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회담 정기화와 각계각층 동반 방북의 의미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에 정당 대표, 지방자치단체 대표, 노 동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동반하였다. 물론 종교계, 문화계, 학계 등 다양한 계층의 대표들도 포함되었다. 본인은 이번과 같이 확대 된 남북수뇌회담의 의미에 대해 좀 더 설명하고자 한다.

‘민족통일기구’는 다양한 민족공동위원회의 구성부터 시작
북측이 주장하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따르면 ‘1민족 1국가 2제 도 2정부’의 원칙에 따라 남북은 정치·군사·외교권을 비롯한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보유한 채 그 위에 ‘민족통일기구’를 구성하 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민족통일기구’는 그야 말로 남북 및 해외의 각계각층이 모여 코리아반도와 우리 민족의 통일에 관한 공동의 문 제를 토론하고 결정하는 기구이다.
이러한 ‘민족통일기구’는 정부, 국회, 정당, 시민사회단체의 다양 한 남북공동기구 혹은 민족공동위원회들이 통합되는 형태가 된다. 따라서 ‘민족통일기구’의 첫걸음은 다양한 민족공동위원회를 구성 하는 것이다. 사실 남북과 해외 동포는 이미 다양한 수준의 민족공 동위원회를 가동 중이다. 남북과 해외동포가 참여하는 ‘6.15공동선 언실천위원회’는 비록 6.15선언의 이행과 실천을 위한 목적에 한정 되지만 남북 정부가 용인하는 민족공동위원회이다. ‘조국통일범민 족연합’은 남측정부에 의해 불법화되었지만 역시 남북 해외가 참여 하는 민족공동위원회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남북의 정세에 따라 이어졌다 끊어졌다 유동적이었지만 남 북의 종교계, 노동계, 농민, 대학생 등 다양한 계급과 계층은 교류를 상설화하고, 공동의 논의기구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올 해 성사된 남측의 민주노총 및 한국노총과 북측의 직업총동맹간의 노동자 축구대회와 교류의 상설화 시도 역시 남북노동자들 간의 민 족공동 논의기구를 모색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상설적인 정상회담, 각료회담, 국회회담은 ‘민족공동위원회’의 맹아
우리 정부의 마지막 공식적인 통일방안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 이 제안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그 이후 정부는 공식적인 통 일방안을 수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남북은 일 단 과도기 통일모델인 ‘남북연합’을 수립함으로써 서로 공존하면서 평화적으로 점진적으로 완전한 ‘통일국가’로 나아가게 된다.
이와 같은 우리 정부의 ‘남북연합’은 원래 ‘국가연합’의 성격을 지 녔다. 그런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 간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고 남북 정부들이 공식적으로 선언하였기 때문 에 ‘남북연합’은 ‘국가연합’의 성격을 유지할 수 없었다. 따라서 2000년 ‘6.15선언’에서 남측의 통일방안은 ‘연합제’로 표현되었다. 이 ‘연합제’는 과거 정부의 ‘남북연합’의 변형이지만 ‘국가연합’의 성 격은 사라지고 ‘체제연합’, ‘정부연합’의 성격은 유지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한편 ‘남북연합’ 혹은 ‘연합제’의 단계에서는 남북정상회의와 남북 각료회의가 상설화되고 남북한의 의회대표들이 함께 모여 통일에 따르는 법절차를 준비하게 된다. 이미 노태우 대통령이 1989년 제 안한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따르면 남북은 ‘남북연합’의 단계에 서 정상회의, 각료회의를 두며 특히 남북국회는 100명 남북동수 남 북평의회를 구성하여 통일헌법을 제정하게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은 1995년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을 출판하였는데 이 안에 따르 면 ‘남북연합’ 단계에서는 남과 북이 독립국가로서 주권과 모든 권 한을 보유하되 남북연합정상회의, 남북연합회의, 남북연합각료회 의 등의 협력기구를 설치하도록 한다.
민족공동위원회는 각계각층의 교류 상설화와 공동논의 기구로 확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남북 간의 상설적인 교류와 공동 논의기구를 만들자는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제시하는 ‘민족통일기구’의 구상과 본질 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점은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에서 정 부와 국회의 상설적인 공동논의 기구는 강조되지만 민간 차원의 상 설적인 공동논의 기구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남측의 ‘연합제’에 의하더라도 남북의 정치체제가 다르다 는 점에서 남북의 관료와 국회의원들만이 모여 남북의 국민이나 인 민들의 지지를 받는 통일방안이나 통일 후 방침을 정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발상이다. 무엇보다 각계각층의 남북의 대표자들이 정 기적으로 만나 상설적인 공동논의 기구를 만들고자 하는 것은 자연 스런 일이다. 어떤 정부도 민주적이라면 이러한 요구를 막을 수 없다.
