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를 둘러싼 총연맹과 산별의 긴장

사회적 합의는 사안별로 산별노조가 주도해야


민주노총이 격론 끝에 26년 만에 국회가 주도하는 노사정기구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노동조합의 제1의 목적은 노동자의 권익보호이다. 이를 위해 노조는 정부와 자본에 대해 투쟁을 하고 투쟁의 결과물로서 타협을 한다. 즉 노조는 투쟁만 해서도 안 되고 타협만 해서도 안 되고 둘 다 해야 한다. 투쟁을 통해 교섭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기구나 노사정은 타협기구이니 투쟁을 통한 교섭력이 확보된다면 노동조합이 이에 참여할 수 있다. 반대로 투쟁을 통한 교섭력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참여할 수 없다. 또한 사회적 합의기구에 참여한다고 해도 논의 주체를 총연맹이나 산별이 중심이 될 것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총연맹과 산별 사이에 논의 주체에 대한 긴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사회적 합의는 투쟁력과 진보정당이 동력


사회적 합의 혹은 사회적 대타협은 노동조합과 진보정당이 발달한 유럽에서 노사정협력(코포라티즘)으로서 발전했다. 유럽의 노동조합은 산별노동조합 중심으로 규모면에서 단결력 측면에서 파업을 할 경우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정도로 투쟁력과 교섭력을 확보했다. 진보정당 역시 노동자 유권자를 기반으로 성장하여 단독집권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노동조합이 투쟁하면 진보정당이 투쟁의 요구를 원내에서 법제화하는 역할분담이 구조화됐다. 더 나아가 진보정당이 집권할 경우 노사정이 사회적 타협을 도출하고 법제화했다. 이러한 균형이 가능한 이유는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힘이 강력해 총자본이 어느 정도 양보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은 집권하기 전에 노동조합과 협약을 맺어 집권 이후 노사정을 통해 협약을 이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진보정당이 노동자 표를 얻기 위해 집권 전에 장밋빛 약속을 하고 집권 이후 지키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진보정당이 집권한 이후 경제적 충격을 고려하여 노동조합에게 임금동결, 파업 자제 등을 요구했다. 


진보정당이 갈수록 중간계층의 지지를 얻고자 노동조합에게 인내를 강요했다. 그럴수록 노동조합 내 불만이 높아지고, 일부 조합원들은 지도부에 맞서며 파업을 강행했다. 진보정당이 집권을 반복하면서 친노동자적 성격을  점차 포기하면서 노동조합은 사회적 합의가 노동조합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했다. 결국 노동조합은 특정 진보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는 기존의 방식을 점차 포기하게 됐다.



노조를 대변할 진보정당과 투쟁력이 없는 한국의 노사정


우선 각종 법제도에 따라 다양한 노사정기구들이 일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노사정기구들 중 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같은 구속력이 있는 기구들도 있고 법제화를 건의하는 자문기구들도 있다. 이러한 위원회에서 노사정 3자는 비록 동등한 인원을 배분받는다고 해도 한국의 현실에서 정부 측 위원들은 결국 자본 측 위원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한다. 즉 자본에게 아주 작은 양보를 촉구하면서 노사정이라는 계급화해를 강요하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흉내 내는 노사정 기구는 합의를 도출하고 법제도화를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1998년 노사정위원회에 민주노총이 참여하게 된 배경은 IMF로 인해 경제주권을 박탈당해 외국자본의 요구에 굴종해야 되는 국가적 상황,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김대중 정권의 탄생, 한국노총 참여로 인한 위기감, 노동조합의 숙원사항 논의 필요성 등이었다. 


노동조합의 숙원사항은 공무원·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 실업자 조합원 자격 인정, 노동조합의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정치자금법 개정 등이었다. 반면 정부와 총자본은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도입을 압박했다. 민주노총의 협상팀은 노사정 사회협약에 합의하였으나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찬성 54, 반대 184로 부결됐다. 사회협약에 민주노총이 요구한 사항이 일부 반영됐지만 정리해고, 근로자파견제이 포함되고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됐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총사퇴하고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한국에서 사회적 합의나 노사정의 가능성


사회적 합의, 혹은 사회적 합의 성격의 노사정위원회는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투쟁력이 약한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 즉 노동조합의 협상력이 부족한 반면, 정부와 총자본이 결국은 한통속이 돼서 노동조합에게 양보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노동조합을 대변해주는 강력한 원내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 혹은 정당은 총자본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정부나 총자본의 양보를 얻어낼 정도의 투쟁력과 협상력이 부족하다. 일단 산별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구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투쟁의 주체가 강력하지 못하다. 총연맹이 투쟁한다고 하지만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정도의 파괴력이 없다. 


노동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 산재심사위원회 등 사안별 정부위원회도 일종의 노사정위원회이다. 다만 포괄적인 합의, 즉 계급화해를 강요하는 성격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위원회도 기본적으로 정부위원과 기업위원이 협력하는 경우가 많아 노동조합에게 불리한 위원회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원하는 만큼의 성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장기적인 개선의 효과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저임금의 경우 아직도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물가인상율보다 최저임금 인상율이 높았다. 1989년 600원, 1999년 1,600원, 2009년 4,000원, 2019년 8,350원, 2026년 10,320원으로 인상돼왔다.



노사정 대신 노정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


노사교섭은 노동관계법에 따라 단체행동에 따른 투쟁력을 기본으로 노사자율이 원칙이다. 노동계 일부는 총연맹이 총자본과 같은 자리에 앉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노정교섭만을 주장한다. 노동계 입장에선 일리가 있지만 국가는 자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으므로 노정교섭만으로 현안이 실질적으로 타결될 리가 없다. 정부 입장에선 노사 양측과 동시에 효율적으로 논의하려고 한다. 


노정교섭은 노사정교섭과 동등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공공부문은 정부가 사용자이므로 노정교섭이 가능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것도 노정교섭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본이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안을 노정교섭으로 하자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이러한 주장은 노사정 논의를 거부하는 명분으로 활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노조가 자본을 제치고 정부와 적절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본주의 국가에 대한 환상과 오해에 불과하다.


한국 현실에서 교섭력을 전제로 한 사회적 합의나 사회적 타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목적으로 노사정도 마찬가지이다. 투쟁력으로 담보되지 않는 포괄적인 노사정협의는 계급화해와 노동조합의 양보를 강요해 노동조합 내 분열을 자초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노동조합은 한편으로 사안별 문제해결이라는 개선을 외면할 수 없다. 개선은 조합원의 요구이기도하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투쟁력을 높이는 조건에서 제한적으로 사안별로 노사정협의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 


투쟁력을 전제로 한 사안별 노사정협의는 산별노동조합에서 담당할 수 있다. 지금까지 노사정참여 논쟁을 보면 노동조합이나 노조원들은 사안별로 노사정협의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포괄적인 합의기구에 대해 총연맹 집행부는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주요산별은 이에 반발해왔다. 


실질적인 투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산별이 사안별 노사정기구에 참여하고 총연맹은 이를 승인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총연맹 차원에서 법제화가 필요한 사항, 산별이나 총연맹이 협상에 나설 사항, 그러한 사항에 대한 실현전략 등이 미리 논의되고 합의돼야 한다.



정년연장과 4.5일제는 기업 규모보다 산업별로 접근해야


전체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총연맹이 논의주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총연맹의 투쟁력의 토대나 실체가 산별노조라는 점에서 이 경우에도 총연맹의 이름으로 참여해도 산별노조가 논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조합원들은 노후자금과 국민연금 공백기간 때문에 정년연장을 원한다.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도 마찬가지이다. 조합원들은 이러한 근로조건 개선 사항에 대해 산별노조이든, 총연맹이든 법제도 개선 협상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즉 사안별로 사회적 합의에 대한 조합원의 요구는 존재한다. 


문제는 정년연장과 노동시간 단축을 법제화하는데 있어 총연맹 혹은 산별노조가 사회적 논의기구에 참여할지, 이런 법제화를 기업규모별로, 혹은 산업별로 순차적으로 도입할지이다. 현재 정년연장과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개별사업장에서 노사교섭에 의해 일부 도입되고 있다.


투쟁을 담보로 한 조합원의 요구 관철이라는 점에서 정년연장과 4.5일제는 기업 규모보다는 산업별로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노동조합에 유리하다. 근로조건이 유리한 공공기관, 투쟁력이 담보되는 산업에 먼저 도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대해 사안별 노사정협의기구가 생긴다면 산별노조가 참여하는 것이 노조의 투쟁력을 활용하고 총연맹과 산별의 긴장도 완화하는 방법이다.



