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과 노동조합의 관계 : 마르크스(Karl Marx)

첫째, 마르크스는 먼저 노동조합의 결성을 주장하였고, 노동조합이 발전하고 있는 과정에서 노동자당이 독자적으로 존재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조합과 노동자계급의 당은 상호 독립적 관계이므로 서로 별개의 조직으로 활동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1847철학의 빈곤을 통해 노동자의 단결 즉 노동조합의 결성이 필연적임을 아래와 같이 주장하였다.

대공업은 서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한 곳에 집결시킨다. 경쟁이 그들의 이익을 분열시키지만, 임금의 유지라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그들을 단결시킨다. 이는 자본가가 탄압을 위해 단결하기 때문이며, 이러한 자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조합의 유지가 임금의 유지보다 더욱 중요해진다. 이러한 투쟁은 내전이며, 그 속에서 다가 올 전쟁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결합하고 발전한다. 이러한 단계에 이르게 되면 조합은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된다.
 
 
마르크스는 18669월 국제노동자협회 제네바대회에서 발표할 임시 중앙평의회 대의원들을 위한 개별 문제들에 관한 지침들(Instructions for the delegates of the Provisional General Council. The different questions)의 일부로서 노동조합 - 그 과거, 현재 미래(Trades' unions. Their past, present and future)를 그해 8월에 작성하였는데, 마르크스는 이 문건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조건의 개선을 쟁취하려는 노동자의 자연발생적인 초보적 투쟁조직으로서 정당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아래와 같이 강조하였다.
 
 
노동자는 자신의 불공정한 거래를 끝장내기 위해서 자본가에게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다수이다. 하지만 이 다수는 노동자끼리의 피할 수 없는 경쟁에 의해 분열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통해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은 당장은 노동자의 일상적인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이는 노동조합 자신이 아직은 자각하지 못하는 훨씬 커다란 역사적 역할을 한다. 즉 노동조합은 먼저 자본과 노동사이의 게릴라 전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임노동과 자본의 지배제도 그 자체의 폐지를 위한 조직된 힘으로서 훨씬 더 중요하다.
 
 
당시 바쿠닌은 노동조합의 경제적 요구나 제도개선 투쟁을 경시하고, 노동조합을 정치적 변혁의 수단으로만 이용하려고 하면서 노동자계급의 당을 독자적으로 건설하는데 소극적이었다. 반면 영국의 노동조합주의는 노동자계급의 해방이나 정치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노동조합운동을 일상적인 경제요구를 쟁취하는데 한정하려고 하였다.(김상복, 1991: 20)
 
반면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 자신의 임무로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마르크스의 노동계급의 자기해방의 명제는 필연적으로 부르주아정당에 대립하는 노동자당의 건설을 요구하였다. 마르크스는 1871년 국제노동자협회 런던대회가 채택한 결의문노동자계급의 정치행동을 통해 이러한 바쿠닌주의자들과 영국의 노동조합주의를 비판하였다. 마르크스는 이 결의문에서 노동자계급은 유산계급의 이전부터의 정당조직 전체에 대립하여 스스로를 특별한 정당으로 조직함으로써 유산계급의 폭력 전체에 대하여 계급으로서만 행동할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엥겔스 역시 노동자당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는데, 1881723레이버 스탠다드잡지에서 영국의 노동자계급은 거의 25년 동안 소위 대자유당의 후미가 되는 것에 만족해 왔다고 비판하면서 다음과 주장하였다.(전혜원, 1988: 107)
 
 
비스마르크가 어떻게 하든지 상관없이 노동자당은 착실히 진전하고 있다. 노동자계급이 농업경영자나 상인, 자본가로 이동하기 쉬운 미국에서조차 노동자는 독립된 당으로 조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노동자는 정치권력의 획득을 위하여 또한 입법기관으로 자기계급의 직접 대표를 보내기 위하여 싸우고 있다.
 
 
둘째,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주로 경제투쟁을 하고, 노동자당은 주로 정치투쟁을 하지만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은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특히 노동조합과 노동자당은 정치투쟁을 우위에 놓고 양자를 결합되어야 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평상시에 노동자와 자본가 간의 적대성에 근거하여 임금투쟁을 전개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경제투쟁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는 임금투쟁이나 파업 등 경제투쟁을 경시하는 프루동의 빈곤의 철학이 노동운동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1847철학의 빈곤을 통해 아래와 같이 주장하였다.
 
