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노동자대회와 윤석열 관료정권의 첫 시험대

1. 과거 남한 정권에 대한 분석

윤석열까지 모든 한국정권은 친자본, 반노동, 친미보수정권이었다. 친미의 중도보수와 종미의 수구보수가 노동계급을 탄압하고 진정한 개혁을 원하는 시민들을 우롱하면서 권력을 주고받았다. 이승만 정권은 친일과 친미의 민간 반공엘리트들이 독재한 미국의 철저한 대리정권이었다. 박정희와 전두환은 미국이 육성했지만 미국과 협력 및 긴장관계에 있는 야망찬 군사엘리트들의 독재정권(파쇼)이었다. 이들은 한편으로 정치인과 관료들을 지배하고 한편으로 재벌과 동반성장해왔다.

노태우는 민간정부로의 이전에 동의한 마지막 군부파쇼정권이고 김영삼은 하나회를 비롯해 군부파쇼를 정리한 최초의 부르주아민주주의 정권이다. 따라서 이들은 파쇼와 부르주아민주주의 정권을 연결해주는 과도기 정권이다.

김대중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고 권력을 선사해준 미국에게 부드러운 대리통치체제로 보답했다. 김대중은 미국에 굴복한, 노무현은 미국과 타협한 부르주아민족주의 경향을 지녔으며, 광범위한 민족주의적 경향성을 권력의 지지기반으로 하기 위해 보여주기식 남북관계를 과시했다. 김대중은 미국을 모델로 미국의 요구에 따라 신자유주의를 체계화하고 최초로 재벌과 관료의 자율성을 인정했다.

김대중의 후광을 입은, 그래서 남한의 전 분야에 내적으로 체계화된 미국의 지배력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인 노무현의 소박한 서민적 희망은 친미엘리트, 재벌, 관료들을 탓하며 좌절과 자살로 마무리했다. 대신 김대중의 부르주아민주주의는 과거의 열정과 함께 소진됐지만 노무현의 부르주아민주주의는 낭만적, 민족적, 소부르주아적 광기를 유산으로 남겼다. 원래 민족적 소부르주아였던 소위 총학생회장님들이 젊은 시절의 오버액션을 쑥스러워하면서 김대중과 노무현의 유산을 팔면서 과거에 자신들이 타도하려 했던 세력들과 말다툼하면서 사이좋게 호의호식해왔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파쇼의 추억을 현실에서 재현하려다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으로부터 출산했지만 미국 없이도 살 수 있는 현대판 극우세력을 양산했고 그들에게 노무현처럼 집단적 광기를 제공했다. 이 시기에 친미와 친일의 후손들, 학계와 관료 및 기업에 자리 잡은 미국 유학파, 매판재벌, 다수의 기독교세력, 파쇼가 남긴 언론재벌들은 거대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2. 최초의 관료정권의 등장

친미파쇼의 기반이자 유산은 엘리트장교, 재벌, 관료, 나팔수언론이다. 이중 엘리트 장교는 군산복합체제의 떡고물을 나눠먹는 신세로 전락했다. 나팔수 언론은 신매체와 고군분투하면서 정권의 개보다는 재벌의 개로서 연명하고 있다. 재벌은 아직도 과거 파쇼에 연명하듯이 부르주아정권의 길들이기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협소한 매판적 성격을 벗어던지고 화려하게 세계화됐다. 엘리트 관료는 자신들의 꿈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군부에게 조인트 까이던 시절은 이미 잊혀 졌고, ‘까라면 까라던 정치엘리트 우위의 시대도 간 것처럼 보인다.

파쇼는 귀찮고 복잡한 일을 시키기 위해 사법고시, 행정고시, 외무고시를 통해 엘리트 관료들을 양산시켜왔다.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인 이들 엘리트 관료들은 미국에 유학하거나 미국 네트워크에 포섭된 행정관료와 국가폭력을 행사하는 검찰과 판사 등 사법관료들이다. 경찰대 출신과 변호사 출신의 경찰 등 소수의 경찰엘리트들이 관료 한 구석에서 검찰관료를 질투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을 뿐이다.