법제화 논의기구도 사안별로 돌파하는 것이 유리


이번 노사정기구의 특징은 법제도를 마련하는 국회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즉 입법화에 좀 더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노사정기구라는 점에서 총연맹이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문제는 국회에 총연맹을 대변하는 정당이 없다면 이러한 포괄적인 노사정기구는 계급화해와 노동조합의 양보를 강요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아무리 좋게 봐도 착한 척 하는 자본가정당일 뿐 노동조합을 대변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지배하는 총자본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를 핑계로 정부와 민주당을 압박할 경우 노사정협의기구에서 노조는 불리한 구조에 놓인다. 최근 정창래 민주당 대표가 상공인연합회와 간단담회를 진행하면서 이미 통과된 노동법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을 유예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노조의 당면한 요구만을 다루는 사안별기구 참여 수준을 넘어선 계급타협 기구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 이미 총연맹이 참여를 결정한 상황에서 해당 사안에 당면한 요구를 지니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산별노조 중심으로 참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록 포괄적 기구이지만 사안별 논의로 제한하는 것이다.

북중러 밀착, 우리의 선택 다극화냐, 반미연대냐

 국제사회에선 밀림처럼 힘이 정의이다. 하소연할 경찰도 법원도 없다. 미국의 국제경찰 노릇도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폭력적으로 관철하는 방식일 뿐이다. 약자들은 생존하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강자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약육강식의 국제사회에서 모든 나라들은 변화하는 국내외 정세에서 국익을 위해 냉혈한이 돼야 한다. 


첫째 국가 이데올로기는 국가를 위해 생겨난 것이고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국가생존을 위해 필요하다면 국가 이데올로기를 포기하거나 수정한다. 국가에게 이데올로기의 순결함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중국은 국익을 위해 시장사회주의를 창안했고 외형상 자본주의 경제를 육성하고 있다. 

소련의 고르바초프 역시 중국과 같은 개혁과 개방 전략을 채택했지만 도입 시기가 늦었고 경제적 성과가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전에 정치개방을 서두르면서 소련은 멸망했다. 조선은 내부적으로 중소의 틈바구니에서 주체사상을 창안했지만 대외적으로 일본제국주의 및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는 무기로 삼았다. 조선의 수령체제도 당을 정상화하고 당과 국가를 분리하고 수령보다는 당과 국가를 앞세우는 변화를 겪고 있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다. 서로 싸우던 제국주의 국가들이 미국의 지도 아래 나토라는 동맹을 유지했지만 미국과 유럽 사이의 갈등이 깊어가고 있다. 프롤레타리아국제주의라는 것도 소련이 사회주의경찰 노릇을 할 때 잠깐 유효했다. 소련은 중국과 핵전쟁을 하려고 했고, 미국은 한반도에서 자신과 전쟁한 중국편을 들었다. 소련의 미소평화공존을 규탄하던 중국이 미국과 수교했다.

중국은 간디 시절부터 인도의 독립을 지원했으나 인도는 독립 이후 중국과 수차례 국경분쟁을 하고 중국을 겨냥해 핵무기도 배치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려고 인도의 핵무기를 묵인하고 국경분쟁을 부추겼으나 중국이 꾐에 넘어가지 않았다.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도구에서 벗어나 미중러 수준의 강대국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중러는 해방 직후 조선을 지배하려 했고, 소련붕괴 직후 미일이 조선과 수교하지 않은 조건에서 한국과 일방적으로 수교하고 조선을 정치경제적으로 고립시켰다. 중러는 유엔에서 미국과 함께 조선을 제재했지만 지금처럼 미국과 맞설 필요가 있을 때는 조선을 내세웠다. 


셋째 최근의 중러와 인도의 경제적 협력, 북중러의 안보적 협력은 철저하게 자신의 국익을 추구하려는 결과물이지만 이러한 다자협력에 참가하는 각 나라의 이해관계는 동일하지 않다. 이러한 다자협력의 본질에 대해 반미연대의 징조로 보거나 본격적인 다극화 시대의 진입으로 평가하는 입장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에 저항하는 다자협력의 본질은 항상 요동치고 있으며 심지어 언제든지 파열될 수 있다. 따라서 각국은 이러한 현상을 냉철하고 평가하고 자신들이 행보를 결정하고자 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 끌려가는 이재명 정부도 이러한 다자협력에 대한 대응을 고심하고 있지만 한국민중의 입장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와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중러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협력은 미국의 강압외교의 부산물이다. 즉 북중러나 인도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이 강압외교를 거둬들이면 언제든지 다자협력은 와해될 수 있다.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중러는 자신들의 국익이 보장된다면 미국과 맞설 생각이 없다. 

중러의 전략은 미국과 사이좋게 국제사회의 기득권을 분담하고 싶은 것이다. 인도는 미국의 하위동맹으로서 중국의 적대국가로 남는 것이 아니라 미중러와 대등한 지위를 보장받고 싶어한다. 결국 중러와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자신들을 인정받는 공동번영 즉 진정한 다극화를 원하고 있다.

물론 조선도 중러나 인도처럼 미국으로부터 강대국으로 인정받고 다극화의 한 축으로 끼고 싶어 한다. 그럴 경우 조선은 한국과 일본에 대해 군사적 외교적 우위를 획득할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이 조선을 다극화의 주체로 인정하기는커녕 제대로 된 국가대접도 해주지 않는 점이다. 조선에게 다극화는 너무 먼 희망이고, 당장은 자신을 부정하려는 미국에 맞서는 반미연대가 급선무이다. 


넷째 북중러의 정치군사적 협력에서 최소한의 공감대는 미국의 태도가 바꾸지 않으면 다극화가 아니라 반미연대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중국은 대만전쟁을 피하고 싶고 경제에 주력하고자 하기 때문에 반미연대에 전혀 관심이 없다. 과거의 미중분업을 복원하고 경제력을 기반으로 장기적으로 전쟁 없이 미국을 극복할 심산이다. 

전술적으로 반미연대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쪽은 러시아와 조선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끝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반미연대가 필요하다. 미국에게 적대국으로 대접받는 조선은 북중러의 협력을 좀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반미연대로 해석하고 싶어 한다. 조선은 미국에게 적대청산을 요구하고 핵무장을 인정받는 과정에서 반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한국민중에게 필요한 건 다극화가 아니라 반미연대이다. 미국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한국이 다극화의 주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극화는 한국의 전략이 될 수 없다. 다만 다극화가 실현될 때 한국이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를 고민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게 다극화는 불리한 구도이다. 다극화란 미중러가 사이좋게 세계를 분할하는 것이고 이는 현상유지이기 때문이다. 즉 남북분단을 고착화하고 미중러는 평화공존을 누리되 남북은 전쟁상태를 지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현상을 파괴해야 하고 그러려면 미국에 대해 중러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조선도 현상을 깨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극화보단 반미연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다극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강대국의 지배분점전략에 취약해질 수 있다. 

남북, 특히 한국민중은 미국의 지배에 맞서고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려면 미국과 평화적으로 공존하겠다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미국을 몰아내겠다는 적극적 태도가 절실하다. 그래서 조선도 중러를 반미연대로 유도하려고 하고 있으나 중러는 당연히 페이스 조절을 하고 있다. 조선이나 한국민중이나 중러가 반미연대를 할 리가 없다는 점, 미국에 반발하는 다자협력을 언제든지 깨고 미국을 포함한 다극화전략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트럼프 이후에도 트럼프주의가 살아남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 이어 2025년에 재집권함으로서 트럼프주의라는 자신의 노선을 미국의 새로운 국가모델로 정립했다. 트럼프주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마가로 대표되는데, 미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대통령도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았는데, 트럼프주의는 장기적인 국익이 아니라 자기 임기 내에 실현되고 국민에게 보여주는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는다는 점이 다르다.


 


트럼프주의의 특징은 미국의 국력을 국내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미국의 국내 문제는 첫째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범죄율이 높은 이민자들과 불법체류자들을 국경관리 강화와 이주민 단속을 통해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주의는 극우적 성격을 지닌다. 


 


둘째 트럼프의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노동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미국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강행하는 관세폭탄의 목적은 단기적으로 미국의 재정수입을 확대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관세를 피하려는 외국 기업이 공장을 미국에 짓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트럼프에 따르면 국경단속과 산업부흥에 예산을 써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해외에서 전쟁하는데 들어가는 예산을 줄여야 한다. 물론 해외 전쟁에 미국인이 희생당하는 것도 반대한다. 그래서 트럼프는 미국이 관여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을 종결하고자 평화협정을 중재하는 등 노력 중이다. 


