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당과 노동조합의 관계 : 그람시

안토니오 그람시는 다른 사회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당과 노동조합의 독자적 역할을 인정하였다. 또한 그람시는 레닌의 전위정당에 의한 대중조직의 지도를 기본적으로 인정하였다. 다양한 노동자들이 모인 노동조합의 힘만으로는 정치권력을 장악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가장 선진적인 집단인 당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정당은 제 계급의 이해관계를 표현하고 그 투쟁을 지도한다. 계급투쟁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정당이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그들의 경험으로부터 노동계급의 정당으로서 그리고 혁명의 정당으로서 건설된 공산당의 지도가 부재한 곳에서는 자본주의 질서를 전복하기 위한 투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당은 전체 노동자운동의 추동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노조는 제한된 개혁을 달성하는 수단, 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Gramsci, 2000)
노동자당의 과제는 모든 대중의 주의를 자신에게 집중시켜 당의 지령이 대중의 지령이 되고 그들의 영원한 신뢰를 얻으며, 그들의 안내자이자, 지식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이 산업, 농업 프롤레타리아에 의해 수행되는 계급투쟁의 현실에 몰두하여 계급투쟁의 상이한 단계와 에피소드, 다양한 형태를 이해하고 이러한 갖가지 다양성으로부터 통일성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위치에 서는 것이 핵심이다.
그람시에 따르면 서구사회의 경우, 국가의 주변에서는 부르주아적 이데올로기에 젖어 있는 시민사회라는 참호가 둘러싸고 있다.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대중투쟁도 중요하지만, 이와 동시에 부르주아적 세계관에 저항하는 이데올로기의 형성 역시 중요하고, 이러한 역할을 유기적 지식인이 담당한다. 러시아에서 했듯이 혁명세력이 기동전으로 국가를 전복한다고 해도 시민사회가 변혁되지 않는 한 부르주아 지배질서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기동전으로 뚫고 들어갈 수 없기에 진지전으로 이 참호를 점령해나가야 한다.
즉 오늘날 서구의 혁명정당은 장기적인 진지전을 수행해야 한다. 이 진지전에서 이데올로기와 문화를 담당하는 지식인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서구의 혁명정당이 계급동맹을 통해 보완되는 대중정당이기 때문에 유기적 지식인은 노동계급이 종국적인 승리를 하려면 노동계급 이외의 다른 계급의 이해관계도 포함하는 이데올로기를 창출해야 한다. 그람시는 유기적 지식인이 이러한 저항이데올로기를 만들고, 유기적 지식인의 총체가 당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그람시는 진지적 의식화라는 상부투쟁을 강조하면서 당의 지도적 역할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였다.( Pozzolini, Alberto, 1970: 77)
 
권력 장악을 위한 투쟁에서 사회계급의 힘은 정당에 의해 대표된다. 정당은 계급이 승리로 나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형식과 방법을 만드는 정교한 장치이다. 정당은 대중들로 이루어져 있다. 당과 대중이 별개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대중들의 참여가 없이는 정당의 정치적 투쟁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노동계급이 집권한 이후에만 노동자 대중에 대한 거대하고 심도 있는 정치적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그람시는 노동자당의 과제로서 혁명을 위해 공업 및 농업 프롤레타리아를 조직하고 단결시키는 것, 혁명의 승리와 노동자국가의 수립을 위하여 필수적인 모든 세력들을 프롤레타리아 주위로 조직하고 동원하는 것, 프롤레타리아와 그 동맹군을 프롤레타리아 봉기를 위한 전체적 투쟁이라는 방향으로 정치적으로 물질적으로 인도하는 것 등을 제시하였다.(장석준, 2001: 396) 공산주의자들은 노조를 포함한 모든 대중 조직들 내에서 프랙션방식으로 조직해나가야 하며, 대중조직이 전개하는 투쟁의 최일선에 참여하여 그들이 당의 강령과 슬로건들을 지지하게 만들어야 한다.(장석준, 2001: 408)
그람시는 노동조합에 대한 당의 지도가 민주적이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람시는 사회당과 노동총동맹이 노동자운동을 주도하고 있으나 그들의 사회적 권력이 위신과 열광에 의해, 권위적 압력에 의해, 심지어는 관성에 의해 집행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Gramsci, 2000) 그람시는 1920사회당의 혁신을 위하여에서 사회당의 비민주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장석준, 2001)
 
사회당은 단순한 의회정당에 머물러 있었으며,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협소한 한계에 묶여 집권층의 피상적인 정치선언에만 관심을 가졌다. 사회당은 혁명적 프롤레타리아의 전형적인 정당으로서 자율적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당이 노력을 통일시키고 조정하는데 실패하고 영혼도 의지도 없는 단순한 관료적 제도임을 드러낸다면 노동계급은 본능적으로 다른 정당의 건설로 나아갈 것이며, 무정부주의적 경향으로 충성을 옮길 것이다. 왜냐하면 무정부주의자들은 정당의 집중성과 관료제를 신랄하게 끊임없이 비판하기 때문이다.
 
그람시는 당과 대중성, 즉 노동자계급의 자생성과 의식적 지도 사이의 균형을 주장하였다. 특히 정당 내 힘과 동의, 권위와 헤게모니, 지도와 피지도, 규율과 창의성, 연속성과 변화의 변증법적 통일을 강조하였다. 그람시에 따르면 모든 조직은 대중과 지도자들 간의 적절한 수치적 균형관계가 존재할 때에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하는 복합적 전체이다.
당이 노동계급을 지도하는 원칙은 기계적 방식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당이 권위의 외재적 부과를 통해 노동계급을 지도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계급을 지도하는 능력은 당이 스스로를 혁명적 기관이라고 선언한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일부로서 이 계급의 모든 부문과 연계하고 대중들에게 객관적 조건이 요구하고 고무하는 방향으로 운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있다.(장석준, 2001: 406)
그람시에 따르면 혁명은 전쟁과 같으므로, 전쟁이 군대의 지휘관에 의해 준비되듯이, 혁명 역시 노동계급의 지휘관에 의해 엄밀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혁명적 운동은 혁명적 전위 즉 자각하고 있는 엘리트들에 의해 지도되어야 한다. 다만 노동계급운동의 지도자들은 스스로를 대중에 기반해야 하고, 행동에 돌입하기 전에는 대중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Pozzolini, Alberto, 1970: 80)
적극적인 대중에 기반한 혁명적인 정당에 의해 조직된 노동계급의 헤게모니란 관점에서 대중들의 전반적인 저항은 성공적으로 대중을 조직하고 움직이게 하는 철저한 정치적 작업에 의해 형성된다. 오로지 이러한 방법에 의해서만 기존 사회의 범주를 초월할 수 있는 의식의 전환이 이론분야에서뿐만 아니라 혁명적인 실천분야에서도 가능하다. 또한 이럴 때만 혁명적인 조직의 적극적인 교육과 정치적 활동을 통해 노동자나 지식인 모두를 새로운 종류의 지식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Merrington, John,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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