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진보 및 민주노총, 정치개혁 내걸고 후보단일화와 비례연합 추진해야

1. 민주노총과 시민사회진영 및 정의당의 정당법 및 선거법 개혁 추진

 제대로 된 정당명부 제도를 입법발의하려면 사전조사, 내부간담회, 토론회, 입법설계 초안마련과 당내기구에서의 검토, 국회입법전문기구의 법안초안 작성, 정책위원회와 의원단의 최종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이는 진보정치 차원을 넘는 정치개혁이므로 각종 정치개혁단체를 포함하여 다른 정치세력과의 의견조율 등을 거칠 필요가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성사시키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을 설복시킬 수 있을 정도로 국민적 동의가 확산돼야 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대중적 동력이 마련돼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뉴질랜드 사례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뉴질랜드가 2회의 국민투표를 통해 소선거구제에서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선거 제도로 전환했다.

 과거 소선거구제를 채택했던 뉴질랜드에서 소수정당은 생존이 불가능했다. 1978년 사회신용당이 16.1%를 얻었지만 의석은 92석 중 1석에 불과했다. 선거결과의 불비례성은 다수정당에게도 불만이었다. 노동당의 득표율이 국민당의 득표율보다 높았지만 제1당의 지위를 빼앗겼다.

 이에 따라 노동당에서 먼저 선거제도 개혁을 들고 나왔다. 이후에 집권한 노동당이 선거개혁에 미온적이자, 이번에는 국민당이 이를 비판하면서 선거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선거개혁에 대한 국민투표가 어렵게 성사됐고 1차 투표에서 선거개혁을 추진할 것을 결정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2차 국민투표에서 53.9%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초기에는 선거개혁의 기수를 자처하던 노동당의 파머 법무부장관, 후기에는 소수정당들과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선거제도개혁연합이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뉴질랜드는 온건다당제로 전환했으며, 연립정부가 유지되고 있다. 뉴질랜드 정치는 다원적인 정치구조의 전환으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좀 더 쉽게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참조 : 최태욱·선학태. 희망정치연구회 정치개혁강좌(1-19). 프레시안. 2009)

영국 역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섰으나 비례대표 확대보다는 선호투표제라는 유권자에게 생소한 제도였고, 거대양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실패했다. 다만 제3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조건으로 연립정부에 참가한 것은 의미 있는 행보였다. 뉴질랜드와 달리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먼저 이끌어 내는 노력이 부족했다.

 201155일 영국 하원의원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도입하는 선거제도 개편 방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개표한 결과 69%가 반대하고 31%가 찬성한 것으로 집계돼 부결됐다. 3당인 자유민주당은 지난해 5월 총선 이후 제 1당인 보수당과 선호투표제 도입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조건 아래 연립정부에 참여했다. 자민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전국 득표율은 23.3%에 달했지만 지역구별로 보수당-노동당이 양분해온 뿌리 깊은 구도로 인해 의석수는 650개 가운데 8.8%57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연립정부를 주도하는 보수당은 반대 입장을, 연정 소수파인 자민당은 찬성 입장을 당론으로 정해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국민투표를 검토할 수 있으나, 현행 헌법에서 국민투표사항이 제한돼 있고, 그 부의주체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30석의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됐고, 2024년에 47석의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실시될 예정이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유권자 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다행히 민주노총과 시민사회진영이 참여하는 정치개혁연대가 있고, 거대양당 이외의 정당들이 참여하는 정치제도 개혁 테이블이 있다. 이를 두 축으로 하여 양당 독점 체제를 개혁하는 노동자민중, 시민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이를 앞장서야 한다. 민주노총은 정당법 및 선거법 개혁이 노동자와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력과 정치경제적 조건을 개선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정치위원회를 중심축으로 삼아 총연맹 차원이 아니라 가맹산하 차원의 요구로 대중화시켜야 한다.