 


트럼프는 유엔이나 국제기구들이 미국의 국익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분담금을 안내거나 크게 감축하고 있다. 미국의 소리와 같은 대외홍보비용을 전액 폐지했으며,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공공기업, 이를테면 공영방송국에 대한 지원도 삭감하고 있다. 


 


이처럼 대외정책에서 트럼프가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트럼프주의를 극우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다만 트럼프가 반대하는 것은 미국의 자산이 해외전쟁에 낭비되는 것이므로 미국이 전쟁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오히려 전쟁으로 돈을 번다면 그러한 전쟁에 그다지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유럽이 돈을 지불하여 미국 무기를 사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는 것에 방임적 태도를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미국 무기로 인해 미국과 러시아가 전쟁을 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에 미국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 깊숙이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트럼프주의가 국내 문제에 주력하므로 기본적으로 고립주의로 평가된다. 하지만 트럼프는 경우에 따라 미국의 국익을 위해 해외 문제에 적극 개입하려는 경향을 지닌다. 트럼프는 러시아가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군사강국이지만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 경제적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군사적으로도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 즉 중국은 현재의 경제적 적이며, 미래의 군사적 적이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에서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할 능력과 의지가 있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공식화했지만 실제로는 중국을 다양한 분야에서 악마화하고 있다. 


 


트럼프주의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해치고 있다. 미국의 세계지배전략은 자신의 동맹을 확대강화하고 경쟁자의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폭탄, 해외 분쟁에서 철수, 동맹에 대한 강압외교는 동맹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동맹들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것이고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점차 친구들을 잃고 고립화된다. 유럽 중에서 프랑스가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공을 들인 인도는 미국의 강압외교에 반발하면서 브릭스와 상하이협력기구에서 중국 및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상적인 미국의 정치인이라면 트럼프주의가 장기적으로 미국에 불리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주의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는 것이다. 트럼프주의는 대통령선거는 물론 상하원 선거에서도 여유롭게 승리했다. 


 


트럼프주의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이주민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하층 노동자들이다. 또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미국이 고부가가치산업에 집중하느라 해외에 공장산업을 양보했기 때문에 자신들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전통적인 공업산업계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으로 미국의 예산이 낭비되고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어 자신들의 삶이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중간층과 하층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이들은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성과를 선호하기 때문에 트럼프주의가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여론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주의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정책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장기적인 흐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 트럼프주의를 따르는 정치인이나 관료, 지식인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트럼프주의의 인기를 절감한 정치인들이 민주당까지 스며들고 있으며, 트럼프의 인사권 행사로 고위관료 대부분은 트럼프주의 추종자로 채워지고 있다. 트럼프주의를 이론화하는 지식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주의가 트럼프 이후에도 지속하느냐는 일단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그 윤곽이 드러나고 2028년 11월 대선에서 결정된다. 트럼프주의에 대항하는 민주당은 상하원에서 소수당으로 전락하여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이렇다 할 대선주자를 부상시키지 못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자신의 노선을 계승할 후계자들을 육성 중이다. 트럼프 1기 때 부통령 펜스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통된 주류노선을 대변했다. 펜스는 이단아 트럼프를 경계했으며 결국 트럼프가 대선에서 지자 트럼프의 부정선거론을 배척하고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했다. 


 


트럼프 2기의 밴슨 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 달리 트럼프주의를 지지하면서 트럼프의 강경노선을 보좌하고 있다. 밴슨 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압도하는 등 상당한 정치력과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현재로서는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는 밴슨이 공화당 후보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밴슨 부통령을 꺾을 후보를 발굴하지 못한다면 트럼프주의는 밴슨 시대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주의의 부작용이 나타날 때까지 트럼프 지지자들이 뭉친다면 트럼프주의는 선거에서 위력을 보이면서 정치권에서 관료로, 학계로 더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확실한 것은 트럼프주의는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드러내기 때문에 점차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다. 관세폭탄은 장기적으로 물가인상으로 반영되는 반면, 공장유치는 미국의 고임금으로 인해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다. 생활필수품 등 저부가가치 수입상품의 가격 인상으로 트럼프 지지자들조차 관세폭탄을 비판하게 된다. 


 


미국의 공장산업 계층은 국제분업에서 피해자이고, 고부가치산업 계층은 수혜자이다. 미국이 산업 간의 소득재분배 정책에 실패하면서 손해보는 쪽이 트럼프주의를 지지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손해보는 계층에게 보상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강압외교로 인해 동맹들과의 관계가 악화돼 미국의 입지가 줄어든다. 트럼프주의가 비록 약화되겠지만 트럼프가 던진 문제의식은 미국의 정책노선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해외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향후에는 이러한 개입을 자제하는 노선이 여론의 일정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퍼스트도터 김주애, 수령의 후계자가 될 수 있나?

 핵무장국가로 인정받고 경제발전을 실현하려는 조선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2013년 생으로 알려져 있다. 정보당국은 김정은에게 2010년 생 아들이 있고, 또한 2017년 생 막내아들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국내외 정보당국과 언론의 일부는 김주애가 후계자 훈련을 받고 있으며, 향후 후계자로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물론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수도 있지만 필자는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근거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

 


북의 후계자 문제는 수령체제인 조선의 국가전략의 배경에서 이해해야 한다. 건국 이후 조선의 국가전략은 인민생활의 향상과 국가방위이다. 이것이 김정일 - 김정은 시대에 핵무력과 경제발전의 병진노선으로 나타났다. 현재 김정은 시대에 조선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인민생활의 향상을 제1 우선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여기서 핵무력의 완성은 북미 전면전을 억제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의 완성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제한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의 완성까지를 포함한다. 조선이 미중러 수준의 핵무장을 발전시키는 것은 향후 과제이지만 현재 조선의 핵무력이 한반도에서 어떠한 형태의 전쟁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후 과제는 핵무력의 고도화와 전술핵을 사용하기 어려운 수준의 국지적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의 고도의 재래식 무기의 개발과 배치이다. 


 


북은 국제사회로부터 미중러 수준의 정상적인 핵무장국가로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인정적인 핵무장의 유지는 북을 괴롭혀 온 안보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북이 국제사회로부터 핵무장국가로서 인정받으려면 북이 핵무기와 관련 핵심기술을 다른 국가나 무장단체에 확산시키지 않고, 핵무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신뢰를 얻어야 한다. 즉 조선이 미중러 수준의 안정적인 정상국가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인식시켜야 한다. 


 


결국 조선의 최근 핵심전략은 정상국가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국제사회로부터 조선이 핵무장의 정상국가로 인식되려면 무엇보다 핵무력에 대한 관리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또한 수령체제를 민주집중제의 집단지도체제 안에서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김정은 시대에 이미 노동당 당대회와 중앙위원회를 정상화시키는 등 수령체제를 집단지도체제와 순기능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조선이 관례적으로 해왔던 수령의 신년사를 하지 않고 당 중앙위원회의 신년사로 대체한 것도 수령체제와 집단지도체제를 조화시키려는 의지로 봐야 한다. 


 


조선은 중국 수준의 사회주의법치에 이르지 못했으나 당과 국가의 관계도 안정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당과 국가의 역할을 구분하고 당이 국가를 지도하되 당이 국가를 대체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국가가 행정을 담당하고 국가가 행정상 실수를 하더라도 당이 행정부의 오류를 수정하는 지도적 역할을 함으로서 당이 직접 행정을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이러한 메커니즘 안에서 당은 언제나 무오류이고 국가행정이 실수를 해도 당은 언제나 인민의 편에서 그 오류를 잡아준다는 측면에서 당의 권위를 보호한다. 당이 언제나 인민의 편에서 인민을 보살핀다는 당의 어머니 상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정상국가의 이미지 구축과 퍼스트레이디, 퍼스트도터


 


수령체제의 핵심인 백두혈통에 대한 자애롭고 친밀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정상국가 전략의 일환인데, 과거와 다른 것은 이러한 지도자상의 구축이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 대해서도 시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핵무장국가의 지위를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조선의 정상국가 전략은 대외적으로 안정적이고 친밀한 지도자상 구축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먼저 여성지도자가 부각되는 국제사회의 조류에 부응하여 조선에서도 여성정치인이 의도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외교에 최선희와 의전의 현송월이 국제사회에 자주 노출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해야 한다. 백두혈통 여성정치인으로서 김여정의 활약은 수령체제와 정상국가의 상징적 결합이자, 국내외적 선전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사례이다. 