이들 엘리트 관료들은 군부파쇼 중반 이후 박정희가 임명한 유신정우회, 그 이후 비례대표를 통해 소수가 군부와 정치엘리트에 기생하여 간혹 국회의원이나 총리와 같은 정치엘리트 성장하였지만 독자적인 정치기반은 부족하였다. 노태우와 김영삼 때 엘리트 관료들은 이미 포화상태고 행정 그 이상으로 권력 확대를 시도해왔다. 김대중과 노무현 때 일부 엘리트관료들은 장관, 비례국회의원 거쳐 지역구 의원으로 독자적으로 성장하여 정치계에서 공명선생대우를 받았다. 박정희 때부터 지금까지 지긋지긋한 인간이 김종인이다.

계란 맞은 정원식 총리, 이홍구, 이수성, 고건 총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대표급이지만 대선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비운의 최규하 대통령권한대행, 권력로또를 맞다 나락으로 추락하여 정신이 이상해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 달리 당찬 이회창은 3번이나 대선에서 낙마하는 기염을 토했다.

2022년 대선은 인물론으로 보자면 노무현을 닮은 소부르주아정치인 이재명에 맞서 윤석열 검찰총장, 부총리 김동연과 감사원장 최재형 등 관료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철수는 정주영, 정몽준, 문국진, 이명박과 마찬가지로 기업을 잘 운영하면 국가도 잘 운영할 것이라는 환상을 등에 업었지만 민주당 심판론에 의해 지지도가 높은 윤석열에 업혔다.


3. 윤석열은 관료지배정권을 유지할 수 있나?

검찰은 2인자를 허용하지 않는 절대 권력의 사냥개였기 때문에 때로는 2인자처럼 보였다. 노태우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노태우의 멘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이 구속됐다. 급기야 김영삼 때 전두환, 노태우가 구속됐다. 다른 관료와 마찬가지로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장관이나 정치인 정도는 검찰이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검찰의 독립성, 아니 자율성이 확장됐다. 이명박 정권 때 현직 시절에 자신들과 맞 짱 뜨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갈 정도로, 박근혜 정권 때 현 대통령을 구속시킬 정도로 선출되지 않는 최고 권력이 됐다.

물론 윤석열 이전까지는 검찰은 1인자가 물라고 시킨 것만 물었다. 윤석열 총장 시대와 와서 비로소 1인자에게도 구속되지 않는 권력을 선언했다. 윤석열의 관료쿠데타는 김동연이나 최재형에서 보듯이 차이가 있을 뿐이지 엘리트관료들의 억눌린 권력에 대한 야망을 분출시켰다. 윤석열은 관료공화국 특히 검찰공화국을 선포했을 뿐아니라 한동훈을 통해 검찰공화국을 재생산하려고 일치감치 후계자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이 당선된 것을 검찰의 안정적인 승리라고 볼 수 없다. 검찰권력이라는 자기 본전이 있기는 하지만 윤석열 당선의 가장 큰 조직기반은 박정희- 박근혜로 이어진 과거 세력이 리모델링으로 독자성장한 친미, 친재벌 반노동, 반북의 보수적 언론과 종교세력 등 본질적으로 구세력들이다. 결국 윤석열이 절대권력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윤석열 정권은 다른 엘리트 관료와 마찬가지로 구세력의 기생세력이다. 엘리트 관료들은 자신들이 정치엘리트, 미국, 재벌으로부터 자율성을 쟁취하고 관료 본성의 합리적 권력적 우위를 지녔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엘리트 관료가 생긴 것도, 자율성을 얻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윤석열이 권력을 잡은 것도 구 지배세력에 힘입은 것이다. 윤석열을 낳은 것은 파쇼이며, 키운 것은 문재인과 같은 정치엘리트의 우유부단함, 본질적으로 왜곡된 부르주아민주주의이다.

