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체제와 제국주의에 관한 마르크스의 시각

마르크스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자본주의 제국주의론 3


마르크스는 원래 자신의 정치경제학비판 저작을 6개의 부로구성하려고 계획했다. 1857년 정치경제학비판요강에 대한 서설에서의 첫 번째 플랜 초안 이래 마르크스는 곧 자신의 경제학 저작을 제1부 자본, 제2부 토지소유, 제3부 임노동, 제4부 국가, 제5부 외국무역, 제6부 세계시장의 체계로 구상했다(Marx, 1858a: 551; 1961: 7). 또한 제1부 자본은 정치경제학비판요강에서의 자본에 관한 처음 두 개의 초안 이후에 곧 제1편 자본일반, 제2편 자본들의 경쟁, 제3편 신용, 제4편 주식자본으로 구성할 것을 명확히 했다(Marx, 1858c: 312). 나아가 라살레 앞으로 보낸 편지(1858년 3월 11일)에서 마르크스는 제1편 자본일반을 자본의 생산과정, 자본의 유통과정, 양자의 통일 또는 자본과 이윤이라는 3부분으로 구성할 계획을 밝혔다(Marx, 1858b: 554). 1858년부터 1862년에 계획된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비판 플랜은 6부작이었다(비고츠키 체푸렌코, 1993: 331).

1860년대 중반에 이르면 마르크스는 6부작 플랜의 실현을 최종적으로 포기했고, 자본을 전 3권 4부의 구성으로 발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중 완결판은 제1권뿐이며, 2권과 3권은 마르크스의 초고를 엥겔스가 편집한 것이다. 다만 마르크스의 필사본 전집인 메가판에서 2권과 3권의 초고를 확인할 수 있다. 

자본 전 3권은 플랜의 제1부 제1편 자본일반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 제1부 제2편 자본들의 경쟁, 제3편 신용, 제4편 주식자본과 나아가 제2부 토지소유, 제3부 임노동의 요소들을 자본의 일반적 분석이라는 이념적 평균의 수준에서 포괄했다. 그러나 자본의 성립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는 제1부 제2편 이하 6부에 이르는 특수연구를 포기하지 않았고, 따라서 원래의 플랜은 변경되지 않았다. 6부 플랜은 자본주의 세계경제를 이론적으로 영유하기 위한 상향의 체계를 반영하는 것이고, 따라서 정치경제학비판 6부 플랜과 단절해서 자본을 해석하면 안 된다. 마르크스가 제6부 세계시장체제를 저술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제국주의 이론을 온전하게 파악할 수 없다 다만 여러 저술과 편지를 통해 단편적인 인식들을 종합할 수 있다. 

간과해선 안 될 지점은 마르크스가 참여했던 1848년 혁명은 1815년에 성립된 빈체제를 전복하는 것이었는데, 이 빈체제는 나폴레옹제국을 해체하고 과거의 유럽 제국주의 국가의 세력권 즉 구 제국주의 세력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메테르니히 재상이 주도한 빈체제에 대한 마르크스의 투쟁은 한편으로 반제국주의 투쟁이었지만 마르크스주의 연구에서 이 부분이 경시되고 있다.

첫째 마르크스는 자신의 세계가 자본주의와 비자본주의 지역이 하나의 지구촌 즉 연결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중심인 영국 자본주의와 그 주변으로 중층화됐다고 봤다. 즉 세계체제에 대한 과학적 인식이 막연하나마 존재했다. 

둘째 마르크스는 원시제에서 자본주의에 선행하는 생산양식(아시아적, 게르만적, 로마적 생산양식), 자본제, 공산제까지 역사단계를 발전적으로 봤기 때문에 인도와 아메리카 대륙에 자본주의가 확산되는 것을 문명의 확산 즉 발전으로 봤다. 

셋째 영국의 아일랜드 지배, 인도에서 식민지 경영, 유럽 강국의 폴란드 분할 점령에 대한 마르크스의 언급에서 보듯이 제국주의 국가와 식민지 민중의 대립에 주목했다. 공산당 선언에서 폴란드의 크라쿠프 반란에 대한 언급과 인도의 세포이 반란에 대한 기사에서 보듯이 마르크스는 식민지 민중의 봉기를 지지했다. 

넷째 마르크스는 식민지에서 자본주의 지배계급에 대한 봉기가 식민지 모국인 제국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봤다.  

다섯째 마르크스는 말년에 러시아와 같은 전근대적인 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를 거치지 않고 즉 부르주아혁명을 거치지 않고 사회주의혁명으로 비약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러한 러시아혁명이 유럽의 혁명으로 파급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마르크스의 세계체제에 대한 한계는 첫째 자본주의 전파를 발전으로 봤기 때문에 전 자본주의 세계가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발전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것이 자본주의 자체의 몰락을 가져 올 수 있다는 로자의 자본축적론이나 아민의 종속이론과 같은 주변부혁명론이 구체화되지 못했다. 

둘째 마르크스는 레닌의 제국주의혁명이나 코민테른의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과 달리 식민지혁명을 식민지 민중의 관점보다는 모국의 혁명 관점에서 파악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는 식민지가 세계혁명의 약한 고리라는 레닌의 문제의식, 그리고 자본주의를 거치지 않은 사회주의혁명이 가능하다는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의 문제의식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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