 


수령의 가족이 부상되는 것을 단지 후계자 구도에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사회주의 국가에선 퍼스트레이디(영부인)이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리설주는 서방에 퍼스트레이디로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김정은과 이설주가 팔짱을 끼고 대중 앞에 서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조선이 정상적이고, 안정적이며, 친밀하다는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또한 트럼프가 자식들을 내세우듯이 김정은 역시 김주애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서방의 지도자정치에서 자주 부각되는 퍼스트 도터(영애)의 이미지이다. 우스개소리이지만 조선 인민의 삶이 윤택해지고 애완견을 키우는 시절이 오면 퍼스트 독이 등장할 것이다. 김주애의 부상은 일단 퍼스트 도터의 측면에서 봐야 하고 수령의 후계자로서 훈련인지는 추가적으로 검증해봐야 한다.



수령체제의 후계자론을 통해 본 김주애의 지도자 가능성


 


조선에서 수령은 오로지 김일성뿐이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수령의 후계자일 뿐이다. 다만 수령과 그 후계자를 집단적으로 수령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김정일, 김정은 개인을 수령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조선에서 김일성 수령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주체사상과 수령론에서 보듯이 국가적 차원이 이데올로기 문제이자 정치군사적 현실 문제이다. 수령론에 따르면 후계자의 요건은 ① 수령에 대한 충실성(수령의 노선과 정책 관철), ② 비범한 사상이론적 예지와 뛰어난 영도력 그리고 고매한 공산주의적 덕성, ③ 업적과 공헌으로 인민들 속에서 절대적인 권위와 위신, ④ 세대교체론 등이다. 


 


김주애는 현재로선 세대교체의 요건만 충족했을 뿐이다. 김정은의 업적과 공헌은 당연히 김정일의 노력을 계승하여 핵무력을 완성한 것인데, 김주애도 후계자가 되려면 그러한 업적과 공헌이 있어야 한다. 김정일은 선군정치, 김정은은 인민대중제일주의와 같은 사상노선을 제시했는데, 김주애 역시 그러한 사상이론적 영도력을 입증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이다. 그런데 충실성을 구체화한 김일성체현론’에 따르면 수령의 후계자는 김일성 수령의 모든 것을 체현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김일성에게 충실한 자라야 한다. 김일성체현론’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른바  ‘혈통계승론’ 이다. ‘혈통계승론’에 따르면 김일성이 당건설과 혁명을 개척하고 이끌어가는 노정 에서 창시하고 발전시킨 모든  ‘혁명적 재부’인  ‘혈통’을 후계자가 계승해야  한다. 즉 생물학적인 혈통이 아니라 김일성의 사상과 이론, 혁명업적, 투쟁경험, 사업방법 등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성체현론은 후계자의 김일성다움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김일성다움은 단순히 사상이나 사업작풍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외관상 김일성다움을 의미한다. 진짜 김일성이 연상되듯이 외관상 비슷한 용모와 행동거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과 김정은이 젊은 시절의 김일성이 연상되는 풍채, 의복, 말투, 흡연을 비슷하게 연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때 생기는 문제들


 


김주애는 여성이므로 당연히 외모상 김일성을 체현할 수 없다. 김주애는 그냥 혈연적으로 백투혈통일뿐이며, 김일성의 화신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김주애가 여성이기 때문에 수령의 후계자 즉 북의 최고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수령체제가 조선의 가부장적인 문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욱 확연해진다. 


 


스탈린대원수가 소련인민의 자애로운 아버지이듯이 조선에서 수령은 인민의 아버지이고 노동당은 어머니이다. 김주애가 수령의 후계자 즉 최고지도자가 된다면 여성이기 때문에 인민의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으니 당과 수령의 역할에 대한 이미지 구축에 지장을 준다. 조선이 비록 사회주의국가이지만 봉건 잔재에서 시작된 혁명이고, 가부장제는 타파됐지만 남성중심 문화는 정치군사, 문화예술에 아직도 깊이 남아 있다.


 


인민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듯이 수령이나 수령의 후계자도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야 한다. 김주애가 최고지도자가 된다면 인민의 모범이 돼야 하므로 결혼을 하고 자녀도 낳아야 한다. 서방과 달리 조선의 최고지도자는 청년기 때부터 노년기까지 당과 국가, 인민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다. 임신과 출산, 육아의 부담은 국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주애가 최고지도자가 될 때 그 남편의 존재도 수령체제의 혼란요소로 작용한다. 조선의 가부장적 문화와 최고지도자의 남편의 지위를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남편이라도 수령의 후계자인 최고지도자에게 절대 복종해야 한다. 북에서는 2인자라는 개념이 없다. 최고지도자와 나머지가 있을 뿐이다. 조선에선 수령론에 따라 후계자가 아닌 혈통이나 가족은 최고권력에서 철저히 배제된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숙청된 것도 수령론에서 일탈하여 2인자 행세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설사 최고지도자의 형제자매라고 해도 이른바 곁가지는 잘라내는 것이다. 유일한 2인자는 후계자인데, 김주애의 남편이 김주애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 김주애의 남편을 유령취급을 하자니 정상국가 이미지에 맞지 않고 퍼스트젠틀맨으로 대우하면 파벌형성의 위험이 존재한다. 남편의 역할이 골칫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려면 국정운영 역량을 보여줘야 


 


세대교체론의 근거인 ‘준비론’에 따르면 후계자가 수령의 혁명위업을 계승 완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수령 생존시에 결정되어 수령에 의해 일정기간 육성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수령의 영도밑에 후계자의 영도 체계를 확고히 세울 수 있고, 둘째, 수령이 뜻하지 않게 퇴임한 다음 후계자를 추대하면 수령의 영도가 일시적으로나마 중단되거나 후계체제가 공고화되지 못한 틈을 타 권력쟁탈을 노리는 야심가들이 준동할 수 있으며, 셋째, 후계자가 수령을 직접 보좌함으로써 수령의 노고와 심려를 덜어준다.


 


현재의 김주애는 퍼스트도터의 역할 말고는 후계자로서 역할이 전무하다. 2013년 생인 김주애가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반이 돼야 실질적으로 김정은의 역할을 일부 분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주애는 아직까지 퍼스트도터라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김주애가 후계자가 될 징조는 아마도 최소한 5년 후에나 알 수 있다. 


 


만약 김주애가 십대 후반 이후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주고 혁혁한 공로를 쌓아 김정은의 후계자가 된다면 이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무엇보다 남성 중심의 수령체제와 가부장제 문화에 엄청난 충격을 주는 것이다. 수령론과 그에 따른 김일성체현론 등 북의 국가이데올로기 일부를 수정해야 한다. 조선에서는 백두혈통의 권력상속이 아니라 백두혈통다움의 권력승계라고 주장해왔는데, 김주애가 능력과 업적을 과시한다고 해도 수령체제 혹은 주체사상에 엄청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도체제의 변화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김일성다움에 근거한 수령체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북이 다양한 후계 선택을 할 수 있는 남북미 평화구축이 절실


 


김일성, 김정일은 항상 국제사회가 조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주목해왔다. 김정은은 국방문제와 민생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조선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우뚝 서기를 갈망한다. 최근 남북 2개 국가 주장도 조선을 괴롭혀 온 남북미대치와 통일문제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남북분단을 정상적인 상황으로 전환하려는 몸부림으로 봐야 한다. 


 


북 자신도 빨치산사회주의, 전시사회주의라는 긴장의 운명을 떨쳐버리고 싶어할 수 있다. 수령체제, 백두혈통의 권력승계는 이러한 조선의 긴장된 운명의 결과물이다. 북은 한반도에서 긴장의 불운을 제거할 때 수령체제라는 전시사회주의도 승리적으로 청산할 포부를 가질 수 있다. 김정은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의 조선은 전쟁 위험도 없고 민생도 해결되고 모든 것이 안정된 선진국의 모습일 것이라 본다.


 


그런 미래의 조선에서 김정은과 그 지도세력들은 언젠가는 수령체제를 사회주의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할 의도를 가질 수 있다. 사실 김정은 체제에서 그런 기미가 아주 조금이나마 보이고 있다. 정상국가라는 구상에서 김정은은 지금까지와 다른 권력승계를 고민할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남한의 민중 입장에선 동족인 조선, 북이 전시사회주의의 운명에서 벗어나 다양한 선택을 구상할 수 있도록 전시사회주의의 조건들을 제거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동족간의 전쟁의 위험이 사라지고,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한다면 조선은 정상국가의 다양한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때 수령체제는 조선에게 강요된 운명이 아니라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조용한 미국, 한미 정상회담 무슨 일이 있었나?

