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 시작하나?

북조선이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였으나 대한미국의 통치권이 북에 미치지 않으므로 남한이라고 지칭하고 같은 논리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통지권이 남한에 미치지 않으므로 북조선이라고 지칭합니다. 


대선 직전에 2개의 전쟁+ 2개의 대치에 몰린 미국

1. 북조선의 핵무기 다종화 고도화 대량화

북조선은 미국본토, 괌, 일본, 한반도,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전략, 전술핵무기를 개발했다. 다탄두 각개 재돌입 발사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극초음속미사일, 고체연료, 회피기동, 핵어뢰, 핵무인잠수정, 군사위성 등 고도화된 핵무기도 개발한 상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이미 배치됐고 핵잠수함은 설계를 끝내고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은 지정학적 이유와 실효성을 볼 때 북에게 불필요한 무기이다. 

600㎜ 초대형방사포, 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화살-2 순항미사일, 화살-1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4·KN-25,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8종의 투발수단에 장착하여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탄두를 화산-31로 표준화하여 대량생산체제가 예상된다. 

국내외 북조선 관련 전문가 단체는 북조선의 핵 탄두 숫자에 대해 2023년 기준 최소 30발 최대 90발로 추정하고 있다. 북조선의 핵탄두 목표량은 현재 중국의 4~5백 발 보다 다소 적은 300 발이며, 20230년까지 160 발을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속도라면 매년 7~8개의 핵탄두를 배치할 수 있으나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농축 능력을 확장한다면 핵탄두 증가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 


2. 한미 북조선 핵무기 배치 기정사실화

윤석열 정부는 북조선의 핵무기 배치에 대응하여 미국에게 유럽식 핵공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라는 요구도 있으나 미사일이나 비행기를 이용해 한반도 인근에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미국은 소극적이다. 한미 양군은 3월 4일부터 14일까지 한반도에서 북의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를 실시한다. 

미국의 북조선 비핵화가 실패했다는 점을 한미 모두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핵무장을 한 북조선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단계적 핵무기 폐기, 핵군축, 핵 억제력 강화를 통한 핵 대결 유지 등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북핵 문제를 쟁점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바이든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3. 미국 비핵화 정책 후퇴 가능성 시사

미국의 북핵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CVID)이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협상의제로 삼으며, 다만 단계적 폐기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북정책을 유지하면서, 그동안 북조선과 20여차례의 물밑 접촉을 하면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조선은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핵무기의 다종화, 고도화, 대량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버금가는 핵무장 국가로 신속하게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023년 12월 13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통해 재집권하면 ‘북핵 동결’의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을 제공하는 거래를 추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의제가 핵 폐기 자체가 아니라 핵무기 개발 중단, 배치중단, 확산 중단 등 핵 군축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부인했다. 

지난 3월 4일 서울에서 열린 ‘중앙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2024’ 특별대담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한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지만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역내와 세계가 보다 안전해질 수 있다면 북핵의 위협을 감소하는 중간 단계(interim steps)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3월 5일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정박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가 전날 선임보좌관이 언급한 중간단계를 재확인했다. 특히 북조선에게 핵 폐기 이전에 핵동결 혹은 핵군축 의제로 삼을 대상에 대해 전술핵무기에 들어가는 고체 연료, 초음속 미사일, 무인잠수정(UUV, Unmanned Underwater Vehicle) 등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미 백악관 NSC 대변인은 중간단계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의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는 동안 북조선과 가치 있는 여러 대화를 모색할 것이며, 이는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줄이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역시 북조선의 비핵화 과정에서 중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4. 중간단계의 의미

중간단계는 최종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하지만 실제 협상에서 핵 동결에 보상을 제공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스몰 딜이나 잠정 합의(interim agreement)이다. 최종 목표를 비핵화로 설정하지 않는 '위협 감축 논의'는 자칫 북조선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군축 협상'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대통령부터 고위급 실무자까지 북조선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고 북조선에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낸다는 점을 볼 때 이러한 발언들은 미국의 목표는 북조선의 비핵화이지만 실제 협상테이블에 올라가는 협상의제는 그 전단계인 동결이나 군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중간단계의 의미가 미국의 정책전환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워싱턴은 정책변화가 아니라고 파문을 축소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도 5일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동일한 취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기존 정책이나 한국정부의 입장도 북조선이 핵무기 폐기에 동의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처음부터 협상의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이며 이 원칙에 합의하면 이를 달성하는 단계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은 북조선의 핵무장 속도를 늦추거나 전쟁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핵 폐기가 의제가 아니라고 해도 그 부분에 대해 북조선과 협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5. 전망

1) 핵전쟁 훈련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조선 달래기

북조선이 최근 남한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전쟁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남한을 타격할 수 있는 각종 전술핵무기를 시험 발사하면서 미국과 외신들은 한반도에서 전쟁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한미가 핵전쟁을 대비한 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군사적, 재정적으로뿐만 아니라 대선 여론에서도 곤혹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조선이 군사적 행동을 할 경우 미국이 쓸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다. 여기에 중국이 대만에서 충돌을 불사하면서 북조선과 보조를 맞추면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재앙이다. 트럼프가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바이든의 개입정책을 비난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의 고위층들이 잇따라 북조선의 군사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것일 수 있다. 즉 미국이 실제로 핵동결이나 핵군축을 대가로 제재 해제, 군사훈련 중단 등 대가를 제공할 생각이 없으면서 위기를 모면할 꼼수일 수 있다. 


2) 핵동결 혹은 핵군축 회담 수용

북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조선이 그럴 의도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점. 주한미군 철수와 체제보장 및 관계정상화 그리고 경제적 보상 등 북에 상응할 만한 대가를 줄 수 없다는 점, 북조선이 핵무력을 사실상 완성했고 적대적 조건에서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 조야에서 비핵화는 실패했고 단지 핵전쟁의 가능성을 통제하는 핵군축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재선가능성이 높은 트럼프가 북조선의 핵 문제를 다시한번 자신의 쇼를 위해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국내 문제는 불법이민자, 국외 문제는 명백한 보상과 국익이 없는 해외 개입에 반대하는 것이다. 특히 전임자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면서 반대의 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즉 진척이 없는 바이든의 북핵에 대한 정책을 비판하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이 된다면 자기가 북과 조성한 협상분위기를 바이든 정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북조선이 핵무장을 완성했다고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면서 미국의 목표는 북핵 폐기이지만 당장은 핵전쟁 위협을 없애야 한다면서 협상의제를 핵동결 내지 핵군축, 핵통제로 제시할 수 있다. 즉 빅딜은 현재로서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당장 협상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북조선과 핵문제를 타결하려는 명분 중 가능성이 있는 것은 가망성이 없는 북핵 폐기보다는 북조선과의 ‘빅딜’을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한 뒤 현재 중국의 편에 서 있는 북조선을 중국 견제의 첨병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대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중국의 동맹인 북조선을 관계개선을 통해 중립화하겠다는 것이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한 키신저의 해법이나 중국을 경제하기 위해 교전국이었던 베트남과 우호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북조선의 입장에선 미국이 우크라이나, 가자, 대만 문제로 강경책을 쓸 수 없는 지금 신속하게 핵무장을 완성하여 실질적으로 중러와 같은 핵무장 국가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그 이후 트럼프가 핵동결, 핵군축, 핵통제 협상을 제안해 온다면 실리를 택하면서도 핵무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북이 핵무장을 완성하여 미국 본토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미국 유권자에게 각인시킨다면 어떠한 미국 대통령도 핵전쟁을 통제하는 협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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