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진보의 대선-지방선거 대응전략

1. 한국사회의 대전환과 노동·진보의 위기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운동의 노쇠화 및 세대교체 실패, 자동화와 인공지능과 같은 산업전환으로 인한 노동운동의 사회적 교섭력 약화, 87년 민주화세대의 퇴장과 청년세대의 보수화 및 탈이념화, 기후/생태 변화로 인한 보건과 자연재해 및 젠더와 같은 비계급적 의제의 부각 등으로 인해 노동·진보의 객관적 조건이 악화되고 있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의원 등 진보 대표선수가 퇴장한 이후 진보정치의 대중적 리더십, 즉 수도권 지역구에서 당선될 수 있는 차세대가 없다. 진보정당의 정당명부 득표율은 대표선수가 원동력이다. 따라서 향후 정당명부 득표율도 낮아질 것이다. 특히 2024년 총선에 더 많은 비례연합 정당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중간정당들이 양산되는 조건에서 진보정당들이 계속 분열된다면 대표선수가 없는 조건에서 향후 몇 차례 총선을 거치면서 점차 위세가 축소되어 결국은 원내에서 진보정당들이 퇴출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87년 민주화세대의 정치권 퇴장으로 민주당과 같은 중도보수는 탈이념화, 친미화될 수 있다. 박근혜 탄핵, 김종인 역할, 윤석열 부각, 이준석 돌풍을 종합하면 박정희 세대로 대표되는 수구보수가 쇠퇴하고 있으며 신보수는 상대적으로 탈이념화, 실용주의로 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도보수와 수구보수가 수렴되면서 양자 모두 사회경제적 조건의 변화로 유럽식 복지체제를 점차 수용할 것이다. 그 결과 진보정치의 의제 파급력도 약화된다.

 

친미와 복지 등 차별성이 약화된 거대정당은 영미식 양당 독주체제를 강화하거나, 독일식 대연정, 일본식 보수대연합을 추진할 수 있다. 한국에서 보수화와 탈이념화가 가속되는 조건에서 친미 보수독재 체제가 올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수연합을 시도한 적이 있고, 노무현 역시 대연정을 제안한 적이 있다. 한국에서 대연합을 통한 보수의 독재는 일본의 자민당 탄생과정에서 보듯이 한국을 중국의 영향력에 흡수되지 않게 하고 한반도 분단 체제를 영구화하려는 미국의 전략과도 부합된다.

 

 

2. 2022년 대선 구도와 노동·진보 후보의 완주

 

이재명 도지사는 김부선 사건, 가족 문제 등을 검증받았고 더 이상 검증문제가 없다. 여당 내에서 이재명과 다른 후보군의 격차가 너무 심하므로 민주당 주류는 이재명 카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민심과 다른 당심이 작용하면 이재명은 탈당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정권교체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총장의 현재 지지도는 인지도일 뿐이다. 과거 수많은 관료가 선거 직전까지 부각됐지만 본선을 통과한 사람은 이회창뿐이다.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 당대표, 당내 경선 승리 등 국정운영능력을 보더라도 또한 강소연방제 등 비전 제시에서도 윤석열은 비교가 안 된다.

 

인사청문회 제도로 인해 공인에 대한 법적 검증기준이 엄격해졌다. 특히 노회찬 전 의원과 박원순 전 시장의 자살, 친여 광역단체장의 몰락,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법률적 검증은 물론 도덕적 검증의 여론 파급력이 높아졌다. 친야 성향의 장성철 소장의 고백에서 보듯이 윤석열이 검증을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회자되는 20여개의 위법, 탈법 리스트보다 결정적인 것은 본인과 처가에 대한 윤리적 추문이다.

