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신구 보수주의 비교1-⓵ 미국의 네오콘과 트럼프주의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연구위원)

1. 소련 붕괴 이후 신보수주의 노선 분화


공산주의 붕괴 이후 보수주의자들은 앵글로 섹슨, 개신교, 미국식 정치체제 중심의 세계 지배질서를 유지하고 확산하는 것을 공동의 목적으로 삼고 있지만 그 방법에 있어 약간 다른 입장을 지니고 있다. 


어빙 크리스톨과 진 컬크패트릭(Jeane Kirkpatrick)로 대변되는 현실주의(Realist)는 냉전 이후에도 미국의 세계경찰로서 역할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필요하다면 미국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맹이 반대해도 국제분쟁에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일방주의와 고립주의 노선을 채택한다. 


무라브직(Johshua Muravchik), 덱터(Midge Dector) 등 다수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속해 있는 민주적 세계주의자(democratic globalist)들은 미국의 역할을 미국식 민주주의를 세계에 확산하여 민주주의 제국을 건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은 십자군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공산주의 대신 권위주의를 인류의 적으로 삼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을 부추기는 바이든의 정책과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확산이 목표이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중심국가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고 미국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제3세계에 대한 개입정책보다는 유럽이나 전통적인 민주주의 동맹국가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2. 네오콘의 역사적 진화


미국의 전통적인 보수는 반공산주의, 인종차별주의, 기독교 복음주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s)’는 기존의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보수주의자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처, 레이건과 같이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이 새로 부상하는 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와 다른 개념이다. 보수적 유대인 집단, 기독교 근본주의, 군산복합체제론자 이외에 우파로 전향한 새로운 그룹이다. 


네오콘이 노선적으로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네오콘의 인적 수혈은 반공좌파에 의해 가능했다. 트로츠키주의에서 전향한 어빙 크리스톨(Irving Kristol)이 네오콘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트로츠키주의 반공좌파는 노먼 포더리츠(Norman Podhoretz)가 편집자로 있던 친유대주의 저널 코멘터리(Commentary)에 학문적 뿌리를 두고 있다. 


남궁곤(2004)에 따르면 주로 트로츠키주의자였던 반공좌파들이 민주당 좌파를 거쳐 공화당 강경파로 개종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이들의 등장 시기는 뉴딜 시기에 사회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트로츠키주의가 미국에 수입되면서 스탈린주의와 대립했던 1930년대 말이다. 이때 어빙 크리스톨을 비롯한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뉴욕시립대학에서 반소좌파 그룹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뉴욕시립대학에 스탈린주의자들이 트로츠키주의자보다 세 배 정도가 많았기 때문에 트로츠키주의자들의 반스탈린 투쟁은 강경했다. 이들은 스탈린과 연합군을 형성하여 독일 및 일본과 전쟁을 치르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소련 지원 정책에 비판적이었다. 


이들의 첫 번째 개종 시기는 청년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민주당 좌파로 진입하기 시작하던 1960년대 후반이다. 이들은 공공성을 강조하는 수정자본주의 정책을 주장하면서도 소련과 공산주의를 비판하지 않는 자유주의 지식인을 용공이라고 공격했다. 공산주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중도 우파로 개종한 셈이다. 


이들은 한국전쟁, 월남전을 공산주의에 대한 십자군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당 성향의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베트남 반전운동에 염증을 느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 미국의 전통가치, 엘리트 역할, 시장 등의 보수적 가치를 주장했다. 


1976년 이들은 다른 민주당 보수진영들과 함께 헨리 잭슨(Henry Jackson) 후보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였지만 자유주의 성향의 카터에게 패배하였다. 카터 대통령 시기에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고, 대외적으로 이란 인질사건, 니카라과 좌익 혁명, 소련의 아프간 침공 등 미국의 위상이 추락했다. 카터의 우유부단함에 실망한 이들은 공화당으로 다시 개종했다. 


