명칭은 국가에 따라 다양하다. 에디오피아,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인도, 말레이시아, 멕시코, 나이지리아, 미국처럼 국가(State)라고 표현하는 연방제도 있으며 도(Province)로 표현하는 곳도 있다. 독일에서는 주(Land)로 표기하고 스위스에서는 캔톤(Kanton)이라고 부른다.
이병기(2005)에 따르면 연방제에 영향을 미친 사상은 기독교, 사회계약, 아나키즘이다. 연방(fedral)의 어원은 히브리어의 brit에서 유래됐으며, 이는 britum(분할)beriti(협정), shalom(평화)을 의미한다. 즉 어원상 연방이란 분리된 공동체들이 구속력을 지닌 서약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서약이 이루어질 때 평화가 유지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4> 연방국가 현황
국가
계기
특징
미국
공동방위
1781년 국가연합
멕시코
식민지해방
남미 식민지해방
베네수엘라
식민지해방
중앙집권적 형태
스위스
공동방위
다인종 다언어 다종교
아르헨티나
식민지해방
 
캐나다
영연방 독립
큰 지역을 분할
독일
민족통일국가
단일민족 단일언어
브라질
남미 식민지해방
 
오스트레일리아
영연방 독립
 
오스트리아
왕정몰락
중앙집권적 형태
인도
영연방 독립
 
말레이시아
영연방 독립
 
나이지리아
영연방 독립
다인종 다종교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왕국연합
7개 왕국의 협치
파키스탄
영연방 독립
 
스페인
민족갈등 통합
연방적 단일국가
마이크로네시아
미국신탁통치
 
세인트키트스 등
영연방 독립
 
러시아
소련 붕괴
 
벨기에
민족갈등 통합
2개국 통합
에티오피아
내란종식
 
보스니아 등
유고연방 붕괴
유고연방 붕괴
코모로스
프랑스령 독립
 
남아프리카공화국
영연방 독립
식민지 국가연합
수단
내란종식
평화협정
콩고
내란종식
 
이란
이슬람공화국
2005년 신헌법
 
영국의 아메리카 식민지에서 다양한 지역공동체를 건설하였던 청교도들은 카톨릭의 중앙집권, 군주제에 반대하여 성서의 계약을 국가구성 원리로 제기하였다. 성서의 계약은 하나님과 계약을 맺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동등하다는 공동체정신을 포함하였다. 이스라엘 민족은 Jacob의 열두 아들을 시조로 삼는 12부족으로 분열되어 있었으나, 이들은 하나의 생활공동체이면서 동시에 제의동맹체 또는 여호와신앙으로 맺어진 계약공동체로서 연대의식과 일체감을 갖고 있었다(오상민. 2003).
계몽주의자들은 개인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들이 전체사회를 형성하는 사회계약을 주창하였다. 몽테스키외는 권력이 분립된 국가연합적인 공화국이 개별적인 이익을 보장하면서 폭정과 내부결함, 반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봤다. 칸트는 평화적인 유럽체제로서 국가연합을 주창하였다. 프루동의 아나키즘은 극도의 자유와 작은 공동체적 삶을 통해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였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25개의 연방국가에는 세계인구의 약 40%가 거주하고 있다. 연방제는 다양성을 유지하면서도 상호 침투하는 지구촌 시대 새로운 국가관에 부합한다. 연방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내전의 종식, 지역갈등의 봉합, 이질적 요소의 통합, 공동의 방위를 위해 도입되었다. 연방제는 이점에서 분단과 지역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이론적으로는 매우 적합한 제도이다. 연방제는 통일국가의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지역차원의 정책결정권과 정치적 책임을 보장함으로써 국가 전체가 스스로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국가형태이다.
최양근(2011:359)은 남북이 일단 연합형연방제로 통일한 후 궁극적으로 14개의 연방구성국가로 분할하여 스위스와 같은 연방제를 실시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기우(2008a)에 따르면 과거에도 김학준과 백낙청이 평화통일의 방안으로서 연방제를 언급하였다. 박세길은 연방제와 유사한 강력한 지방자치제를 주장하였는데, 그 이유로서 분권과 자치, 균형발전 등을 들었다. 나아가 자유선진당은 남한에 먼저 스위스 식 연방제를 도입한 후 통일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한반도 차원에서 연방제를 확대하자고 주장하였다.
본 논문은 향후 통일국가의 장기적인 국가형태로서 연방제를 논의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첫 번째 문제는 연방제가 분권과 자치, 통일에 적합한 국가형태라고 해도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전혀 없는 우리가 어떻게 연방제로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가이다. 두 번째 문제는 설사 남북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로 통일이 되더라도 이러한 불완전한 연방제를 어떠한 경로를 통해 미국이나 스위스와 같은 연방제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가이다.
이 글은 한반도에서 미국이나 스위스 같은 항구적 연방제의 필요성과 그 경로에 대해 살펴보고, 그러한 연방제의 모습이 어떠한지 소개하고자 한다.
 
 
 
II.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제의 필요성
 
1. 통일모델
 
첫째, 단일민족은 연방제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남북분단의 특수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견해이다. 물론, 연방제는 다민족국가에서 각 민족의 독자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독일의 경우를 보더라도 단일민족 역시 통일과정에서 연방제를 실시할 수 있다.
각국 연방제의 목적은 민족통합, 공동방위, 영토적 연결로 인한 이익추구, 지역대립과 인종갈등의 해소 등이다. 연방제 형성의 과정은 미국, 스위스처럼 통합인 경우와 벨기에나 스페인처럼 분화인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분화는 연방제의 합의과정에서 패권을 우려하여 지나치게 큰 지역국가를 분할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족이 분할된 상태에서 봉건주의를 청산하지 못했던 독일은 하위연방들이 상위의 연방을 구성하는 다중결합연방으로 발전해왔다. 통일 과정에서 너무 큰 지역국가는 분할되었다. 다민족 사회였던 캐나다 역시 통합과 분할의 과정을 겪었다. 연방 성립 당시 가장 큰 식민지가 두 개 지역으로 분할되었다. 캐나다는 독립하려는 퀘백주에 많은 양보를 해주는 방식으로 국가를 통합해왔다. 다만 다른 주들이 퀘벡주에게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이러한 특혜는 명문화되지 않았다. 물론 퀴백주를 달래기 식의 지역정책이 연방주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여론이 있다(이옥연, 2006:128-130).
둘째, 연방제 통일이 가능하려면 국내외적인 분위기가 성숙돼야 하는데(버나드 로완, 2006:259-281), 이를테면 연방제에 대한 필요성, 의지, 상호협력과 나눔의 문화 등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필요하다(박응격, 2006:13-37).
먼저 남북이 상호존중과 평화통일을 통해 새로운 공화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립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과 북 사이에 공식적으로 합의한 상호 체제 존중과 평화통일의 기본원칙에 헌법적 효력을 부여해야 한다. 남북의 합의정신을 고려하여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은 북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근거가 아니라 장래의 통일국가를 지향하는 평화공존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또한 남북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조건에서 체제의 상호 수렴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제4조 통일조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반공질서가 아니라 자유롭고 민주적인 헌법상의 기본원칙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통일을 하려면 일단 남북이 정기적으로 만나 제헌헌법을 논의하는 등 통일을 준비하는 상설적인 공동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통일 이후에 균형발전을 위해 투자해야 할 비용을 줄이려면 통일 이전에 미리 남북의 경제격차를 줄여야 한다. 남북의 전면적인 경제협력과 교류가 필요하다. 특히 북쪽 지역에 대한 종합 경제개발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통일 논의가 성숙해지려면 한반도평화가 정착돼야 한다. 독일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조를 보더라도,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 강대국의 통일에 대한 지지와 협조가 필요하다. 주한미군이 이 땅에 주둔하는 한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주한미군이 존재한다면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평화협정을 통해 가능하다. 그러자면 남은 평화협정의 실질적인 당사자 자격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으로부터 군사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평화협정은 통일문제의 민족자결과 외세불개입을 선언해야 한다. 독일처럼 통일한국과 주변국의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데, 우선은 일본과 통일한국 사이에 상호불가침 조약이 요구된다. 또한 통일국가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경 문제 및 인근 조선족 문제에 대한 기준을 합의해야 한다.
연방제로 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재 국민들과 정치권의 연방제에 대한 의지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사회가 중앙집권과 다수결민주주의에 익숙한 반면, 연방제를 도출할 수 있는 합의민주주의 전통이 약한 것 역시 연방제 도입의 걸림돌이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의 대표자와 국회를 중심으로 중앙권력 집중, 수도권 밀집 등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연방제나 강력한 분권국가를 공론화할 수 있다.
 
