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 민주화세력, 수구보수 퇴출하려면 양당독점 체제 깨야

1. 진보-중도-온건보수가 경쟁하면서 수구냉전세력을 퇴출해야

A와 B 두 당만이 집권할 수 있는 양당체제에서 두 당은 서로 상대방을 악마화 하고, 지지자들이 격렬히 대립하지만 실제로는 사이좋게 권력을 교대로 장악한다. 유권자 입장에선 특정 정당만을 계속 지지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정권교체 차원에서 번갈아 가면서 선택한다. 민주주의에서 책임정치 원칙상 수구보수가 나쁘다고 중도보수만이 장기 집권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양당독점 체제에서 둘 중 하나가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유권자의 과반수 수준의 지지를 받아야 하므로 두 당의 노선은 국민 다수의 평균적 의견을 중심으로 유사해진다. 즉 양당제가 고착화되면 외교안보, 경제, 복지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없어진다. 크게 보면 지배계급인 자본가에게 유리한 엘리트정치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중도보수는 말로는 혁신을 주장하지만 실제 개혁은 찔금찔금일 뿐이다. 수구보수 역시 무상급식처럼 중도보수의 일부 개혁이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경우 일부 개혁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이를테면 가장 민감한 외교안보정책만 보더라도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 서로 반대되는 말을 하는 것 같지만 친미종속이라는 실제 정책의 결과는 큰 차이가 없다. 중도보수는 어쩔 수 없이 친미하고, 수구보수는 스스로 숭미하는 정도이다. 

이렇게 해서 미국, 일본, 한국과 같은 양당제에서는 자본가 엘리트 정치인들이 편을 짜고 유권자와 지지자들을 좀비처럼 줄을 서게 만들어 낮에는 싸우는 척, 밤에는 건배를 하면서 권력을 교대로 차지하고 있다. 

반면 유럽이나 중남미에서 보듯이 4개 이상의 다당제 국가에서는 진보, 중도, 온건보수가 서로 경쟁하지만 히틀러와 같은 극우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알게 모르게 연대를 한다. 그만큼 다당제에서는 수구보수세력은 집권하기 힘들다. 결국 중도보수와 수구보수 두개의 선택지보다는 예를 들면 4개의 선택지가 극단적인 세력을 배제하면서도 책임정치가 가능한 다양한 선택을 보장하게 된다.

이를테면 2022년 프랑스 1차 대선에서 3위를 차지한 좌파의 멜랑숑이 결선에서 극우 르펜을 반대하면서 중도보수 마크롱의 당선에 기여했다. 2012년 대선에서 사회당의 올랑드가 좌파와 민주주의 세력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연장하려는 중도보수와 급부상한 수구보수를 꺾고 당선됐다. 

한국도 다당제라면 안철수나 유승민, 원희룡은 온건보수로서 제3의 세력을 형성할 수 있고, 민주당정권을 심판하려는 유권자 입장에선 수구보수가 아닌 온건보수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 대선에서 민주당정권을 심판하려면 윤석열을 찍는 방법밖에 없다.


2. 미국은 식민지 한일에 보수양당 독점체제를 이식시켜

미국은 루스벨트 대통령 당시부터 일본 본토 상륙에 따른 미군의 피해를 줄이고자 원자폭탄 투하계획을 수립했다. 루스벨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투르만 대통령은 소련의 참전 전에 전쟁을 끝내기 위해 2차례 원폭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았다. 미국은 패전국 일본과 그 식민지 남한을 점령하고 미군 군사정부를 세워 한일의 국가체제를 미국식으로 개조했다.

미국은 자신의 식민지였던 일본과 한국에 맥아더와 하지 군사점령정부를 통해 헌법제정에 관여하는 방식으로 이 두 나라에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친자본주의 보수친미 독점체제, 승자독식체제를 강제로 이식시켰다. 다만 일본에는 천황제 유지라는 패전의 조건 때문에 대통령제를 강요할 수 없었다. 

미군정과 한국전쟁 동안 진보계열이 제거된 후 남한에서 구조화된 민주당과 자유당이라는 친미보수 양당독점 체제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시 한국전쟁을 전후로 하여 미군정에 의해 일본에서 사회당과 공산당을 제거하기 위해 자유당과 민주당의 양당독점체제가 자리 잡았다. 1955년 양당이 자유민주당으로 통합하여 보수양당 독점체제는 극단적으로 구조화됐다. 1993년, 2009년~2012년을 제외하고 자유민주당이 오늘날까지 계파간의 권력교체 형태로 보수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과 미국은 결선투표가 없는 대통령제, 1인 소선거구제, 정당연합 불허, 비레대표제 불허 등이 원래 모델이다. 다만 한국은 박정희 대통령 때 여당독재를 보장하기 위해 임명직 국회의원 제도를 도입했고, 그 일부가 오늘날까지 50석 미만의 비례대표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도 거대양당이 대부분 독식하는 구조이다. 

