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국제 분쟁 전망

1)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의회에서 외교안보 문제에 영향력이 큰 상원은 민주당이 우세하고 예산지출권을 가진 하원은 공화당이 우세하다. 공화당은 전쟁비용보다 국내 문제에 예산지출을 늘리라는 입장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두개의 전쟁을 모두 지원할 수 없으니 우크라이나 전쟁 지출을 못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현재로서는 이민문제와 국경 문제에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전쟁예산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가 시들해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유럽의 지원 역시 축소가 논의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현실적이라면 늦어도 공화당 후보가 결정돼 양당 대결이 격화되는 초여름부터 전쟁 중단에 대한 협상이 가시화돼야 한다. 

반면 선거리스크가 없는 러시아에서 엘친은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높은 인기도를 앞세우고 전쟁을 강행하고 있다. 전쟁할 정도로 대규모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결국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종결이 시급한 미국은 크림반도를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러시아가 병합하는 것을 방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를 어떻게 압박하고 설득하느냐의 문제이다. 코리아 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중단돼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화됐듯이, 우크라이나도 종전을 할 수 없으나 최소한 정전(휴전) 형태로 사실상 전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즉 우크라이나 분단이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설득할 수 있는 양보조건으로 유럽연합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가입을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묵인하는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서방은 전후 발전을 한 서독, 한국, 대만 등의 예를 제시하면서 강력한 우크라이나 재건계획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 가입은 러시아가 승인한다고 해도 터키 가입 논란에서 보듯이 우크라이나와의 경제 격차에 따른 경제적 부담 문제 때문에 유럽연합 전체의 만장일치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즉 유럽연합 가입 문제는 러시아가 묵인하되 헝가리 등 친러 국가를 통해 유럽연합 가입을 방해하는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가져간다고 해도 쉽지 않은 문제이나 양국관계가 적대적으로 전환되고 유럽연합 가입 문제와 달리 나토 내부 갈등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언제까지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젤렌스키가 전쟁중단 협상에 반대하면 코리아전쟁 종결 당시 이승만의 지위와 유사해질 수 있다. 서방은 젤렌스키를 협상에서 제외하든, 아니면 실각 시나리오도 고려할 수 있다. 

관련하여 2024년 4월까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가 결선투표를 포함하여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계엄령을 통해 모든 선거를 중단한 상태이다. 현재 미국과 서방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항마를 검토하면 우선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2019년 대선 결선에서 패배한 바 있다. 젤렌스키가 포로셴코의 서방 방문을 금지할 정도로 포로셴코의 서방과의 접촉을 경계하고 있다. 젤렌스키와 불화설이 돌고 있는 잘루즈니 총사령관 역시 잠재적인 후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고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젤렌스키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서방과 야권이 동시에 선거를 요구하면 젤렌스키는 협상을 수용하고 재선에 나가는 것이 차선이다. 현 상태를 계속 고집하면 우크라이나 정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서방의 지원 외면으로 전쟁동원력이 바닥을 치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갈수록 협상 여론이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분노를 식혀줄 희생양과 보상이다. 젤렌스키의 대항마들이 서방과 결탁하여 젤렌스키를 희생양으로 삼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보상을 얻어낼 수 있다.



2) 팔레스타인 전쟁


2022년말 15년간 집권한 네타냐후가 극우정권의 수장으로서 재집권했다. 하지만 사법부 권한을 약화시키는 반민주적 조치로 이스라엘 역사상 초유의 대규모 시위사태를 야기했다. 위기에 빠진 네타냐후 정권은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인한 전쟁이 시작되자 서방과 국내의 지지를 회복하고 하마스 근절을 목표로 전쟁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희생자의 10배가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서방이 전쟁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인질구출 작전이 성과가 없고, 인질에 대한 오인사격이 발생하자 국내 지지도는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방송국 여론조사에서 76%가 네타냐후의 퇴진을 원하고, 64%는 전쟁을 끝내고 총선을 치뤄야 한다고 답변했다. 1월 1일 대법원이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네타냐후의 법안에 대해 무효 결정을 하면서 네타냐후는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 근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점령통치, 서안지구에서 정착촌 확대 등 강경책으로 민심을 사려고 하지만 성과가 없다. 인구 밀집지역의 민병대적 성격의 하마스를 근절하려면 민간인의 대량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안에서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통한 팔레스타인 축출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살인적인 가자봉쇄로 인해 반이스라엘 정서가 고조되면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지보다 높다. 이슬람 세력 안에서 강경파가 득세하고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확산되면서 민간인 학살 수준을 각오하지 않는 한 가자지구에서 점령통치가 곤란하다. 네타냐후의 정착촌 확대 정책은 하마스의 습격을 오히려 구조적으로 정당화하는 요인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유엔과 미국은 온건한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통해 2개 국가안을 유지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입장이 다르다. 네타냐후의 강경책은 중동에서 분쟁을 관리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타격을 주고 있다. 가자 전쟁으로 중동에서 반미정서가 고조되면서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 같은 친미 회교국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훼손되고 있다. 

