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외교협회 잡지,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 지지해야
미국외교협회(CFR)가 발행하는 포린어페어즈는 지난 6월 23일 한국 등 미국 동맹국들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장문의 공동 기고문을 실었다. 이 기고문에서 제니퍼 린드와 대릴 G. 프레스는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미국 우선주의’에서 미국이 동맹을 보호하기 위해 핵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및 호주는 자체 핵개발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자체 핵무장에 나설 경우 미국이 조선의 도발을 억제하고 한국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중국의 핵무력 증강, 조선의 핵무장 등 증가하는 핵위협에 직면한 미국의 동맹들에게 미국의 전술핵무기 도입, 나토식 핵 공유, 자체 핵무장 등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또한 이들은 한국에 대해 탄도미사일 잠수함, 이동식 발사 시스템, 장거리 미사일 개발능력 등을 구비해 핵탄두만 개발하면 완벽한 핵무장국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국제연구센터, 한국과 일본, 호주의 핵무장 가능성 논의
지난 6월 18일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호주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기조 발제를 맡은 빅터 차 지정학 및 외교정책 부서장 겸 한국 담당 석좌에 따르면 한일 모두 핵무장에 대해 일반인들은 60%~80%의 높은 지지를 보인다. 다만 전현직 관료, 학자, 의원, 최고경영자 등 전문가집단은 오히려 70%~80%가 핵무장에 반대하거나 그 실현가능성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반인들의 핵무장에 대한 높은 지지는 한국과 일본이 피부로 느끼는 안보불안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의 핵무장, 중국의 핵무기 증강,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 등 안보 우려가 높지만 최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때문에 미국의 확장억지력에 대한 불신이 높아서 한국과 일본에서 자구책으로서 핵무장론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일의 전문가들이 핵무장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는 첫째 미국과의 동맹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고, 둘째 NPT 체제 이탈로 인한 유엔 등 국제사회의 제재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최근 호주도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호주는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의 위협에 대해 대응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미국이 중국에 대항하는 취지에서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하면서 호주의 핵무장도 동시에 거론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는 한국의 핵무장론
조선의 핵무장뿐만 아니라 최근 조중러의 군사적 협력은 특히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전 발행인인 캐런 엘리엇 하우스는 2025년 9월 9일 동 신문에 "한국이 조중러의 군사동맹에 대항하기 위해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와 2기 안보전략을 수립했던 콜리 정책담당 국방부 차관은 2024년 4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한미군 등 미국의 동북아 자산을 중국 억제에 집중하려면 한국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정학적 현실주의를 중시하는 국제분석가인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조선의 핵무장과 중국의 핵무력 증강 및 대만전쟁의 우려 때문에 향후 10년 이내에 한국과 일본이 핵무장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국우선주의, 중러가 아닌 조선과 공멸할 핵전쟁을 할 필요 없어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므로 동맹들의 지역전쟁을 미국이 공멸할 수 있는 세계대전으로 가져갈 생각이 없다. 즉 서울이나 도쿄, 대만,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기 위해 미국 대도시를 희생시킬 의사가 없다. 이는 확장억지력의 포기이다.
확장억지력은 원래 소련이 유럽의 미국 동맹을 공격할 때 미국이 소련의 모스크바를 보복하겠다는 결의를 통해 핵전쟁을 막는다는 전략이다. 즉 미국 동맹에 대한 공격은 미소가 공멸된다는 공포를 소련에게 심어주는 것이다.
문제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 공멸하는 핵전쟁을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러 사이엔 전면적 핵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핵탄두와 운반수단을 대폭 감축했으며, 일상적인 핵전쟁 대비 태세 역시 대폭 해제했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조선과 서로 공멸할 핵전쟁을 하는 건 미국으로선 대학생이 초등학생과 같이 싸우다 죽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미국이 조선과의 핵전쟁으로 치명상을 입을 때 중국과 러시아가 핵공격을 한다면 미국에겐 엄청난 재앙이다.