 장기적인 목표는 독일식 정당명부처럼 전면적인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하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이중당적 허용, 정당요건 완화, 획일적인 기호제도 폐지와 같이 선거연합, 정당연합이 가능하도록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

 법제도개혁에 있어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민사회진영의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주당을 설득하고 필요하면 정책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세력과 통일운동 세력도 보수양당 독점체제에서 수구보수 냉전세력을 청산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양당제를 타파하는 정치제도개혁에 나서고 민주당을 압박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민주당을 비판적 지지를 해야 한다면 정치개혁을 조건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다.


2. 진보정당들의 비례대표 선거연합

 2020년 총선에서 민중당(현 진보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등 일부 진보정당들은 친 민주당 비례정당 추진에 참여를 했거나 참여하고자 하였다. 거대 양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과거와 마찬가지로 비례의석을 독차지했고, 위성정당 해산으로 기본소득당은 의석을 얻었다.

 2024년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30석에서 47석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최대 수혜자로 보이지만 거대양당의 비례위성정당을 막지 못하면 실질적인 혜택을 보기 어렵다. 또한 최근 지지율 하락과 우후죽순으로 나타나는 비례정당으로 인해 비례의석에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정의당이 다른 진보정당과 연합하지 않고 독자적인 전략을 취할 때 여러 개의 비례정당이 출현하기 때문에 의석배분 자격을 얻는 저지선 3%마저도 걱정해야 한다. 대정부 교섭이 절실한 공공부문 노동계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자신의 대표를 진출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기본소득당 역시 독자노선을 취할 때 1% 내외의 득표율로 3% 저지선을 넘기 힘들다. 이들이 정당연합을 하면서 의석을 얻을 수 있지만 현행법은 유럽의 정당연합을 허용하지 않는다.

 진보당은 전체 진보정당의 선거연합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 2020년 총선에서 보듯이 민주당이 낙인찍힌 진보당과 어떠한 형태의 선거연합도 거부하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진영도 마찬가지이다. 노동당은 당세가 약하고 독자노선으로 인해 비례의석을 노릴 입장이 아니지만 전체 진보정당의 비례연합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모델은 진보정당들이 정당명부에 출마하지 않고 진보/노동/시민의 선거연합당이 정당명부에만 출마하고, 지역구는 각 세력들이 자기 당명으로 출마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모델은 선거연합당이 일부 지역구에 출마자를 내고 나머지 지역구는 각 정당들이 알아서 한다. 세 번째 모델은 진보정당들이 정당명부와 지역구에 후보를 따로 내지 않고 선거연합당에 맡기는 것이다. 후보단일화를 하더라고 지역구에서 당선가능성이 없고, 각 정당의 독자적인 활동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당선가능한 지역에 선거연합당 후보를 출마시키거나 후보단일화를 하고 나머진 각 정당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현재 이중당적을 허용하지 않으므로 선거연합정당에 참여하려면 기존 당적을 포기해야 한다. 또한 전국 5개 시도에서 각 1천명의 당원을 확보해야 하므로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따라서 진보/노동/시민들의 밑으로부터 운동이 상당기간 진행돼야 가능하다.

2024년 총선에서 47석에 대해 연동률 50%를 적용한다. 국회의석이 299석이고 무소속 당선자와 정당명부 3% 미만 정당의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4명이며, 선거연합당이 지역구에서 3석을 얻고 정당명부 대상 정당들의 득표율 총합의 10%를 득표했다고 가정하자. 그럼 선거연합당이 정당명부 득표율대로 의석을 가져 간다면 (299-4)*0.1=29.5석이다. 지역구 당선자가 3명이므로 26.5석을 정당명부에서 얻어야 하나 연동율이 50%이므로 13.25석이 된다. 그런데 거대정당의 위성정당이 없는 조건에서 다른 정당들도 이렇게 계산하니 총합이 47석 이하이면 13석을 얻는다. 하지만 위성정당이 있어 총합이 140석이라면 47/140*13.25= 4.44석이 된다. 결국 위성정당이 있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출처 : 홍은주 박영환 정준표. 2021. 한국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 적용과 한계 :25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진보정당과 진보적 시민사회진영이 거대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저지하고 지역구에서 후보단일화를 하고 비례에선 선거연합 정당을 추진하는 것이다. 선거 이후 정당을 계속 유지하거나 해체하여 각 정당에 돌아갈 수 있다. 20석 이상을 얻으면 당적이 다르더라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그 이하를 얻어도 임의적인 원내단체를 만들어 진보적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