2022년 6월 3일 기준 위키백과에 따르면 순수 대통령제는 49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미국을 제외하면 소득수준이 낮은 나라들이다. 결선투표제와 정당연합제도, 비례대표제도를 부정하는 양당식 소선거구제와 결합한 미국식 대통령제는 세계에서 유일하다.

최태욱 교수에 따르면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대통령중심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미국, 칠레, 멕시코 등 4개국에 불과하다. 나머지 30개국은 의원내각제 15개국과 분권형 대통령제 15개국으로 정확히 반씩 나뉜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이다. 

칠레는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결선투표제가 있는 대통령제, 비례제, 정당연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피노체트 시절부터 비례대표에 의한 중선거구제를 운영해왔으며 2015년부터 3~8석 선거구로 구성된 비례제로 전환하였다. 멕시코는 결선투표제 없는 대통령제, 정당연합을 운영하고 있다. 멕시코 상원은 3인선거구, 30% 비례, 하원은 40% 비례이다.


3. 비례 확대, 이중당적과 정당연합, 정당요건 완화로 4당 체제 마련해야

현재 한국적 정치지형에서 급진적인 통일과 노동자민중을 대변하는 진보, 점진적인 통일과 민주주의와 개혁을 추구하는 중도, 자유와 시장 및 경쟁 등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온건보수, 친미냉전의 수구보수는 독자적인 정치기반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양당제로 인해 진보정당은 제도 밖에서 차별받고 있으며, 온건보수와 수구보수가 분화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평화와 통일,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수구보수를 고립하려면 온건보수가 분화될 수 있는 다당제 체제가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득표율과 의석점유율을 일치시켜 민심에 따라 각 정치세력이 자신의 지분만큼 권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유럽에서 보듯이 지나친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해 비례대표 저지선을 둘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신진세력이나 군소정당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 정당연합을 통해 저지선을 극복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당장 비례제를 전면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다당제를 촉진하는 보완책을 고려할 수 있다. 가장 소극적인 방법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이중당적을 허용하여 선거연합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당요건을 완화하여 정당연합을 허용한다면 소선거구제에서도 다당제 효과를 일부 얻을 수 있다. 참고로 국민의 정치적 결사체인 정당의 요건을 법으로 엄격하게 정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은 정당법이 없다. 독일이 나치의 재등장을 막기 위해 정당보호를 위해 정당법을 만들었을 뿐이다.

중선거구제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거대정당이 복수공천을 한다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복수공천을 강제로 막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선출 정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소수정당이 과대대표된다. 선거구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이 비례제보다 낙후된 방식이다. 가장 좋은 방식은 지역선거구에서 명망있고 능력 있는 후보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게 하되, 보완적으로 정당명부제를 통해 득표율과 의석율을 일치시키는 독일식 정당명부제이다. 

대통령선거에서 기초의원 선거까지 같은 번호를 부여해 거대양당에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획일적인 기호제도로 폐지해야 한다. 프랑스는 후보의 공약이 적힌 투표용지를 선택하도록 하고, 일본은 지지정당이나 후보자를 기입하도록 한다. 문맹이 거의 없는 조건에서 묻지마 투표를 유도하는 기호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민주화세력이 지금처럼 중도보수에게 몰표를 주면 수구보수를 퇴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중도보수와 수구보수 두당밖에 없는 조건에서 수구보수를 퇴출한다면 중도보수 독재체제가 되는데, 국민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화세력의 의지와 달리 양당제에서 제도 개혁 없이 비판적 지지를 하는 것은 수구보수가 항상 재집권하는 구조를 용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과 같은 중도보수 역시 4개 이상의 다당제보다 양당제가 자신의 기득권에 유리하다고 본다. 이번에 수구보수에서 지더라도 다음에는 정권교체 여론에 따라 자신들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4당체제에선 단순 확률로만 따지더라도 집권가능성이 50%에서 25%로 줄어든다. 

그래서 양당체제는 수구보수나 중도보수 모두 권력을 쉽게 번갈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공생관계가 된다. 이를 정치적 담합, 카르텔체제라고 한다. 양당은 대부분 유사하나 일부 차이점만을 부각시켜 마치 양당의 교체가 책임정치에 부합한다는 환상을 유권자에게 심어주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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