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해본다.
ㅡ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관과 통일관
대북 과제는 통일과 비핵화이지만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단은 남북이 사실상 2개의 국가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먼저 교류와 평화를 실현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때문에 당장 북의 비핵화는 어렵기 때문에 비핵화의 환경을 만들어 가는 등 단계적으로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64개국이 남북을 동시에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점에서 남북은 사실상의 국가 간 관계이다. 사실상 두 개의 국가이지만 장래에는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정동영의 논리는 현실적으로 동서독이라는 2개의 국가가 존재하지만 이는 독일이라는 큰 지붕 안에 두 개의 국가이고 이는 통일돼야 한다는 독일의 지붕설로 유사하다.
조선(북한)이 통일정책을 폐기하고 적대국가 관계를 선언한 것을 남북의 강대강의 대결 결과라고 본다. 즉 향후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치면 조선의 입장이 변경될 수 있다고 본다.
조선(북한)은 주적이 아니라 위협이다. 북이 주는 안보적 위협을 감소시켜 주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참고로 이종석 국정원장은 북한이 주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으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주적이라고 밝혔다.
북의 인권문제를 남이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모든 인권 중에서 생존권이 최고의 인권이다. 즉 북의 생존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북에 대한 인권정책이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북의 내정에 간섭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인권공세가 북에 대한 체제공격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북에 대한 인권문제도 제기하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ㅡ 대북관계에 남남합의, 여야합의를 강조
남북문제에 있어 우리 내부의 이견과 갈등을 먼저 조정해야 한다. 정동영은 대북관계를 개선하는데, 남한 내의 합의, 즉 여야합의를 강조했다. 정동영은 보수정권이 실현한 남북합의를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정동영은 그 예시로서 박정희 정권 당시 자주적, 평화적, 민족대단결의 방식으로 통일하자는 7.4남북공동선언, 노태우 정권 당시의 남북기본합의서,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을 제시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이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로 가는 특수한 관계라고 선언했으며,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평화와 남북교류를 거쳐 남북연합을 먼저 달성한 후 단일공화국으로 통일하는 것을 제안했다.
ㅡ 기존 남북합의를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동의하자
북은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동의했으나 남의 국회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런 국회의 태도에 따라 헌법재판소 역시 기본합의서가 신사협정이라면서 법적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 정동영은 7.4공동선언, 기본합의서 등 기존의 남북합의서를 여야합의로 국회에서 동의하자고 제안했다.
2006년에 제정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기본법은 남북합의에 대한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에 관한 남북합의서 등은 국회에서 동의됐다. 정동영 의원의 주장에 3-4명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어 이재명 정권에서 남북합의에 대한 동의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ㅡ 통일부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
보수진영은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제4조의 통일조항을 근거로 해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것은 최근 통일을 부정한 북의 입장을 추종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동영은 통일부의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북이 흡수통일을 우려하고 있으니 평화통일부라는 명칭도 하나의 선택이다. 다만 현재 북이 통일이라는 표현에 부정적이라는 점, 통일이 장기적인 과제라는 점, 주변국의 통일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통일이라는 명칭을 삭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동영은 비슷한 국제환경에 처해있던 서독이 과거 연방전독일문제부(전독부)에서 연방양독일관계부(내독부)로 전환하면서 통일독일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남북협력부, 평화협력부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ㅡ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수뇌회담을 병행. 에이팩 활용론
이재명 대통령이 중량급인 정동영을 통일부 장관을 지명한 것은 남북수뇌회담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뜻을 북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것이 정가의 평가이다. 정동영은 남북회담을 위해서는 북미회담이 진척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동영은 올해 11월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이팩)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 정동영은 에이팩에 미중러의 정상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국민의힘 소속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김정은 위원장을 초정할 의사를 밝혔다.
특히 경주지역은 국민의힘 지지지역이고, 에이펙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유치에 공을 들였다. 여야합의로 에이팩에 북을 초청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도 북의 참여로 북미문제, 남북문제에 진전이 올 수 있다.
ㅡ 주한미군, 유엔사 DMZ 권한, 9.19군사합의 복원
1992년 김일성 주석은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북미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해도 좋다고 했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아마도 현재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연대급 한미군사훈련을 자제하고 대규모 훈련은 시뮬레이션 도상훈련으로 대체한 바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고려해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과거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비무장지대에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다 유엔사의 저지를 받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정진석 추기경이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자 했으나 유엔사가 허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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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의 관할 하에 있는 비무장지대
정동영은 비무장지대는 한국의 영토이고 한국의 주권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에 관한 비군사적 활동에 대해서는 유엔사의 승인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정동영은 국회가 그러한 법률을 제정해 비군사적 활동에 정전협정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동영은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완화하려는 9.19 군사합의가 현재 사문화됐으나 남한이 먼저 그 효력을 복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은 윤석열 정권이 평양에 드론을 보낸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북의 무기급 핵물질 보유량은 공개정보에 따르면 최소 1300킬로 최대 2000킬로 정도이다. 핵무기 고도화는 대북 적대정책을 채택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 때 진행됐다. 핵실험 6번 중 4번이 보수정부 때 감행됐다.
ㅡ 문재인 정부 때 남북관계 파탄은 미국의 눈치를 봤기 때문
문재인 정부 때 9.19 군사합의 이후 미국의 개입이 강했다. 특히 미국의 요구로 설치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통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계가 경색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미국의 눈치를 본 것 같다.
ㅡ 남북 민간 교류 전면적으로 허용할 생각
남북교류법상 민간교류는 신고사항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모두 승인돼야 한다. 노무현 정권 시절 정동영 통일부 장관 시절 거의 모든 남북교류가 승인됐다. 통일부 장관이 되면 신고제도 취지에 맞게 민간 교류는 전면적으로 허용할 생각이다.
인요한 의원에 따르면 대북 민간교류는 농업부문, 의약품, 식량 등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의 경우 행정비용을 많이 공제하기 때문에 남북 직접 지원이 효율적이다.
정동영은 개성공단처럼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을 때 국민적 동의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그 이후 북핵 문제로 추가된 미국과 유엔의 제재로 인해 남한 독자적으로 재개할 수 없다.
ㅡ 정동영이 대북정책 주도하지만 친미 관료가 견제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장관, 조현 외교통상부장관, 안규백 국방부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한다. 조현, 위성락은 장관급 지위를 처음 맡는 관료출신이라 이재명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안규백, 이종석 순서로 영향력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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