 
2. 분권과 통합
 
첫째, 연방제는 행정자치를 뛰어넘는 지방통치를 보장하므로 강력한 지방분권을 실현한다. 과거 중앙집권국가는 효율적인 정치시스템과 강력한 민족국가 형성의 동력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중앙집권국가는 특정 집단의 장기집권과 소수의 배제, 수도권 집중과 지역 대립, 인사편중 등의 문제를 발생시켰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앙집권국가는 각 지역으로부터의 분권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연방국가는 지역국가 단위로 편성되고 이들 사이의 경쟁과 견제를 통해 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 즉 연방국가는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으로 수평적으로 분립할 뿐 아니라 연방과 지방으로 수직적으로도 분립한다(허영, 2003: 300). 이를테면 지역국가는 입법권을 가지므로 연방국가의 입볍권을 견제할 수 있고 지방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원을 통하여 연방정부의 권한을 견제한다.
특히 연방제는 권력을 분산시키고 책임을 다원화하는 다층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다. 다층적인 거버넌스는 전국 차원에서 소수이지만 지역차원에서 다수인 특정세력에게 지역차원의 정권을 보장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다수결민주주의의 폐단을 극복할 수 있다.
둘째 연방제는 다수의 지역국가로 이루어진 하나의 연방국가를 가능케 하고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공동으로 통치하므로 분권의 기초 위에서 민주적인 통합을 촉진시킨다. 연방제는 각 지역에서 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함으로써 중앙권력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약화시켜 국가통합력을 높일 수 있다. 민족적 다원국가나 지방색으로 인한 지역적인 대립이 있는 경우에 이들의 자치를 보장하여 갈등을 풀어갈 수 있다.
이처럼 연방제는 다수결이 아니라 자치와 협치를 정착시키고 지역국가가 연방국가를 견제하기 때문에 독재정권의 출현을 저지할 수 있다. 또한 연방국가는 단일국가와 달리 전국에 특정정책을 획일적으로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책의 특혜를 둘러싼 갈등을 분산시킨다.
연방헌법의 제정과 개정 과정은 연방제의 통합과 분권 기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스위스와 미국 등 대부분의 연방국가에서는 연방헌법의 제정절차는 물론 개정절차에도 지역국가가 직접 관여한다. 스위스에서 헌법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연방의 상원과 하원의 동의뿐만 아니라 국민투표에서 국민과 캔톤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스위스의 캔톤은 연방헌법 제55조에 따라 자신의 권한이나 본질적 이익과 관련된 외교정책이 연방국가에 의해 결정될 경우 연방의회에서 사전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나아가 다른 안건의 경우도 관행적으로 사전 청취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캔톤과 연방의 겸직제도도 캔톤의 연방정치 참여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코뮌의원, 캔톤의원, 연방의원은 서로 겸직할 수 있다. 캔톤각료는 흔히 연방하원의원을 겸직한다.
연방제의 성공여부는 연방국가로의 단결이라는 구심력과 연방국가로부터의 자유라는 원심력의 균형에 달려 있다. 이런 역할은 주로 지역대표들이 참여하는 상원이 담당한다. 상원의 권한은 나라마다 다양한데 미국의 상원은 하원이 갖는 권한 외에도 고위직공무원의 임명, 선전포고, 계약에 대한 동의권을 추가적으로 가진다. 반면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하원의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을 갖는다.
독일의 상원의원은 주 정부가 주정부 관리나 지역의회 의원 중 정당의 의석분포에 따라 임명한다. 이처럼 주를 대변하는 상원은 독자적인 입법권을 지니고 있으며 연방을 대표하는 연방정부와 하원이 제출하는 법률안에 대한 심의권을 갖고 있다. 독일의 상원의원은 지역국가를 법적으로 대표하므로 의결권을 개인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상원에서 주를 대표하는 의원이 합의를 도출하여 일괄하여 행사한다. 주 대표자들은 합의를 보지 못하는 경우 기권할 수 있다. 즉 각 정당의 이해보다는 주의 이해가 우선된다. 반면 스위스의 상원의원은 캔톤을 정치적으로 대표하지, 법적 의미에서 캔톤을 대표하지 않으므로 의결권을 개인적으로 행사한다.
셋째, 연방제 안에서 각 지역국가는 항상 주민들이 제기하는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요구받는데, 이러한 혁신을 무시할 경우 주민들은 발로 찍는 투표’, 즉 더 살기 좋은 지역국가로 이주한다. 따라서 지역국가는 항상 자기책임 아래 다른 지역국가와의 정책경쟁을 통해 지역발전을 해야 한다. 따라서 연방제 안에서는 지역국가들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자원을 수도권이나 특정 지역에 집중하지 않고 지역국가의 특성을 살려 배분한다.
이를테면 스위스는 연방수도 기능을 베른, 로잔, 루체른, 취리히 등으로 분배하였다. 물론 스위스라고 해서 특정지역 집중현상이 없는 것은 아니나, 중앙집권국가만큼 심하지 않다. 예를 들어 취리히 캔톤은 스위스 국민 총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으며, 스위스 전 인구의 16%가 이곳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스는 다른 나라에 비해 특정지역 밀접현상이 뚜렷하지 않다. 안성호(2005)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이상의 스위스 도시는 5개에 불과하며, 인구 2만 명 이상의 도시 인구는 총인구의 26%에 불과하다.
 
 
3. 소수의 보호와 다양한 민주주의 발전
 
첫째, 연방제 안에서 다수세력은 다수결보다는 소수에게 일정한 양보를 하면서 합의를 이끌어 낸다. 정재각(2006)에 따르면 연방제 합의의 경험,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권력공유와 합의민주주의는 다수결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시켜 줄 수 있다.
문화적인 충돌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사회일수록 연방주의에 기초한 합의민주주의를 더 선호한다. 다수결민주주의는 부분의사가 전체의사에 종속될 것을 요구하는데, 소수민족, 소수지역 등은 다수결 구조에서 국가권력으로부터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반면 연방제의 합의민주주의 안에서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중앙권력에 반대하는 정당이나 정치세력이 지역차원에서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이들을 민주적 질서에 편입시킨다(허영, 2003: 302).
연방제 안에서 지역국가 상호간에 인구, 면적, 경제력 측면에서 일정한 불균형은 불가피하나, 이러한 불균형으로 인해 구조적인 주종관계가 형성된다면 이는 진정한 분권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보통 연방제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소수자를 배려하는 제도가 마련된다. 이를테면 스위스의 경우 총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독일어권 주민은 연방의 성립을 위해 프랑스어권과 이탈리어권 주민의 강력한 자치권을 수용하였다. 역시 다수의 신교세력이 캔톤의 권한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소수의 구교세력에게 양보하였다.
연방제에서 소수를 보호하는 또 다른 장치는 다수결의 방식이다. 연방제를 구성하는 주체는 기본적으로 지역국가이며 다수결의 기준도 인구수가 아니라 지역국가의 수이다. 그러므로 과반수 지역국가에 속하는 인구수가 연방국가 전체 인구의 과반수가 되지 않더라도, 이들이 연방의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정당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상원의 경우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불균형은 하원과의 협상을 통해 해소된다. 또한 상당수 연방헌법은 지역국가의 다수결과 국민다수결의 충돌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두고 있다. 이러한 장치는 연방을 구성하고 운영하기로 한 연방당사자의 진의에 부합한다.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연방제에서 상원 의석의 배분은 지역국가의 인구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각 지역국가 별로 배정되는 상원의 정원은 호주와 미국에서 동등하며, 오스트리아, 캐나다에서는 어느 정도 인구수에 비례하나 왜소한 지역국가에게 유리하게 정원을 정한다. 독일 상원의 각 주의 의결권은 기본적으로 3표이지만, 인구 2백만 명 이상의 주는 4, 6백만 명 이상은 5, 7백만 명 이상은 6표를 갖는다.
이처럼 연방제는 소수세력에게 자기 지분 이상의 권력을 부여함으로써 다수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스위스의 경우를 보더라도 연방주의와 민주주의가 조화될 때 민주주의는 단순한 다수결민주주의에서 합의민주주의로 발전한다. 연방헌법 제 141조에 따라 캔톤은 26개 중 8개 이상의 요구로 연방법률, 헌법 또는 법률이 규정한 연방결의, 국제법적 조약 등을 국민투표에 회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나아가 안성호(2005)에 따르면 스위스의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다수의 찬성을 받았더라도 작은 캔톤들이 뭉치면 연방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를 연방적 다수와 민주적 다수의 충돌로 표현하기도 한다.
스위스의 합의민주주의 정신은 내각구성에도 반영된다. 스위스 연방헌법 175조는 어느 캔톤에서도 1명 이상의 연방각료를 선출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관행적으로 7명의 연방각료에 인구가 많은 취리히, 베른, 보 등 3개 캔톤의 대표자를 포함시키고 있다. 스위스는 주요 정당이 전부 내각에 참여하는 대연정을 실시하고 있다. 7명의 연방각료는 관행적으로 자유민주당 2, 사회민주당 2, 기독교민주당 2, 스위스국민당 1명으로 구성하고 있다. 또한 각료 중 2명이 프랑스어권에서, 1명이 이탈리아권 출신에서 뽑히는 것이 불문율이다.
또한 연방제 안에서 소수민족이나 소수집단도 자신의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자치제를 보장받는다. 따라서 연방제 안에서는 소수 야당이라도 특정한 지역국가에서 집권할 수 있으므로 다수정당제를 보장하고 야당을 체제 내에 포용하여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인다(콘라드 헷세, 2001: 143).
연방제 안에서 전국 차원의 개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경우, 중앙정부가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이익을 당하는 관련 지역국가와 주민들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를테면 농촌지역주민들이 정치에 참여하여 산업사회에서 농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권력분립과 민주주의의 토대를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둘째, 연방제는 지역국가에서부터 다양한 실험을 보장하여 그 성과를 연방국가 차원으로 확대할 수 있다. 연방국가는 자치와 자율을 존중하므로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생성된 각종 민주주의 제도를 침해하지 않는다. 따라서 연방제는 다양한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정재각, 2006: 87). 예를 들어 스위스의 경우, 글라루스, 압펜젤내곽 등 2개의 캔톤에서 란쯔게마인데, 즉 주민총회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역국가에서의 주민총회 실험은 다른 지역국가뿐만 아니라 전체 연방국가에게도 제도적 시사점을 주고 있다.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제 역시 지역주의에 편승한 한국정치의 고질적인 승자독식구조를 개선하고 합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높여준다. 정부형태 뿐만 아니라 정당제도와 선거제도 역시 다수결에 의한 승자독식이 아니라 합의민주주의에 의한 소수자보호에 적합한 제도를 채택한다. 이를 위해 독일식정당명부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양당제보다는 4-5개의 다당제를 정착시켜야 한다. 특히 통일 이후 남북의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대안으로서 권력공유의 합의민주주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법치주의와 기본권 강화
 