 

 3. 민주노총의 진보진영 후보단일화 추진

 진보정당들이 과거의 악연에 갇혀 있으면서 각자 독자적인 발전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현재 조건에서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대통합당을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 방안으로 추진하기 힘들다. 당분간 공동요구안 제시, 대중투쟁 연대, 선거연합이 현실적이다. 선거연합의 경우 지역구 선거의 후보단일화는 각 정당의 이해와 민주노총의 노력에 의해 성사돼왔지만 울산과 창원 같은 노동자도시, 기초의원과 같은 중선거구에서만 일정 부분 당선자를 배출해왔다.

 선거연합은 당선가능성이 낮은 지역구선거보다 비례선거에서 절실하다. 민주노총은 정치사업에 있어 시민사회진영과 함께 거대정당의 비례 위성정당 저지, 정당선거법 개혁 운동을 추진하면서 진보정당의 선거연합 사업으로서 비례 선거연합 정당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 민주노총 지도부 임기가 2023년 말까지이므로 2024년 총선은 신구 지도부 임기에 끼여 민주노총이 총선에서 정치세력화 전략을 미리 논의하고 준비할 시간이 확보되기 어렵다. 총선 4개월 전에 취임하는 2014년 신임 지도부가 총선을 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현 지도부가 전체 민주노총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총선전략 이를테면 진보정당 선거연합 비례정당 전략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4. 반민중적이고 냉전적인 친미 윤석열 정권에 대한 대중투쟁과 정치개혁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친미 수준이 아니라 종미, 숭미 수준의 외교안보정책을 감행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맹종할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미국의 중국봉쇄정책에 가담하고 있으며, 나토 정상회담에 일본과 함께 참여하는 등 유럽에서 러시아봉쇄 정책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윤 정부는 나토의 한반도, 대만, 남중국해 분쟁 개입에도 동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증가할 뿐 아니라 윤 정권이 우크라이나 분쟁에 공격용 무기를 지원하고 대만 분쟁에 미국과 연합작전을 훈련하는 등 세계적 차원의 불럭 전쟁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미국의 도발적인 대외정책에 순응하여 미국의 최대요구사항인 한일군사동맹 추진에 협조하고 있다.

 박정희와 박근혜의 반북종미친일 노선을 재현하는 윤석열 정부의 반민족적인 대외정책은 안보분야뿐만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생존권과 전체 국가의 경제적 이익까지 훼손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치솟는 국방비를 감당해야 하고, 미국의 반중반러 정책으로 인해 소비 선택에 제한을 받으며 식량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 인상의 피해를 받고 있다. 기업 역시 러시아와 중국에서 경제적 보복을 당하거나 철수해야 하며 원자재 선택, 수출입에 있어 불필요한 추가적 부담을 해야 하며, 반도체 분야에서 보듯이 미국의 기업 경영 개입을 감수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아직은 임기 초반이라서 노동자민중은 들끓는 분노를 참고 유권자들은 지켜보고 있지만 이러한 반민중적, 반민족적 노선을 고집한다면 박근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2024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가 다수당이 돼 비록 탄핵은 제도적으로 불가능할지라도 오히려 제도 밖의 민중항쟁이 폭발할 수 있다.

 민주노총과 진보정치 세력들이 정치개혁에 성공하려면 이러한 정세에 제대로 부응하고 노동자민중, 시민들과 함께 민주주의 투쟁, 생존권 투쟁, 반전평화 및 통일운동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한 투쟁을 주도하면서 전체 유권자의 신뢰와 동의를 획득해야 얼핏 보면 노동자민중 시민의 삶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정치개혁에 있어 대중적 동의를 얻어 추진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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