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총임금의 수준을 정하는 원칙이 아니라 동일업무일 때 기본급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동자의 직무만 기준으로 하고 실제 생활비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수당 등 총임금에 적용한다면 임금이 개별 노동자의 생활비 즉 재생산비용이라는 점을 무시한다.
노동자가 노동을 하는 이유는 자신과 가족의 생활비는 벌기 위한 것이다. 즉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독신 노동자보다 가족이 있는 가장의 경우 각종 가족수당을 더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면에서 같은 노동을 하면 무조건 같은 총임금을 줘야 한다는 입장은 자본가의 입장이다.
총임금의 수준은 최소한 생계비 이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의 입장에선 근속에 따른 생계비 즉 생애임금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연공급제 즉 호봉제가 합리적이다.
호봉제의 요체는 근속년수가 낮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근속년수가 높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다. 이는 연령에 따라 생계비가 증가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생애임금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장기근속 상태의 임금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정년에 이르기까지의 수십 년의 기준으로 임금 수준의 적정성을 따져야 한다.
2. 사회임금 즉 복지제도가 발달 된 나라에선 가족수당 등이 시장임금에 포함될 필요가 없으므로 직무급이 도입돼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처럼 사회복지가 빈약한 나라에서 독신 청년 노동자와 장년 노동자의 총임금을 같이 책정하면 장년 노동자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가족의 생계비가 직무급 체제에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직무급이 도입되려면 사회임금 즉 사회복지 혜택 인상 투쟁도 병행해야 한하다. 이는 총연맹 차원에서 입법 투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총연맹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조합원의 임금이 이미 생계비를 초과할 경우 전체 노동자를 단결시키는 투쟁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복지가 발달되었기 때문에, 이들은 사내 복지투쟁을 전개할지언정 사회임금 투쟁에 소극적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임금 투쟁은 저임금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의 당면한 투쟁이지만 이 투쟁이 성공하려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추동해야 한다.
3. 정부와 총자본이 추진하고 있는 직무급은 하향평준화이자, 사업장 장악 수단이다.
정부와 총자본이 추진하는 직무급은 최저임금을 1호봉으로 하고 30년 이상 평생 일해도 일반직인 최저임금의 1.5배, 전문기술직인 2배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직무급에선 개별 노동자가 독신이든 가장이든 구별하지 않고 동일임금을 적용하므로 각종 수당도 없어진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경우 직무급이 도입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막연히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받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즉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일부 노동조합은 이런 직무급의 함정을 알지만 단기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직무급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경우도 있다.
직무급이 도입되면 노동자들은 호봉제보다 더욱 사업주에 종속된다. 호봉제에서는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호봉이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이다. 하지만 직무급에서는 승급을 하려면 사업주가 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당연히 노조원처럼 사업주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승급할 수가 없다. 평생 최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4. 정부와 총자본은 먼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에게 직무급을 도입하여 수십년 이내에 전 산업에 확장하려고 한다.
공공기관은 총액임금제 등 제도적인 문제를 핑계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노동자의 요구를 회피할 수 있다.
정부와 총자본은 다음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핑계로 공공부문 정규직, 나아가 유사한 직군의 민간 부문 노동자들에게도 직무급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직무급화 저지 투쟁에 전체 노동자와 전체 노동조합의 연대가 필요하다. 일종의 최전방 투쟁인 셈이다.
정부의 직무급 도입은 현재보다는 미래의 총인건비 절약에 방점이 있다. 임금은 노사협상과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의해 정해지므로 어떤 임금체계이든 현재 노동자의 임금 저하는 노동자의 동의가 없는 이상 곤란하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조합이 저항할 경우 기존 노동자의 임금을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총자본은 신입사원이나 새로운 사업장부터 직무급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하나의 임금체계를 적용받아야 하며, 당장 임금을 동일하게 할 수 없다면 비정규직의 호봉상승 효과를 정규직보다 점차 증대하여 단계적으로 동일임금을 지향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경우 가능한 호봉제를 고수하되, 불가피하게 직무급을 수용할 경우 호봉제의 장점이 반영되는
승급제도를 쟁취해야 한다. 직무급의 1호봉을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으로 주장하고, 사업주의 심사가 없는 자동 승급을 주장하고 승급마다 임금인상 폭을 최대화시켜야 한다. 특히 노동자가 자기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각종 수당을 존치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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