연방제는 국가의 여러 기능을 긍정적으로 순화시키는데 특히 민주적 질서와 법치국가 질서를 개선시킨다. 이런 측면에서 연방주의는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는 자유의 질서원칙(Ordnungsprizip der Freiheit)으로 표현되기도 한다(콘라드 헷세, 2001:169-173).
먼저 연방제는 사회 전체의 연대를 강화하는 기능이 있다. 연방제 도입의 목적 중의 하나가 하나의 공동체에 어느 정도 균등한 생활기준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연방제는 주민에게 가까운 정부를 만들어주고, 이 정부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줌으로서 주민들의 생활요구에 더 밀접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는 지역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필연적으로 주민의 복지에 좀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국가의 경제력 차이로 인한 불균형은 협력적 연방주의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연방국가는 지역국가와 연방국가간의 재정연대, 지역국가 간의 재정연대를 통해 가난한 지역국가에 사는 주민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상호 견제로 인해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가 확대되고, 인권보호수단도 중층화된다. 주민들은 지역국가 차원에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연방국가 차원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최고재판소 이외에도 기본권의 침해,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다툼 등 헌법사건을 담당하는 연방헌법재판소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인권의 기준을 연방헌법재판소가 확립해나갈 때, 국민들은 연방국가가 주로부터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처럼 연방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복지를 강조한 사회국가 원리를 강화시켜주는데, 이는 연방제가 개인과 지역, 지역국가의 자기 책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러한 소단위가 문제 해결에 실패할 때 연방이 개입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콘라드 헷세, 2001: 171-172).
이러한 연방제의 장점은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제에도 적용된다. 연방국가는 사회보험, 사회복지, 공공부조 등 사회보장의 기본적인 입법을 담당하고 지역국가는 세부입법과 집행을 담당한다. 종합적인 복지시스템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되 이러한 재정능력이 없는 지역국가는 연방국가나 다른 지역국가의 지원을 받는다. 특히 통일 이후의 연방국가에서는 국방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재정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
연방국가가 일률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도록 한 헌법 제372항을 폐지할 필요가 있다. 같은 이유에서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기본권과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는 연방국가 차원의 헌법 규정은 필요 없다.
 
 
5. 경쟁력
최근 연방제가 지역경쟁을 통한 지역발전 측면에서 부각되고 있다. 과거 국가 속에서 갇혀있던 지역이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직접적인 행위자로 등장하여 자기책임 하에서 경제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산업과 무역, 서비스에서 입지경쟁을 강화하려는 지방정부 간의 정책경쟁, 조세경쟁이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항구나 공항 등 입지경쟁은 국경 내에서 지역 간의 경쟁에 그치지 않고 국경을 넘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연방제는 지역국가 간의 경쟁을 통하여 보다 나은 서비스를 낮은 비용으로 처리하려는 노력을 유발하여, 효율성을 높이고 혁신을 가속화한다. 권한이 강화된 지역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주민근접적인 정부로서 각 지역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인 특성과 시민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러한 주민근접적인 의사결정은 정보비용과 계획비용을 절감시키고, 관료주의를 완화시킨다. 주민근접적인 정치구조는 주민들이 지방정부의 결정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갖게 되고, 주민참여를 통한 통제가능성을 높인다.
지역국가의 조세경쟁과 공공서비스경쟁은 주민들의 거주지역 선택, 이른바 발로 찍는 투표를 유발시킨다. ‘발로 찍는 투표바닥으로의 경쟁을 낳는다는 우려가 있으나, 실제로 그리 심각할 정도는 아니다. 스위스의 경우 동일한 소득과 부를 가진 주민의 조세부담율이 캔톤에 따라 2배가 넘으나, 이 때문에 거주지역을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는 조세가 주민투표로 결정됨에 따라 조세저항이 심하지 않고, 지역유대가 강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연방국가는 이러한 바닥으로의 경쟁을 완화시키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스위스는 다른 캔톤에서 이주해 온 사람에게 지불하는 이전교부금에 대한 보상제도를 통해 과도한 이주를 억제하고 있다. 처음 2년 동안은 이주 주민의 출신 캔톤이 사회복지원금을 부담하고, 이후 8년 동안은 50%를 부담한다. 다른 캔톤의 대학신입생을 받는 경우 해당 캔톤에게 지원금을 부과한다.
연방제는 국가적 위험부담 없이 지역국가 차원에서 위기에 대한 다양한 대응수단을 실험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정책실패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연방국가 전체로는 그 위험성 때문에 도입하기 어려운 제도라도 그 결과가 한 지방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큰 위험부담 없이 체제의 혁신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허영, 2003:304). 예를 들면 어떤 연방국가가 대통령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지역국가 차원에서 의원내각제를 먼저 도입하여 그 운영 성과를 평가하여 연방국가 차원에서 의원내각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III. 항구적 연방제의 경로
 
첫째, 남한이 연방제를 도입하기 전이라도 개헌을 통해 스페인처럼 준 연방국가로 전환하거나 프랑스처럼 고도의 지방분권국가를 구현할 수 있다. 이를테면 16개 광역단체를 생활권과 경제권을 기준으로 5-8개의 초광역단체로 통폐합하고, 이 초광역단체에게 중앙정부의 입법권, 행정권, 재정권을 대폭 이양할 수 있다.
상원에 버금가는 초광역단체협의회를 구성하여 지방자치 사안에 대한 입법제안권과 입법재검토 요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지방분권특별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고 제주특별자치도에 먼저 연방제적 요소를 확대하여 시범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병길(2005)에 따르면 4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민족 입헌군주국인 스페인은 1978년 헌법에서 연방제를 명시하지 않지만, 지역국가인 자치공동체를 인정하고 있다. 자치공동체는 별도의 헌법을 갖는 등 상당한 통치권을 보장받고 있다. 스페인헌법은 상원과 헌법재판소를 운영하는 것은 물론, 자치공동체뿐만 아니라 도와 시에 대해 광범위한 자치를 허용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자치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가스띠야 왕국의 영토를 여러 개의 자치공동체로 분할함으로써 영토, 인구, 경제 측면에서 일방이 타방을 지배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페루, 영국 역시 연방제로 전환하지 않았지만 획기적인 지방분권적인 조치들을 취하였다.
1985년 제정된 유럽지방자치헌장(European Charter of Local Self-Government) 2조와 20074월 유엔인간정주위원회(UN-HABITAT)에 의해 채택된 지방분권국제지침 A-1-4지방자치정부는 헌법이나 적어도 국가 법률에 근거해 설립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헌법은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전에 1987년에 마련된 것으로서 여전히 중앙집권적 편향이 강하고 지방자치와 관련하여 단지 2개조를 두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법 제15조에 의한 조례제정권은 헌법 제117조에 따르면 법령의 범위 안에 한정된다.
우리도 프랑스, 스페인이나 독일, 이탈리아처럼 헌법에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뿐만 아니라 그 지위, 권한, 기능 등을 규정하여 중앙정부가 법률로 함부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이기우, 2008:249-254). 2003년 프랑스 헌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분권화 원칙을 선언하고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 과세권을 인정하고 수직적, 수평적 재정조정 원칙을 수용하는 등 연방제적 장점을 반영하였다.
둘째,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연방제를 도입하려면 남북의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 필요하므로 먼저 높은 수준의 국가연합혹은 남과 북으로 구성된 느슨한 연방제를 도입할 수 있다. 남한과 북조선이 60년이 넘게 서로 다른 정치경제사회체제로 괴리되었기 때문에, 획일적인 제도는 통일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렵다. 따라서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를 적용하여 상호체제를 존중한 상태에서 통일국가를 이룰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연방국가들이 높은 수준의 국가연합 혹은 느슨한 연방제에서 연방제로 발전해왔다. 독일은 1815년 빈협약에 의하여 39개 제후국가들이 각자 독립성을 유지한 채 독일연방이란 연합국가를 구성했으며, 1871년에 최초의 연방헌법을 채택하였다. 1871년 독일제국헌법 전문에 따르면 제국은 연방과 연방 안에서 법의 보호와 복지의 장려를 위한 독일영주들 및 자유도시들 간의 영구동맹이었다(콘라드 헷세, 2001:140, 167).
미국의 연합헌장체제는 독립선언 이후 연방헌법 제정까지 10여 년간 국가연합 형태로서 지속하였다. 이때 의회는 각 주의 입법기관 대표들이 모인 단원제의 연합의회였으며, 11표로 운영되었다. 1900년대 초반까지 상원 의원은 주 의회에서 선출되었다. 호주의 경우 헌법제정회의가 약 10년간의 협상 끝에 1900년에 연방헌법 제헌에 성공하였다. 캐나다는 1840년 단일국가로 출발했으나 민족갈등과 지역갈등을 완화시키고자 1867년 연방국가로 전환하였다.
근대적인 연방국가의 기원은 스위스이다. 12913개의 산악공동체들이 내전을 종식하고 외세의 공격에 공동대응하고자 서약자동맹을 통해 국가연합을 형성하였다. 1803년 나폴레옹이 스위스의 분권적 전통을 반영하는 새로운 헌법을 만들 것을 스위스의 캔톤들에게 명령하였고 이에 따라 스위스는 13개의 캔톤들이 독자적인 주권을 행사하는 느슨한 연방형태의 조정헌법을 만들었다. 이러한 조정헌법은 1948년에 미국 헌법을 모델로 연방헌법으로 성립하였다(안성호, 2001: 31-49).
셋째, 통일국가로서 느슨한 연방제를 일정기간 운영한 다음 보편적 형태의 연방제를 코리아의 항구적인 국가형태로 설정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여러 나라들은 국방, 경제, 문화, 지리상의 공통이익을 추구하고 분쟁과 갈등을 극복하려는 방안으로서 연방제를 채택하였다.
남북의 국가연합이나 남북 2개의 지역국가로 구성된 연방제는 부진정한 연방제, 잠정적인 연방제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연방국가를 남북 두 당사자로 구성할 경우 남북이 제각기 독자적으로 생존할 능력이 있으므로 연방을 유지할 필요성이 적으며, 남북이 주도권 경쟁을 할 때 이들 양자의 완충지대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모델은 정치, 경제, 사회적 통합의 수준이 낮다.
<5> 코리아연방공화국의 형성과 변화
제헌헌법의 제정
발의주체(제헌기구의 구성합의 - 민족통일기구 구성 - 제헌안 합의)
제정방법(총투표, 각각 총투표, 인구비례 대의원투표, 동수 대의원투표)
낮은 단계의 연방제(1국가 2체제 2정부)
국가형태(연방과 지방의 관계)
정부형태(입법 사법 행정의 관계)
기본권(원칙, 조정)
통치구조(3, 헌법재판소)
⇩ ⇩
이남 자본주의정부 헌법
정부형태
통치구조
기본권조항
경제질서
이북 사회주의정부 헌법
정부형태
통치구조
기본권조항
경제질서
체제 통합의 스위스 식 연방제
⇩ ⇩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제 헌법은 남북의 광역단체 대표자들에 의해 초안이 만들어지고 이 초안을 각 광역의회가 동의하고 유권자 총투표를 통해 확정하는 방식으로 제정된다. 이러한 연방헌법안은 각 광역 유권자의 과반수 찬성을 받아야 하며, 그 수는 전체 연방국가 유권자의 과반수가 넘어야 한다. 만약 헌법안이 과반수 득표에 이르지 못하면 광역의회 대표자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여론을 수용하여 보완조치를 한 후 총투표에 다시 부의할 수 있다.
 
