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러연대의 동력 : 상호이해관계
조선은 대북제재를 극복하고 핵무장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으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절실하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곤경에 빠져 있기 때문에 조선과 중국으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반면 중국은 미중분업이 잘 나갈 때 러시아나 조선의 도움이 필요 없었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의 요청에 순응하면서 조선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했고, 서방에 포위당한 러시아를 외면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자 에너지, 자원,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체인을 단속하자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이 절실해졌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를 값싸게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원유 소비량의 20%를 러시아에 의존하지만 이란 전쟁처럼 중동의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러시아의 가치는 더 중요해진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상하이 협력기구와 브릭스의 연대, 달러 이외의 국제결제시스템 구축처럼 미국에 대항하는 국제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다.
문제는 중국이 조선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첫째 핵무장 조선의 존재는 미국이 대만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즉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분산시킨다.
둘째 중국은 자신이 조선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미국에 과시함으로써 조선의 핵문제에 골머리를 쓰고 있는 미국에 대해 자신의 협상력을 과시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중국이 조선의 비핵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조선을 핵무장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모호성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이다. 중국은 조선에게 사실상의 핵무장국가로서 지위를 인정해줄 것처럼 하면서도 미국에 대해 조선에게 비핵화의 압박을 가할 수도 있는 것처럼 양면적인 태도를 취한다.
미국과 협력하고자 하는 중국이 조선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대부분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는 건 조중이 미국에게 속내를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기도 하지만 특히 중국은 대미협상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대조선정책을 감추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한국과의 관계 악화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은 조선과 모종의 구두합의를 했음에도 한미의 반발을 의식해 합의문 형태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다.
항미적 조중러연대를 심화시키는 중국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미국과 적대적 관계인 조선과 러시아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 봉쇄를 강화하자 중국은 조선 및 러시아와 힘을 합해 미국에 대항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2025년 9월 베이징 전승절 행사에서 시진핑은 조러의 정상들이 나란히 서는 한편 연쇄적인 정상회담을 열면서 미국을 긴장시켰다. 2025년 5월과 2026년 5월의 중러 공동성명을 비교해 보면 중국이 갈수록 미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5년 중러공동성명은 미국에 맞서는 조중러연대를 최초로 가시화했다. 이는 기존의 중러 공동군사훈련에 조선의 러시아 파병이 추가됨으로써 벌어진 일이다. 성명은 미국을 제3자로 지칭하여 중러협력이 제3자를 겨냥하지 않고 제3자에 의해 제약받지도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한 2025년 공동성명은 유엔(UN) 중심의 국제질서와 다자무역체제의 복원을 주장하면서도 미국과의 공동번영이 어려울 경우 중러가 새로운 다극질서의 주축이 될 것을 시사했다. 공동성명은 이런 취지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협력, 달러 이외의 국제금융시스템, 에너지 광물 협력 등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2026년 중러 공동성명은 미국에 대한 비판 수준이 높아졌다. 2026년 성명은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인 중러가 힘을 합쳐 미국이 외면하는 유엔의 기능을 회복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성명은 이란 전쟁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군사 공격한 것은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위반하고, 중동 지역의 안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고 명시했다.
2026년 성명은 미국을 ‘개별 국가’로 지칭하며, 2025년과 마찬가지로 일부 국가들이 패권주의와 신식민주의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2026년 중러 공동성명은 “일부 핵무기 보유국은 힘의 우월성에 사로잡힌 채 다른 핵무기 보유국 부근에 무기를 배치하고, 군사동맹을 확대 한다”고 지적했는데, 여기서 다른 핵무기 보유국이 중러 이외에 조선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이미 2025년 공동성명은 조선의 입장에 동조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관련 언급을 최초로 삭제해 한국 정부가 유감성명을 냈다. 2026년 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을 뿐더러 나아가 "중러는 무력 압박 등 수단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반도의 전쟁 위험을 제거하는 실질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미국에 대한 표현 수위를 높였다.
특히 2026년 중러 성명에서 명시된 ‘지정학적 현실’이란 용어가 조선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로 수용하겠다는 입장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2026년 미중회담 후 백악관이 발표한 팩트 시트에는 조선의 비핵화가 공동목표로 명시돼 있었지만 중국 측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조선은 시진핑 방문을 앞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중러연대의 약한 고리 : 미국 없이 살 수 없는 중국
조중러 모두 궁극적으로 미국과의 공존을 꾀하고 있으나 대미관은 각자 처한 위치에 따라 다르다. 중러는 미국에게 우리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미국에 저항하는 조중러연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중러는 미국과 관계가 좋을 때는 조선에 대해 생존만 가능한 수준으로 관계를 격하시켜 왔다.