 
대중은 자본에 대항하는 계급이지만 아직 대자적 계급이 아니다. 임금인상은 자본의 지배 하에서 노동자가 객관적으로 놓여 있는 공통된 이해에 의한 것으로서 이를 위해 단결하고 파업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대중들은 임금인상과 파업을 포함한 몇 단계의 투쟁 속에서 단결하고, 스스로를 대자적 계급으로 구성시킨다. 계급에 대한 계급의 투쟁은 정치적 투쟁이다.
 
 
또한 마르크스는 경제투쟁과 노동조합 문제에 대하여 올바른 위상을 밝히고자 18656월 국제노동자협회 중앙평의회에서 임금, 가격, 이윤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였고 이는 책자로 출판되었다. 마르크스는 이 책자에서 자본주의는 평균임금을 하락시키므로 노동자계급은 경제투쟁을 통해 이에 저항할 것을 주장하여 경제투쟁의 의의를 경시한 프루동, 라살레, 바쿠닌을 비판하였다.
 
마르크스는 경제투쟁이 자동적으로 정치투쟁으로 발전하므로 의식적인 정치투쟁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경제투쟁을 정치투쟁에 적극 결합할 것을 주장하였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임금 유지 목적에서 스스로 조직되었으나, 점차 노동계급의 해방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즉 노동자들의 경제투쟁은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고양시켜 정치투쟁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마르크스는 1871년 볼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표준노동일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운동은 자신들의 손으로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노동자계급의 조직화가 진전되어야 하는데, 이는 노동자들의 경제투쟁으로부터 생겨난다. 개별자본가로부터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는 투쟁과 달리 8시간 노동 제도를 법률로써 쟁취하려는 것은 정치적 운동이다. 이처럼 개별적인 경제적 운동에서 정치적 운동이 성장한다.
 
 
특히 마르크스는 경제투쟁은 자본주의가 낳은 빈곤의 축적이라는 결과에 대해 싸우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노동조합은 경제투쟁을 뛰어넘어 이러한 결과를 낳는 모든 원인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임금, 가격, 이윤에서 다음과 같은 논지로 영국의 노동조합주의를 비판하였다.
 
 
노동조합은 현존 제도의 결과를 반대하는 유격전에 머무르고 그와 동시에 현존 제도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으며, 또 자기들의 조직된 힘을 노동자계급의 궁극적 해방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지 않을 때 완전히 실패한다.
 
 
마르크스는 1871노동자계급의 정치행동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 노동자계급은 경제투쟁 속에서 결집시켜 온 총력을 지주와 자본가계급에 대항하는 정치투쟁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노동자계급의 투쟁대열에 있어서 경제적 활동과 정치적 활동이 불가분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특히 마르크스는노동조합 - 그 과거, 현재 미래에서 노동계급의 대표자로서 노동조합의 임무에 대해 아래와 같이 강조하였다.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이라는 위대한 이익을 위하여 노동자계급의 조직화의 중점으로서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조합은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든 사회적 정치적 운동을 지지하고 자신을 전 계급의 행동적 투사이자, 대표자라 생각해야만 하고, 그러한 인식에 기초를 두고 행동해야 한다.
 
 
엥겔스 역시 노동조합의 투쟁은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투쟁이다고 주장하면서 경제투쟁과 정치투쟁의 결합을 강조하였다. 엥겔스는 1844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에서 파업은 사회적 전쟁의 하나이며, 노동자의 군사학교이다고 지적하면서 노동자는 파업을 통해 임금제도의 폐지를 위한 피할 수 없는 대투쟁을 준비한다강조하였다. 엥겔스는 1881521레이버 스탠다드잡지에서 노동조합은 임금제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전혜원, 1988: 98)
 
 
임금법칙은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타파되지 않는다. 오히려 임금법칙은 노동조합의 투쟁에 의해 관철된다. 노동조합이라는 저항수단이 없다면 노동자는 임금제도의 법칙에 의해 당연히 그의 몫이 되는 것조차도 얻지 못하게 된다. (중략) 노동자계급이 일체의 노동수단의 소유자가 되고 그에 의해 자기 자신의 모든 노동생산물의 소유자가 되기까지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해방은 불가능하다.
 