 상견례는 성공, 관세협상은 이견, 안보문제는 다음에


 


양국 대통령은 8월 25일 낮 12시 42분부터 오후 1시 36분까지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약 54분간 공개회담했다. 이후 양국 정상은 비공개회의로 전환하여 캐비닛룸에서 확대 회담을 가진 뒤 오후 3시 1분까지 업무오찬을 가졌다. 오찬 식사는 야채 전식, 상추, 닭고기, 아이스크림, 커피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양국정상회담은 공개로 60여분 비공개로 80여분 총 140분가량 진행됐다. 양국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이나 합의문을 내놓지 않았다. 언론용 회담과 오찬시간을 제외하면 양 정상이 핵심의제에 대해 밀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가졌던 의미는 양 정상의 상견례, 관세협상 추인, 한미동맹 현대화 논의이다. 


 


상견례에 있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발언으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군기잡기’에 나섰으나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띄워주기’로 대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안보분야에서는 일본과 정상회담을 먼저 하면서 미국의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라는 요구에 빠르게 호응하면서 트럼프의 비위를 맞췄다. 이 대통령은 친중이라는 오해를 불식시키며 지난 G7정상회의에서 불발된 상견례를 결과적으로 화기애애하게 끝냈다.


 


트럼프는 회담 전에 교회와 미군부대 수색, 이재명 정부의 숙청 등 충격적인  발언으로 회담의 기세를 잡으려고 했다. 공개회담에서도 내란 특검에 대한 조롱, 주한미군기지의 토지 소유권 요구 등 돌출발언을 이어갔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이슈를 간단히 해명하고 트럼프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특히 트럼프가 가장 관심이 있는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공개회담은 트럼프에게 언론홍보용이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의 의중에 충실히 대응했다. 결과적으로 언론에 우호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트럼프의 환심을 사서 관세와 안보에 관한 미국 측의 소나기를 피한 셈이다. 특별히 미국으로부터 얻은 것은 없지만 예상하지 못한 타격을 피했다는 점에서, 내용은 없지만 원만하게 진행된 정상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 합의가 없었다는 점을 회담 실패로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이후 관세협상의 세부 사항, 안보 분야의 큰 틀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협상 이견 좁히지 못하고 악마는 디테일에 


 


이번 회담에서 예정된 핵심의제는 한미 양국의 실무자들이 타결한 관세협상을 추인하고 실무선에서 이견이 있는 부분을 양 정상들이 최종 조율하는 것이다. 하지만 비공개회담에서 양 정상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실무자들의 협상결과를 추인하고 이후 세부적인 부분과 이견이 있는 부분은 계속 논의해가는 것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미 양측은 이번 회담 후 공동성명이나 보도자료 발표를 위해 10여 차례 회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상호관세에 합의했음에도 품목관세에 대해 명문화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상호관세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연방법원에서 ‘위법’으로 판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무역확장법 232조를 활용하는 품목 관세는 이미 철강에 트럼프 1기 때부터 적용되고 있어 법적 안정성이 강하다.


 


한국 정부가 ‘자동차 관세 15%’와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 명문화를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의 경우 한국은 이 중 1,500억 달러가 조선업 전용이라는 점을 문서에 포함하자고 제안했지만 미국은 거부했다. 미국 정부 역시 구글 정밀지도 반출, 쌀과 소고기 등 농산물 수입 분야에서 한국정부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다만 기존의 3,500억 달러 이외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1,500억 달러를 추가적으로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3,500억 투자와 관련하여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나 아직 실무자들이 협의 중이고 양국 정상 사이에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  미국은 지분 투자를 요구하는 반면 한국은 대출이나 보증 등의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해외 건설과 관련된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계약 문제도 실무자간의 공유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논의가 없었다. 


 


관세협상의 세부적인 논의는 향후에도 계속된다. 관세협상 과정을 보면 한미 간의 이견이 실무자들 사이에 좁혀지지 않았고 양국 정상들 사이에도 극적타결이 없었다. 관세협상과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실무자 간에 성사된 합의문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지난 7월 7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관세협상과 정상회담에 관련된 의제를 협의했다. 그런데 위 실장은 다시 7월 20일 긴급하게 미국으로 출국하여 21일 루비오 장관을  만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미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베이커 보좌관과 니담 국무장관 비서실장이 참석했지만 회담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루비오 장관을 긴급호출하여 대면회담이 무산됐다. 위성락 실장은 추후에 루비오 장관과 유선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7월 25일 한·미 재무·통상 수장의 ‘2+2 통상 협의’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 일정으로 이날 돌연 취소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인천공항에서 되돌아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한국대표단은 7월 30일 백악관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40분 동안 면담한 후 관세협상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협상 타결 다음날인 7월 31일 언론 브리핑에서 협상성과를 미국 입장에서 부각시켰다. 미국 측은  3,500억 달러 한국투자에 대한 수익 중 90%를 미국이 가져갈 것이라고 밝히고 알래스카에 대한 한국 투자, 농산물과 쇠고기 개방 등을 언급했다. 



너무 조용한 미국, 관심을 끌 추가적인 내용이 없어


 


8월 25일 정상회담에 대한 한국 측 브리핑을 보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약 15분 동안 간략히 진행됐고 나중에 대통령실 위성락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강훈식 비서실장이 37분 동안 보고했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직후 관세협상에 관해 기존 합의를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은 공개회담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으나, 회담과 관련된 어떠한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  7월 30일 관세협상 타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언론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추가로 여론전을 할 내용이 없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보다는 개인적인 언론플레이를 선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20일 취임 후 이 대통령까지 약 20회의 양자 회담을 했는데, 공동 성명이 발표된 것은 3번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백악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성명(Joint Leaders’ Statement)을 발표했다.


 


그 외에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회담 뒤엔 발표문(readout)이 나왔고,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경우엔 보도자료(article)가 나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 때는 3건의 팩트 시트가 발표됐다.


 


이번 이 대통령 방문은 국빈방문이 아니라 실무방문이라서 공항영접이나 숙소 측면에서 의전홀대 논란이 있었다. 정상회담 당일 오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발포 행사가 있어 정상회담이 늦춰졌다. 정상회담 다음날 백악관은 3시간에 걸친 이례적인 마라톤 각료회의를 언론에 홍보하는 등 한미정상회담은 미국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언론에 공개된 정상회담에서도 한국특파원을 제외한다면 미국 언론들은 한미현안에 대해 거의 질문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다음날 이재명 대통령이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를 방문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를 부각시켰으나 백악관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회담이 끝난 후에도 언론의 관심은 “이 대통령의 현명한 대처로 트럼프에게 말 폭탄을 당하지 않았다.”는 보도 수준에 그쳤다.


 


관세협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밀린 한미동맹 의제


 


안보분야에선 양국의 대통령은 물론 실무자 사이에서도 실질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관세협상이 급선무라서 뒤로 밀린 측면도 있지만, 미국 측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주력하면서 안보 분야에 대해 이번에는 본격적인 의제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았다.국방비 증액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동맹 현대화와 관련하여 먼저 언급했으나, 미국 측이 특별히 반응하지 않아 구체적인 추가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무기 구매도 한국 측이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으나,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미국 측은 안보 분야에 대해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조정, 방위비분담금 증액 문제도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런 문제들이 논의된 후 추후 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친미정권의 잇따른 퇴진에 트럼프도 강공을 자제


 


결과만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통상뿐만 아니라 안보분야에서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그 이유를 보면 첫째 트럼프를 언론에 띄어주되 핵심 사안을 양보하지 않는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이 성공한 측면도 있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에 정신이 팔려 있는 트럼프 측이 한미동맹 현대화 등 핵심의제를 다음 기회로 넘기고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윤석열 등 친미정권들이 최근 8년 사이 잇따라 집회와 탄핵에 의해 퇴진당한 배경에는 국회 의원 다수와 국민들이 이들 정권의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특히 한일동맹 추진에 분노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윤석열 탄핵사유에 외교정책을 넣다가 미국의 반발로 빼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따라서 트럼프는 한국여론을 고려해 무작정 이재명 대통령을 압박할 수 없었다.


 


다만 트럼프와 미국 행정부는 향후 양국 국방장관 정례협의회 등을 통해 관련 의제를 제기하여 한국여론을 살피면서, 향후 특히 한미동맹 현대화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재명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관련된 이재명 정부의 대응전략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강압적인 외교에 대해 항의하는 한국의 국민여론이 더욱 중요하다.