 
IV.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제의 원리
 
1. 보충성의 원칙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역할분담은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보충성의 원칙은 사회나 국가의 도움 없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개인 스스로 처리하고 사회나 국가는 다만 보충적으로 개입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고 있다(허영, 2003: 305).
정치조직원리로서 보충성의 원칙은 작은 공동체가 상위의 큰 공동체에 우선하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직원리 내지 역할분담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보충성의 원칙에 따르면 공통의 문제에 관한 한 지방자치단체가 일차적으로 해결하고, 그것이 곤란할 경우 지역국가가 지원하며, 최종적으로 연방국가가 나서게 된다. 이러한 보충성의 원칙은 중앙집권화에 대한 제어장치로서 역할을 한다.
유엔인간정주위원회(UN-HABITAT)지방분권국제지침에 따르면 보충성원칙은 공적 기능이 시민과 가장 가까이서 선출된 정부에 의해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어떠한 공적 의사결정은 그 내용에 따라 적합한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 지방적 정부에 의해야 하며, 이러한 역할의 분배, 즉 분권은 헌법 혹은 법률에 의해 명시되어야 한다. 특히 이러한 분권을 보장하기 위해 각 단위의 정부에게 그 기능 수행을 위한 자원의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보충성의 원칙은 단순히 행정권한의 배분뿐만이 아니라 입법권의 배분에 있어서도 적용된다. 독일기본법 제30조에 따라 연방국가의 권한 행사와 임무 수행은 기본법이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주의 관할사항이다. 70조에 따라 주는 기본법이 연방에 대하여 입법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범위, 즉 잔여권한(Restkompetenzen)에 대한 입법권을 가진다.
역시 미국의 연방헌법 수정조항 제10조에 따르면 연방헌법에 의해 연방에 위임되거나 주에게 금지되지 않은 모든 권한은 주 또는 국민에게 속한다.
스위스는 연방국가, 지역국가, 지방자치단체 간의 보충성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있다. 연방헌법 제3조에 따르면 캔톤은 그 주권이 연방헌법에 의하여 제한되지 않는 한 주권적이며, 연방에 양도되지 않은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특히 연방과 캔톤 사이에 적용되는 보충성의 원칙은 캔톤과 코뮌 사이에도 적용된다(안성호, 2005: 41). 연방헌법 제50조에 따르면 코뮌의 자치가 캔톤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보장되는데, 이를테면 주그캔톤의 코뮌법에 따르면 코뮌은 연방 또는 캔톤에게 배타적으로 배정된 사무 이외에 코뮌의 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무를 처리한다.
보충성의 원칙을 무시하면 연방국가가 시민들의 생활기준을 지역 특성과 무관하게 획일적으로 결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처럼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생활기준이나 정책은 필연적으로 차별로 이어진다. 보충성의 원칙에 충실할 경우 각 지역마다의 다양성이 보장되나, 이러한 다양성은 일정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성을 전제로 한 불평등이라도 그것이 감수될 수 있는 한계를 넘는다면 연방국가는 보충성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는 개입 권한이 있다. 이때 연방국가가 지역국가의 무능력을 이유로 자신이 지역국가에게 위임한 사무를 직접 수행하려면, 그 지역국가가 그 사무를 스스로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보충성의 원칙이 작동되려면 지역국가에게 관련 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기능이 부여되어야 한다. 만약 연방국가가 애초부터 지역국가의 능력을 제한하여 지역국가가 자신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도록 하고, 연방국가의 개입 권한을 주장한다면 보충성의 원칙 본래의 취지와 달리 중앙집권화가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러한 보충성의 원칙은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제에도 적용돼야 한다. 연방헌법이 특별히 규정하지 않은 사항은 지역국가의 권한이고, 지역국가 내에서도 주민복리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이 되어야 한다. 공통사무의 경우 연방국가보다는 지역국가에게, 지역국가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게 1차적으로 보장된다. 물론 그 업무가 성격상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역국가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면 명문의 규정이 없어도 이는 지역국가의 사무가 된다. 마찬가지로 국방이나 조폐처럼 어떤 업무가 연방국가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면 명문의 규정이 없어도 연방국가의 사무이다. 이는 입법영역과 행정영역, 사법영역 모두에 적용된다.
 
2. 경쟁적 연방주의와 협력적 연방주의
 
연방국가와 지역국가, 지역국가들 상호간의 사무분담 방식에 있어 협력적 연방주의와 경쟁적 연방주의가 있다. 대다수의 연방국가들은 협력적 연방주의와 경쟁적 연방주의를 섞어서 운용하고 있다. 협력적 연방주의는 상호간의 협력을 중요시하고, 주민들의 복리에 있어 전국적인 균형과 비용의 분담을 강조한다. 협력적 연방주의는 연방국가와 지역국가, 지역국가 상호 간에 협력과 조정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그 구체적 모습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연방이 입법을 관장하고, 지역국가는 집행을 담당할 수 있다. 혹은 연방은 기본방향을 입법하고, 지역국가는 세부적 입법과 집행을 담당할 수도 있다.
스위스와 2006년의 연방개혁 이전의 독일의 연방제가 협력적 연방주의에 가장 가깝다. 이들 나라에서 연방국가는 일반적인 결정을 하고 지역국가는 그 결정의 구체적 집행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독일기본법에 중앙과 지역의 공유 영역, 독자 영역이 규정돼 있는데, 공유영역에서 협력적 연방주의가 적용된다. 스위스의 경우 직접민주주의로 인해 중앙의 영역이 축소돼 있다. 스위스 연방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금을 주는 한편, 캔톤이 수혜자에게 지불을 하며 코뮌은 수혜자와 캔톤을 연결하는 민원창구 역할을 하는 스위스의 사회보장제도는 협력적 연방주의의 사례다(안성호, 2005: 154).
협력적 연방주의에서도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그러므로 주민에 대한 복지는 1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나 지역국가가 책임지고 연방국가는 이에 대한 재정지원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협력적 연방주의의 주요 도구는 연방국가나 다른 지역국가가 재정기반이 부족한 지역국가에게 주는 교부금인데, 이 교부금 때문에 협력적 연방주의는 연방국가의 지배적 지위를 강화시켜준다. 반면 협력적 연방주의에서 지역국가들이 연방정부에 경쟁적으로 교부금을 요구함으로써 이익집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협력적 연방주의 요소가 확대되자, 주 정부는 워싱턴에서 교부금 지원 등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무소를 열었다.
독일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연방국가는 점차 연방국가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협력적 연방주의를 강화하였다. 그 결과 나치시대를 제외하면 현재 독일연방공화국이 독일 역사상 가장 중앙집권적인 구조라고 평가받는다(드트마 되링, 2006: 54). 이를테면 독일에서 1969년 협력적 연방주의에 입각한 재정 개혁이 진행됐는데, 주들의 기대와 달리 연방정부는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사업에 대해서만 교부금을 주었기 때문에 주들은 오히려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되었다.
한편 경쟁적 연방주의 혹은 이중적 연방주의는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서로 완전히 구별되는 배타적인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갖는다. 경쟁적 연방주의에 있어 분리모델 방식은 연방국가와 지방국가는 입법뿐만 아니라 집행도 각자의 기관을 통해 하며, 결합모델 방식은 입법은 분담해도 집행은 지역국가가 일괄하여 처리하는 것이다.
경쟁적 연방주의는 연방국가와 지역국가, 지역국가 간의 조세경쟁, 입지경쟁 등을 조성한다. 각 지역국가가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각각 상이한 가격, 이를테면 세금과 공과금에 공급하는 셈이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지방정부의 공공급부에 만족하지 않으면 거주지를 이전함으로써 다른 지방정부를 선택한다. 지방정부는 이러한 경쟁구조 속에서 보다 효율적인 공공급부를 제공하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발로 찍는 투표(Voting by feet)’는 공공재 선택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제는 남북전쟁 전까지는 주의 주권을 강조하는 경쟁적 연방주의에 치중하였으나 남북전쟁에서 연방주의자들이 승리하자 연방정부의 주정부에 대한 개입이 증가하여 협력적 연방주의를 강화시켰다. 대공황과 양차 대전을 거쳐 1960년대의 위대한 사회운동까지 협력적 연방주의가 우세하였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의 공화당은 주정부의 자율권을 강조하나, 민주당은 연방이 주도하는 협조체제를 강조한다.
우리의 경우, 연방주의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역사적 배경을 볼 때, 경쟁적 연방주의와 협력적 연방주의를 적절하게 배합할 수밖에 없다. 교육과 복지 등 국민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무의 경우 연방국가가 기본원칙과 기준을 법률로 정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지역국가가 정하도록 할 수 있다. 최소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하려면 연방차원의 복지체제가 필요하고, 복지와 경제의 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초등교육이나 구체적인 복지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그 내용을 정할 수 있다.
구체적인 입법과정에서 협력적 연방주의가 적용될 여지는 거의 없다. 상원을 설치하여 모든 연방국가의 법률을 심사한다면 지역국가가 별도로 연방의 입법과정에 관여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역국가는 연방헌법재판을 통해 개별 입법을 다툴 수 있다.
지역국가들 사이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경쟁적 연방주의를 적용하고, 연방국가가 이를 조정하도록 한다. 일정한 범위의 조세경쟁을 허용하되 평균치 밑으로의 조세인하에 대해서는 교부금을 축소하는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지역국가 간의 교부금을 허용하기 보다는 재정지원을 연방국가차원에서 일원화할 수 있다.
 
