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

1) 미국의 프로그레시브 데모크라시
 
1890년부터 1920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진보시대(Progressive Era)’에서 테오도르 루즈벨트 (Theodore Roosevelt), 윌리암 하워드 태프트((William Howard Taft), 우드로 윌슨(Woodrow Wilson) 3명의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사회적 권리 및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들은 주로 자유방임적 경제체제와 자유주의 정치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이 시기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보수적 민주주의, 혹은 수구적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진보적 민주주의를 이론적으로 검토한 사람은 신국민주의(New Nationalism)’를 주창한 허버트 크롤리(Herbert Croly)였다. 그는 1909년에 쓴 미국식 삶의 약속( The Promise of American Life), 1915년에 쓴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등에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자본주의를 점진적으로 개선시킬 것을 주장하였다(O'Leary 1994).

한편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로버트 H 잭슨(Robert H. Jackson) 미국 법무부 장관의 연설 진보적 민주주의(A Progressive Democracy)에서 보듯이 진보적 민주주의는 독일 나치와 일본 군국주의에 대비되는 의미로서 사용되었다. 즉 파쇼의 가짜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의미는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사용하였던 진보적 민주주의 국가와 같은 맥락이며, 역시 해방 직후 박헌영의 8월 테제에서 보듯이 일본의 전체주의나 파시즘에 반대하는 뜻으로 사용되었던 진보적 민주주의와 같은 맥락이다(김인식 2008, 267-270). 즉 진보적 민주주의는 2차 대전 당시 미국과 소련의 협력노선을 배경으로 하여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미국, 소련,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연합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의미하였다. 그러므로 미국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해방정국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전혀 다르다는 정부의 주장은 부당하다(법무부, 2014b: 2).
진보적 민주주의는 오늘날에도 민주당의 좌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를테면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결성된 미국의 진보적인 민주당원들(Progressive Democrats of America)’이라는 단체는 경제민주화, 사회복지, 선거개혁, 전쟁반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대기업 규제, 노동권 보장, 시민권의 확대 등을 주장하였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진보적 민주주의, 유시민과 손학규의 진보적 자유주의와 같은 제3의 길을 의미한다.
 
 
2) 진보적 자유주의
 
한림대정치경영연구소가 20106월 주최한 대안포럼에서 발표된 진보적 자유주의의 한국적 함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진보적 민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는 같은 맥락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공정분배를 강조하는 사회적 자유주의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사회개혁을 주장하는 사회적 자유주의에 계승되었는데(이근식 2010, 17), 이는 영국과 미국에 영향을 미쳤다.
탈냉전 이후의 대표적인 진보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적 시민사회론사회민주주의의 현대화를 주장하는 3의 길이며, 양자 모두 전통적인 좌파의 최대 강령주의적 평등 혹은 평균주의적 평등을 비판하면서 평등이라는 개념에 사회적 다원성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채장수 2007, 249-253). 이처럼 미국 민주당 좌파의 진보적 민주주의나 영국노동당의 토니블레어가 주장한 3의 길은 밀의 진보적 자유주의와 철학적 배경이 유사하다(이근식 2006, 262).
미국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유럽의 3의 길과 같은 중도진영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폐해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치 경제 사회적 정책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의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 한국의 진보적 자유주의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한국 민주당의 브레인들 역시 경제민주화의 원형으로 미국의 진보시대를 자주 거론해왔다(민주당 대변인실 2012/10/07).
프레시안 20111110일 기사에 의하면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1912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통합진보당, 민주당, 사회주의당 등 4명의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놓고 격돌한 것을 미국 경제민주화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보았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 역시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진보시대를 예로 언급하였다.
손학규에 따르면 진보적 자유주의는 절차적 참여적 민주주의를 조화시킨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가 공정한 시장 환경 조성자의 역할을 하는 시장경제, 시혜적 복지와 생산적 복지를 내용으로 하는 수요자 중심의 복지사회 등 3대 요소를 기본으로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정부의 재구성, 경제의 재구성, 시민사회의 강화, 복지국가의 개혁, 지구적 체계의 개혁, 생태적 현대화 등 6대 프로그램을 구성요소로 하는 영국의 제3의 길과 큰 틀에서 그 궤를 같이 한다(손학규 2000, 156-171).
유시민은 전통적인 개인의 자유, 민주주의를 전제하면서도 생산적 복지와 사회투자 확대를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주장하는데, 이는 신자유주의를 수용한 진보적 자유주의로서 토니블레어의 제3의 길 혹은 손학규의 진보적 자유주의와 유사하다(유시민 2007).
20071018일 노무현 대통령이 '벤처코리아 2007' 행사에 참석해 혁신벤처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진보적 시민민주주의를 제안합니다라는 특강을 하였다. 이 특강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영국의 제3의 길, 미국 진보의 시대의 테오도어 루즈벨트와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진보주의를 사례로 언급하면서 사회적 자본, 사회투자국가, 국가의 대기업 규제, 시민주권을 강조하고 결론적으로 '진보적 시민민주주의'를 제안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저술한 진보의 미래에서 같은 내용의 진보적 시민민주주의를 진보적 민주주의로서 언급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진보는 민주주의에 내재하는 가치다. 민주주의는 지금도 진보의 도정에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라야 진정한 민주주의이다라고 밝혔다(노무현 2009, 77-79). 이러한 진보적 민주주의는 미국의 진보의 시대(1890 - 1920)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같은 맥락에 있고, 나아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진보적 자유주의, 유시민 전 국민참여당 대표의 진보적 자유주의와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하여 통합진보당을 창당함으로서 국민참여당의 노선인 진보적 자유주의는 민주노동당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융합되어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반영되었다(국민참여당,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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