 

한·일과 한·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미·일 동맹, 중·러, 남·북 순서로 정상 회담 전략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본격화된다. 일단  미국에게 한·미·일 협력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정상외교의 순서도 중요하다. 한·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을 먼저하고 한·중 정상회담을 나중에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조·러 밀착을 고려하여 껄끄러운 한·러 정상 회담을 나중에 하는 것이다. 남·북 수뇌회담은 이러한 동맹 외교와 중·러 외교를 통해 주변 정세가 성숙해지면 최대의 난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친중이라는 미국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고자 한·미·일 간의 정상회담을 먼저 하면서도 중국을 달래기 위해 한·중 수교일(8월24일)을 계기로 삼아 박병석 전 국회의장 등 특사단을 중국에 보내는 것도, 제한적이지만 균형 외교를 추구한다는 메세지이다. 특사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된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캐나다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시게루 총리와 30분 동안 짧은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고조를 이유로 조기 귀국함으로써 한·미 정상 간의 만남은 연기됐다.


 


트럼프 보기 전에 이시바와 먼저 우호적 장면 연출


 


이 대통령은 8월 23일 출국해 24일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일 정상은 이미 상견례를 했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선 한·일 정상회담을 양국에서 번갈아 가며 하는 셔틀 외교를 복원하고 안보와 통상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의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도 광산, 위안부 문제, 강제 징용 제3자 변제 문제 등 민감한 문제는 실무협상에 맡기고 한·일 정상회담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하여 8월 15일 이시바 총리는 패전 80년 전몰자 추도식에서 "다시는 길을 잘못 가지 않겠다"며 '반성'을 언급했고,  같은 날 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일 정상이 회담 전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부담을 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국민의 여론을 고려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에서 언급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전에 한·일 정상회담을 먼저 하는 것은 한·미·일 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데 있어 한·일 협력이 핵심이라는 미국의 요청에 부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최대한 우호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의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요구에 한·일 정상이 어떻게 한 목소리로 대답하느냐이다. 대만 문제, 러시아 문제, 조선 문제 등 동북아 안보협력은 물론 우크라이나 지원과 재건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한·일 정상이 미국에 협력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구상에 부응하기 위해 미군의 역할 변화와 조선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공동 대응, 한·미·일 군사협력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 미국이 청구서를 내밀기 전에 한·일 정상이 역할 부담 수준을 미리 조율하는 것이다. 그밖에 한국은 일본이 주장하는 납치 문제에 대해 조선을 의식하면서도 일반적인 수준의 관심을 표명할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이 검토될 수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해서는 미국에 맞서는 방식의 대응 방안보다는 한·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에게 "안보동맹을 배려하라"는 식으로 함께 설득하는 방식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라인 사태 등 디지털 산업과 관련한 갈등을 부각하기보단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의 공급망 구축, 한·일 간 문화 교류 활성화 등 우호적인 한·일 관계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어수선한 한·미 정상회담, 돌발변수 잠재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한 뒤 미국으로 가 25일과 26일 미국에 머물며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이 불발돼 양 정상의 첫 번째 대면이라는 점에서 논의 내용보다는 만남 자체와 형식, 충분한 논의 시간 등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번 이 대통령의 방미는 국빈 방문이 아니라 실무방문의 성격을 지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우크라이나전쟁 종결인데, 25일 한·미 정상회담까지 이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한·미 정상회담이 이에 영향 받을 수 있다. 지난 8월 15일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마지막에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크라이나 관련 일정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이 미국 입장에서는 중요도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 대통령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집중할 수 없는 국제정세가 아쉬운 부분이다. 이 경우 한·미 정상은 기존 합의를 확인하고 복잡한 문제는 추후에 논의하거나 실무협상에 넘길 수 있다. 의제는 주로 한·미 동맹의 현대화와 관세 협상 마무리이지만 논란이 많은 한·미 동맹의 현대화 혹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은 원칙만 확인하고 논란이 많은 핵심 의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정상은 실무에서 논의된 관세 협상 결과를 재확인하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하여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선물 보따리를 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방미에 대기업 총수들이 포함된 경제사절단이 함께 하면서 반도체, 배터리, 조선업 등 경제 협력과 첨단 기술, 핵심 광물 등 경제협력이 논의될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19일 재계와 간담회를 가졌다. 


 


한 박자 쉬는 한·미 정상회담, 혹은 트럼프 원맨쇼


 


안보문제와 관련하여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것을 중심으로 한·미·일 안보체제를 강화한다는 선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연장선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도 논의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미 문제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관계, 북·미 관계의 개선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미 관계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싱가포르 합의를 상기시킬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국이 남·북 대화를 통해 역할을 하겠다고 남·북이 먼저 대화하는 것에 양해를 구할 수 있다. 양국 정상은 당장의 남·북·미 관계를 진전시키되 북핵 폐기를 장기적 목표로 삼는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일반적 공감대를 최초로 합의할 수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5일 발표될 공동선언문에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세 차례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합의문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성과로 강조하면서 그 연장선에서 북·미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밝혀왔다. 다만 미국의 주도권을 고려한다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 공동선언 등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남·북 간 합의는 명시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이 상견례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문제로 미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를 한·미 모두 피하는 것이 외교적 순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이 피하고 싶은 의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등 돌발적인 공개 발언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이를테면 한국 정부의 입장과 달리 미국의 농산물을 대거 수입하라는 압박이나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언론 앞에서 핵심의제로 부각시키는 것이다. 특히 비용을 획기적으로 더 부담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엄포 발언을 할 수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 대응하여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 문제를 공세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고민은 이번 회담을 무난하게 이끌어 갈 것인지 트럼프식 요란한 쇼로 끝날 것인지는 이 대통령이 아닌 트럼프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전작권 환수는 실현 가능하나?

 한국은 내부적으로 전시작전권 환수로 표현하나 미국과 관련된 논의에서 한미동맹에서 이탈하지 않는 의미에서 전시작전권 전환으로 표현한다.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려면 일단은 한국군의 연합작전능력 검증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를 끝내고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검증을 위해서는 북이 반대하는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이 필요하다. 설사 이러한 검증을 통과한다고 해도 이는 조건1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미사일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조건2와 안보환경의 변화라는 조건3이 충족돼야 전작권을 환수받을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조건충족을 판단하는 주체는 미국이니 미국이 원하지 않는 한 전작권 환수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조건3에 해당하는 한반도 주변 동북아 안보환경은 한국의 역량 밖의 문제이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임기 내에 전작권을 환수하려면 이런 조건에 기반한 기존 합의를 번복하고 일정 시점에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환수에 현재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의 특단의 결심이 없는 한 임기 내 전작권 환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근 국정기획위원회가 한미 양군의 통합사령부를 유지하는 기존의 단일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한미 양군이 별도의 사령부를 구성한 후 미군이 한국군을 지원하는 병렬형을 선택지에 포함시킬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병렬형으로 원상회복될 경우 미군의 검증을 받아야 하는 연합작전능력이 검증 항목에서 제외될 수 있어 전작권 환수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 


 


한미는 2007년 6월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이행계획인 ‘전략적 전환계획(STP, Strategic Transition Plan)'을 수립했다. 2014년 10월 23일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양국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확정적 시기가 아닌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개선되고 한국군의 대북 억지능력이 적정수준으로 강화되었을 때 등 세 가지 조건을 평가해 전환 시기를 결정하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 Conditions-based OPCON Transition Plan)’에 합의하고 2020년대 중반에 전환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2007년 이명박 정부 당시 한미는 한미연합사령부를 해체하고, 한국 합참이 주도하고 미군한국사령부(USFK: United States Forces Korea)가 지원하는 병렬형 지휘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즉 주한미군사령부(USFK: United States Forces Korea)는 미군한국사령부로 변환될 것이며, 미군한국사령부의 임무는 현재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사하다. 


 


다만 미군이 한국군의 지휘를 받게 되는 구조와 관련하여 미국이 자국 전력에 대한 지휘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이른바 퍼싱(Pershing) 원칙과 충돌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지정된 임무를 위해 지정된 전력에 한해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측이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는 대신 한미 연합작전의 효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미래연합사령부를 창설하고, 한국군 4성장군이 미래연합 사령관을 미군 4성장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단일사령부를 편성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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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출처   <곧은 뉴스 바른 언론   직썰  >

 


2018년 10월 문재인 정부 당시 제50차 SCM에서 한미 국방장관은 ‘COTP 수정1호’,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 등 전략문서 4건에 합의하였다. 양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군 4성 장성을 미래연합군사령관에 임명하는 미래지휘구조 기본안을 재확인했다.


 


전시작전권 이양을 위한 전제조건 중 조건1은 '작전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를 의미한다. 조건1에 환수 이후 미래연합사령부에서 사령관을 맡는 한국군 4성 장군의 연합작전 지휘능력 평가가 전환조건의 핵심이다. 