 

친박세력의 반감으로 인해 윤석열의 본선 득표력도 제한적이다. 수구보수는 윤석열말고 득표력있는 사람이 없다. 결국 2022년 대선은 거대양당의 박빙이라는 전례와 달리 2017년 대선 구도와 마찬가지로 큰 표 차이로 이재명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건이라면 2017년 대선처럼 노동·진보 후보는 완주는 물론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 6% 수준을 목표로 할 수 있다.

 

문제는 어차피 떨어질 진보후보가 왜 인적 물적 자원을 투하하면서 대선에 나오는가이다. 즉 어떤 대선전략이냐의 문제이다.

 

 

3.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계하는 발전전략

 

2022년 대선에 있어서도 민주노총은 이미 총파업 전술을 채택했다. 민주노총이 202111월 정치파업으로 노동자의 결의를 다지고, 진보/사회주의 정당의 대통령 후보단일화도 성사시킬 수 있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자민중이 힘을 결집한다면 진보/사회주의 정당 정당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2024년 총선까지 이어지는 전략과 실천을 통해 제3세력으로서 도약할 수 있다.

 

39일 대선 공동대응의 기세를 이어 61일 지방선거에서 울산과 창원 같은 노동자도시와 일부 수도권에서 노동자후보가 단일화되면 2010년이나 최소한 2006년 지방선거와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노동자후보의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그러한 평가를 토대로 2024년 총선에서 노동자단일후보와 비례대표 선거연합 정당 건설은 실질적인 힘을 받을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 후보단일화가 아니라 진보/사회주의 정당의 선거연합 정당도 가능하다. 우선 대선의 단일후보가 제3의 창준위를 통해 출마할 경우 이 창준위 체제로 진보/사회주의 정당의 단일후보가 출마하는 방안이다.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방선거에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광역 비례의원 당선을 목표로 한 선거연합용 비례정당은 실현성이 낮다.

 

현재 서울과 경기의 광역의원 정수는 100명이 넘고 다른 광역 의회도 통상적으로 50명 내외이다. 따라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지방선거에서도 도입할 수 있다. 2022년 지방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없겠지만 진보/사회주의 정당들이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의 50%를 연동형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것>을 공약으로 주장할 수 있다. 광역의원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지방선거에서도 비례대표 선거연합 정당이 가능해진다.

 

2024년 총선에서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49석으로 확대된다. 그렇다면 진보/사회주의 정당 정당들이 통합하지 않더라도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활용한 선거연합정당을 추진할 수 있다. 나아가 진보/사회주의 정당 정당들은 울산과 창원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단일화할 수 있다.

 

울산과 창원 등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노동/진보진영의 후보단일화의 효과는 민주노동당 시절에 이미 입증됐다.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에도 울산과 창원 등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전체가 지역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에 참여한 사례가 있다. 2016년 총선에서 노회찬 전 의원을 창원에서, 윤종오 구청장을 울산 북구에서, 김종훈 전 구청장을 울산 동구에서 민주노총 후보로 선출하여 당선시켰다. 반면 진보정당들이 각자 출마한 2020년 총선에서 울산과 창원에서 당선자가 없었다.

 

대선에서 민주노총 주도로 후보단일화를 모색하다가 단일화에 실패하면 진보/사회주의 정당의 후보들이 각자 출마하게 된다. 물론 민주노총이 대선후보 단일화에 실패해도 지방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 각개전투에 대한 각 정당의 평가가 복잡해지면서 민주노총 주도의 후보단일화가 큰 힘을 받지 못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대선에서 공동대응은 지방선거에서의 공동대응을 훨씬 수월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영향력 쇠퇴, 민주노동당의 분당, 통합진보당의 분당과 해산에도 불구하고 전체 노동·진보는 조직적으로 더 성장했다. 민주노총은 여성, 비정규, 청년 노동자를 중심으로 촛불 이후 30여만 명이 늘어 100만을 돌파하였다. 당원 기준으로 진보당과 정의당을 합치면 과거 민주노동당의 규모를 넘는다. 노동당, 민중당도 제도정당에 걸맞은 당세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진보/사회주의 정당들이 분열되어 있어 소선거구제 양당제의 장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당들의 대중투쟁이 분산되어 양적 규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민중대회 조차 치르기 어렵다. 당연히 민중공동행동과 같은 공동투쟁체는 힘을 받지 못한다. 노동조합 현장에서도 주요 활동가와 조합원들이 각 정당으로 쪼개져 있어 투쟁과 교섭의 파괴력이 약화되고 있다.