 
셋째,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조합과 노동자계급의 당은 양자 모두 노동자계급을 대표하고 있으며, 당이 전체 노동계급이나 노동조합에 비해 더욱 선진적인 조직이나 그렇다고 해서 노동조합이 당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
 
1848공산당선언에서 노동자당과 노동조합의 관계가 처음으로 거론되었다. 공산당선언에 의하면 프롤레타리아정당은 노동자계급 투쟁의 가장 단호한 추진자이고, 이론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운동의 제 조건, 그 진로, 그 일반적 결과를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머지 프롤레타리아대중보다 앞서 있다. 공산주의정당의 목표는 프롤레타리아를 계급으로 엮고, 부르주아 지배를 붕괴시키며, 프롤레타리아트에 의해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또한 마르크스는노동조합 - 그 과거, 현재 미래에서 노동조합이 정치운동을 지원할 것을 아래와 같이 강조하였다.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정치운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영국의 노동조합이 정치운동(선거법개정운동 역자)에 참가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노동조합은 자신의 위대한 역사적 임무에 대해 눈을 떠가고 있다. 노동조합은 향후에 자본주의 체제의 폐지를 위한 정치투쟁을 수행하는 중심부대가 되어야 하며, 자본주의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운동을 지원해야 한다. 노동조합활동은 노동자의 이기적인 활동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를 해방하려는 운동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로조프스키에 따르면 마르크스가 경제투쟁보다 정치투쟁이 우위에 선다고 판단했을 때 그것은 노동조합의 전 계급적인 정치적 임무가 개개 노동조합의 개별적인 임무보다 우위에 선다는 의미이며, 또한 프롤레타리아 정당이 경제적 임무를 규정지어야 하며 노동조합 조직 그 자체를 지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당시 라살레주의자들은 파업과 같은 노동조합의 정치적 행동을 부정하면서 노동조합의 정당에 대한 종속을 주장하여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무시하고 있었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라살레주의자들을 종파로 규정하고 이들을 비판하였다. 당시 라살레주의 영향에 있었던 슈바이처는 노동조합은 정치단체의 이데올로기에 제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마르크스는 186810월 슈바이처에게 쓴 편지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비판하였다.(전혜원, 1988: 54)
 
 
당신은 종파적 운동과 계급적 운동의 대립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종파가 그 존재 가치를 찾고 명분을 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계급운동의 성격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운동과 구별되는 특수한 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당신은 특수한 한 종파에 종속하자는 요구를 계급운동에 제기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노동조합이 정치적 단체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을 반대하였다. 다만 마르크스의 이러한 입장은 절대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그 당시 독일의 노동조합이 특정한 노동자당을 건설하는 등 배타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다. 또한 라살레주의가 독일 노동조합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이를 견제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영국의 노동조합은 독자적인 노동자정당을 건설하는 것 대신에 자유당에 경도되어 있었다. 마르크스는 18691117일 독일금속노동조합의 회계담당인 하만(Haman)과의 대담에서 정당과 노동조합을 한 무더기로 묶으려는 견해에 반대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전혜원, 1988: 66)
 
 
만일 노동조합이 그 임무를 다 하려 한다면 결코 정치적 단체와 관계하거나 그러한 단체에 종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일이 일어나면 노동조합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노동조합은 사회주의를 위한 학교이다. 노동조합 속에서 노동자가 훈련되어 사회주의자가 되는 것은 노동조합에서 그들의 눈앞에 매일같이 투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당은 노동자대중을 일시적으로 고무하지만 노동조합은 노동자대중을 오랫동안 사로잡는다. 오직 노동조합만이 참된 노동자당을 대표하면서 자본의 힘에 대해 하나의 방파제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A. 로조프스키 "마르크스의 노동조합운동론." 정 인 역. 노동조합운동론거름. 1985. 79
 
--------------
마르크스주의에서 노동자당과 노동조합의 관계
저자명
김장민
 
문서유형
학술논문
 
학술지
사회과학연구 제31(2013) pp.121-144 1225-9993 권호별 논문보기
 
발행정보
경상대학교사회과학연구원 |2013|기타
 
주제분야
사회과학 > 사회과학일반 인용
 
서지링크
국회도서관 (청구기호 304 193)
 
 
http://academic.naver.com/view.nhn?doc_id=74866793&dir_id=0&page=0&query=%EB%A7%88%EB%A5%B4%ED%81%AC%EC%8A%A4%EC%A3%BC%EC%9D%98%EC%97%90%EC%84%9C%20%EB%85%B8%EB%8F%99%EC%9E%90%EB%8B%B9%EA%B3%BC%20%EB%85%B8%EB%8F%99%EC%A1%B0%ED%95%A9%EC%9D%98%20%EA%B4%80%EA%B3%84&ndsCategoryId=10301&library=143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