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선거 이후 탄핵에 한발 다가선 트럼프

선거가 끝난 뒤 미국의 탑뉴스는 제프 법무부 장관의 경질이다. 제프 장관의 경질은 예정되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FBI와 특별검사의 수상에 있어 법무부 장관이 자기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불평하였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중간선거 때까지 참는다는 인내심을 보여주었지만 선거 직후 경질함으로써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거래설, 자신의 조사에 대한 사법방해 혐의로 특별검사에 의해 조사 중이다. 이미 트럼프의 측근들이 특별검사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트럼프에게 불리한 것들을 자백하고 있다. 사법방해는 FBI 국장에 대한 경질로 부각되었으며, 이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경질은 외형상 사법방해는 아니지만 자신에 대한 조사를 방해하려는 의사가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하원에서 과반수를 넘긴 민주당은 트럼프에 대한 각종 조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을 위한 법사위원회에서 조사할 수 있고 그 결과로 하원에서 과반수 의결을 얻을 수도 있다. 물론 공화당이 상원을 과반수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하원에서 탄핵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중대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상원에서 2/3 동의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상원의 분위기도 좋은 편은 아니다. 제프 법무부 장관은 상원 출신인데, 과거 트럼프가 제프 장관을 경질하려고 할 때 공화당 상원의의원들은 트럼프에게 제프 후임에 대한 인사 청문회에 대해 협조하지 않겠다.”고 경고하였다. 더구나 이번에 퇴임하는 상원 외교위원장과도 설전을 하는 등 공화당 상원 지도부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
 
어쨌든 닉슨의 탄핵절차를 볼 때 트럼프에 대한 탄핵절차가 진행되더라도 실제로 탄핵될 때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리고, 최종적으로 상원에서 탄핵결의안이 통과될지 의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선 탄핵을 시도하여 트럼프의 재출마에 대한 논쟁을 유발하여 공화당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트럼프의 과제는 당장은 탄핵을 피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재출마이다. 탄핵에 있어 본질은 러시아와의 유착설이고, 돌출변수는 사법방해이다. 미국의 언론, 공화당과 민주당은 트럼프가 러시아의 도움으로 당선되었고 러시아에게 뭔가 봐주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이 애국자라면서 중국과 전쟁 중이지만, 미국의 기득권층은 이것 역시 러시아와의 대립을 피하기 위한 엉뚱한 싸움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의심을 떨쳐 내려면 러시아와의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중거리미사일폐기협정을 번복하고 러시아와의 군비경쟁을 선언한 점은 자신이 친러파가 아니라는 액션일 수 있다. 러시아와 직접 대립하는 것이 부담스런 트럼프는 향후 시리아처럼 러시아가 관련된 곳에서 러시아와의 간접적인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 대리전쟁을 통해 친러 혐의를 벗겠다는 의도가 외교정책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트럼프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미국의 경기 호황과 몰락한 백인들이다. 중소상인을 노린 감세정책도 같은 연장선이다. 이들은 과거 2차 산업에 종사하였던 사람들로서 현재 미국의 서비스 산업이나 첨단산업, IT 산업, 문화산업으로부터 소외된 상태이다. 유색인종과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언론, 기존 정치인들이 서민 문제에 관심이 없고 특권에만 빠져 정치놀이를 하고 있다고 깊게 불신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 중간선거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트럼프 반대파들뿐만 아니라 찬성파들도 대거 중간선거 투표장에 나와 투표율이 높았다.
 
한편으로는 이란과의 새로운 핵 타결을 이끌어내 미국의 기득권층으로부터 지도력을 인정받으려고 할 수도 있다. 북과의 협상도 트럼프의 카드이다. 하지만 의회가 트럼프를 불신하는 마당에 북이 트럼프의 말을 믿고 먼저 핵무기를 폐기할 리가 없다. 북은 기존의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상호 보상적 조치를 요구할 것이고, 트럼프가 의회를 설득하여 협정이나 조약을 이끌어 내기 힘들다. 따라서 협상을 깨지 않고 현재의 유화국면을 유지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선택이다. 전략적 인내 대신 인내적 협상이니 전임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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