 

노동·진보의 후보들을 단일화시키는 것은 진보정당들과 좌파 세력으로 쪼개진 민주노총의 노동현장을 단결시키는 길이다. 또한 노동계급의 자본가와 국가에 대한 교섭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분열된 진보/사회주의 정당을 연대연합하게 만들어 보수양당 독주체제를 균열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4. 노동·진보의 현황과 과제

 

1) 투쟁도 협상도 못하는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산업전환의 시대에 투쟁과 협상을 모두 강화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투쟁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협상에 의존하게 되고 사회주의 좌파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결국 투쟁도 협상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국가와 자본의 산업정책에 수동적으로 대처하면 결국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고 민주노총의 존재 기반은 약화된다. 이것이 국가와 자본이 노리는 바이다.

 

민주노총은 내부적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세대교체기에 들어섰다. 87년 민주화 세대가 향후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내에 노동현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신규노동자들은 이름만 정규직이고 임금, 고용보장, 노동조합 활동 보장의 측면에서 내용적으로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다. 최저임금은 모든 신규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베이스, 즉 기초임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늦어도 10년 이내에 민주노조운동에 경험이 없는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조합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투쟁을 겪지 못한 젊은 노동자들은 이름뿐인 정규직에 안주하고 민주노총 차원의 연대투쟁에도 소극적이 될 수 있다. 1기 민주노조 세대들은 5년 이내에 투쟁의 성과를 내고 젊은 노동자들에게 투쟁의 전통을 계승시켜야 한다.

 

민주노총의 영향력 쇠퇴는 과거 노동자군대라고 불리던 대공업노동자의 양적 감소와 관련이 있다. 집단적 규율이 없는 서비스업과 같은 개별노동의 증가는 노동계급의 단결을 저해한다. 민주노총의 주력은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공무원, 공기업, 교사직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단결권이 제한되고 있으며, 단체행동권은 사실상 박탈되어 있다는 점이다. 공장 파업의 파괴력의 쇠퇴에서 보듯이 민주노총의 경제투쟁의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 향후에 병원, 공무, 교육 등의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단결권과 행동권을 확장시켜야 한다.

 

과거에 노동자와 자본의 대립으로 인한 쟁점이 사회적 의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젠더, 기후/생태, 보건 등 다양한 의제들이 노동의제에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분단으로 인한 의제, 즉 이념 대립, 남북관계, 북핵, 중국 및 미국과의 관계 등이 중요의제로 추가되고 있다. 코로나19나 남북정상회담 등 노동 밖의 의제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일순간에 덮어버린다. 한편으로는 노동자 역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런 문제의 당사자이다. 그래서 노동조합도 노동 밖의 의제에 대해 관여해야 한다. 이 경우 노동조합 혼자 힘으로는 안 되고 다양한 단체와 특히 진보/사회주의 정당들과 연대를 해야 한다.

 

유럽의 사례에서 보듯이 총연맹은 자신의 경제투쟁만으로 자신의 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수 없다. 정치투쟁으로 경제투쟁의 조건을 개선시켜야 한다. 조합원의 투쟁과 협상에서 역량강화는 노동조합 안에서 충분하지 않다. 총연맹과 동반 성장하는 진보/사회주의 정당들이 필요한 이유이다. 전면 파업이 위력이듯이 노동자의 투쟁력, 노동조합의 교섭력은 노동자의 단결에서 나온다. 조직 노동자의 경제투쟁은 민주노총으로 집약되지만 정치투쟁은 정당의 분열로 인해 약화되어 있다.

