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평가와 교훈

 1. 노동자당은 총연맹보다 더 빨리 우경화돼 양자의 동맹은 약화된다.

노동조합총연맹의 경우 원내 진보정당 보다 자본주의 체제 내로의 제도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양자의 제도화에 간격이 존재하지만 노동조합은 정당의 제도화 속도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원내 진보정당의 우경화는 탈이념화, 탈계급화할 수 있지만 노동조합총연맹은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제도화의 마지노선이기 때문에 노자대립과 친노동자성을 벗어날 수 없다. 

유럽의 경우 노동조합과 결합하고 있는 정당이 집권할 경우 보통 초기에는 소득정책이나 노동정책에 있어 공동보조를 취하지만 결국은 국제경제체제의 한계로 인해 혹은 노동계급 이외의 일반 유권자의 지지를 얻고자 노동조합과의 협약을 파기하여 긴장관계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정당이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자본가 집단과 사회적 합의를 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노동조합의 지도부가 정당의 요구에 끌려갈 때는 노동조합 내부의 반발로 내분이 일어나기도 한다. 또한 집권한 진보정당이 다수 유권자의 지지를 얻으려고 할수록 노동조합의 요구를 부담스러워 한다. 결국 독일, 영국, 프랑스에서 보듯이 진보정당의 집권을 전후로 하여 양자의 관계는 더 이상 공식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2. 독일, 영국, 프랑스, 한국의 진보정당들은 제도화 이후 이념적으로 조직적으로 분화되며, 창당 강령을 포기하며, 의회주의에 경도돼 부르주아 정당과 연대를 강화한다. 

민주노동당으로의 통합은 합법정당노선(의회투쟁과 대중투쟁의 병행)의 수용이다. 국민참여당이 포함된 통합진보당으로의 통합은 의회주의 몰입이다. 민주노동당의 분열이나 통합진보당의 분열은 의회주의 몰입이 근본원인이며, 패권주의와 이념 논쟁은 하위 명분이다. 분당세력은 2008년 분당 이후 더욱 패권화되고 친북화된 민주노동당과의 통합,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에 동의한 것은 선거연합을 통한 총선 당선가능성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역사를 보면 의석 확대 등 이해관계가 맞으면 진보정당들은 이념과 조직문화의 차이, 과거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연합할 수 있다. 


3. 민주노동당이 유럽의 진보정당 보다 더 빨리 우경화된 이유는 한반도 냉전과 분단 고착으로 인해 국민국가를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당이 아니라 농민, 민주주의, 통일운동 세력이 연합한 민중정당으로 출발하여 노동자당으로 출발한 유럽 진보정당보다 더 빨리 국민정당화 경향을 보이며 의회주의에 몰입했다. 또한 한반도 특성으로 인해 민족해방과 계급해방이라는 전근대적인 이념적 조직적 대립을 극복 못해 정파 간 대립이 과잉돼 있다. 국가는 국가보안법 등 냉전과 분단 유지 도구를 통해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보듯이 제한적인 포섭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4. 사회주의 활동가는 총연맹과 진보정당의 우경화를 지연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우경화 속도가 늦은 총연맹이 진보정당의 우경화를 지연시키도록 양자는 긴장적 협력관계에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는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의 지지를 충분히 조직해 내지 못해 원내 진보정당으로서 충분히 성장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민주노총과의 전략적 결합이 여전히 필요한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이 성급하게 의회주의에 몰입하고 민주노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민참여당과의 선통합을 통해 국민정당화의 길을 재촉함으로서 양자의 관계가 파탄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초기에 설정하였던 양자의 동반성장은 그 방향이 옳았다고 볼 수 있다. 양자 모두 민주노동당의 조로화나 민주노총의 미성숙을 개선하여 양자의 조직적 관계를 더 연장시킬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당과 노동조합은 사회변혁에 대한 공동의 이해관계가 전제되어야만 전략적인 동반자적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양자가 사회변혁에 대한 유사한 이해관계를 공유하려면 노동조합총연맹과 원내 진보정당의 제도화가 지연되거나 의식적으로 회피되어야 한다. 특히 제도화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노동조합총연맹이 원내 진보정당의 제도화를 견제해야 한다. 

이를테면 민주노총은 집단입당제와 블록투표제를 통해 원내 진보정당의 국민정당화 경향을 지연시킬 수 있는 과도기적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민주노총은 단체협약 효력의 사회적 확장, 미조직노동자를 위한 사회적 의제 투쟁을 통해 전체 노동계급에 대한 대표성을 강화하고, 개별적인 단체협약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노동운동의 역량을 포괄하는 한편, 산별노조 건설과 총연맹의 강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전국 노동운동센터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여 원내 의석을 확장하려는 진보정당의 강력한 동반세력이자, 비판적 견인세력이 되어야 한다.

사실 특정 노동조합의 특정 노동자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과도적 현상이다. 영국 노동조합회의가 노동당을 창당하였듯이 특정한 경우에는 배타적 지지가 가능하다. 과거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복수의 노동자당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특정 정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거나 배제하면, 조합원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이 충돌될 수 있으며 노동조합 내 정치적 균열을 심화시켜 대중조직의 통일성을 훼손할 수 있다.  

이러한 결론을 고려하건대 노동자자 농민 빈민의 대중조직의 강화, 이들 대중조직의 사회적 요구를 연대투쟁으로 담아내는 대중투쟁기구의 건설, 대중조직과 대중투쟁의 정치적 귀결로서 대중적인 진보정당, 그리고 그러한 당 안의 다양한 변혁주체의 형성이라는 고전적인 명제가 아직도 유효하다. 


5. 결론

부르주아민주주의가 보장된 발전된 민주주의국가에서 노동자대중의 지지를 받으려면 합법정당노선이 불가피하고 일단 제도화되면 의회주의와 우경화는 필연적이다. 따라서 총연맹과 노동자당의 우경화를 지연시키거나 최소화시켜야 한다. 총연맹은 자신의 문제를 일부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당은 제3세력으로 성장할 때까지 양자는 동맹관계를 맺는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표를 흡수하기도 전에 우경화, 의회주의 몰입으로 나아갔다. 

노동자당은 민중정당, 일하는 사람의 정당, 노동자를 기반으로 하는 국민정당 순으로 우경화된다. 노동자당은 이념적 조직적으로 분열과 연합 및 통합을 반복하며 총연맹과 우경화된 노동자당 역시 동맹의 이완과 강화를 반복한다. 사회주의 세력은 총연맹과 노동자당의 우경화를 지연시켜야 한다. 또한 총연맹은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당의 우경화를 지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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