즉 미국이 공멸하는 확장억지력은 과거 소련, 러시아, 중국에게 적용할 수 있지만 조선에게 적용한다면 이는 조선이 미국과 핵 대리전쟁을 하는 셈이기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에게 큰 전략적 승리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한반도 전쟁, 대만 전쟁이 핵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게 관리하려면 국지적인 전술핵전쟁에 미국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콜비 차관 역시 2023년 4월 “기존 확장억지력에 따르면 조선이 한국을 핵공격할 때 미국이 이에 보복한다면 북미간의 핵전쟁으로 미국의 대도시가 괴멸될 수 있다.”면서 핵우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조선의 핵전쟁 전략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에 전술핵공격을 할 때 미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에 즉시 발사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민주당 보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노골적인 핵무장론 제기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민주당보다는 친미보수인 국민의힘 쪽 인사들이 더 강하게 언급하고 있다. 김문수, 홍준표, 유승민 등 과거 대권주자들은 미국이 경계하는 독자 핵무장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2023년 4월 28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국은 1년 내에 핵무장을 할 수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조선의 핵무장에 대응하는 미국의 후속조치를 압박했다.
친미보수세력이 핵무장론을 서슴없이 말하는 이유는 첫째 북미 핵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의 확장억지력 즉 한미동맹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둘째 자신들의 친미적 성향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며, 셋째 미국에게 전술핵 배치와 핵공유 등을 양보받기 위한 협상용 위협이며, 넷째 핵무장에 대한 여론이 높기 때문에 인기에 영합하려는 파퓰리즘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이나 중도인사들은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는 미국 입장에선 민주당의 핵무장론이 국민의힘의 핵무장론보다 더욱 위협적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9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과 대만을 포함한 나라들도 핵무장을 하게 된다."면서 핵무장론을 비판했다.
다만 국민들 다수가 핵무장에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 인사들도 이러한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동의 아래 제한적 대응조치를 추진하고자 한다. 즉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 초대형 재래식 보복미사일 배치, 제한적인 핵농축 권한 획득,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의 핵잠수함 도입은 조선의 핵무장에 노출되고 있는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논의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일본은 레이건 시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핵연료를 재처리할 국제법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데 한국정부 역시 일본 수준의 핵농축 권한을 미국에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이하게도 상대적으로 민주당과 더 많이 교류하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일관되게 핵무장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 소장은 구체적으로 "미국을 설득하여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와 핵무장 기술 개발 등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 후 미국의 정권교체기에 전격적인 핵개발을 완료하면 국제제재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론, 역사적 경쟁의식과 긴장감
한미의 핵 전문가에 따르면 조선은 현재 50~90개의 핵탄두를 지니고 있으며, 매년 7~1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다. 조선은 궁극적으로 미국에 대한 선제공격과 보복공격을 통해 상화확증파괴의 공포를 심어 줄 수 있는 3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자 한다.
반면 한국은 40개의 핵무기를 만들 원료는 있지만,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돼 있어 제조가 불가능하다. 미국에 의해 2번의 핵공격을 받은 일본은 전통적으로 핵무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 하지만 조선의 핵무장, 중국의 핵무력 증강과 대만대치, 트럼프의 일방주의 이후 조심스럽게 핵무장론이 대두되고 있다.
일본은 고농축의 재처리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2024년 말 기준으로 핵탄두 약 5,500기에서 6,000기를 제조할 수 있는 약 44.4~44.5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하여 조선과 중국 및 러시아를 타격할 수 있는 천 킬로 이상의 미사일을 배치한 상태이다.
핵무장을 초래하는 위협에 대해 한국은 조선의 핵무장을 최우선으로 보나, 일본은 겉으로는 조선의 핵무장을 핑계로 하지만 실제 본심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대응이다. 최근 조중러의 연대는 특히 일본의 안보불안을 심화시켜 핵무장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아직까지 일본의 전문가들은 비핵3원칙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지만 핵무장에 대한 공개논의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을 자문하는 측근이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일본의 핵무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핵무장 여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주한미군철수 여부이다. 반면 일본은 한국의 핵무장을 중요 변수로 보고 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만약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일본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전문가도 일본의 핵무장이 가시화되면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안보환경의 차이로 일본의 핵무장이 한국의 핵무장보다 빠를 수 없다. 즉 한국이 핵무장에 먼저 나서고, 일본과 대만이 이에 따르는 수순이 될 수 있다. 중동에선 이란의 핵무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핵무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
동유럽에선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줄이면 우크라이나가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 결국 조선의 핵무장으로 인해 미국 동맹 중 한국이 가장 먼저 핵무장에 나설 수 있는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미국의 확장억지력이 마비되고 핵무장 도미노 현상을 가져 올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정부가 요구하는 핵추진잠수함이나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미국이 당장 거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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