 

노동자정치의 분열은 경제투쟁의 약화로 나타난다. 현장투쟁도 정당, 정파별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자신의 출범 정신인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폐기하지 않는 한 노동자정치의 통합 내지 연합은 끊임없이 시도돼야 한다. 정당 소속의 민주노총 집행부는 당과 노조의 전략적인 관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특정 정당으로의 편향에 치중하지 않는다면 당과 협의하면서 오히려 노동자정치의 단결을 추진할 수 있다. 민주노총 후보의 단일화 과정은 민주노총의 정치세력화의 가장 낮은 단계이다. 20223월 대선, 그리고 석달 후 지방선거에서 후보단일화 과정을 노동자정치의 연합을 실현하는 매개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성공한다면 2024년 총선에서 최소한 비례대표선거연합 정당을 건설할 수 있다.

 

 

2) 내실이 없는 정의당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으로 대표되는 87년 민주화 세대 이후의 원내정당으로서 생존과 확대 전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정의당이 보수정당과 차별성이 있는 진보정당이 되려면 조직, 의제, 정치지도자 측면에서 주요 부분을 노동에 근거해야 한다. 하지만 정의당은 여전히 노동에게 지지를 요구할 뿐 내용적으로 노동의 비중이 약화되고 있다. 정의당을 민주노동당 수준의 노동자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정의당에 들어간 민주노총 내 세력들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

 

그래도 노동문제는 정의당에서 주요 의제로 다루고 지고 있지만 평화와 통일, 미국 문제는 경시되고 있다. 자주와 평등이라는 진보적 의제 측면에서 반쪽짜리 정당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의당이 젠더와 같은 새로운 의제를 다루는 것은 좋으나 자주와 평등이라는 전통적인 의제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지 못하다. 정의당의 의정활동도 이벤트성이 아니고서는 노회찬이나 심상정 의원 수준의 폭발력 있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과거 스타 의원이 배출된 것은 개인적인 역량도 있지만 당 차원의 정책과 보좌 시스템의 역할도 컸다. 정의당의 진보정당으로서의 시스템 특히 조직력은 취약하다. 당원들이 중앙과 지역의 대중투쟁을 조직하고 주도하는 것이 흔하지 않다. 민주노총 내에서 정의당의 확장력은 침체상태라고 봐야 한다. 민중공동행동과 같은 대중투쟁전선에도 참가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와 통일운동 세력들이 정의당에 대해 실망하고 있지만 현재 정의당의 근본적인 상황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정의당은 제도정당으로서 진보진영 내에서 우위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의제와 조직 및 인적 측면에서 대전환과 확장이 필요하다.

 

여영국 대표 체제의 정의당 내에서 대선기획단이 가동 중이며, 대선후보의 당내외 발굴, 당명 개정 논의, 플랫폼 정당 등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좀 더 근본적인 발전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정서상 진보대통합은 어렵다고 해도 후보단일화와 비례대표 선거연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3) 제도권에서 배척당한 진보당

 

진보당의 당원 규모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진보당은 다양한 노동현장에서 투쟁에 결합하고 있으며, 그 성과를 기반으로 하여 민주노총 내 지분을 확대하고 있다. 진보당 당원들이 지역본부장, 가맹위원장에 당선되고 민주노총 집행부에 당선되었다.

 

진보당의 정치력은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일단 각종 선거에서 낮은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울산이나 창원에서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제도정치, 기성언론들은 진보당을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후신으로 취급하면서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대한 명예회복이 되지 않는 한 제도권의 따돌리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정치에서 확장이 양적 성장에 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도정치 즉 득표력으로만 본다면 진보당은 조직적 투자에 비해 정치적 효율이 너무 낮다. 정당의 존재가치가 반드시 득표율이나 당선자가 아니라고 변명하겠지만 진보당의 창당 목표는 분명히 제도권 정치에서의 성장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020년 총선에서 민주노총과 당 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지도부가 중도진영과 비례대표 선거연합 정당을 추진하려고 했을 것이다.

