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신속한 전작권 이양에 제동 걸어
미국 헌법에 따라 전쟁선포권은 상원에게 있고 관련 예산편성권은 하원에게 있다. 대통령은 의회의 승인이 없더라도 외부의 공격을 받을 때 정당방어로서, 외국의 미사일 발사 등 공격이 명백하게 임박했을 때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이 전쟁을 하려면 의회로부터 미군사용권한(AUMF: Authorization for Use of Military Force)을 받아야 한다.
최근 미군사용권한은 1991년 걸프전쟁, 200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알카에다 테러조직과의 전쟁, 2002년 이라크 전쟁, 2013년 시리아와의 전쟁 등이다. 이중 1991년과 2002년의 미군사용권한이 2025년 국방수권법에서 폐지됐다.
이번 국방수권법의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와 전쟁을 의회승인 없이 치르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외회권한을 상기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의회는 베네수엘라 영토 밖의 미군공격에 대해서도 편집이 없는 영상을 제출하도록 국방수권법에 법제화했다. 다만 이를 위반하면 국방장관의 해외출장예산의 25%를 삭감하도록 해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국방수권법은 주한미군 감축과 기존 로드맵에 따르지 않는 전시작전권 전환에 예산을 쓰는 것을 금지시켰다. 다만 한미간의 협의를 거치고 미국 안보에 영향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경우 예외조항을 두었다.
한미연합사 축소되도 주한미군과 유엔사가 한국군을 3중 지배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 직면하여 한국에 대한 지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관세협상을 통해 한국에 핵잠수함이라는 당근을 주는 대신, 한국의 국방정책, 군수산업, 작전시스템, 첨단전략무기 등을 미국에 종속시키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최근 국가안보전략에서는 한국이 대만전쟁을 억제하는 제1도련선 방어에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최초로 명시됐다.
미국과 일본은 주일미군의 전투사령부로의 승격, 일본자위대의 함참본부 운영, 미일연합사령부의 창설 등 대만전쟁을 명분으로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미일사령부가 창설되는 등 미일동맹이 강화되면 한미연합사와 한미동맹이 여기에 종속되는 한미일동맹이 사실상 완성되는 셈이다.
유엔사령부는 유엔의 지시를 받지 않는 미군의 또 다른 명칭에 불과하다. 미국은 유엔사를 확대 강화하여 대만전쟁에 개입하는 아시아식 나토로 만들고 전작권 이양 이후에도 한국군을 지배할 의도를 갖고 있다.
미국은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에 독일을 유엔사에 편입시켰으며, 일본도 편입시키려다 한국정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미일연합사령부가 출범하면 이를 계기로 일본이 유엔사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자위대가 대만전쟁은 물론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한반도에 상륙하게 되는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관, 유엔사사령관 각인시키는 공개발언
유엔사는 DMZ 출입에 대한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남북교류를 방해해왔다. 통일부장관과 국가안보실 제1 차장의 DMZ 방문을 불허하는 등 자신이 한국의 군사주권을 장악하고 있음을 한국정부에 각성시키고 있다. 실제로 전시작전권은 유엔사령관이 갖고 있고 한미연합사령관은 그 위임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 결국 같은 미군 대장이 한미연합사가 소멸된다고 해도 전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2일 한미동맹재단과 주한미군전우회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전시작전권 이양에 필요한 전제조건이 충족됐는지 판단하는 권한이 미군에게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작전권이 이양될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한 사령관은 유엔군이 탄약 등 물자를 비축하고, 전쟁훈련을 하는 등 현재 휴전선 관리의 행정기능만 있는 유엔사를 명실상부한 전투사령부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대사, 사령관 등 전방위적으로 이재명 정부 압박
최근 유엔사는 DMZ의 비군사적 운영에 대한 출입권을 한국정부에 부여하는 법안발의에 반대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미국대사 대리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남북관계는 미국과 조율하면서 진행돼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한미는 외교안보문제까지 포함된 관세협상 팩트시트를 이행하는 한미협의기구를 설치했다.
미국대사가 리드하는 이 기구에 대해 과거 통일부 전직 장관들이 제2의 한미워킹그룹이라면서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 업무는 통일부 소관이고 이를 미국과 직접 협의할 필요가 없다며 협의기구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언론은 정동명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정원장을 필두로 하는 자주파, 그리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조현 외무부장관을 필두로 하는 동맹파가 갈등하고 있다고 연일 보도했다. 대통령실이 정부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정창래 민주당 대표가 자주파의 손을 들어주면서 갈등은 오히려 당정관계로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한반도평화전략위원회를 설치하여 자주파를 지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혼자서 트럼프에 맞서긴 역부족, 국민저항 필요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자신은 북미정상회담에 목을 매면서 남북관계의 개선을 방해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한국의 외교안보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남북관계가 북미관계보다 앞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친미보수언론, 유학을 통해 한국사회에 뿌리내린 친미엘리트, 그리고 외교부를 중심으로 한 친미관료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심 자주파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있으나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의지만 있다면 점차 친미관료들을 퇴진시키고 자주파 정치인을 중용하겠지만 임기초반의 현재로선 역부족이다. 무엇보다 산적한 한미간의 현안에서 미국을 설득시키려면 미국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08년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투쟁은 이명박 정부의 친미, 찬일정책에 쐐기를 박았다. 박근혜 정부 때 미국의 압력에 따라 한일은 군대위안부에 대한 졸속적 합의에 도달했으나 국민여론에 밀려 실제로 이행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가 미국의 요구대로 한일군사정보협정을 체결했으나 비판여론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협정을 종료시킨 바 있다.
현재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부각되고 있지만 국민여론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이재명 정부도 미국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한미워킹그룹을 수용한 문재인정부의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되지만, 정부 혼자 힘으로 미국에 맞설 수 없다.
지금까지 한미관계를 보면 미국은 한국정부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반미여론을 무서워한다. 광주학살을 미국이 묵인한 대가로 한국의 반미여론에 미국문화원이 불타고 점령당할 정도로 거셌기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 한국이 미국에 200억 달러를 상납하면 한국경제에 타격이 오면서 대미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
현재 트럼프의 지지율은 관세부과로 인한 물가인상, 폭력적인 이민자 단속, 연이은 성추문 연루 등으로 40% 미만, 재임 초반에 최악 수준이다. 내년 하반기에 레임덕이 온다면 트럼프의 국정장악력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때 2008년 광우병 집회처럼 대규모 국민저항이 일어난다면 미국의 압박을 완화시킬 수 있고 이재명 정부의 협상력도 높아진다. 일단은 투쟁의 동력을 만드는 의제를 제기하고 토론하고 노동자민중을 밑으로부터 조직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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