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시기 로자의 자본축적론

마르크스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자본주의 제국주의론 9

로자 룩셈부르크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나오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관계에 대해 쉽게 설명하기 위해 1913년 《자본축적론》을 저작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자본축적론에서 팽창해야 축적이 가능한 자본의 본질을 분석하고, 자본 팽창의 종착지가 전 세계 차원의 사회주의라고 전망했다. 로자 룩셈부르크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 사회가 비자본주의 사회를 착취하면서 생겨나는 자본 축적 과정을 밝혔다.

룩셈부르크는 자본론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노동자 계급과 자본가 계급만이 소비자로 존재하는 순수한, 폐쇄적 사회에서는 소비부족으로 인해 상품 형태의 잉여가치가 확대 재생산을 위한 화폐 형태로 전환될 수 없다는 점을 논증했다. 마르크스가 전제한 자본주의 생산 양식만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자본의 축적은 현실적으로 계속 증가해야 할 수요의 부족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룩셈부르크는 마르크스의 재생산 공식이 이러한 구체적인 사실을 설명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룩셈부르크는 소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 외의 제3의 소비층, 즉 비자본주의 외부세계가 존재해야 한다고 봤다. 로자의 의견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공황 또는 필연적 붕괴를 막기 위해 비자본주의 영역을 자본주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독점자본주의에 대한 피착취 자본주의 영역이 많아질수록, 자본주의는 쉽게 유지된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시초부터 외부 제3의 소비자를 찾아 운동하는 세계 차원의 시스템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군국주의화하고 제국주의로 나아간다. “제국주의란 아직도 비자본주의적 환경을 지닌 세계의 나머지를 독차지하려고 경쟁하는 자본축적 과정의 정치적 표현”인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존속하는 한 제국주의적 팽창과 외부세계 착취와 황폐화, 비자본주의 세계의 종국적 몰락은 불가피하며, 그 결과 자본주의 확대 재생산을 위한 자본 축적의 토대인 비자본주의 세계는 더욱 빠르게 사라진다. 제국주의의 몰락은 이러한 자본주의 외부 토대를 없애버리는 것이며 그 종착지 위에 세워질 사회주의는 일국 차원이 아니라 세계 차원의 경제 형태일 수밖에 없다.

로자 룩셈부르크에 따르면 자본주의에 착취당하고 있는 비자본주의 국가들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반자본주의 체제를 선택할 경우 독점자본주의 국가의 시장 조절 수위의 한계점이 가까워지고 자본의 계속적인 축적이 어려워진다. 그로 인해 제국주의는 붕괴되고 자본주의 국가에서의 노동자 혁명이 앞당겨진다. 이러한 입장은 사미르 아민의 종속이론의 핵심과 유사하다. 

하지만 레닌은 1913년 로자가 자본축적론에서 큰 혼란에 빠져 있으며 마르크스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Lenin to Kamenev, March 1913). 레닌은 로자가 자본론 2권 3절의 확대재생산 도표를 잘못 수정했다고 비판했다. 즉 로자의 확대재생산도표가 틀렸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만든 확대재생산표식에는 C/V, S/V가 연도에 따라 변동하지 않는데, 이것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적 축적에 따라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하고 잉여가치율이 상승한다”고 주장한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로자는 비판했다. 이리하여 로자는 자기 자신의 확대재생산표식을 만들어 내는데, 이 재생산표식의 오류로 로자는 과소 소비론에 빠지게 되었다(김수행. 2008). 즉 과소 소비론을 근거로 하여 자본가와 노동자만 있는 순수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확대재생산 혹은 자본축적이 불가능하다는 로자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레닌은 로자와 달리 어떤 나라에서 비자본주의 영역으로 확장이 없다고 해도 자본주의가 태동하고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1895∼96년에 저술한 『러시아에 있어서 자본주의의 발전』을 통해 러시아가 농촌공동체를 통해 자본주의를 거치지 않고 사회주의에로 이행한다고 주장한 인민주의자(나로드니키)들을 비판했다. 인민주의자들은 해외시장이 없는 러시아에서 잉여가치가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식민지 없이 확대재생산을 할 수 없다는 로자의 주장과 유사했다. 

하지만 레닌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도 자본주의가 발전하였고, 이로 인해 사회주의혁명의 주체인 노동자계급이 형성됐다. 그는 농업에서 현물경제의 상품경제로의 이행, 공업에서는 수공업에서 기계제대공업에로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농민층의 분해와 노동자계급이 증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Daniel Gaido, Manuel Quiroga. 2013: 449-450).

또한 레닌은 자본축적론이 제국주의가 새로운 비자본주의 영역에 확장되는 것만 주목하여 기존의 자본주의 영역 내에서의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 쟁탈전 이를테면 스페인-미국 전쟁과 같은 제국주의의 식민지 쟁탈전, 아프리카 보어 전쟁, 중국에서 제국주의 군대의 의화단 반란 진압과 같은 사건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레닌은 자본 수출과 금융자본의 출현, 이윤율의 하락, 불균등 발전 등 현대 제국주의의 배경을 밝힌 힐퍼딩의 금융자본론이 로자가 간과한 것들을 분석했다고 평가했다(Daniel Gaido, Manuel Quiroga. 2013: 45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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