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과 노동조합의 관계 : 서론

요약
 
마르크스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당의 건설을 주장하였고, 이 양자의 독립성을 강조하였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경제투쟁을 기본으로 시작하나 점차 정치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또한 마르크스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당이 모두 노동계급을 대표하고 있다고 보았으며, 다만 노동자당이 노동조합보다 더욱 선진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노동자당에 종속되는 것을 비판하였다. 레닌 역시 노동조합의 독자성과 경제투쟁의 필요성을 인정하였지만 노동조합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레닌에 따르면 노동자당은 노동조합을 매개로 하여 노동자 대중의 혁명운동을 지도해야 한다. 따라서 레닌은 노동조합이 노동자당에 의해 철저히 지도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반면 로자 룩셈부르크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노동자당에 의해 지도되어야 하지만, 이때의 지도는 절대적인 지도가 아니라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대중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치적 지도이어야 한다. 그람시는 노동자당의 노동조합에 대한 정치적 지도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였다. 그람시는 노동자당의 의식적 지도와 노동자 대중의 자생성 사이의 균형을 강조하였다. 그람시에 따르면 노동자 대중에 대한 당의 지도는 기계적인 지도가 아니라 민주적인 지도이어야 하며, 규율과 창의성을 변증법적으로 통일시키는 지도이어야 한다.

서론
 
마르크스는 노동자당과 노동조합의 관계에 대해 체계적인 저술을 남기지 않았다. 다만 양자의 관계를 시사할 수 있는 다양한 언급들을 마르크스가 여러 문헌에 남기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마르크스 시대의 노동자당과 노동조합의 역사적 관계를 먼저 이해하고, 마르크스의 진의를 추론할 수 있다.
독일에서의 노동조합은 1848년 혁명 당시 최초로 조직되었다. 하지만 1848년 혁명의 실패 이후 독일의 노동조합들은 정부의 탄압으로 붕괴되었다. 독일에서의 노동조합은 1862년 다시 부활하였으며, 1865년에는 최초의 전국적인 연합조직인 인쇄공총연합이 탄생하였다.1868년 영국의 영국노동조합회의, 1875년 독일의 국제노동조합연합과 라살레파의 노동조합이 통합한 자유노동조합, 1881년 미국의 미국캐나다노동조합연합, 1886년 프랑스의 노동조합협동조합전국연맹 등 전국적인 노동조합이 결성되었다. 1889년 파리에서 노동조합과 사회주의정당들의 연합체인 제2인터내셔널이 결성되었다. 1890년 국제광산노동자연맹, 190017개의 국제직업별노동조합 즉 국제산업별조직 등 노동조합만으로 이루어지는 국제연대조직이 탄생하였다.
1863년 페르디난트 라살레(Ferdinand Lassalle)는 독일 최초의 대중적인 노동자당인 전독일노동자협회(Allgemeiner Deutscher Arbeiterverein)를 창설하였다. 라살레의 임금철칙에 따르면 임금인상은 노동력의 공급을 증대시켜 결국은 다시 임금을 하락시킨다. 따라서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 등 노동조합의 역할을 경시하였고, 의회 내 사회법 등의 제정을 통한 노동자 처지의 개선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그는 당시 제국의회에의 진출과 보통?직접 선거권의 확대에만 전념했고, 이는 전독일노동자협회의 강령에 반영되었다. 1867년 노동조합의 투쟁의 결과로 단결금지법이 철폐되자, 전독일노동자협회는 노동조합운동을 강령에 받아들이고 노동조합의 결성에 나서게 된다.
1830년대부터 존재해왔던 혁명적 민주주의 노동자조직인 의인동맹이 1847년에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주도 아래 초보적인 정당의 성격을 지니는 공산주의자동맹으로 전환되었다. 공산주의자동맹은 1848년부터 1852년까지 유지되었으며, 독일혁명과 프랑스혁명 등에 관여하였다. 1868년 마르크스의 영향 아래 있던 리프크네이트와 베벨 등이 마르크스주의에 의해 지도되는 최초의 노동조합중앙조직인 국제노동조합연합을 창설하였다. 또한 1869년 베벨과 리프크네이트는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는 독일사회민주노동당을 결성하였다.
1875년 마르크스주의적인 독일사회민주노동당과 라살레주의적인 전독일노동자협회가 통합되어 독일사회주의노동자당이 출범하였다. 이후 독일사회주의노동자당 내에서 라살레주의와 마르크스주의는 서로 경쟁관계에 있었으며, 마르크스는 고타강령비판 등을 통해 라살레주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였다. 독일사회주의노동자당이 1891년 독일사회민주당으로 당명을 개정하고 마르크스주의를 당 노선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외형상 마르크스주의의 승리로 일단락되었다.
한편 1870년 네덜란드, 1871년 덴마크, 1876년 미국, 1879년 프랑스와 스페인, 1880년 영국, 1898년 러시아 등 각국에서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는 노동자계급정당들이 생겨났다. 이처럼 한 국가 내에서 그리고 국제적인 단위에서 노동조합과 당이 성장함에 따라 이 양자의 관계 문제가 점차 대두되었다.
마르크스 시절에 영국의 노동조합은 경제투쟁에 경도되었고, 정치투쟁은 선거권확대운동에서 벗어나지 못해 독자적인 노동자정당을 건설하지 못하였다. 반면 라살레는 노동조합의 임금인상과 파업투쟁을 경시하면서 노동자당에 대한 노동조합의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바쿠닌은 노동조합은 경제투쟁이 아니라 정치적인 변혁운동만을 전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마르크스가 작성한 1864년 국제노동자협회 총칙에 따르면 노동계급의 해방은 노동자들 자신이 쟁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노동계급의 자기해방 원리에 따라 노동자정당과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양자의 기본적인 관계를 설정하였다.
레닌은 마르크스의 노동계급의 자기해방 원리사회민주당의 조직원리로 발전시켰는데, 이에 따르면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을 결합시키며, 사회주의지식인과 노동자대중을 결합시켜 사회민주당이 성립하게 된다. 레닌의 이러한 사회민주당의 조직원리는 사회민주당과 노동조합의 결합을 강조하고 양자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논문은 마르크스가 노동자당과 노동조합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어떻게 비판하고, 자신의 입장을 전개했는지 살펴본다. 또한 이 논문은 마르크스가 설정했던 노동자당과 노동조합의 관계가 레닌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검토하고, 이에 대한 로자 룩셈부르크나 그람시의 비판을 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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