3. 균등적 연방주의와 대칭적 연방주의
 
균등적 연방주의는 미국과 스위스 등 대부분의 연방제가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서, 지역국가의 권한을 지역국가의 규모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배분한다. 반면 불균등적 연방주의는 자치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하여 규모가 크고 능력이 있는 지역국가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주는 대신 그렇지 못한 지역국가의 권한 일부를 연방국가로 넘겨 재정부담을 줄여 준다.
불균등한 연방제는 권한의 차등 배분으로 인해 불만을 야기하고 국가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또한 지역국가의 인구, 면적, 재정에 따라 권한을 차별하는 것은 연방제의 기본취지에 맞지 않는다. 모든 지역국가의 권한을 동등하게 부여하되 권한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지역국가의 경우 일정 한도 내에서 연방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되 관련 사무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대칭적 연방주의에 의하면 정치와 경제 등 각 분야의 지역국가의 제도가 연방국가의 제도와 유사하다. 이를테면 스위스 캔톤은 대부분 연방국가의 연방각료와 같은 회의제 정부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연방 각료가 연방의회에서 간선되는 것과 달리, 캔톤 각료는 주민의 선거로 선출된다. 미국의 경우 주의 정부형태는 주지사제도이며, 주에서 상원과 하원을 운영하고 있는 점에서 대칭형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의 연방과 주 모두 수상이 이끄는 내각책임제에 의한다. 다만 대칭적 연방주의를 따르고 있는 미국, 독일, 스위스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정부형태는 다양하다.
대칭형은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제도가 유사하여 체제통합에 유리하나 비대칭형은 양자의 제도가 다르므로 중앙의 강력한 응집력이 있어야 연방이 유지된다. 이 경우 연방헌법재판소의 역할이 강조된다.
연방제의 장점이 다양한 정치실험이 지역차원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정치제도를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없다.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제에서 지역국가는 연방국가의 정부형태에 구속받지 않고,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회의정부제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연방국가는 양원제를 운영하지만 지역국가의 경우 양원제를 운영할 필요성이 없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 실험의 장이라는 점에서 볼 때 지방자치단체의 정부형태는 더욱 많은 자율성을 요구한다.
남북이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도 이질적이라는 측면에서 경제제도 역시 같을 필요가 없다. 이를테면 남북의 경제체제가 동질성을 회복하는 기간 동안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와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거나 제3의 혼합경제체제를 운영할 수 있다.
 
V.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관계
 
1. 지역국가의 설정
 
연방제는 전체 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느냐의 문제이므로 지역국가의 규모는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국가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거나 광역 기능을 감당하려면 일정한 규모가 요구된다. 미국의 가장 큰 주인 캘리포니아는 3천만 명이 넘고 가장 작은 주인 하와이는 2백만 명 이하이며, 스위스의 가장 큰 주인 취리히는 2백만 명 이하이며 가장 작은 주는 아펜첼이너호덴은 2만 명 밑이다. 우리와 전체 인구 규모가 비슷한 독일의 란트는 최대 2천만 명 이하, 스페인의 자치공동체는 최대 천만 명 이하, 이탈리아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인구는 3백만 명 수준인 반면 우리의 광역단체는 제주도를 제외하면 최소 100만 명에서 1000만 명 수준이다.
지역국가를 정할 때 지역공동체로서의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인 정체성과 연대성이 충분히 배려되어야 한다. 우리 지방자치법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은 종전에 의한다.고 함으로써 공동체적인 배려를 하고 있다. 독일 헌법은 주간의 구역을 개편함에 있어서는 향토적 연대성, 역사적, 문화적 연관성, 경제적 합목적성, 공간계획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기본법 제29조에 따르면 각 주의 영역은 연방 법률과 주민표결에 의해 새롭게 편성될 수 있다. 독일이 연방제를 도입할 때 지역국가의 경계를 재조정하였는데 바바리아주만 기존 영토와 새로운 지역국가의 영토가 일치하였다.
한편 영토, 인구, 경제 측면에서 지배적인 지역국가가 있으면 분권이라는 연방제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또한 연방국가가 지나치게 소수의 지역국가로 구성되는 경우, 특히 통일국가가 남북 양극체제가 되면 상호 경쟁과 대립이 격화되므로 연방국가는 다극체제이어야 한다. 통일된 연방국가에서 지역국가의 경계를 정할 때 규모와 지역적 동질성, 다극체제라는 기존의 기준 이외에도 수도권 분산과 지역균형, 국제경쟁력의 향상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아래와 같이 남한은 5개 정도, 북조선은 3개 정도의 지역국가로 재설정한다.
첫째, 지역 간의 경쟁을 대등하게 전개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소규모의 도를 광역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늘날 분권이 지역 간의 경쟁을 강화하여 국가 전체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지역공동체 내 유대감만을 기준으로 지역국가를 협소하게 정하면 소지역주의를 조장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다. 따라서 일단 광역시와 남북도를 통합하여 1특별시 9개도로 시작할 수 있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영남에 편중되어 있으므로 더 광역화해야 한다.
둘째,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독점해왔던 수도권의 집중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서울권을 금융, 문화, 교육 등 서비스 산업의 중심지로 삼되 정치와 경제기능은 각 지역국가에 분배한다. 따라서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서울과 경기를 한강 이남과 이북으로 분할할 필요가 있다. 한강 이북은 발전이 지체되고 있는 경기북부나 강원과 결합할 수 있다.
따라서 남한의 제1 지역국가는 한강 이북의 서울과 경기 그리고 강원을 합친 것으로 한다. 지역국가의 수도는 의정부로 한다.
2 지역국가는 한강 이남의 서울과 경기를 합친 것으로 한다. 지역국가의 수도는 수원으로 한다.
3 지역국가는 인천과 충청 그리고 호남을 합친 서해권으로 하고 중국과 해상교류를 한다. 지역국가의 수도는 전주로 한다.
4 지역국가는 지금의 영남지역으로서 남해권으로 하고 일본과 미국과 교류한다. 지역국가의 수도는 대구로 한다. 영남지역은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어 연방제의 장점인 실질적인 다극화를 가능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각 지역국가의 인구는 제4 지역국가가 1300, 3 지역국가가 1200만 정도가 돼 기존의 수도권 중심의 제1, 2 지역국가 1000만보다 더 많다. 다만 제주도는 관광특구로서 권한상의 특례를 인정하여 불균등적 연방주의를 일부 허용한다.
셋째, 통일국가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려면 남북의 경제차이를 극복해야 하므로 기존의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간의 경제교류에 집중하는 지역국가를 남북에 걸쳐 배치할 필요가 있다. 북조선의 지역국가는 남북접경지역의 중부권, 중국과 육상교류를 하는 서부권, 러시아와 교류하는 동부권으로 설정할 수 있다. 평양을 중부권과 전체 연방국가의 수도로 삼는다. 서울이 아닌 평양을 연방국가의 수도로 삼는 것은 조선 건국 이래로 중국과 미국에 대한 대외의존을 상징하는 서울을 탈피한다는 점, 고구려와 고려의 자주적인 국가발전의 상징인 평양을 수도로 한다는 점, 미국과 일본에 치우친 해양편향을 중국과 러시아로 향하는 대륙진출로 균형을 이룬다는 점,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반부를 좀 더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 연방국가의 권한과 지역국가의 권한
 