 


즉 기존의 세 가지 조건과는 별개로 한미는 연합훈련을 통해 3단계에 걸친 연합검증평가를 통해 미래연합사령부의 임무수행능력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Full Operational Capability), 3단계 완전임무능력(FMC: Full Mission Capability) 검증 등이 그것이다. 


 


다만 연합작전능력은 조건1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한미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역내 안보환경 등 다른 2개 조건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전작권 전환은 되지 않는다.


 


미래연합군사령부(이하 미래연합사) 임무수행능력을 검증할 대상이 소위 ‘연합임무필수과제목록(CMETL: Combined Mission Essential Task List)’이다. 이는 연합사가 그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달성해야 하는 필수과제 리스트를 뜻한다. 여기에는 전환조건의 세부 과제들과 마찬가지로 정보, 화력, 지휘통제, 지속지원 등 4개 분야에서 전구 작전 수행을 위해 필요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1단계인 IOC는 2019년 8월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을 계기로 성공적으로 시행했고 2021년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2022년에 FOC 평가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 문재인 정부 당시 코로나로 인해 연합훈련이 축소되면서 미국 정부는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검증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미는 2022년 윤석열 정부 당시 8월 한미동맹의 전구급 연합연습으로 복원된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에서 73개 중 49개 과제 모두 '충족' 평가를 받아 FOC 평가를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2023년 4월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Korea-U.S. Integrated Defense Dialogue)에서 향후 한미안보협의회의(SCM)가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하기로 했다. 


 


2023년 11월 한미 SCM은 "조건1과 조건2의 능력 및 체계에 대한 한미 공동 연례평가를 완료한 것을 평가하고 많은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음을 확인했으며 "조건3과 관련해 첫 번째 역내 안보환경 평가를 도출했다. 2024년 10월 한미 SCM은 조건 #1과 #2의 능력 및 체계에 대한 공동평가 결과가 상호 합의된 수준을 충족할 때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2025년 현재 FOC 검증을 진행 중으로 미래연합사를 제외한 대부분 대상 부대 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가 FOC를 완료할 경우 ‘X년도(전작권 전환 연도)’를 정하고, 그 전년에 전구(戰區) 작전을 주도할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임무 수행 능력 구비를 위한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로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을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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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11일 열린 시민단체 주최로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전시 작전통제권 전면 환수 촉구' 기자회견 모습.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미동맹에 기반하여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7월 15일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목표로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전작권을 전환하면 우리 군사비가 어느 정도 증폭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연구 결과에 따라 상이하지만 21조원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정기획위는 8월 13일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 작전권 환수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홍현익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장은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3축 방어체계 고도화와 K-방산 4대 강국 도약, 남북관계 정상화, 국익 중심 실용외교와 함께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제시했다. 


 


현재 한·미가 합의한 구조는 일체형이다. 한·미연합사령부(전환 후 미래연합사령부)라는 단일 지휘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병렬형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한·미가 최초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할 때 설정한 구조이다. 한·미연합사를 해체한 뒤 한국이 전작권을 보유하고 미군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일체형은 한국군의 미군 지휘능력이 문제된다.


 


2025년 8월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언급하고, 전작권 전환은 조건이행에 따라 추진하되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명 정부 역시 조건이행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미이지 전작권 조기 전환을 위해 기존 합의를 변경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미국의 입장은 저비용으로 한국을 계속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전시작전권을 환수라는 한국의 관점이 아니라 미국의 관점에서 반환이 아닌 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주한미군의 육군주력부대 대부분을 대만전쟁에 대비하고 세계의 분쟁지역에 신속하게 투입하기 위해 일본이나 괌 등 한반도 밖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육군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때 미군의 대규모 한국군 배치를 지원하는 행정부대와 여단급 전투부대만 한국군 중심의 연합사령부 밑에 편재할 가능성이 높다.


 


주한미군은 연합사령부의 지휘를 받지 않는 공군 중심으로 재배치하되 이 공군도 유사시 대만전쟁에 일부 투입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해군은 한반도에 주둔할 필요가 없이 일본과 괌 등 한반도 밖에 두면 된다. 즉 인명피해가 큰 지상전은 한국군에게 맡기고 미군은 공군과 해군 중심으로 독자적인 작전을 한반도에서 수행하는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선 조선에 대해 재래식 전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주둔비를 부담하기보다는 전작권을 환수한 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거나 획기적으로 줄이는 편이 유리하다. 조선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남북평화로 전쟁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최선이다. 핵무기는 남한을 점령하는 수단이 될 수 없고, 남한에 대한 파괴력을 과시하여 조선의 체제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남북평화가 어려울 경우 미국의 양해아래 남한의 핵무기 보유도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남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경우 한미동맹이나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중요성을 상실하고 미국이 남한방어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즉 미국이 일본과 함께 연합사령부를 구성해 중국에 집중할 수 있다. 미국은 강력한 핵우산을 일본에 추가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일본의 핵개발을 막을 수 있다. 


 


남한의 핵무장론은 설사 실현 가능성이 없더라도 종속적인 한미동맹을 전환할 수 있는 협상카드로 의미가 있다. 남한이 핵무장을 하면 남북이 핵균형을 기반으로 미국의 개입 없이 남북 간의 무장평화가 구조화되고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한다. 결국 미국은 남한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한미동맹의 종속성을 일부 완화하는 등 남한에게 일정한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

정동영 인사청문회를 통해 본 대북정책의 전망과 과제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해본다.  



ㅡ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대북관과 통일관


 


대북 과제는 통일과 비핵화이지만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단은 남북이 사실상 2개의 국가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먼저 교류와 평화를 실현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때문에 당장 북의 비핵화는 어렵기 때문에 비핵화의 환경을 만들어 가는 등 단계적으로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164개국이 남북을 동시에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점에서 남북은 사실상의 국가 간 관계이다. 사실상 두 개의 국가이지만 장래에는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정동영의 논리는 현실적으로 동서독이라는 2개의 국가가 존재하지만 이는 독일이라는 큰 지붕 안에 두 개의 국가이고 이는 통일돼야 한다는 독일의 지붕설로 유사하다. 


 


조선(북한)이 통일정책을 폐기하고 적대국가 관계를 선언한 것을 남북의 강대강의 대결 결과라고 본다. 즉 향후 이재명 정부가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치면 조선의 입장이 변경될 수 있다고 본다. 


 


조선(북한)은 주적이 아니라 위협이다. 북이 주는 안보적 위협을 감소시켜 주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참고로 이종석 국정원장은 북한이 주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으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주적이라고 밝혔다. 


 


북의 인권문제를 남이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모든 인권 중에서 생존권이 최고의 인권이다. 즉 북의 생존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북에 대한 인권정책이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북의 내정에 간섭하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인권공세가 북에 대한 체제공격으로 악용돼선 안 된다.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북에 대한 인권문제도 제기하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ㅡ 대북관계에 남남합의, 여야합의를 강조


 


남북문제에 있어 우리 내부의 이견과 갈등을 먼저 조정해야 한다. 정동영은 대북관계를 개선하는데, 남한 내의 합의, 즉 여야합의를 강조했다. 정동영은 보수정권이 실현한 남북합의를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대북정책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정동영은 그 예시로서 박정희 정권 당시 자주적, 평화적, 민족대단결의 방식으로 통일하자는 7.4남북공동선언, 노태우 정권 당시의 남북기본합의서,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등을 제시했다.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이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로 가는 특수한 관계라고 선언했으며,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평화와 남북교류를 거쳐 남북연합을 먼저 달성한 후 단일공화국으로 통일하는 것을 제안했다. 


 


ㅡ 기존 남북합의를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동의하자


 


북은 남북기본합의서를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동의했으나 남의 국회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런 국회의 태도에 따라 헌법재판소 역시 기본합의서가 신사협정이라면서 법적 효력을 부인하고 있다. 정동영은 7.4공동선언, 기본합의서 등 기존의 남북합의서를 여야합의로 국회에서 동의하자고 제안했다. 


