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직전 힐퍼딩의 금융자본론

마르크스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자본주의 제국주의론 8

루돌프 힐퍼딩(1877년 ~ 1941년)은 오스트리아 유대인 상인 집안 출신으로서 대학시절에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당에 입당했다. 그는 이후 독일사민당의 초청으로 1906년 독일사민당 교육원의 국민경제학 강사가 되었고 1916년까지 사민당 기관지인 전진의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1914년에 그는 전쟁을 반대하는 SPD의 좌파에 가담했으나 1915년까지 1918년까지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의사로 강제징집 당했다. 

1918년부터 1923년까지 독립사민당 기관지 ‘자유’의 편집장으로 활동하였다. 사민당에 통합된 후 그는 제국의회의원을 지냈으며, 1929년 12월 말 뉴욕증시 폭락으로 재무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1933년 나치스 정권 성립 후 추방되어 스위스를 거쳐 1938년부터는 프랑스에 머물렀으며, 망명사민당의 지도부로서 활동했다. 독일군의 프랑스 점령 후에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탈출하려다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되어 파리에서 고문 받다가 사망했다. 나치 지도자의 명령으로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1900년대 초반 독일은 물론 오스트리아-헝가리는 독점자본의 카르텔을 형성했다. 이를 목격한 힐퍼딩은 ‘금융자본론-자본주의적 발전의 최근 단계’(1910)를 저술했다. 이책은 경쟁적이고 다원적인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독점적인 '금융자본'으로 전환하는 것을 분석했다. 이 저서는 레닌과 부하린의 저서로 연결된다. 

금융자본은 최고로 발전한 자본 형태로 일종의 “삼위일체”를 이룬다. “왜냐하면 산업자본은 성부로서 상업자본·은행자본이라는 성자를 낳았고, 화폐자본은 성령이기 때문이며, 성자·성부·성령은 셋이면서 금융자본에서는 하나로 통일되기 때문이다. 이 삼위일체는 국내외적으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관철시켜 주는 강력한 국가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트를 제외한 사회계급이 이 삼위일체와 연합한다. 이로써 국가독점자본주의가 형성되고 조직자본주의가 나타난다.

힐퍼딩의 이론적 논의는 화폐에서 시작하는데, 이는 화폐의 기능과 의미를 올바로 파악해야 가치의 문제와 이 가치를 통해 형성되고 유통되며 작동하는 각종 자본의 문제에 제대로 접근할 수 있다는 힐퍼딩의 기본입장을 반영한다. 이어서 신용, 주식회사, 산업자본과 은행자본, 증권거래소와 상품거래소, 카르텔과 트러스트, 공황 등에 대한 논의가 전개된다. 

실천적 논의는 이러한 금융자본의 발전이 주요한 사회계급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고 있다. 힐퍼딩은 금융에 의한 경제와 산업의 지배, 산업과 금융 및 국가의 유착을 지적했다. 산업, 상업 및 은행 이해관계의 통합은 중상주의의 자유방임이 아니라 국가의 개입을 요구한다. 집중되고 독점이익이 누리는 자본은 과거 부르주아 일반을 위한 국가에서 독점자본을 위한 국가를 추구한다. 이러한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에서 독점자본은 농민과 소생산자들을 자신들에게 경제적으로 종속시켰다. 

힐퍼딩은 금융자본의 정책은 전쟁으로 나아가고 그리고 혁명적 폭풍을 촉발시킬 것이라고 봤다. 그는 대(금융)자본가들의 독재는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로 대체되면서 사회변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가권력을 장악한 노동계급이 독점자본을 자신의 소유로 만든다면 농민과 소생산자의 사적 소유 역시 간접적으로 사회적 소유로 전환된다. 즉 국가독점자본주의에서는 농민과 소생산자의 소유를 사회적 소유로 전환하기 위해 직접 몰수하지 않더라도 독점자본의 사회화를 통해 전체 사회를 사회주의사회로 전환시킬 수 있다. 

극소수의 독점자본을 타도하는 혁명경로는 독점자본에 의해 착취당하는 농민과 소생산자 등 다양한 계급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후 이러한 반독점사회주의혁명의 경로는 자본주의가 발전한 유럽식 혁명 즉 유로코뮤니즘으로 구체화됐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사회주의는 자본주의가 매우 성숙할 때 즉 농민과 소생산자들이 노동자로 몰락하거나 자본가로 성공하는 계급분화의 시기를 거쳐야 가능하다. 하지만 힐퍼딩에 따르면 이러한 자본주의 성숙 이전에도 독점자본이 국가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마르크스와 달리 자본주의가 성속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독점자본을 사회화하는 방식으로 사회주의혁명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독점자본 이전의 마르크스의 혁명경로와 달라질 수 있다. 

힐퍼딩은 국가독점자본주의를 자본주의의 최근단계로 봤다. 다만 힐퍼딩의 국가독점자본주의는 미국과 서유럽 같이 성숙한 자본주의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독점자본이 정치엘리트와 결탁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개발독재, 혹은 파쇼체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레닌은 힐퍼딩의 이론을 참조하여 독점자본주의를 제국주의와 같은 것으로 보며 자본주의 최후 단계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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