보통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입법권 배분은 행정권, 사법권, 재정권의 배분 기준이다. 대부분의 연방헌법은 지역국가의 중요한 배타적인 입법권을 예시해준다. 각국의 사정에 따라 유동적이나 보통 지역국가가 입법권을 가지는 영역은 지방자치, 치안과 소방, 교육, 문화, 보건과 의료, 지역경제와 지역산업 육성, 광역도시계획, 지역환경, 사회보장체계에 따른 개별서비스, 기타 지역국가의 공공서비스 등이다. 스위스의 경우 캔톤의 고유 입법권은 경찰, 교회 등이다.
연방국가가 입법권을 가지는 영역을 보면,
첫째, 국방, 외교, 관세, 조폐와 통화처럼 연방국가가 입법과 집행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 미국의 연방정부는 전쟁선포권, 정치·군사적 문제 및 국제협약 등 국제법상 권리능력과 행위능력의 주체가 된다. 독일기본법 제73조의 연방정부의 배타적인 권한은 지방정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국방, 외교, 출입국관리, 관세, 국적, 대외무역의 통제, 금융, 화폐와 통화, 도량형, 각종의 사회보험, 전국적인 인프라, 공정거래, 첨단과학 및 기술연구 등이다.
다만 지역국가가 예외적으로 이와 같은 연방국가의 배타적 권한 일부를 담당할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처럼 지역방위군과 예비군으로 구성된 주방위군을 유지하거나, 스위스나 독일처럼 연방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른 지역국가와 체결하는 조약과 무역 등이다. 독일기본법 제32조에 의하면 외교권한은 연방국가에 있으나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주도 그 입법권한의 범위 내에서 연방정부의 동의를 얻어 외국과 조약을 체결할 수 있다. 다만 스위스 연방헌법 제186조처럼 연방국가는 지역국가의 국제교류에 대한 연방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둘째, 독일기본법 제83조처럼 연방국가가 입법을 담당하고 지역국가가 연방입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 또한 스위스의 경우 민법과 형법 그리고 사회보장보험이 연방정부의 배타적 입법권한이나 법원조직이나 하급심 재판 등 그 집행은 캔톤의 사무이다. 스위스의 경우 국세를 연방정부가 아닌 지역국가 내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하여 연방정부에 교부한다. 이러한 방식은 연방범죄에 대한 입법, 사법, 집행을 연방정부가 담당하는 미국의 이원제와 다르다.
셋째, 교육과 사회보장처럼 지역적인 성격과 국가적인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영역에 있어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입법권을 공유한다. 이 경우 보통 연방국가가 일반적 기준과 시스템 구축에 대한 입법권을 가지고, 지역국가가 세부적인 입법과 집행을 담당한다. 스위스에서 연방과 캔톤이 입법권을 공유하는 것은 수력, 도로, 무역산업, 노동법, 공립학교, 조세 등이다. 경합적 입법권한이라도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연방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잔여권한은 성질상 연방정부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 전부 원칙적으로 지방정부의 권한이며, 이는 집행권한 뿐만 아니라 입법권의 행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콘라드 헷세, 2001: 150, 153).
독일기본법 제74조의 공유하는 입법권한은 병렬적인 권한과 보충적인 권한으로 나눌 수 있다. 독일기본법 자연보호, 개발계획, 대학, 언론, 공공고용 등 전체 연방 내에서 동등한 생활관계 또는 통일성을 총괄규정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 연방국가가 배타적인 입법권을 가진다. 이 경우 각 주는 연방 법률에 규정된 적당한 기간 내에 필요한 시행 법률을 제정하여야 한다. 병렬적인 권한은 연방국가와 지역국가 모두 입법권을 가지는 경우로서 양자가 충돌할 때 독일기본법 제31조가 선언하고 있듯이 보통 연방국가의 법률이 우선한다.
미국은 연방국가와 지역국가 모두 입법권과 조세권을 공유하고 있어 주권충돌의 가능성이 높이며, 이는 남북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미국에서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공유된 권력은 조세부담징수, 채무부담, 법률제정집행, 법원설치, 일반 사회복지제공, 은행 및 회사의 설립 등이다. 조세권 역시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병렬적으로 갖고 있다. 주정부는 관세부과권, 연방정부는 부동산세 부과권이 각각 없으며, 서로 상대방 시설물에 대해 조세부과를 할 수 없는 것 외에는 독자적으로 조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코리아연방헌법은 연방국가의 배타적인 입법권한과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경합하는 입법영역을 나열할 필요가 있다.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그 외 영역에 있어 지역국가는 독자적인 권한을 갖는다. 미국헌법 역시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각각 배타적인 입법관할을 갖는 영역을 명시하고 있다. 즉 미국 헌법은 제8조에서 10조까지 연방입법 영역에 대해서는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열거하고 있다. 다만 보충성의 원칙을 규정한 제10조에 따라 연방입법과 주입법이 충돌할 경우 연방입법이 우선한다.
코리아연방헌법은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입법권을 공유하는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그 집행은 가급적 지역국가가 하도록 한다. 스위스와 캐나다의 사례를 보더라도 교육부와 복지부의 경우 기본입법과 재정지원은 연방국가가 담당하되, 그 집행은 지역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 국립대학은 지역국가의 대학으로 전환되며, 다만 연방정부는 지역대학 중 특수대학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
스위스의 경우 우편과 전화, 철도를 제외하면 연방정부 소속 특별지방행정기관이 단 하나도 없다(안성호, 2005: 363). 반면 2003년 기준으로 한국은 중앙정부 소속 특별지방행정기관이 공안행정기관 3376, 현업행정기관 2447, 세무행정기관 139, 노동행정기관 40, 기타 행정기관 240개 등 총 6539개를 운영하고 있다.
코리아연방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중앙정부기관은 상당수가 폐지되거나 축소돼야 한다. 지방국세청, 지방경찰청, 지방노동청, 지방소방청 등 주로 지역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현업기관은 지역국가의 기능이므로 이를 담당하는 연방 부서는 폐지된다. 따라서 현재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국가의 각종 특별지방행정기관을 폐지할 수 있다. 물론 지방행정청 없이 중앙에서 연방차원의 기준을 입법하고 관련 사무를 보는 중앙행정기관은 가능하다.
코리아연방제가 도입되면 치안기능은 전부 지역국가에 이양되고, 수사 역시 1차적으로 지역국가가 담당하고 연방수사국은 연방범죄와 전국적 수사가 필요한 사건을 담당한다. 따라서 지역국가 간의 사무조정을 위한 기능을 제외한다면 내무부가 존속할 필요가 없다.
세금은 국세이든 지방세이든 지역국가가 징수하여 국세 부분은 연방국가에 납부하면 된다. 스위스는 코뮌정부가 소득세를 모두 징세하여 자신의 몫을 남기고, 나머지를 캔톤정부에 넘기면, 캔톤정부 역시 자신의 몫을 남기고 나머지를 연방정부에 넘긴다.
연방대법원은 최고법원이 아닌 최종심법원이므로 전국적인 법원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를 폐지한다. 특히 대법원을 최종심법원으로 유지한다면, 사법권의 지방분권은 반드시 헌법 개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지방법원을 지방의회와 마찬가지로 시·도 소속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법원이 주법원에 대해 인사나 행정을 관여하지 않으므로 우리와 같은 법원행정처가 없다(이원우, 2001: 290-292). 독일이나 미국처럼 대검찰청 역시 같은 이유로 필요 없고 연방과 관련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연방검사를 법무부 산하에 두면 된다(정승환, 2001:349).
반면 연방정부의 배타적인 영역인 중앙은행, 관세청, 통계청, 병무청 등은 연방국가의 행정기관으로서 지방행정청까지 유지한다. 독일 연방정부도 기본법 제87조에 따라 자신의 배타적인 영역에 대해서는 주정부를 통하지 않고 자신의 지역 행정청을 통해 직접 집행한다.
 
 
3.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재정
 
1) 재정 분권의 선언
첫째, 헌법에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각각 과세하고 그 세원을 각각 사용할 수 있는 범주와 누가 과세하든 그 세원을 서로 배분하는 범주를 명시한다. 보통 지역국가는 이동이 불가능한 부동산세에 대한 과세권을 갖는다. 반면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 등 이동이 가능한 세원의 경우 지역국가의 지나친 조세인하경쟁이 우려되기 때문에 연방국가의 과세권을 인정하는 대신 세원의 일부를 지역국가와 공유한다. 다만 스위스처럼 연방국가와 지역국가가 공유하는 세원에 대해서는 지역국가가 징수하여 연방국가와 분배하도록 한다. 이러한 일괄 방식은 재정분권의 실질적인 보장, 이중과세로 인한 조세저항의 회피, 과세절차의 간소화에 도움이 된다.
연방제의 재정분권 수준은 나라마다 다르다. 독일 연방국가는 관세 및 재정전매에 관한 입법권을 가지며, 도로화물운수세, 유통세, 소득세와 법인세에 대한 부가세 등을 관장한다. 반면 독일의 주는 지방소비세 및 물품세에 관한 입법권을 가지며 재산세, 상속세, 자동차세, 맥주세, 도박장세, 일부 통행세 등을 관장한다. 소득세, 법인세 및 매상세의 수입은 연방과 주에 균등하게 배분된다. 연방은 주와 공유하는 이러한 세원에 대한 입법권을 가진다. 주는 조세를 추가할 수 있으나 연방법률로 규정된 조세와 동종의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호주의 경우 연방은 개인과 법인의 소득세를 걷고, 주는 부동산세, 차량등록세 등을 걷는다.
독일이나 호주와 달리 스위스나 미국의 지역국가는 상당한 조세징수권을 갖고 있다. 스위스 연방헌법 제133조와 134조에 따라 과세권은 기본적으로 캔톤에 속하며 연방은 헌법에 명시된 영역에서만 과세권을 갖고 있다. 다만 스위스 연방헌법은 캔톤이 부과할 수 있는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 비율을 헌법에서 제한하고 있다.
코리아연방헌법은 다른 연방국가와 마찬가지로 국세 중에서 세수의 비중이 높고, 중앙과 지역 간의 세수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의 일부를 이중과세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지방세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테면 법률로 이들 세목의 세율을 일정 범위 내로 한정하고, 그 비율 중 일부를 국세로 나머지는 지방세로 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국세가 일정비율을 넘지 않도록 법정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연방국가와 지역국가, 지역국가와 지역국가는 새로운 과세 범주에 대해서는 상호 합의에 따라 예외적으로 조세경쟁을 할 수 있다. 헌법에 의해 분담된 기존의 과세 범주에 대해서는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조세경쟁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경제활동의 증가로 새로운 과세 범주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경우 예외적으로 연방국가와 지역국가의 조세경쟁이 허용된다.
이러한 조세경쟁은 조세 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에 재정분권에 도움이 된다. 특히 조세경쟁은 세원 개발을 통한 자원배분의 효율성, 예산 절약을 위한 재정혁신, 주민들의 행정통제 등을 유도할 수 있다. 이를테면 2002년 기준으로 스위스의 조세부담율은 사회보험료를 제외하면 22.3%로 한국의 21.8%와 비슷한 수준이나 스위스 세출의 내용은 국민들의 복지와 교육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지나친 조세경쟁은 세율을 낮추는바닥으로 향한 경쟁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입이 줄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특정세원에 대한 증세를 초래할 수 있다.
연방국가와 지역국가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조세경쟁에서 조세민주주의가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스위스의 경우 주민은 직접민주제를 통해 캔톤과 코뮌정부의 예산, 세목과 세율, 조세부담율, 주요재산의 매매, 주요 투자영역 등을 결정한다. 스위스 연방은 과거 관세수입만으로 재정을 운영하다 1차 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연방세를 헌법과 국민투표를 통해 추가시켜왔다. 대다수의 캔톤헌법은 의무적 재정주민투표와 선택적 재정주민투표를 채택하고 있다.
셋째, 연방국가는 주거와 의료 등 복지분야처럼 원칙적으로 지역정부가 재정책임을 져야 하는 분야에 예외적으로 재정개입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연방국가에서는 지역국가의 영역에 대한 연방국가의 지출권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
미국헌법에서는 연방국가에게 공동의 복지를 위한 과세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은 연방국가의 지출권에 대한 특허장으로 해석된다. 캐나다에선 법원의 해석에 의해서 연방국가와 지역국가 수준에서 서로 무제한적인 지출권을 인정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경합적 관할이나 공동관할이 많으며 연방 법률이 주에 의해서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종류의 지출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연방참의원에서 절대다수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다만 스위스에서는 캔톤의 배타적인 권한에 대한 연방의 지출권한이 인정되지 않고, 연방이 캔톤의 지출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은 국민투표가 유일하며 법원에 의한 통제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벨기에 헌법은 연방정부의 지출권한을 자신의 권한범위에만 한정시키고 있다.
 