윤석열이 때려잡은 박근혜 세력이 재생하기 위해 자기들을 잡은 윤석열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권의 본질은 사법관료 이외의 엘리트관료, 정치엘리트, 보수적 언론과 종교, 친미세력과의 연합정권이다. 윤석열이 이점을 망각하고 권력을 검찰과 검찰 출신에게 독점시킬 경우 윤석열 정권의 기반은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


4. 7.2 노동자대회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윤석열의 환상을 깰 것인가?

 윤석열이 관료공화국 특히 검찰공화국이라고 오판하는 한 모두 윤석열을 노리고 있다. 민주당 세력은 코로나로 인한 집회제한을 풀고 광장을 지켜보고 있다. 이명박은 당선되자마자 광우병 시위로 기가 꺾였다. 반격하려는 이명박 정권이 시키는 대로 검찰이 노무현 망신주기로 20095월 노무현 전대통령이 사망한 이후 광장이 정치를 압도했으며, 야권연대로 퇴임할 때까지 모든 선거에서 패배했다.

정당해산의 칼을 뽑을 정도로 절대권력 같았던 박근혜 정권도 임기 16개월도 안 돼 세월호 비극으로 광장의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간헐적이던 노동자농민의 광장 투쟁은 201511월 백남기 열사가 쓰러진 이후 다시 청와대와 여의도 국회를 압도했다. 피 마르는 긴장의 대결이 십 몇 개월째 광장에서 지속되고, 기존 지배체제가 뒤집어 질 수 있는 대결을 앞두고 친미세력과 재벌들은 숨죽였고, 군대와 경찰은 극도의 공황상태에 빠지고 결국 모든 정치엘리트들과 사법엘리트들이 노동자민중시민에게 한번만큼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오는 72일 윤석열 정권도 이명박처럼 임기 두 달만에 광장을 만나게 된다. 친미냉전 친자본 반노동세력이 김건희 파동에도 울며겨자먹기로 선택한 윤석열, 취임하자자마 역대 최저 지지율, 포스트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난, 외교안보 및 내치에서 우왕좌왕하는 윤석열이 권력을 검찰에게 집중시킴에 따라 국민의 힘의 정치엘리트, 경찰과 같은 검찰 이외의 관료들이 내심 윤석열의 굴욕을 기다리고 있다경찰은 민주노총의 모든 집회를 금지했다고 한다.

진보정당과 시민진영이 쇠락한 지금, 윤석열 정권이 두려워하는 광장의 주인은 노동자이고 미우네 고우네 해도 민주노총이다. 노동자들은 민주화 이후 시민권을 획득했고 비정규직 문제가 있지만 크게 보면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려왔다. 그만큼 경제투쟁은 왜소화되고 계기가 없는 한 자본가 정권을 위협하지 못했다.

그런데 7.2일은 다르다. 물가인상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주머니 돈이 자본가들의 금고로 차여지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대통령은 정유회사 탓을 하고, 한국의 금감원장은 은행금리 탓을 하겠는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실질임금이 깎이고 있는 노동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더구나 윤석열이 민영화, 구조조정, 장시간 노동시간,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한 직무급을 강행한다고 한다.

 남북관계가 후퇴하고 미중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미국 편에 들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까지 핵무기와 첨단무기를 동원하면서 한반도에 전쟁의 구름들이 몰려들고 있다. 남북관계개선과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도 윤석열 정권을 노리고 있다.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민중대회, 시민총궐기, 기회주의적 야당의 광장 참여 등등 이명박과 박근혜의 숨통을 눌렀던 광장정치가 윤석열의 독단에 몸을 풀게 된다. 7.2일 한차례 투쟁은 윤석열 정권 기간 내내 긴 투쟁의 출발점이다. 노동자들이 본때를 보여주지 못하면 윤석열의 독단 검찰공화국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이고, 윤석열이 광장정치에 긴장하면 국민의 힘과 민주당의 정치엘리트, 경찰 등 관료 일반, 보수적 언론과 종교, 친미네트워크에 손을 내밀고 권력과 파이를 공유하자고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계가 멀리 보면서 여기저기서 터지는 사안별 투쟁에 역량을 배치하면서도 광화문과 용산에서 검찰공화국에 대한 광장투쟁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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