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진핑이 4국 순회회담을 총괄하며 다극질서의 주연으로 부상
최근 한 달 동안 전략핵무기를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실어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핵강대국 미국, 러시아, 중국, 조선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 차례 대회전을 했다. 4국 정상이 합종연횡 하는 외교안보 무대에 섰으나 시진핑 주석이 단연 지휘자의 자리를 차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파병으로 탄생시킨 조중러연대를 시진핑이 확대 강화시켰고 푸틴 대통령은 그 혜택을 봤다.
시진핑은 순회회담을 통해 트럼프에게 중국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 미국도 주요 현안을 해결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조중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트럼프와 대비되는 시진핑의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과시했다. 또한 미국의 빅테크 최고경영자들이 베이징에 총집결함으로써 세계경제에서 중국의 위상 때문에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봉쇄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과시했다.
트럼프가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독단적인 행보를 하는 가운데, 미러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의 지도자들이 베이징으로 시진핑과 회담을 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에 가만히 있으면서도 2025년 12월 마크롱의 국빈 방문을 시작으로 반년 동안 22명과 정상회담을 했다. 22개국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물론 독일, 캐나다, 스페인 등 나토 정상들도 포함됐다.
이번 조중러미 4국 정상들의 대회전에서 시진핑이 주역이었다면, 김정은은 국제사회에서 미중러의 정상이 만나고 싶어하는 적극적 행위자로서 부상하면서 조용히 실리를 챙기는 조연이었다. 특히 김정은 은 파병으로 조러동맹을 새로 복원하고 기존의 조중동맹을 기사회생시키는 등 조중러연대를 연결시키는 산파의 역할을 했다. 반면 어떠한 외교적 성과도 내지 못하고 이란 전쟁의 수렁에 빠진 트럼프는 엑스트라로 전락했다. 푸틴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수령에서 고생하고 있지만 조선과 중국의 지원을 얻으면서 가까스로 체면치레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6년 5월 13일부터 한 달 동안 트럼프 대통령, 푸틴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연달아 진행했다. 첫째 시진핑의 주도로 4국 정상들의 회담이 미리 잡힌 일정에 따라 한 달 안에 연속적으로 개최됐다는 건 시진핑을 중개자로 삼아 사실상 4국 정상회담이 개최된 것과 마찬가지다. 즉 4국간의 쟁점을 다루기 위한 패키지 성격의 4국 순회정상회담이다.
둘째 시진핑이 미중회담의 결과를 갖고 중러회담, 조중회담을 했다는 순서도 매우 중요하다. 미중관계가 좋을 때는 반대로 미중 정상이 맨 나중에 만나 현안을 정리했었다. 하지만 중러회담, 조중회담을 잡아 놓고 하는 미중회담은 조중러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수순에 불과했다. 즉 트럼프는 들러리로 전락했다.
2. 대만문제에서 시진핑의 도전과 세일즈맨 트럼프의 굴욕
2026년 5월 13일 트럼프는 이란 전쟁 와중에도 베이징까지 가서 시진핑과 만나 이란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과 한반도 문제, 펜타닐 유통, 무역통상 등을 논의했지만 시진핑이 예상외로 강경하게 나오면서 합의문 없이 빈손으로 귀국했다. 트럼프는 방중성과로서 팩트시트를 일방적으로 발표했지만 중국 측은 침묵으로 답변했다.
미중회담을 총평하자면 시진핑은 미국에 대해 힘의 균형을 과시했고 트럼프는 긴장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미중간의 잔불이 그대로 남아 있지만 회담 전 잔불이 큰불로 비화될 것이라는 국내외 우려를 잠재우는 현상유지다. 트럼프는 세계 곳곳에 벌려 놓은 전쟁 때문에 시진핑은 국내 경제사정 때문에 사태 악화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중은 세계분업 체제 아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빈외교를 유지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중단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시진핑에게 미국을 국빈 방문하도록 초청하여 국빈 외교를 복원시켰다. 시진핑은 모두 연설을 통해 트럼프에게 중국을 미국의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파트너)로 대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트럼프 입장에선 과거와 같은 미중분업이 복원될 경우 중국이 미국을 더 빨리 추격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경제봉쇄와 대만봉쇄를 풀 의사가 없음을 보여줬다.
