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기고문, 북에게 비핵·반중 요구, 트럼프 보다 후퇴

적의 동맹을 나의 동맹으로, 대선 앞두고 반미감정 완화 목적

브룩스 전 사령관의 기고문, 미국을 압박하는 북중러 동맹을 해체할 의도

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공동으로 기고한 '북한과의 대타협'(A Grand Bargain with North Korea)의 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핵심 내용은 북미 쌍방의 단계적 조치에 호응하여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봉쇄하는 친미동맹, 즉 아시아식 나토에 가입하면 미국이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이러한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미국의 전략적 난처함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외교전략은 적의 동맹들을 속칭 ‘이간질’하여 해체(decoupling)시키고 나의 동맹을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전략 아래 중소분쟁 당시 중국과 수교하였으며, 중국-베트남 전쟁 이후 베트남과 수교하였으며, 중국-인도 분쟁 이후 인도와 동맹적 관계를 맺고 있다.

3개의 핵무장 국가를 상대할 수 없는 미국, 약한 고리인 북한에게 유화 제스쳐

그런데 2000년 이후 미국의 후원에 연명하던 엘친의 러시아가 푸틴의 지도력에 힘입어 미국의 적대국가로 다시 부상하였다. 중국 역시 시진핑 시절에 와서 과거 미국의 글로벌 지도력에 순응하던 태도를 버리고 공개적으로 미국과 경쟁하게 되었다.

여기에 북이 핵무장을 완성하고 미국의 본토를 겨냥하는 등 중러 수준의 안보적 위협으로 성장하였다. 공장산업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가 최근 반중노선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삼는 북중러의 동맹이 강화되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중러를 현실적인 적대국가로 설정함으로써 북한을 중러동맹에서 이탈시킬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미국은 3개의 핵무장국가를 동시에 상대할 수 없다. 미국으로선 북중러의 동맹을 해체시켜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가장 약한 고리인 북에게 유화적인 제스쳐를 보임으로써 반미동맹으로부터 이탈시킬 필요가 있다.

"북이 먼저 양보하면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

브룩스 전 사령관의 주장이 더 나아가 북에게 핵무기 포기와 친미동맹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중러에게 더욱 공격적이다. 브룩스 전 사령관이 주장하는 장기적인 목표는 점진적으로 북한을 비핵·반중의 친미동맹에 포섭하는 것이다.

첫 단계에서 북이 먼저 가시적인 양보, 혹은 양보의사를 국제사회에 공표하면 미국이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도적 지원은 국제사회에서 적에게도 무조건적으로 하는 것이다. 즉 미국이 먼저 인도적 지원을 하고 북이 이에 호응하는 것이 순리라는 점에서 수동적인 태도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 북이 비핵화에 착수하면 한미가 북에게 대규모 경제지원을 하고 평화조약 전 단계인 종전선언을 하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중국과의 동맹에서 이탈하는 조건으로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킨다.

"종전선언 상태에서는 정전협정과 유엔사 체제를 유지"

문제는 이 단계에서 미국이 북에 대한 군사적 압박은 완화시키지만 정전협정과 유엔사 체제를 유지하고 한미군사훈련도 적정한 규모에서 정상적으로 유지한다는 점이다.

세 번째 단계에서 북이 비핵화를 완료하고 한미와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반중동맹에 참여하면 미국이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북미상호불가침을 포함하는 평화조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또한 한미일과 인도, 호주 등이 참여하는 친미경제공동체 즉 자유무역지대에 북이 참여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점은 남북이 경제적 관점, 지정학적 관점에서 미국의 반중동맹에 가담하여 중국과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봉쇄의 주한미군을 더욱 강화하고 남북통일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남북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은 경제적 지정학적으로 불가능

브룩스 전 사령관이 주장하는 단기적 목표는 한국의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주자와 한국의 유권자들에게 “반미는 한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브룩스에 따르면 반미는 민족주의적이며, 파퓰리스트적 선동에 불과하다. 즉 남북이 번영하려면 중국이 아니라 미국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다. 브룩스의 당면한 요구는 북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혹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주한미군의 남한 내의 활동을 전면적으로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즉 남한의 정부와 국민들은 싸드기지의 확장과 유지를 허용하고, 해외에서 포격과 사격 훈련을 하는 미군에게 남한 내의 훈련장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각종 미군기지에 대한 한국민의 민원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셈이다.

대화의 접근방식은 전향적이지만 반중 요구는 지나쳐

브룩스 전 사령관의 제안이 긍정적인 것은 북미 직접대화, 이른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인 쌍방 상호조치의 교환, 관계정상화와 불가침 등 평화조약 허용 등이다.

하지만 북한에게 핵무기 포기 이외에 반중친미동맹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입장을 포함하여 과거의 그 어느 입장보다 미국 국익 중심이고 반중국적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주한미군의 정당성에 대해 ‘북한의 위협에서 남한을 지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이 핵무장을 거의 완성함으로써 미국의 본토를 핵 공격에서 지키기 위해 북한과 더 이상 적대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주한미군의 정당성이 사라지게 되었다.

주한미군의 정당성이 반중? 대북정책의 실패와 미군철수론에 힘 실려

브룩스 전 사령관의 주장은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이유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 때문이라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한국의 국민들 중 미국을 위해 중국을 적대시해야 하고, 한국 땅에 미군을 주둔시켜 미중간의 핵전쟁이 나더라도 좋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국민들은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반중노선은 비현실적이라고 여긴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성격을 반중동맹으로 인정하는 순간 한국 내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브룩스 전 사령관의 주장이 미국의 대승적인 관용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외교의 실패를 승리적 어구로 감추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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