 


2006년에 제정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기본법은 남북합의에 대한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에 관한 남북합의서 등은 국회에서 동의됐다. 정동영 의원의 주장에 3-4명의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에 동의하고 있어 이재명 정권에서 남북합의에 대한 동의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ㅡ 통일부 명칭 변경이 가능하다


 


보수진영은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제4조의 통일조항을 근거로 해서 통일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것은 최근 통일을 부정한 북의 입장을 추종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동영은 통일부의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북이 흡수통일을 우려하고 있으니 평화통일부라는 명칭도 하나의 선택이다. 다만 현재 북이 통일이라는 표현에 부정적이라는 점, 통일이 장기적인 과제라는 점, 주변국의 통일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통일이라는 명칭을 삭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동영은 비슷한 국제환경에 처해있던 서독이 과거 연방전독일문제부(전독부)에서 연방양독일관계부(내독부)로 전환하면서 통일독일에 대한 국제적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남북협력부, 평화협력부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ㅡ 북미정상회담과 남북수뇌회담을 병행. 에이팩 활용론


 


이재명 대통령이 중량급인 정동영을 통일부 장관을 지명한 것은 남북수뇌회담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뜻을 북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것이 정가의 평가이다. 정동영은 남북회담을 위해서는 북미회담이 진척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동영은 올해 11월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이팩)에서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 정동영은 에이팩에 미중러의 정상뿐만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할 수 있다고 본다. 이미 국민의힘 소속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김정은 위원장을 초정할 의사를 밝혔다. 


 


특히 경주지역은 국민의힘 지지지역이고, 에이펙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유치에 공을 들였다. 여야합의로 에이팩에 북을 초청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니라도 북의 참여로 북미문제, 남북문제에 진전이 올 수 있다. 

 

ㅡ 주한미군, 유엔사 DMZ 권한, 9.19군사합의 복원


 


1992년 김일성 주석은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북미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해도 좋다고 했다.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아마도 현재 김정은 위원장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연대급 한미군사훈련을 자제하고 대규모 훈련은 시뮬레이션 도상훈련으로 대체한 바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고려해 대규모 한미군사훈련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과거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비무장지대에 있는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다 유엔사의 저지를 받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정진석 추기경이 비무장지대를 방문하고자 했으나 유엔사가 허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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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의 관할 하에 있는 비무장지대

 


정동영은 비무장지대는 한국의 영토이고 한국의 주권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비무장지대에 관한 비군사적 활동에 대해서는 유엔사의 승인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정동영은 국회가 그러한 법률을 제정해 비군사적 활동에 정전협정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동영은 남북 간의 군사적 대결과 긴장을 완화하려는 9.19 군사합의가 현재 사문화됐으나 남한이 먼저 그 효력을 복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은 윤석열 정권이 평양에 드론을 보낸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북의 무기급 핵물질 보유량은 공개정보에 따르면 최소 1300킬로 최대 2000킬로 정도이다. 핵무기 고도화는 대북 적대정책을 채택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권 때 진행됐다. 핵실험 6번 중 4번이 보수정부 때 감행됐다.


 


ㅡ 문재인 정부 때 남북관계 파탄은 미국의 눈치를 봤기 때문


 


문재인 정부 때 9.19 군사합의 이후 미국의 개입이 강했다. 특히 미국의 요구로 설치된 한미 워킹그룹이 남북관계를 통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관계가 경색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미국의 눈치를 본 것 같다. 


 


ㅡ 남북 민간 교류 전면적으로 허용할 생각


 


남북교류법상 민간교류는 신고사항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모두 승인돼야 한다. 노무현 정권 시절 정동영 통일부 장관 시절 거의 모든 남북교류가 승인됐다. 통일부 장관이 되면 신고제도 취지에 맞게 민간 교류는 전면적으로 허용할 생각이다. 


 


인요한 의원에 따르면 대북 민간교류는 농업부문, 의약품, 식량 등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지원의 경우 행정비용을 많이 공제하기 때문에 남북 직접 지원이 효율적이다. 


 


정동영은 개성공단처럼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있을 때 국민적 동의가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그 이후 북핵 문제로 추가된 미국과 유엔의 제재로 인해 남한 독자적으로 재개할 수 없다. 


 


ㅡ 정동영이 대북정책 주도하지만 친미 관료가 견제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이재명 대통령 김민석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장관, 조현 외교통상부장관, 안규백 국방부장관,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한다. 조현, 위성락은 장관급 지위를 처음 맡는 관료출신이라 이재명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안규백, 이종석 순서로 영향력이 강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오해와 "직무급 함정"

 1.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총임금의 수준을 정하는 원칙이 아니라 동일업무일 때 기본급의 차별을 금지하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노동자의 직무만 기준으로 하고 실제 생활비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수당 등 총임금에 적용한다면 임금이 개별 노동자의 생활비 즉 재생산비용이라는 점을 무시한다.


 


노동자가 노동을 하는 이유는 자신과 가족의 생활비는 벌기 위한 것이다. 즉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독신 노동자보다 가족이 있는 가장의 경우 각종 가족수당을 더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면에서 같은 노동을 하면 무조건 같은 총임금을 줘야 한다는 입장은 자본가의 입장이다. 


 


총임금의 수준은 최소한 생계비 이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노동자의 입장에선 근속에 따른 생계비 즉 생애임금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연공급제 즉 호봉제가 합리적이다. 


 


호봉제의 요체는 근속년수가 낮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근속년수가 높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다. 이는 연령에 따라 생계비가 증가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생애임금적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장기근속 상태의 임금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정년에 이르기까지의 수십 년의 기준으로 임금 수준의 적정성을 따져야 한다. 



2. 사회임금 즉 복지제도가 발달 된 나라에선 가족수당 등이 시장임금에 포함될 필요가 없으므로 직무급이 도입돼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국처럼 사회복지가 빈약한 나라에서 독신 청년 노동자와 장년 노동자의 총임금을 같이 책정하면 장년 노동자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한국의 경우 가족의 생계비가 직무급 체제에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직무급이 도입되려면 사회임금 즉 사회복지 혜택 인상 투쟁도 병행해야 한하다. 이는 총연맹 차원에서 입법 투쟁이 필요하다. 하지만 총연맹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 조합원의 임금이 이미 생계비를 초과할 경우 전체 노동자를 단결시키는 투쟁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내 복지가 발달되었기 때문에, 이들은 사내 복지투쟁을 전개할지언정 사회임금 투쟁에 소극적일 수 있다. 따라서 사회임금 투쟁은 저임금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의 당면한 투쟁이지만 이 투쟁이 성공하려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연대를 추동해야 한다.


 

3. 정부와 총자본이 추진하고 있는 직무급은 하향평준화이자, 사업장 장악 수단이다.


 


정부와 총자본이 추진하는 직무급은 최저임금을 1호봉으로 하고 30년 이상 평생 일해도 일반직인 최저임금의 1.5배, 전문기술직인 2배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다. 또한 직무급에선 개별 노동자가 독신이든 가장이든 구별하지 않고 동일임금을 적용하므로 각종 수당도 없어진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경우 직무급이 도입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막연히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받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즉 상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착각한다. 일부 노동조합은 이런 직무급의 함정을 알지만 단기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직무급을 마지못해 받아들인 경우도 있다. 


 


직무급이 도입되면 노동자들은 호봉제보다 더욱 사업주에 종속된다. 호봉제에서는 근속연수가 늘어나면 호봉이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구조이다. 하지만 직무급에서는 승급을 하려면 사업주가 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당연히 노조원처럼 사업주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승급할 수가 없다. 평생 최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4. 정부와 총자본은 먼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에게 직무급을 도입하여 수십년 이내에 전 산업에 확장하려고 한다. 


 


공공기관은 총액임금제 등 제도적인 문제를 핑계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노동자의 요구를 회피할 수 있다. 


 


정부와 총자본은 다음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핑계로 공공부문 정규직, 나아가 유사한 직군의 민간 부문 노동자들에게도 직무급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직무급화 저지 투쟁에 전체 노동자와 전체 노동조합의 연대가 필요하다. 일종의 최전방 투쟁인 셈이다. 


 


정부의 직무급 도입은 현재보다는 미래의 총인건비 절약에 방점이 있다. 임금은 노사협상과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의해 정해지므로 어떤 임금체계이든 현재 노동자의 임금 저하는 노동자의 동의가 없는 이상 곤란하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조합이 저항할 경우 기존 노동자의 임금을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총자본은 신입사원이나 새로운 사업장부터 직무급을 적용하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하나의 임금체계를 적용받아야 하며, 당장 임금을 동일하게 할 수 없다면 비정규직의 호봉상승 효과를 정규직보다 점차 증대하여 단계적으로 동일임금을 지향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경우 가능한 호봉제를 고수하되, 불가피하게 직무급을 수용할 경우 호봉제의 장점이 반영되는 

승급제도를 쟁취해야 한다. 직무급의 1호봉을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으로 주장하고, 사업주의 심사가 없는 자동 승급을 주장하고 승급마다 임금인상 폭을 최대화시켜야 한다. 특히 노동자가 자기 가족을 부양할 수 있도록 각종 수당을 존치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