공화당 내에서 이들은 레이건 시대에 행정부에 진입하면서 신보수주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네오콘 성향의 학자들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고위직이 진출해 네오콘 세력을 형성한다. 어빙 크리스톨과 마찬가지로 유대계 시카고 출신인 리차드 펄(Richard Perle)과 폴 월포위츠(Paul Wolfowitz)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미 레이건 시대에 폴 월포위츠는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리차드 펄은 국방부 지구전략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아들 부시 즉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초반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 네오콘들이 미국의 최고정책결정권에 영향을 미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2004년 부시 대통령의 재선 과정에서 신보수주의자들은 보수 기독교, 체니(Dick Cheney) 부통령이나 럼스펠드(Donald Rumsfeld) 국방장관 등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과 연합했다. 신구 보수주의자들은 1997년 신보수주의 핵심 문서로 꼽히는‘새로운 미국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 Project for New American Century)’성명을 주도했다.  



3. 트럼프주의


트럼프주의는 우익 포퓰리즘, 국가 보수주의, 신민족주의, 신파시즘과 같은 광범위한 우익 이데올로기로 구성되어 있다. 청교도적인 금욕주의, 소수자와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 기독교 민족주의자, 보호무역, 반페미니스트, 주류 언론에 대항하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 등을 포함한다. 트럼프주의자는 권위주의를 따르며 대통령의 권한이 헌법이나 법치주의에 의해 제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기존 매체를 혐오하고 소셜미디어 등 신매체에 의한 대중 선전을 중시한다. 엘리트 정치에 식상한 대중들을 선동하여 기존 정치권 전체를 공격한다. 


트럼프는 개인숭배와 집단최면의 대중전술을 구사한다. 2020년 10월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 무소속자의 58%가 자신을 공화당보다는 트럼프 지지자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원 4명 중 3명은 대선 개표 조작 등 음모론을 믿고 있으며 거의 절반이 대선 결과를 최종 발표하는 국회 공격에 대해 묵시적 지지를 표시했다. 


외교는 국익에 철저한 고립주의 노선이나 국익에 부합한다면 예외적인 개입을 허용한다. 따라서 외국 분쟁에 대한 개입을 반대하며, 나토와 아시아동맹에 대한 비용지출에 반대한다. 동유럽, 대만, 한국 등 외국에 개입할 때는 상대방에게 분명한 대가를 요구한다. 


미국에서 사양산업인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자본가와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백인의 블루칼라는 경공업은 중국, 첨단산업은 미국이라는 미국 기득권의 신자유주의 전략의 피해자이다. 따라서 국제분업에 반대하며 전통적 산업국인 중국, 한국 등 공업국가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본다. ‘마가’(MAGA)는 트럼프의 2016년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이다. 이는 미국의 세계경찰의 지위를 강화하기 보다는 미국 국내 문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의미이다. 


유럽에서 중동전쟁에 따른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외국인 혐오증이 증가하듯이 미국에서 중남미의 사회적 경제적 난민이 유입에 반대하는 외국인 혐오증이 증가한다. 이주민과 불법체류자는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가난한 백인과 경쟁하기 때문에 저학력 백인들은 국경 봉쇄를 요구하는데, 트럼프가 강경론을 펼치면서 백인노동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엥글로색슨 계열뿐만 아니라 라틴계열 중 미국의 시민권을 얻어 백인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경우도 트럼프를 지지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기독교 전통을 옹호한다. 백인, 기독교, 육체노동자가 트럼프의 지지기반이다. 2016년 선거 출구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26%가 자신을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식별했으며 그 중 4분의 3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했다(Pew Research Center).


중동난민으로 몰살을 겪는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급성장하고 그 일부가 정권을 잡는 것에서 보듯이 트럼프주의는 신파시즘의 형태로 유럽에서 먼저 등장했다. 경제위기, 조직범죄로 정치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남미에서도 트럼프와 유사한 신파시즘적인 극우정당들이 성장하고 있다. 


참고 

- 남궁곤. 2004. "미국 신보수주의의 정치적 의의와 연구경향."한국사회과학 제26권 제1∙2호(2004: 3~35)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