 

진보당은 언제까지 조직력과 득표력의 불균형과 비효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진보당은 자신들이 제도권에 포위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에 당분간 조직사업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진보당은 장기적으로 조직 확대를 통해 힘으로 노동·진보의 판을 정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정치정세가 좋아 질 때 대담하게 방향전환을 하려고 할 것이다. 조직으로 민주노총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겠지만 소선거구 양당제를 극복할 수 없다.

 

진보당은 노동·진보의 다수세력으로서 책임성과 신뢰 및 주도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진보당은 대선에서 의제제기, 대중투쟁, 후보전략을 병행하기로 했다. 진보당은 추석까지 후보를 선출하고 자당의 후보 중심으로 민중후보전략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의 득표율을 보건대 진보당의 독자후보는 득표율 측면에서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 따라서 진보당은 실질적으로는 지방선거에서 교두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지방선거기획단을 가동 중이다.

 

진보당은 국민들에게 피해자임을 강조하지만 정작 진보진영 내에서는 과거 다수결의 수혜를 가장 많이 누린 패권의 가해자로 인식되어 있다. 특히 진보당은 민주노총 직선 집행부를 배출한 조건을 점진적인 조직 확대의 계기로 삼을 것이 아니라 축소된 정치력을 복원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4) 반대 아닌 독자 역량이 없는 사회주의 세력

 

사회주의 의제와 조직이 시기상조라는 관점은 한국사회에서 이미 비현실적이다. 한국은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이므로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요구, 즉 임금노동을 폐지하려는 사회주의적 요구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한국의 사회구조로 인해 사회주의 의제와 조직은 비록 부침하더라도 항상 일정한 세력을 형성한다.

 

문제는 분열된 사회주의 조직은 사회주의를 실현할 역량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민주의와 자유주의를 견인할 수 있는 역할도 못한다는 점이다. 민주노총만 보더라도 분열된 사회주의 세력은 협상파를 비판할 뿐이고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역량이 없고, 구체적인 전망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회주의도 교섭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필요한 교섭도 있다. 하지만 현재 분산된 사회주의세력들은 사실상 <교섭 전면 거부>라는 반대를 통해 존재의 명분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노총 내에서 사회주의 좌파는 독자적으로 뭘 할 수는 없지만 무산시킬 역량은 지니고 있다. 따라서 당면한 개선에 있어서도 좌파의 동의가 없이는 조직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문제는 사회주의 좌파가 분열된 조건에서는 필요한 개선에 있어서도 좌파는 조직적 동의를 해줄 통일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없다. 따라서 필요한 개선의 추진에 있어서도 사회주의 좌파의 단결은 중요한 과제이다.

 

사회주의 진영은 분열로 인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사회주의세력이 집결하는 제도정당 건설의 원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노동당과 사회변혁노동자당은 사회주의 대중정당을 건설하고 대선에 공동대응하기로 하고 15개 사회주의 경향의 조직들에게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 사회주의 후보발굴과 대선투쟁을 위한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노동당은 6월 전국위원회에서 사회주의 세력 차원의 대선투쟁과 함께 대선과 관련하여 제 진보좌파 세력과의 연대도 모색하기로 하였다.

 

노동당과 변혁당 이외의 좌파세력 중 일부도 대선 대응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들의 주장은 노동자민중후보를 발굴하자는 것이고, 가능하다면 노동당과 변혁당 차원이 넘는 전체 사회주의 좌파의 후보를 만들자는 것이다. 현재 노동당과 변혁당이 전체 좌파를 대변하거나 주도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이 일면 타당하다.

