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나 하노이의 빅딜은 더 이상 조미회담의 의제가 아니다.
과거 싱가포르와 하노이 북미협상의 주요 의제는 조선의 핵개발을 중단시키는 것,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복원이 불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 CVID,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이다. 하지만 조선은 핵무장 완성을 선언하며 비핵화는 의제자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역시 핵태세보고서 등 공식문건에서 조선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의 핵무장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 시절부터 조선의 비핵화를 장기목표로 설정하고 당장 필요한 조미협상 의제는 조미 간의 핵전쟁을 예방하는 외교안보적 장치를 마련하고 조선의 핵무장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는 것이라고 내부적으로 정리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빅터 차 같은 보수적인 전문가들도 조선의 비핵화를 당면한 협상의제로 고집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합의가 가능한 조선의 핵동결은 조미 간의 우발적인 핵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중러 수준의 비상채널을 유지하고 조선의 핵탄두 숫자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고 추가적인 핵농축을 중단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과 발사체 및 운반수단, 핵잠수함의 숫자를 제한하고, 추가적인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실험을 중단하는 것이다.
핵전쟁 예방과 핵동결, 제재해제와 군사훈련 중단으로 보상, 스몰딜
따라서 미국이 조선의 의사를 존중하고 비핵화 의제를 제외하고 핵전쟁 예방과 군축으로 협상의제를 좁힌다면 조미대화의 문턱이 낮아진다. 반면 미국이 협상기조나 합의문의 서두에서 상징적으로 장기적인 비핵화를 전제로 당면한 과도기로서 군축을 협상의제로 채택하려고 할 때 조선이 이를 수용할지 미지수이다.
조선의 입장에서 핵무장을 사실상 완수했기 때문에 조선의 협상의제의 순위가 완전히 변했다. 조선의 제1 목표는 이스라엘, 파키스탄, 인도와 같은 사실상의 핵무장국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조선의 비핵화를 더 이상 조미간의 혹은 유엔, 국제원자력기구의 논의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다. 이는 조선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가해진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다.
조선이 핵무장국가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는 이유는 핵무장으로 반세기 넘게 조선을 괴롭혔던 국제적 고립과 제재를 끝내고 국가안보문제를 종국적으로 해결하기 위함이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말했듯이 핵무장국가는 모든 나라와 불가침조약을 맺은 것과 마찬가지다. 어느 나라도 단 한발이라도 맞으면 국가존립이 위태로워지는 핵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무장 조선은 과거 제1순위 협상의제로 내세웠던 북미불가침조약, 평화협정, 북미관계정상화를 더 이상 제1의제로 내세우지 않는다. 핵무장의 완성과 국제적 인정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조선핵무장 인정이 포괄적인 협상의제라면 개별적인 의제는 한미공동군사훈련의 완전한 중단이다. 물론 조선이 주한미군의 완전한 철수를 원하지만 첫째 핵동결을 보상으로 미국이 한국에서 철수할 리가 없고, 둘째 핵무장 상태에서 어차피 전면전의 가능성이 없으므로 주한미군 주둔 자체가 조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인 대규모 한미공동군사훈련이 조선 체제를 갉아먹고 있다. 왜냐하면 조선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한미공동군사훈련을 조선 인근에서 한다면 조선은 끊임없이 이에 대응하고 국가자원을 전쟁준비에 소모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조미간의 합의가 가능한 협상의제는 미국 입장에선 본토피격가능성을 회피하고 현재 상태로 조선의 핵무장을 동결하는 것이며, 이와 관련된 사찰과 통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고 조선 입장에선 모든 국제제재의 해제와 한미공동군사훈련의 영원한 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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