소련 붕괴 이후 과거 엘친은 물론 푸틴도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유럽연합과 나토에 가입하여 안보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으나 미국은 나토의 동진으로 도발했다.
러시아는 미국이 자신들의 안보를 무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시켰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으로부터 자신의 안보이익을 존중받고 과거 미소관계에 버금가는 위상을 복원하고자 한다. 다만 러시아 역시 미국과 교류해왔고 미국과 협력할 의사와 이해관계도 있지만 에너지와 식량 및 자원을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중국만큼 미국과의 교류가 절실하지 않다.
미국이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하고 그 대가로 미중분업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중국에게 선사했다. 미중수교와 중국의 세계자본주의 체제 편입이 미국의 주도로 성사됐다면 이제 중국의 요구는 자신을 미국과 대등한 대국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이 경제적 군사적 봉쇄를 풀고 G2 체제로 가자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러시아를 제치고 미중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추구한다. 마치 흐루쇼프가 미국과 대치 중인 1950년대 중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미소 평화공존을 제기한 것과 유사하다.
중국 입장에서 조러의 협력으로부터 얻는 것보다 미국과의 협력으로부터 얻는 것이 훨씬 많고 중요하다. 중국은 미국과의 교류가 없다면 경제발전의 동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과 단절할 수도 없고, 단절할 의사도 없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은 미중 공동번영이고, 조중러연대는 그런 전략이 작동되지 않을 때마다 구사하는 전술이다. 미국이 공동번영을 거부할 때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인 것이다.
실제로 이번 2026년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국과 같은 신흥 강대국과 미국과 같은 기존 패권국은 전쟁으로 치닫는다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 미중 사이에 발생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미중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제안했다.
이처럼 조중러연대는 중러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선택이 아니라 미국의 공세에 대항하기 위한 소극적이며, 후차적인 전술이다. 미국이 중러와의 협력을 강화할 때 중러는 언제든지 조중러연대를 이완시킬 것이다. 즉 미국의 공급망 전쟁, 관세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대치 등이 수면 밑으로 가면 중러는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게 된다. 조선 역시 특히 중국이 언제든지 미중 공동번영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
4. 조중러연대를 장기전략으로 하려는 조선
문제는 러시아는 원래 미국과 대등한 대국이었고, 중국은 미중분업을 향유해왔지만 조선은 지금까지 미국과 단절해왔고 미래에서도 미국으로부터 공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미국이 중러와 세계를 분할하면서도 극동에서 중러가 태평양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군사적 봉쇄를 하려면 조미대립이라는 명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조선과 친선관계를 수립하면 조선과의 적대성을 명분으로 하는 주한미군을 유지할 수 없다. 미국 입장에서 조선을 중러로부터 떼어 놓으려면 베트남 사례와 같은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조선에게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한다고 해도 조선이 지정학적, 역사적, 이념적 배경 때문에 중러와 안보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조선이 미중러 모두와 공존하려면 안보와 경제 분야에서 자립해야 한다. 조선의 입장에선 한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발전은 중국이나 미국과의 협력 없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의 조선경제에 대한 지원은 '미국 눈치보기'와 '조선 길들이기'의 일환일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껏 조선은 중러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안보문제와 경제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현재 핵무장으로 안보문제를 해결한 조선은 더 이상 미국에게 평화협정이나 불가침조약 따위를 구걸하지 않는다.
단지 조선은 미국에게 자신들의 핵무장을 인정하고 각종 제재를 해제하라는 것이다. 핵무장으로 중러와 동등해진 조선은 조중러연대를 통해 경제발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조선은 가능한 한 조중러연대를 최대한 연장시킬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안보문제에서 해방되고 경제건설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 즉 미중러에 대한 상호확증파괴의 핵무력을 완전히 완성할 때까지 중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중러의 경제적 군사적 도움으로 조선의 핵무력이 선제공격과 보복공격 능력을 완성하면 조선은 미중러로부터 등거리정책을 할 수 있다.
중러 역시 조선의 이러한 전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선의 핵무력이 완성되기 전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원한다. 이런 이유로 중러는 조중러연대에도 불구하고 조선의 핵무장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조중러연대는 조선에게 전략이지만 중러에게 특히 중국에게 전술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