 

민주노총 내 좌파의 현장조직들이 민주노총 집행부 이영주 후보 선거운동본부 조직을 기반으로 하여 수차례 원탁회의를 거쳐 6월 현재 초보적인 협의체를 건설하였다. 이들은 서울, 경기, 강원 등에서 권역별 원탁회의를 하였으며 11월 노동자대회 이전에 본 조직을 건설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좌파 흐름은 장기적으로 좌파 현장 조직의 통합을 지향하겠지만 당분간은 협의체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좌파조직들을 통합 혹은 연합하자는 현재 흐름 속에서 사회주의 좌파의 대선후보들이 분열될 수 없다.

 

사회주의 좌파의 대선후보가 하나로 모아진다면 좌파 후보와 진보정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논의될 수 있다. 현재 세력으로 본다면 진보정당의 세력이 좌파의 세력보다 더 넓기 때문에 단일화 과정에서 좌파후보가 유력한 명망가가 아니라면 심상정 의원과 같은 진보정당 후보에게 불리할 수 있다. 따라서 좌파 일부는 노동·진보의 대선후보 단일화에 반발할 것이다. 사회주의 좌파 세력들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갖고 노동·진보의 후보단일화 과정에 참여하려면 심상정 의원과도 맞설 수 있는 강력한 후보를 발굴해야 한다.

 

 

5. 노동·진보의 2022년 대선모델 : 공투본과 공선본

 

대선공동대응의 전제조건으로서 한국사회의 대전환 요구, 총파업과 민중대회 등 대선 대중투쟁, 지방선거의 후보단일화와 총선의 선거연합정당 추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전제조건은 조직적으로 열세인 정당도 공동대응에 참가할 명분을 준다.

 

2002년 노동자의 힘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에게 후보단일화 경선, 대선공동투쟁본부와 대선공동선거운동본부를 제안했다. 노동자의 힘은 노동·진보의 총결산이었던 국민승리21에 가담하였다가 민주노동당 창당에서 이탈했다. 그후 노동자의 힘이 원외좌파로서 독자성장론의 한계를 인정하고 대선공동대응을 통해 노동·진보가 대연합하는 제도정당 건설을 추진하였다는 것은 지금 조건에서도 매우 시사적이다.

 

노동자의 힘이 정당법상 무소속이었는데, 이러한 한계로 인해 노동자의 힘이 단일후보가 선출되면 제3지대 정당을 창당하여 그 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이를 거부하여 대선공동대응은 무산되었다. 사회주의자들이 비록 후보에서 낙선하더라도 사민주의자들을 대중투쟁으로 견인하는 조건에서 선거와 투쟁을 결합하는 공동대응을 추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타당하다고 본다.

 

대선공동투쟁본부는 민주노총, 진보/사회주의 정당, 민중공동행동이 주축이 될 수 있다. 합의되는 부문운동과 의제운동 조직이 산하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대전환의제를 걸고 노동자대회, 농민대회, 민중대회 등을 개최할 수 있다. 대선공동선거운동본부는 대선의제 발굴, 후보단일화 경선, 선거운동 등을 담당한다.

 

 

6. 노동·진보의 후보단일화 : 민중경선제

 

민주노총의 대선후보방침은 후보단일화가 안되면 민주노총 후보를 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후보단일화를 성사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하며, 그것이 실패했을 때 그 책임을 정당들에게 넘기는 명분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단은 사실 매우 정치적이고 우려스러운 문구이다. 후보단일화는 여론에 대한 파급력과 사전 조직력 확장 등의 이유로 협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경선으로 치루는 것이 좋다.

 

조합원 총투표는 이미 3차례 집행부 선거에서 진행되어 기술적으로 무난하다. 후보단일화를 민주노총 차원의 조합원총투표로 한 적은 없다. 울산과 창원에서 몇 차례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가 추진되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민중당과 정의당이 서로 대립되면서 후보단일화 방식에 이견을 보이면서 실제로 추진되지 못했다. 조직력이 우세한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민중당은 조합원총투표 방식만을 고집한 반면, 진보신당, 정의당은 여론조사 결과도 상당한 수준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울산북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울산북구 구청장 선거의 경우 민주노총 울산본부, 민중당, 정의당의 합의에 따라 민주노총 대의원 투표와 시민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해 경선을 치렀다.

