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 이어 2025년에 재집권함으로서 트럼프주의라는 자신의 노선을 미국의 새로운 국가모델로 정립했다. 트럼프주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마가로 대표되는데, 미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대통령도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았는데, 트럼프주의는 장기적인 국익이 아니라 자기 임기 내에 실현되고 국민에게 보여주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이 다르다.
트럼프주의의 특징은 미국의 국력을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의 국내 문제는 첫째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범죄율이 높은 이민자들과 불법체류자들을 국경관리 강화와 이주민 단속을 통해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주의는 극우적 성격을 지닌다.
둘째 트럼프의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노동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미국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강행하는 관세폭탄의 목적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재정수입을 확대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관세를 피하려는 외국 기업이 공장을 미국에 짓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트럼프에 따르면 국경단속과 산업부흥에 예산을 써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해외에서 전쟁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을 줄여야 한다. 물론 해외 전쟁에 미국인이 희생당하는 것도 반대한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국이 관여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을 종결하고자 평화협정을 중재하는 등 노력 중이다.
트럼프는 유엔이나 국제기구들이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분담금을 안내거나 크게 감축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와 같은 대외홍보비용을 전액 폐지했으며,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공공기업, 이를테면 공영방송국에 대한 지원도 삭감하고 있다.
이처럼 대외정책에서 트럼프가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트럼프주의를 극우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가 반대하는 것은 미국의 자산이 해외전쟁에 낭비되는 것이므로 미국이 전쟁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오히려 전쟁으로 돈을 번다면 그러한 전쟁에 그다지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유럽이 돈을 지불하여 미국 무기를 사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는 것에 방임적 태도를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미국 무기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을 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에 미국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 깊숙이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트럼프주의가 국내 문제에 주력하므로 기본적으로 고립주의로 평가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경우에 따라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해외 문제에 적극 개입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군사강국이지만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군사적으로도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 즉 중국은 현재의 경제적 적이며, 미래의 군사적 적이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공식화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다양한 분야에서 악마화하고 있다.
트럼프주의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고 있다.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은 자신의 동맹을 확대강화하고 경쟁자의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폭탄, 해외 분쟁에서 철수, 동맹에 대한 강압외교는 동맹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동맹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친구들을 잃고 고립화된다. 유럽 중에서 프랑스가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공을 들인 인도는 미국의 강압외교에 반발하면서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상적인 미국의 정치인이라면 트럼프주의가 장기적으로 미국에 불리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주의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트럼프주의는 대통령선거는 물론 상하원 선거에서도 여유롭게 승리했다.
트럼프주의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이주민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하층 노동자들이다. 또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이 고부가가치산업에 집중하느라 해외에 공장산업을 양보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공업산업계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으로 미국의 예산이 낭비되고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어 자신들의 삶이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중간층과 하층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이들은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성과를 선호하기 때문에 트럼프주의가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여론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주의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장기적인 흐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트럼프주의를 따르는 정치인이나 관료, 지식인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트럼프주의의 인기를 절감한 정치인들이 민주당까지 스며들고 있으며, 트럼프의 인사권 행사로 고위관료 대부분은 트럼프주의 추종자로 채워지고 있다. 트럼프주의를 이론화하는 지식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주의가 트럼프 이후에도 지속하느냐는 일단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그 윤곽이 드러나고 2028년 11월 대선에서 결정된다. 트럼프주의에 대항하는 민주당은 상하원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하여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렇다 할 대선주자를 부상시키지 못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의 노선을 계승할 후계자들을 육성 중이다. 트럼프 1기 때 부통령 펜스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통된 주류노선을 대변했다. 펜스는 이단아 트럼프를 경계했으며 결국 트럼프가 대선에서 지자 트럼프의 부정선거론을 배척하고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했다.
트럼프 2기의 밴슨 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 달리 트럼프주의를 지지하면서 트럼프의 강경노선을 보좌하고 있다. 밴슨 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압도하는 등 상당한 정치력과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현재로서는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밴슨이 공화당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밴슨 부통령을 꺾을 후보를 발굴하지 못한다면 트럼프주의는 밴슨 시대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주의의 부작용이 나타날 때까지 트럼프 지지자들이 뭉친다면 트럼프주의는 선거에서 위력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서 관료로, 학계로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확실한 것은 트럼프주의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드러내기 때문에 점차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다. 관세폭탄은 장기적으로 물가인상으로 반영되는 반면, 공장유치는 미국의 고임금으로 인해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다. 생활필수품 등 저부가가치 수입상품의 가격 인상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조차 관세폭탄을 비판하게 된다.
미국의 공장산업 계층은 국제분업에서 피해자이고, 고부가치산업 계층은 수혜자이다. 미국이 산업 간의 소득재분배 정책에 실패하면서 손해보는 쪽이 트럼프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손해보는 계층에게 보상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강압외교로 인해 동맹들과의 관계가 악화돼 미국의 입지가 줄어든다. 트럼프주의가 비록 약화되겠지만 트럼프가 던진 문제의식은 미국의 정책노선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해외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향후에는 이러한 개입을 자제하는 노선이 여론의 일정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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