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 쟁점, 종전이냐, 휴전이냐

유럽연합 가입은 가능성 높지만, 나토 가입은 어렵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은 유럽연합과 나토에 편입하려는 서부의 주민과 이에 반대하는 러시아계 동부의 주민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친러 중앙정부가 친서방 쿠데타에 의해 전복되면서 발생한 내전이다.


유럽연합이나 나토 가입은 회원들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먼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 가입에 대해 러시아가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투표권이 없고 가입 반대를 종전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지도 않는다. 


친러 성향의 헝가리는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 역시 부정적인 기류이다. 폴란드는 찬성에서 반대로 돌아섰다. 2025년 8월 취임한 폴란드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중 우크라이나반란군(UPA)의 폴란드 볼히니아 학살과 그 학살을 주도한 스테판 반데라에 대한 영웅화 즉 기억의 전쟁을 이유로 유럽연합(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반대해왔다.


반대하는 나라들이 찬성으로 돌아선다고 해도 경제적 통합에 따른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에 터키의 사례에서 보듯이 최종적인 가입까진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서방군대 주둔하면 러시아 동부점령 확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가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가 최근 가입의사를 철회하고 대신 나토에 버금가는 집단안전보장을 유럽과 미국이 보증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어느 형태이든 미국과 유럽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상주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나토 중에서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리투니아, 슬로바키아 등이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로 있지만 모두 북방의 변경이거나 모스크바와 멀리 떨어져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와 가까운 편이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서방의 군대가 상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때 러시아 인근의 나토가입국들이 확전을 두려워 하고 있다. 이미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는 헝거리, 슬로바키아, 폴란드 이외에도 반대 국가들이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거나 서방의 군대가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주둔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동부를 완전히 점령해 중간지대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점령당한 동부지역 회복 포기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크림반도와 동부지역을 반환받을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가 아직 우크라이나에 속한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일부지역까지 러시아에 넘기는 것으로 협상을 하자 입장을 바꿨다. 미러 협상안은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나머지 지역을 포기하고 그에 상응해서 러시아가 점령한 다른 지역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이미 빼앗긴 지역의 회복을 요구하지 않고 현재 상태의 전선을 동결하자는 입장이다. 12월 15일 키이우국제사회학연구소(KIIS)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2%는 현재 상태로 전선을 동결하고 일부를 양보하는 형태의 협상에는 동의할 의사가 있다. 다만 응답자의 75%가 안전보장이 없는 상황에서는 영토 포기나 군병력 제한 등이 포함된 종전계획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미국의 지원에 대해서는 21%만, 나토의 지원에 대해서는 34%만 신뢰한다고 답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절박한 상황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미국과 나토의 지원이 없으면 단독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여론조사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전쟁의지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전 혹은 휴전의 주도권은 러시아에


러시아의 원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거나 서방군대를 끌어들이면 최소한 동부 돈바스 전체를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즉 러시아는 주민들의 저항과 나토와의 전면전 우려 때문에 서부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할 의사가 없다. 


현재 러시아는 돈바스의 80%를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는 종전이나 휴전 없더라도 나머지 20%를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고 해도 길어야 수년 내 점령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더라도 어차피 러시아가 돈바스 전체를 점령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돈바스를 내주고 전쟁을 끝내려고 한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거나 축소하여 돈바스 전체가 러시아에 점령되는 시간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러시아는 돈바스 전체를 점령하면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서방의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가 제대로 반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전투는 사실상 의미 없는 수준에서 소모전으로 진행되다가 사실상 휴전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른바 한국식 분단이고 추후에 쌍방이 중간지대를 설정할 수 있다.


즉 종전협상이 진척이 없으면 러시아가 돈바스 전체를 점령한 후 사실상 휴전상태에 돌입하는 것이다. 현재 종전의 쟁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나토식 집단안전보장과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돈바스 일부 지역에 대한 처리이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나머지 지역을 내준다면 러시아가 서방의 군대가 상주하지 않는 집단안전보장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젤렌스키의 정치적 파멸을 의미한다. 


결론적으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주둔하냐,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일부를 양보하느냐에 따라 종전과 휴전으로 갈린다. 어차피 러시아가 돈바스 전체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므로 주도권은 러시아가 가지고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