 

대선투쟁의 위상에 맞게 민주노총조합원과 진보/사회주의 정당의 당원들이 참여하는 민중경선제 방식이 가능하다. 과거 노농빈청학 등 민중진영 전체가 참여하는 민중경선제가 논의된 적이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중심성과 타 계층조직의 쇠퇴, 민중진영의 입당, 선거인명부 관리의 공정성, 통합진보당 시절 선거인단 부정선거 등의 이유로 인해 조합원과 당원만이 참가하는 것이 깔끔하다. 다른 계층은 진보/사회주의 정당에 입당하면 될 일이다.

 

노동·진보의 후보가 당선가능성이 없는데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의제와 조직의 목표 때문이다. 특히 노동·진보의 분열을 극복하는 조직적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대선 이후 진보/사회주의 정당의 연합을 고려한다면 무소속 후보는 배제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낙선된다는 측면에서 무소속은 개인적 공과로 축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보단일화 경선에 참여하고자 하는 자는 각 진보/사회주의 정당에 미리 입당하여 그 내부 경선부터 거칠 필요가 있다. 무소속을 바로 후보단일화 경선에 참여시킬 경우 결선투표제와 관련하여 예상하지 못한 득표율 왜곡과 혼란을 줄 수 있다. 즉 무소속은 조직적 단결을 단계별로 총화해 간다는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단일후보는 단일후보의 소속정당으로 출마하던지, 3의 창준위 이름으로 출마할 수 있다. 정당이 다른 정당의 선거운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조건과 대연합의 원동력을 고려할 때 창준위는 이상적이긴 하다. 창준위 활동기간이 6개월이라는 점에서 지방선거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노동/진보진영의 대연합을 위한 창준위 건설은 일단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의가 있어야 원동력이 생기고 그것을 전제로 진보/사회주의 정당들을 설득할 수 있다.

 

 

7. 각 정당의 사전 대선투쟁과 단일화 일정

 

민주노총은 6월 현재 정치위원회와 중집을 거쳐 대선 기본 방침을 정했다. 이후 민주노총 위원장과 각 당의 대표로 구성되는 공동대응기구를 제안할 예정이다. 공동대응기구는 의제, 투쟁, 후보단일화 둥의 분과를 둔다. 민주노총은 이 논의를 통해 9월까지 구체적인 대선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후보단일화 방식은 정치협상을 통해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후보단일화 방식은 일단 협의가 아니라 경선으로 추진한다는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문제는 9월까지 논의를 하고 그 이후에 민중경선제 등을 준비한다면 기술적으로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정당들과 협의하면서도 내부적으로 경선에 대비하여 실무적인 것들을 검토하고 대강을 잡을 필요가 있다. 투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선거인명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점은 직선제를 운영한 경험을 참고하면 된다. 직선제의 경우에서 보듯이 민주노총 조합원이면서 투표권이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미리 마련되어야 불필요한 시비를 피할 수 있다.

 

단일후보가 선출되면 각 정당의 정체성 부각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각 정당은 자신의 후보를 조기에 선출하여 본 선거 전에 의제투쟁과 조직투쟁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각 정당의 독자적인 사전 대선투쟁이 없이 바로 후보단일화로 간다면 후보단일화에서 탈락한 정당은 대선에 대한 내부평가에서 독자적인 성과가 없으므로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9월 중에 후보를 조기 선출하여 213일까지 최소한 3-4개월은 각 정당은 독자적인 선거투쟁을 할 필요가 있다. 원활한 준비와 각 정당의 사전 대선 투쟁을 보장하려면 후보단일화를 위한 민중경선은 2022년 구정 연휴인 1월말 이전에 완료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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