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 연기, 연합훈련 확대, 유엔사 강화, DMZ 주권 부정
한국을 중국을 겨누는 단검이라고 망언을 한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근에도 고압적인 망발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14일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해야 할 새로운 기준이 있다”고 했다. 또한 브런슨은 “만약 우리가 제주에서부터 경기도 북부까지 훈련을 한다면 어떤 모습이겠느냐”며 현행 대규모 연합훈련에 전국에서 분산형 소규모훈련을 추가하는 것을 한국군 지휘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동맹에 통제받지 않는 유엔군사령부(UNC)의 강화와 다국적 협력도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내 생각에는 남쪽 철책선에서 대한민국이 시작된다”고 했다. 그는 “정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내가 해당 구역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허세가 아니라 미군 측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한·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 주도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과 관련해 미국이 지난해 합격점을 줬던 일부 평가 항목을 올해는 “충족되지 않았다”면서 불합격시켰다. 미 측은 해마다 재평가가 필요한 항목이 있고, 달라진 전장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 이미 충족한 기준을 재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추가된 핵심기준은 인공지능(AI) 기반 표적 분석 능력, 인공위성과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와 같은 정보·감시·정찰(ISR) 능력, 미군 작전에 한국군 자산까지 통합 운용하는 ‘연합·합동전영역작전(JADC2)’, 데이터링크 등 통신 보안 체계, 천무 다연장로켓과 같은 대화력전 능력 강화 등이다. 주한미군은 현재 1~2년 내 전작권 전환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이재명 대통령 임기 후로 지연시킬 속셈이라고 볼 수 있다.
유엔사 관계자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과 관련해 이날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사령관에게 부여된 DMZ 및 공동경비구역(JSA) 내 책임을 설명한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주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브런슨의 발언에 대해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할 것을 요구했으며, 대통령 국방정책특보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브런슨 사령관은 주권 침해 발언을 즉각 철회하고, 대한민국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한미동맹 내에서 전작권 전환을 추지하면서도 한미동맹 밖에서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엔사령부의 전쟁수행능력을 확대 강화시키고 있다. 독일을 가입시켰고 일본도 가입시킨다는 입장이며, 전투부대를 지휘할 수 있을 정도로 유엔사의 작전참모진을 다국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또한 미국은 유엔사를 통해 남북철도연결 등 DMZ을 통한 남북왕래를 금지하는 등 정전협정 체계 안에서 한국정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엔사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과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DMZ 출입을 불허한 바 있다. 이에 반발해 국회에서 비군사적 목적의 출입에 대한 허가를 우리정부가 하는 법률안이 제출되자 유엔사는 이례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전작권 전환에서 주한미군 패싱과 태평양 사령부 내 위상 격하에 대한 반발
첫째 브런슨 사령관이 연일 전작권 전환 일정에 제동을 거는 것은 이재명 정부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데 대한 반발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전작권 전환에 필요한 조건 심사는 한미연합사 차원의 훈련과 주한미군 실무자 차원의 심사, 양국 합참의장들의 한미군사위원회 회의(MCM)에서 검토, 양국 국방장관들의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정과 전환시기에 대한 대통령에 대한 건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미 양군의 실무급에서 이견이 속출하면서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 전환에 비협조적인 주한미군보다는 백악관과 국방부와의 협상에 주력하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15일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전작권 전환 기준 변화' 발언에 대해 이미 미측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신철 장관은 한미 간에 이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작권 전환이 지금 이루어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올해 진행한 완전운용능력(FOC) 공동 평가에서 남은 이견도 한미안보협의회의(SCM)까지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SCM은 통상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열리는데 올해 회의는 12월 이후로 개최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 강 장관은 “SCM은 저 혼자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답하면서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에 집중하느라 일정을 연기한다고 선해할 수 있으나 전작권 전환 조건에 대한 이견, 그리고 최근 한미 간의 정치경제적 갈등 탓도 있다.
백악관은 통일부와 국정원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면서 친미적 성향의 강경화 주미대사, 조현 외교부 장관, 위성락 안보실장과의 회담에도 소극적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미국 정보당국이 6개월 이상 이어지는 대북 정보 공유 제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쿠팡 문제 등 양국 경제 현안도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최근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때까지 FOC 검증 완료 후 ‘목표연도’를 도출해 현 정부 ‘임기 내 전환’을 완결 짓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목표실현이 불투명해졌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27일부터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과 첫 번째 고위급 협상을 시도할 계획이다.
특히 한미 간의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기자로부터 질문받자, 전작권 전환이 아니라 환수라고 못 박고 반드시 조기 환수하겠다고 강조했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과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공약으로 내건 국방부 예산 감축, 해외 미군 감축, 장성 정원 감소에 대해 미군 장성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브런슨 사령관도 주한미군의 감축과 위상 격하에 반발하면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런 발언들을 연이어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하와이의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중국에 집중하는 태평양사령부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주일미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의 위상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에 미일사령부가 탄생할 계획인데, 이럴 경우 한미사령부가 중국을 주로 담당하는 미일사령부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 즉 주한미군의 위상이 격하되는 것이다.
또한 태평양사령관 휘하의 육해군사령관이 대장보직인데, 주한미군사령관 이외에 향후에 주일미군사령관도 대장보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통합전투사령부를 11개에서 8개로 줄이고 대장보직을 20% 감축할 계획인데, 주일미군사령관이 대장으로 승격되면 주한미군사령관이 중장으로 격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대장이 한미연합사(미래연합사)의 사령관이 되면 주한미군 중 육군이 대규모로 감축되면서 부사령관이 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중장으로 보직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한미군사령관인 브런슨이 취임 이후부터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대중국작전 확대, 첨단무기 배치, 전작권 전환 일정 지연 등을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