아브라헴이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동조상이라는 기치 아래 이집트와 요르단에 이어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아브라헴 협정을 사우디 등에 확산시키려는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팔레스타인 인접국가 이집트와 같은 친미국가들마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가자전쟁이 이란과 같은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거점을 두고 있는 레바논으로 확전된 것에 보듯이 가자전쟁은 잘못하면 중동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2023년 10월 카이로에서 중동국가 정상, 유엔사무총장, 유럽정상, 남아공 정상, 그리고 중러와 일본의 대표단이 모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나 입장 차이로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참석했지만 입장이 난처한 이스라엘과 미국은 전쟁중단 압박을 회피하고자 불참했다. 중동국가들은 강경발언을 한 반면 서방국가들은 우회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가자전쟁이 악화되면 중동의 정상들이 다시 모여 강경한 입장을 논의하면 서방은 이스라엘을 더욱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집트 정부가 군사작전 중단, 양쪽 인질과 수감자 교환(1단계),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정파들이 참여하는 통합 과도정부 구성(2단계), 이스라엘 인질 전원 석방과 이스라엘 철군(3단계) 등으로 구성된 3단계 평화협상안을 제시했다. 

이스라엘 역시 무리한 목표를 사실상 철회하고 위험을 관리하고 하마스의 재건을 막는 저강도전쟁을 할 수밖에 없지만 실익이 별로 없다. 신년 초에 이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철군을 시작해 저강도 전쟁으로 전환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팔레스타인 전쟁의 근본원인을 미국의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중동에서 반미전선을 시도할 수 있다. 2023년 11월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과 푸틴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중동국가 편을 들었다.

하마스의 배후에 있는 이란은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이란은 반미전선의 선봉장을 자처하면서 미국과 핵협정(JCPOA) 복원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시리아의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저강도 전쟁을 유지할 수 있다.



3) 대만 대치


대만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봉쇄의 전초기지이자, 군사적으로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대만과 방위조약을 맺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만전쟁 개입의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 국내법상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은 대만의 자위력 유지를 위한 대만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무기 제공 및 대만 고위인사의 방미 허용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군사동맹이 아니라 자동개입 의무는 없다. 

또한 대만에 공식적으로 미군이 없으므로 중국의 대만 침공시 과거 미군이 대치된 한반도의 휴전선처럼 미군이 자동으로 직접 개입하는 인계철선(引繼鐵線, tripwire)은 없다. 따라서 미군은 국회로부터 전쟁수권을 받아야 하나 긴박한 사정을 고려해 베트남 전쟁의 통킹만 사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즉 대만해협 등 충돌지역에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미 군함을 진입시켜 중국의 공격을 유도하여 정당방어를 이유로 대만전쟁에 개입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모두 하나의 중국, 그리고 대만이 독립하지 않는 한 현재 대만의 지위를 보장한다는 현상불변에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 마카오의 사례에서 보듯이 연방제와 유사한 일국양제로 평화적으로 통일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중국은 미국이 현상불변 합의에 위반하여 대만 독립을 부추긴다고 격앙돼 있고,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여 현상불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유도하지 않지만 대만이 독립하려고 한다면 대만의 자결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입장이 외세에 의한 현상 파괴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대만 독립에 우호적인 고위층을 공식적으로 파견하고 2005년부터 해병대와 특수부대를 비밀리에 배치해 2023년 초 200여명으로 증강된 상태이다. 

현재 바이든은 대만전쟁에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고 공언한 반면 트럼프는 중국과 대만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선호하고 있다. 대가가 없으면 개입을 안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만 개입이 날로 현실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대만전쟁에 대비하여 이미 군함 수에 있어 미국을 능가했다. 미국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2031년까지 5척의 항공모함, 10척의 핵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SSBN·전략핵잠수함), 190대 이상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할 예정이다. 

대만 전쟁 시기에 대해 미국과 대만의 대선이 있는 2024년부터, 시진핑이 4선에 도전해야 하는 2027년까지 회자되고 있다. 2024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5% 내외 앞서가고 있으며,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추격하고 있고,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20% 내외의 지지율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민진당이 승리하면 중국의 압박이 강해지고 대만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요구하는 등 미중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커원저 후보 측도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고 있으며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후보단일화가 되면 국민당이 승리한다.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1250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허우유이 후보와 라이칭더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31%로 동률을 기록했다. 

중국 본토에 거주하는 대만인은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120만명 수준이며 대부분 국민당을 지지한다. 다만 대만은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어 모든 투표를 대만에서 직접 해야 한다. 국민당이 승리한 2012년 선거에서도 본토 거주 대만인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민진당은 이미 8년 동안 집권했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국민당이 집권하면 양안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대만 위기는 수면 밑으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