따라서 '1국가 2체제 2정부‘의 통일국가에서 통일의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전 국민적인 합의를 도출하여 이를 실현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이러한 남북의 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상설 적인 논의기구가 다양한 민족공동위원회이며 그 정점에 통일문제 에 대한 결정권을 지니는 ‘민족통일기구’가 서게 되는 것이다. 이러 한 관점에서 본다면 ‘민족통일기구’ 혹은 그 맹아로서 다양한 민족 공동위원회를 담아 낼 수 있는 각계각층의 남북 교류의 상설화와 공동 논의기구의 설치는 남측과 북측의 통일방안에 부합한다.
남의 ‘연합제’와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사실상 하나로 수렴
통일연구원이 6.15공동선언 직후 발표한 보고서 「제2차 정상회 담 대비 남북한 통일방안 분석」에 따르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우리 정부의 단계적 접근방식에 근접하기 때문에 북측의 ‘연방제’ 안을 남측의 ‘연합제’ 안에 접목시킬 수 있다. 같은 연구소의 조민 선임연구위원이 2014년 경실련 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통일코리아의 미래는 ‘자유, 민주, 평화, 인간존엄성, 복지’의 헌법 정신위에서 ‘분권·자치’의 원리가 구현되는 연방제 국가체제에서 찾 을 수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 역시 같은 토론회에서 “남북이 대등한 자격으로 통일정부를 구성하기 원 한다면 연방제에 대한 검토가 중요하고 그 전 단계로서 남과 북의 협력의 상설·협력·이행을 위한 통합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관변 연구기관조차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배경은 학자들 대부분 이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의 통일방안은 근본적인 차이를 극복하 고 상호 수렴하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완범이나 제성호 역시 연합과 연방은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관점에 동의 하고 있다. 특히 이완범에 따르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높은 단 계의 연합제’는 수렴할 수 있으며, 남북의 화해 협력기반이 조성된 후 이러한 수렴형태가 통일기구로서 만들어질 수 있다.
북측 역시 6.15공동선언 이후 연방제와 연합제를 절대적으로 구 분하지 않는데, 북측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경우에 따라서 스스 로 ‘연합연방제’ 혹은 ‘연합적 연방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각계각층의 동반 방북은 교류 활성화와 통일 논의의 진일보
국회 의장단은 아쉽게도 국회 원내 교섭단체의 합의가 불발되어 이번 방북에 결합하지 못하였다. 보수정당들은 냉전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해 이번 방북에 동반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한 행정 부 수반의 방북에 입법부 수장이 특별수행원으로 동반한다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들어 의장단의 방북도 무산시켰다.
다른 한편에서는 일부 노동계의 반발도 있었다. 최저임금이나 기 타 노동현안에 있어 노동계는 정부와 사용자단체와 대립각을 세워 야 하는데, 사용자단체와 함께 대통령의 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통령의 특별수행원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국회 교류, 노동 자 교류의 방식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동반 방북 은 이런 방식의 문제로 불참하거나 반대할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수뇌회담이 대통령과 각료만이 참석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수뇌회 담은 국회, 정당, 다양한 계급과 계층이 참여하는 다양한 민족구성 원간의 만남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들어 이미 3차례 수뇌회담을 하고 향후 정기적인 수 뇌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또한 남북연락사무소 개소와 함 께 상설적인 각료회담도 가시화되었다. 이러한 정세를 고려할 때 남북 교류와 논의의 접촉면을 국회, 정당, 노동계 등 각계각층으로 넓히는 것은 향후 전 민족적인 통일 논의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 러한 다양한 교류가 반복되고 상설화된다면 그것이 민족공동위원 회 나아가 민족통일기구의 맹아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과 다양한 대표들의 동반 방북 은 한편으로는 다양한 남북교류의 상설화와 민족공동위원회 구성 을 향한 실질적인 첫걸음이다. 따라서 이번 방북은 과거 김대중 대 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보다 통일의 길에 한 걸음 더 나아 간 것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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