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파는 죽이고, 미국통은 살리고, 애간장 타는 이재명
고려는 원나라에 정복당해 부마국으로 전락하고 원나라가 고려를 원격조종했다. 이때 원나라와 고려 사이에서 통역을 하던 역관들이 원나라의 권위를 등에 업고 국권을 농락했다. 조인규와 유청신은 중국어와 몽골어에 익숙한 역관 출신으로 원나라 황실의 뜻을 고려 왕실에 관철시키면서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훗날 역사가에 의해 '간신전'에 수록됐다.
강대국이 지배하는 시대, 강대국의 언어, 인맥에 정통한 인사들이 사대매국으로 출세하는 역사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일본의 통치 아래 일본통이 출세하고, 미국이 지배하는 지금은 미국통이 출세한다. 원나라가 고려의 자주를 외치던 충신들을 탄압했듯이, 일제가 자주독립을 외치는 애국지사를 탄압했듯이, 지금도 미국은 소위 '자주파'들을 탄압하고 있다.
미국의 이런 행태는 미국의 혀 놀림에 불편해하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정권에서 더욱 노골화됐다. 미국은 한미관계를 풀어나갈 때 미국통을 키워주고 자주파를 억누르고 있다. 청와대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면 미국통을 중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권에서 미국에게 반미친중으로 찍힌 인사들은 주로 과거 반미성향을 보인 정치인들이다. 미국은 과거 민주화세대를 기반으로 한 이재명 정부가 미국보다 중국에 더 접근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석 국정원장,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주 타겟이다.
미국은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시 핵시설 관련 발언을 문제 삼아 한국에 대한 대북 영상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있다. 정 장관 측은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정보였다”고 해명했지만, 미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제한이 반 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지난 6월 25~26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제5차 한미일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실무그룹(Trilateral Working Group)'회의를 앞두고 국정원의 참석을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문서와 구두를 통해 한국 측에 통보했다. 당시 7월 1일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의 쿠팡 관련 중간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하원 법사위 보고서에는 “국정원(NIS)이 쿠팡에 대한 조사와 기기 회수를 압박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정원은 이 회의에 실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다만 국정원에 따르면 당시 회의 참석 배제가 일회성 조치였으며, 현재 한ㆍ미 정보당국 간 협력에는 문제가 없다. 이 실무그룹은 2023년 8월 체결된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신설되었다. 2023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1차 회의가 열린 이래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왔으나, 국정원이 회의에서 배제된 것은 협의체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국정원은 2026년 3월경 미국의 입국 거부로 인해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국 국방부 산하 국가지리정보국(NGA) 등 정보기관 수장들과 만나지 못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국회 국정감사 중 외교통일위원회 질의 과정에서 이 원장과 국정원의 친중반미 행보 등을 문제 삼아 미국 정부가 입국 및 면담을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정청래 의원은 외통위 해외국감 미주반(미국, 브라질, 콜롬비아, 캐나다) 소속으로 정식비자를 받아 국정감사를 다녀올 예정이었으나 미국 국무부에서 비자 발급을 지연하면서 구주반(유럽)으로 소속을 변경했다. 정청래 의원은 1989년 주한 미국대사관저 점거 농성에 가담해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과거 한차례 미국 입국이 거부되고 두 차례 입국이 허용된 바 있다.
미국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상대로 자의적으로 반미인사로낙인찍고 불이익을 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비자 절차를 통해 반미성향의 방문객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2024년 미국을 방문한 우리 국민은 약 170만 명으로, 대부분 ESTA를 이용했다. 미국 국무부는 일반 유학생, 교환 연구자, 여행객을 대상으로 ‘전자여행허가제’(ESTA, Electronic System for Travel Authorization)를 통해 반미성향의 방문객의 입국을 차단하고 있다.
전자여행허가제는 한국을 포함한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 가입국 국민이 비자 없이 관광, 상용, 경유 목적으로 최대 90일까지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사전 승인을 해주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정식 비자가 아닌 '입국 자격 사전 승인' 형태이며,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하기 전 승인이 완료돼야 한다. 방문객이 과거 반미성향의 북한,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쿠바 등을 방문했거나 이중 국적자인 경우, 입국이 거절된 경력이 있는 경우, 범죄 경력이 있는 경우 ESTA 발급이 거절되므로 미국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거쳐 정식 비자를 받아야 한다. 특히 ESTA를 신청할 때 최근 5년 동안의 소셜 미디어(SNS) 계정을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방문객의 계정을 검열해 게시글이나 '좋아요'를 통해 반미성향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상황이 이러니 위성락 안보실장이나 조현 외무부장관 등 미국통들이 당연히 한미관계에서 주도권을 지니고 있다.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자주파를 억누르고 미국통을 중용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재명 정부를 길들이기 위해 미국통에게도 쉽게 대화의 문을 열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대미투자, 쿠팡 사태, 호르무즈해협 파병,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전반적인 사안에 대해 한국정부에 불만을 지니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한미관계를 풀기 위해 위성락 안보실장을 미국에 파견할 계획이지만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등 미국 측에서 회담에 소극적이다. 대미투자 프로젝트 발표 지연으로 핵추진잠수함 건조 및 핵연료 사용 권한 확보 등 안보 분야 협의도 지체됐다. 위 실장의 단독 방미는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