시진핑은 트럼프에 대해 첫째 대만에서 미군철수, 둘째 국제무대에서 대만에 대한 국가적 대우와 실질적인 국교추진 중단, 셋째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과 대만보증법(Taiwan Assurance Act)을 통한 무기지원 등 실질적인 상호방위조약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 모두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시진핑은 대만분쟁이 발생하면 미군이 개입할 것인지 트럼프에게 직설적으로 따졌으나 트럼프는 그 때가서 결정하겠다고 모호성 전술을 구사했다.
미군은 1979년 대만에서 완전히 철수했으나 대만의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청사가 신축된 이후 2018년 공관경비를 명분으로 12명의 해병대가 파견됐다. 그 이후 파견된 미군의 규모는 500명 수준으로 확대됐으며, 주로 대만군대를 훈련시키고, 대만전쟁이 발생할 때 연합방위를 위한 선발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방중 기간에 시진핑에게 양보를 얻지 못했음에도 의회가 승인한 대만에 대한 대규모 첨단무기 판매 역시 최종적으로 사인을 하지 않으면서 모호성 전술을 구사 중이다.
반면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란 전쟁과 관련하여 중국의 원유수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이란 전쟁 이전에도 이란 원유수출의 80~90%를 수입하면서 이란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시켰다. 마찬가지로 중국은 러시아 원유수출의 최대 50%를 수입해왔다. 미국이 러시아와 이란을 압박하려면 중국의 돈줄을 끊어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나 이란의 원유 수입량을 줄이고 미국이 장악한 베네수엘라 원유 등으로 분산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란과 러시아의 원유를 수입하던 인도는 미국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했지만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공급망 봉쇄를 풀지 않고 관세를 유지하는 조건에서 빅테크 최고경영자를 대거 동반하여 방중했다. 하지만 시진핑은 이들 빅테크들에게 중국시장 개방이라는 선물을 주지 않았다. 또한 트럼프는 시진핑이 보잉 항공기와 대두 등을 대규모로 구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시진핑은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역시 모호성 전술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3. 미러관계 파탄 뒤에 중러 역대급 전략적 동반자관계 이행에 착수
미중회담이 끝난지 일주일만에 2026년 5월 20일 베이징에서 중러정상은 <세계 다극화와 신형 국제관계 제청>, <전략적 협력강화> 등 2개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무역개방>, <국경철도 공동건설>, <원자력 과학기술>, <지적 재산권>, <방송언론>, 교육, 체육, 문화 등 40여개의 조약을 체결하거나 합의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을 견제하는 다극화 신형국제관계에서 중러의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동반자관계를 새롭게 심화시키고 그 구체적인 경로와 협약들을 체계적으로 마련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문제로 미러관계가 최악인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를 힘껏 포용했다. 조선의 파병으로 힘을 얻은 러시아는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한층 높인 상태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8월 15일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종전, 무역갈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역시 이견만 확인한 채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한 바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큰소리를 쳤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이 개입하면서 전쟁은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방의 지원으로 젤렌스키가 예상외로 저항함에 따라 러시아는 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입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처럼 서방의 개입으로 러시아의 국력을 소진시키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푸틴에게 조선과 중국의 지원은 천군만마와 같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가 창궐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3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해왔다. 시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군사·외교적 역량을 집중하는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전략을 추진하자 이를 중국 포위망 구축으로 인식하고 2013년 국가주석에 취임한 직후 푸틴을 찾아가 <포괄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 공동성명>을 성사시켰다.
중러 양국은 2014년 <전면적>, 2015년 <심화>, 2016년 <글로벌 전략 안정 강화 및 국제법 수호>, 2019년 <신시대>, 2022년 <신시대 국제관계>, 2026년 <다극화 및 신형국제관계> 등의 수식어를 추가해가며 관계를 격상시켜왔다.
