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닌 시기 홉슨의 제국주의론

마르크스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자본주의 제국주의론 5

유럽에서 제국주의 시작은 상품의 지리적 가격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원거리 무역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향신료, 담배, 은 등을 사와 유럽에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가격 차이를 이용한 이윤은 거래량뿐만 아니라 거래회수에 좌우된다. 따라서 연쇄적 상품 거래를 하는 3각 무역이 발전했다. 영국의 공산품(소총)을 싣고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사서 아메리카의 농장에서 담배와 바꾼 다음 영국에서 이를 팔아 다시 공산품을 싣고 아프리카로 가는 방식이다. 

이런 원거리 무역은 거대한 투기자본에 의해 진행됐으며, 엄청난 이익을 남기기 때문에 독점적 무역특권을 국가권력으로부터 부여받았다. 또한 항해 중 해적 퇴치,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현지 권력과의 충돌에 대비하여 무역상인들은 무장을 했고 경우에 따라 신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용병 혹은 정규군을 대동했다. 아메리카를 비롯하여 많은 미개척지가 원거리 상업자본, 투기자본에 의해 식민지로 변했다. 

즉 산업자본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이전에 상업자본이 주도하는 제국주의가 선행했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발전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해지자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상품시장을 찾기 위한 목적의 새로운 제국주의가 대두됐다. 특히 과잉생산으로 인해 상품이 남아돌자, 19세기 유럽에서 한 국가가 원자재와 소비시장을 얻기 위해 다른 국가를 침략하고 지배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홉슨의 <제국주의론>(1902)에 따르면 제국주의란 사유재산제 아래 이윤 획득을 목적으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제체제가 과잉생산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책이다. 홉슨은 제국주의의 경제적 동기를 강조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소득분배가 불균형하게 되어 부자들의 과잉저축이, 빈민들의 과소소비가 발생하고, 생산물은 다 소비되지 못한다. 그에 따라 국내에서 소비, 투자가 어려워지므로 해외시장을 찾는다. 

새로운 시장의 획득은 정치적, 군사적 수단에 의해 추진되고 이것이 바로 제국주의의 원동력이 된다. 홉슨에 따르면 각국의 국내 불평등이 투자자에게 시장과 투자의 기회를 해외에서 찾도록 하고 이런 각국 투자자의 경쟁이 국제 분쟁의 요인으로 되었다.

홉스에 따르면 독점은 이익을 소수에게 집중시키고 경쟁을 약화시킨다. 소수의 독점은 과잉저축을 하고 과소소비를 하므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여 저임금을 형성하여 다시 구매능력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에 빠져 국내 투자기회는 점차 줄어든다. 따라서 제국주의의 근원은 해외 투자를 필요로 하는 과잉생산물이나 과잉자본이다. 제국주의의 외교정책은 해외투자를 보장하기 위한 지배와 종속이다. 홉스에 따르면 금융자본의 끝없는 무한 욕망이 제국주의를 탄생시키는 중요한 동인이 되었다.

홉슨은 제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 단계로 설정하고 있다. 홉스에 따르면 독점세력들은 국내외적인 분파를 형성하여 서로 경쟁하고 전쟁에 돌입한다. 홉스는 이러한 전쟁에 반대하면서 최저임금 및 누진 과세와 같은 정책으로 새로운 국내 소비를 창출할 수 있도록 부를 재분배할 것을 주장한다. 즉 그는 독점세력이 국내에서 제한적 범위나마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개혁을 주장했다. 요즘말로 빈자가 부자에게 혜택을 받는 낙수효과와 같은 재분배정책을 주장한 것이다. 

홉스 이후 힐퍼딩은 과잉저축이나 독점세력을 금융자본으로 더 구체화했다. 레닌 역시 힐퍼딩의 금융축적론의 내용을 참조하여 독점적인 은행자본과 독점적인 산업자본의 융합 또는 유착에 의하여 성립되는 자본형태인 금융자본의 성장과 발전이 제국주의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레닌은 힐퍼딩의 견해를 수용해 이러한 독점세력의 증가와 발전이 은행의 성장과 경제적 우위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레닌에 따르면 은행과 경제적 독점세력이 새롭게 공존하는 지배체제는, 새로운 자본의 합병을 가져와 이동 가능한 금융 자본을 창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농업을 후진 단계의 산업으로 만듦과 동시에 부의 불평등한 분배를 야기하였으며, 최종적으로 자본주의를 지나치게 무르익게 만들었다. 결국 과잉자본의 불가피한 몰락을 유발하는 단계이다.

홉슨과 레닌은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결과로서 설명하는 점,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는 점에서 통한다. 양자의 차이는 과잉 저축 대 금융자본, 둘째, 과소 소비 대 자본주의의 과잉 숙성, 셋째, 국내와 국제적 분파 형성 대 글로벌 분단, 넷째, 사회 개혁 대 국내 혁명 등이다. 레닌은 제국주의가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자연스러운 발전과 함께 가장 높은 단계에 도달한 것이며 마르크스가 예측한 자본주의의 붕괴를 필연적으로 초래할 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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