2) 지역국가의 재정자주권
 
첫째, 지역국가의 재정자주권을 인정하여 지역국가가 자신의 업무 비용을 자기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이 비용을 주민들이 조세로 부담하도록 한다. 현행 헌법의 조세법률주의와 조례에 대한 법률유보 원칙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를 통해 과세자주권을 지닐 수 없다. 현재 지방세 세목 중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서 일정한 범위 내에서 탄력 세율을 정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개헌을 통해 법률에 반하지 않는 한 지방자치단체가 자치법령을 마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자치입법을 통해 새로운 세목과 세율을 정할 수 있다. 프랑스는 단일국가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의 정하는 범위 내에서 조례를 통해 각종 세금의 종류, 과세기준, 세율을 정할 수 있다.
지역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환경보호를 위한 유류세나 교통세 등 일정한 목적을 위한 지방세뿐만 아니라 유흥산업과 관광산업 등 지역 특성에 따라 독자적인 과세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에 과세권을 주는 것보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리자는 방안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스스로 재정자립을 하기보다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정 적자를 조장하도록 할 수 있다. 자치단체들의 지원금 확보 경쟁은 자원의 낭비와 재정의 무책임, 지역대립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끈끈이효과는 보조금을 포함한 재정적 환상의 일종인 바, 재정적 책임성을 손상시킴으로써 연방주의에 대한 믿음을 침식시킨다(이옥연, 2008:216-217).
둘째, 현재 8:2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지방자치 선진국 수준인 6:4로 지방세의 비중을 확대한다. 지방세 부족은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악화시키고 있다. 곽태열(2008)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전국평균은 53.6% 수준이며,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서울이 88.7%, 전남이 10.6%로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으며, 기초단체 역시 서울 서초구가 90.5%, 경북 봉화군이 7.4%로 양극화가 심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이유는 세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을 국세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우리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이유는 국가의 전체 조세 수입 중 중앙정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연방제의 경우 연방정부의 조세수입이 전체 조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징세권의 중앙집권화 수준에 따라 다르나 우리보다는 훨씬 낮다. 캐나다와 스위스에서는 연방국가가 국가전체수입의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인도, 독일, 미국 등에서는 연방국가가 국가전체의 세입 중에서 2/3 내지 3/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말레이시아, 멕시코,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는 연방정부의 수입비중이 80%이상이 된다.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인데 연방국가의 수입비중이 97%에 이른다(이기우, 2009).
1998년 기준으로 스위스의 전체 조세수입에서 연방, 캔톤, 코뮌의 비중은 47%, 31%, 22%이다. 세수의 개별 구조를 보면 연방은 부가가치세 33%, 개인소득세 15%, 예납세 14%, 광유세 12%이며, 캔톤은 개인소득세 63%, 기업이윤세 10%, 개인부유세 7%, 자동차세 5.7%, 상속증여세 5%이며 코뮌은 소득세 72%, 개인부유세 8%, 기업이윤세 8%, 기업자본세 3.3%, 부동산세 3.2% 등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중앙정부의 과도한 권한은 국가의 전체 예산 지출에서도 확인된다. 나명찬(2008)에 따르면 지출예산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해도 무방한 교육 및 문화의 경우 국가가 70% 이상의 지출을 담당하고 있다. 그 결과 2007년도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지출예산 총액 중 중앙정부의 비중은 61.2%에 이른다. 반면 스위스, 캐나다, 독일 등에서는 연방국가에 의한 지출은 30-40%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중앙집권적인 연방국가인 오스트리아, 베네수엘라, 말레이시아 등은 연방국가의 지출비중이 70% 이상이다.
코리아연방제가 도입되면 지역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권한과 그에 따른 재정 권한도 강화되어야 한다. 연방국가가 지역국가로 사무를 이양하면서 관련 조세 권한도 함께 이양해야 한다.
지역국가의 지방세 징수권한을 확대하는 것과 함께 지역국가의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지방세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실제로 최원삼(2008)에 따르면 지방세수 총액에서 각 광역단체별 세수비중을 보면 경기도가 25%로 가장 높고 서울이 23.2%로 그 다음이며, 제주가 1.2%로 가장 낮다. 전반적으로 지방세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두드러진다. 레저세와 지역개발세는 경기도와 경북에 편중돼 있다.
또한 지역경제의 격차를 그대로 둔다면 지방세를 도입해도 담세능력의 차이로 인해 지방재정의 불균형은 그다지 해소되지 않는다. 이 경우 재정지원제도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예를 들면 현재 정부가 소득세 세수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를 별도로 징수하여 당해 지역 지방정부에 배분하고 있는 소득세할() 주민세를 그 명칭만 바꾸어 지방소득세로 변경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지방재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또한 국세인 부가가치세 세수의 5%를 지방소비세로 돌려 시도별 최종소비지출액 비율에 따라 지역별로 배분한다면 지방교부세를 교부하는 것과 비교하여 지역불균형은 오히려 더 심화된다. 이런 측면에서 수도권, 광역시, 시군지역 등에 법인세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경과조치가 필요하다.
 
3) 재정조정 제도
 
현재 중앙정부는 국세의 일정비율을 지방교부세 명목으로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은 채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수직적 재정조정에 해당한다. 반면 국고보조금은 국가위임사무와 국책사업 등 특정목적 재원으로 운용된다. 한편 광역자치단체는 재정보전금, 조정교부금, 시도비보조금, 징수교부금을 기초자치단체에 지원하고 있다.
이기우(2009)에 따르면 연방국가의 사무를 위임받아 그 비용을 지원받는 오스트리아나 스페인을 제외하면 미국, 캐나다, 스위스, 독일 등 대부분의 연방국가가 지역국가에게 지불하는 수직적 재정이전의 비중이 15-30%로 낮은 편이다. 스위스는 캔톤별로 재정력 지수를 산정하여 연방정부가 재정지원을 해야 할 대상과 규모를 정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재정균형화를 위한 이전지출의 효과를 증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수직적 재정이전에 있어 연방국가는 교부금에 조건을 다는 방식으로 지역국가를 통제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모든 이전재원이 조건과 결부되어 있으며 이러한 이전재원은 연방전체수입의 30%를 이룬다. 스페인에서는 자치공동체수입의 42%가 조건이 있는 이전재원이다. 캐나다에서는 지역국가 수입의 5%만이 조건이 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방국가에서는 지역국가 간의 재정격차를 해소하기 위하여 수평적 재정조정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캐나다와 독일은 지역 간 재정의 균등화를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주 간 재정조정이 폭넓게 인정되어 전체 이전재원은 44%에 이른다. 스위스의 경우 직접세를 연방과 캔톤, 코뮌이 공동 과세하여 나눠 갖는데, 연방은 자신의 40%를 캔톤에게 돌려주고 있으며, 이중 1/6 이상을 캔톤 간의 재정지원에 쓰도록 하고 있다(안성호, 2005: 130).
이러한 수평적 재정이전은 경쟁력 있는 지역국가가 경쟁력이 약한 지역에 지원을 함으로써 전체 재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반론이 있다. 특정 지역국가가 자신의 재정적 부담을 연방국가나 다른 지역국가에게 전가하는 재정이전은 과도한 소득재분배의 결과를 낳으며, 무책임한 지방재정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재정이 건전한 주의 잉여자금을 재정이 열악한 주로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면 재정이 건전한 지역국가 입장에서 볼 때 재정건전화의 동기가 약화된다.
코리아연방제를 도입할 경우 현재 지역 간 재정자립도가 매우 편차가 심하므로 일단 재정지원을 강조하는 조정적 재정주의를 채택하고, 향후에는 재정지원을 점차 줄이는 점차 경쟁적 재정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즉 장기적으로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지역국가는 자체 재원을 확대해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코리아연방정부가 지역국가에게 수직적 재정지원을 할 경우 사용처에 대한 포괄적인 재량을 교부하여 연방정부가 지역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한다. 남북의 지역국가의 재정자립도와 지역경제를 고려하여 조세 수입이 많은 지역국가는 일정 수준 이하의 지역국가에 수평적 재정지원을 해야 하지만 그 비중을 점차 줄여야 한다.
코리아연방제가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경제가 낙후된 북조선 지역의 조세 수입이 낮을 것이므로 재정자주권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그렇게 되면 연방국가와 남한 지역이 북조선 지역에 엄청난 규모의 교부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남한 지역의 불만이 연방제 존립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에 대비하여 남북 간의 경제교류를 확대하여 북조선의 경제발전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4. 연방국가의 개입
 