시진핑 주석이 2012년 18차 당대회 이후 미국을 겨냥해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이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며 ‘신형 대국관계’를 주장했다. 이러한 신형국제관계는 미중공동번영이라는 중국의 희망을 의미했지만 2017년 트럼프가 중국 봉쇄를 본격화하자 다극화 세계관이라는 탈미노선으로 발전했으며 2026년 6월 노동신문 시 주석 기고문에선 패권주의와 강권정치 반대로 표현됐다.
최근 2025년 5월과 2026년 5월 중러공동성명은 공동군사훈련을 포함하여 모두 전 분야에서 양국의 동반자 관계를 확인하면서 북중러의 전략적 연대, 미국 중심이 아닌 다극화 국제질서, 미국과 그 동맹의 핵 확장억지력, 미국의 우주무기화, 대만의 중국영토 강조, 나토의 동진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라는 공동 인식, 일본의 군국주의화 등을 언급했다. 또한 두 공동성명은 한반도와 관련해 두만강 부근에서 북중러의 협력, 대북제재 반대 등을 명시했다.
4. 미국에 맞서는 조중러연대를 실현시킨 조선의 파병
시 주석은 2026년 6월 8일 평양 방문 직전에 2019년과 마찬가지로 노동신문에 기고하고 방문 직후 감사전문을 보냈다. 시주석은 2018년 이후 2019년, 2025년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했지만 단 한 번도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비록 공동성명은 발표하지 않았지만 방문 전후로 두 차례나 조중우애를 과시한 셈이다.
시진핑은 조선의 핵무장에 대해 에스나 노를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실질적으로 용인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국제사회의 주역으로 격상시키고, 기존의 경제협력을 확대시키는 선물을 조선에 주었다. 반면 시진핑은 핵무장한 조선을 대만 봉쇄를 균열시키는 군사적 카드로 사용할 수 있고, 조선이 중국에 경제를 의존하게 하여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조선의 핵무장에 대해 모호성 전술을 택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였다. 시 주석은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세계의 다극화와 보편적 경제세계화를 주장하면서도 미국과 일본을 겨냥해 "패권주의와 강권정치, 군국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첫째 조선이 중러를 먼저 연결시킨 것은 조러 군사협력이다.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평양을 방문해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을 시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2025년 9월 베이징 전승절에 참여한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150분 동안 조선의 파병과 전후 재건 지원, 러시아의 조선에 대한 에너지와 식량 및 군사협력 등이 논의됐으나 공동성명은 발표되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는 동해에서 한미일동맹에 맞서 주기적으로 공동군사훈련을 해왔으며, 상하이협력기구에서도 다국적 훈련을 실시해왔다. 이런 가운데 조러의 군사동맹이 진행되자, 그 동안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던 조중의 군사협력의 전통이 부활했다. 한미일동맹이 대만 포위를 명백히 하자, 중국 역시 조중동맹으로 대만봉쇄의 틈을 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2026년 시진핑은 감사전문에서 조중간의 군사협력의 필요성을 명시했다.
시 주석은 감사전문에서 조선이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동의 주역임을 강조하고 군대교류 등을 확대할 것을 다짐했다. 즉 시 주석은 자신의 구상하는 다극화 국제질서에서 조선이 중러 수준의 한 축으로서 글로벌 행위자라고 치켜세운 것이다. 향후 조중러의 협력이 3국 공동군사훈련으로 심화될 경우 동북아 냉전이 본격화될 수 있다.
둘째 조선이 핵무장을 완성한 자신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대해 중러가 공동보조를 하도록 함으로써 다시 한번 중러를 밀착시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대리전을 치르는 상황에서 조선이 극동에서 핵무장으로 미국을 압박하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국도 대만전선을 이완시키고,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놓이기 위해 조선의 핵무장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나아가 중러는 조선의 핵무장이 미국의 핵공격 위협 때문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