첫째, 연방국가는 예외적으로 지역국가에게 특정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 것을 직접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연방강제의 수단, 즉 연방개입이라는 비상권한을 가진다(콘라드 헷세, 2001: 165). 이러한 상황은 지역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재해가 발생하거나, 지역국가가 연방제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방치하거나, 통제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비상대권에는 연방국가의 경찰력이나 병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다. 연방국가는 이러한 목적을 위해 다른 지역국가의 인력과 자원을 차출할 수 있다. 비상대권에는 지역국가의 입법관할권에 속하는 사항에 대한 연방법률의 제정도 포함된다. 독일기본법 제115조에 따라 연방은 방위상의 긴급사태에 대하여 그것이 주의 입법관할권에 속하는 사건분야에 관해서 경합적 입법권을 가진다. 이 법률은 연방상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상원이 연방정부에게 이러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비상대권이 상원의 사후승인을 지체 없이 받지 못한다면 그 효력이 상실되어야 한다.
연방강제는 재정분야에서도 가능하다. 연방국가는 연방헌법에 따라 지역국가의 배타적인 입법권이 인정되는 영역에 대한 지출권한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헌법에서는 연방국가에게 공동의 복지(General welfare)를 위한 과세권과 지출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권한은 보통 연방헌법에 의하거나, 연방헌법에 근거한 연방법률에 따라 행사된다. 다만 김도협(2006)에 따르면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 연방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엄격한 조건에서 연방국가의 개입이 허용된다. 물론 긴급사태에 처한 지역국가가 스스로 연방국가나 다른 지역국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허용된다.
독일기본법 역시 일반적 연방강제와 특정분야에서 연방강제를 규정하고 있다. 독일기본법은 국가안보, 질서유지, 재난의 사정이 발생한 경우, 주 정부 상호간의 긴급개입, 혹은 주 정부의 연방업무에 대한 긴급개입을 규정하고 있다. 연방강제는 연방국가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므로 남용돼서는 안 된다. 독일을 보더라도, 대부분의 문제가 연방과 주의 타협에 의해 해결되므로 연방강제가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다.
둘째, 연방국가가 지역국가에게 연방법률의 집행을 위임한 경우 지역국가가 이를 제대로 집행하지 않을 때 예외적으로 연방국가가 행정명령 발동, 연방관리 파견 등의 방식으로 직접적으로 지시하거나 강제행위를 할 수 있다. 독일기본법의 경우 제37조에 따라 주가 기본법 또는 다른 연방법률에 의하여 부과된 연방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연방정부는 연방상원 의원의 동의를 얻어서 연방강제의 방법으로서, 행정명령 등 그 의무의 이행을 주에 강제시키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셋째, 연방정부와 상원, 지역국가는 연방국가의 지역국가에 대한 개입, 혹은 지역국가의 다른 지역국가에 대한 개입에 관한 분쟁을 연방헌법재판소에 호소할 수 있다. 특히 연방국가는 연방헌법재판소를 통해 지역국가의 법률, 행정작용, 재판행위에 대해 유무효를 선언하거나 취소시킴으로써 지역국가를 통제할 수 있다.
 
 
5. 연방제와 지방자치의 관계
 
첫째, 코리아연방제에서 광역단체는 지역국가로 전환되므로 지방자치 영역은 시군구와 읍면동이다. 지방자치는 기본적으로 지역국가의 소관사항이다. 따라서 각각의 지역국가가 자신의 헌법에서 독자적인 지방자치제도를 규정한다. 또한 연방국가가 지역국가의 지방자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역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국가를 거치지 않고 연방국가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연방제의 취지에 어긋난다. 실제로 스위스는 코뮌이 캔톤을 거치지 않고, 직접 연방과 교섭하는 것을 가급적 제한하고 있다.
일부 의견에 따르면 연방제는 통치권의 지역적 배분문제로, 지방자치제는 행정권의 지역적 배분문제로 보고 있다. 3권 분립의 관점에서 볼 때, 지방자치는 집행권에 속하므로 지방의회는 입법기능을 행사하지만, 3권 분립의 의미에서 의회가 아니라 행정기관일 뿐이다(홍정선, 2009:19). 하지만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제는 권력분산과 자치권 강화의 관점에서 연방제와 지방자치제의 취지를 절대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치단체의 권한은 분권과 주민자치 측면에서 최대한 보장한다. 독일이나 스위스 등 다른 연방국가도 보충성의 원칙에 따라 그 성질상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할 수 없는 것을 제외하고 연방국가나 지역국가의 권한이 아닌 것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에 속한다. 다만 지역국가의 헌법에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예시할 필요가 있다.
지역국가가 담당하는 영역 중에서 범죄예방과 순찰 및 1차 수사권, 초등교육, 도시계획, 청소와 소독, 상하수도, 쓰레기, 소방, 편익시설 등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이다. 스위스 코뮌이 담당하는 고유의 입법권은 해당 지역의 주택, 환경, 문화, 가스전기수도, 도로운송, 개발계획, 공공복지, 유아초등 교육 등이다(안성호, 2001:87-90).
스위스 코뮌은 주민들의 정한 소득세, 부유세, 가구세, 이윤 및 자본세, 상속세, 증여세 등을 징수하고 있다. 코뮌은 인구 2만 명이 안 되지만, 이들이 지방경제와 지방재정에 직결되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소득세 부과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조세경쟁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를 유치할 수 있다. 인구 15천여 명의 뷔베 코뮌에는 국제적 대기업인 네슬레(nestle)의 본사가 있다.
독일기본법도 제20조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법률에 따라 독자적인 과세권 등 폭넓은 자치권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의 세목은 상원의 동의를 요한다. 지방자치단체는 토지세와 영업세의 세율을 결정할 수 있고, 지방소비세 및 물품세 역시 그 전부 혹은 일부가 주입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속한다. 이밖에 독일의 지방자치단체는 주로부터 주민의 소득세 징수액 일부에 대한 배당을 받는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의 정부형태는 지역국가의 헌법이 정하되 단체장형, 의원내각제형, 시지배인형 등 다양한 형태 중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다. 지역국가의 정부형태는 지역국가가 자신의 헌법으로 결정하듯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유형도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결정하며, 이러한 원리는 연방헌법과 지역국가 헌법에 선언되어야 한다. 스위스에서 주민총회나 코뮌의회 여부 등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유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인구규모이다.
한편 현재 단순한 하부행정기관인 읍면동을 시군구 산하의 자치단체로 발전시켜야 한다. 주민들이 읍면동장을 직선으로 선출하고 동네의회로서 읍면동 의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열어두어야 한다.
 
 
VI. 결론
 
남북은 지난 20006.15 공동선언을 통해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한반도 차원의 연방제 논의가 물꼬를 텄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통일국가를 포함하여 장기적인 국가형태를 지금처럼 중앙집권형 단방제(unitary state)로 할 것인가 연방제(federal state)로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연방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고도의 지방분권 단방제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진지한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남북의 평화통일은 국가체제에 대한 남북당사자들의 합의계약을 전제로 하는데, 이러한 국법계약이 연방주의 이념의 핵심이다. 즉 협상에 의한 통일국가를 모색할 경우 그 형태는 연방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따라서 분단의 극복과정은 연방제를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나아가 통일협상에서 연방제를 통일국가의 과도적 형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항구적 국가형태로 검토할 수 있다.
한반도의 연방화는 대외종속을 극복하고 남북이 통일되는 과정이자, 남북이 각각 여러 개의 지역국가로 분할되어 분권과 자치를 정착시키는 과정이다. 이러한 코리아의 항구적 연방국가는 남북분단과 대외의존, 불균형성장이라는결함국가를 청산하는정상국가이므로 제2의 건국이자, 대한민국개조론이다.
연방제는 소수보호와 권력분립이라는 기존의 가치뿐만 아니라 국제경쟁력과 복지라는 새로운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공공급부를 생산함에 있어서 단일국가적인 국가형태보다는 연방국가에서 규모의 경제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자치와 분권을 허용하면서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연방제는 오늘날 이상적인 국가형태로서 국가 간의 관계까지 적용되고 있다. 이를테면 기능적인 보완이 가능한 국가들끼리 정치 경제적인 결합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러한 결합은 유럽연합에서 보듯이 국가연합을 거쳐 복합연방으로 발전하고 있다. 복합연방은 각국의 헌법에 의해 가시화되고 있는데 독일기본법은 제23조에서 연방상원의 동의를 얻어 법률에 따라 유럽연합에 주권을 이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모택동 사후 시장경제의 도입과정에서 성정부는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광역정부로서 역할하고 있다. 그 결과, 오늘날 중국은 사실상의 연방국가또는 중국식 연방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1997년 환수된 홍콩에게 특별자치권을 부여하는 중국은 이른바 혼혈연방국가(hybrid federal state)’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671일 특별자치권을 갖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킴으로써 혼혈연방국가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볼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 사무 우선 이양, 법률안 제출 요청권 부여, 자치경찰 및 교육자치, 특별행정기관 이관 등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받았고, 자치조직과 인사, 재정 등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았다.
항구적 연방제가 통일과정에서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국가형태라고 하지만 논리적 설득력 이전에 우리에게 정서적으로 낯설다. 따라서 항구적 연방제를 장기적 목표로 삼되 일단은 남한만이라도 연방제로 전환하던지 개헌을 통해 광역단체를 확대 강화하여 강력한 분권국가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헌 이전단계로 중앙정부와 시도간의 입법권의 재배분이 핵심적인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입법권의 지방이양을 위하여 현재 대통령령이나 총리령, 부령으로 위임한 사항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관한 시·도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면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은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에서 이러한 실험을 통해 연방국가 혹은 분권형 국가의 장점이 충분히 드러나면 남과 북이 2개의 지역국가로 이루어진 느슨한 연방제 혹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거쳐 5-8개의 지역국가로 이루어진 항구적 연방제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6> 한반도의 항구적 연방제의 경로
단계
경로1
경로2
통일 전
남한 지방분권국가
남한 연방제(5개의 지역국가)
통일모델
느슨한 연방제
느슨한 복합연방제
통일후
항구적 연방제(8개의 지역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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