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러시아에 전투병을 파병할까?

 조선은 러시아에 전투병을 파병할까?


최근 우크라이나와 친서방 언론들은 도네츠크에서 6명의 조선인민군 장교들이 러시아 군대의 훈련을 참관하다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러시아와 조선은 관련 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합병당한 러시아 내 자치공화국으로서 조선은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이 공화국을 가장 먼저 승인한 나라 중 하나이다. 러시아는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국제적 위상을 견고히 하기 위해 조선 등에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외교협력을 요구한 바 있어 조선인민군이 도네츠크에서 훈련을 참관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향후에 조선인민군이 러시아의 전선에 파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하고 있다. 서방에서 조선인민군 장교의 사망을 기정사실화하고 조선의 파병설까지 흘리는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외국군 파병설은 서방의 선전전이자 위기 조성


첫째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어 푸틴이 곤란한 처지라는 여론이 러시아까지 파급되기를 원한다. 서방이 좀 더 노력하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서방 내 여론이 필요하기도 하다. 


둘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되거나 친러정부가 들어설 정도로 위험해지면 나토를 중심으로 서방은 파병을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여론형성에 조선인민군의 파병이 유리하다. 조선과 중국이 러시아를 도우니 서방도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논리이다. 


셋째 폴란드처럼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동유럽의 나토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 국가안보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서부를 지키기 위해 실제 강력한 군사지원이나 파병을 고려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를 동서독이나 남북한처럼 두 세력의 완충지대로 분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서방의 선전과 속내에도 불구하고 현재 조건에서 조선인민군이 전선에 파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전쟁 아닌 군사작전에 외국군 파병은 러시아와 푸틴의 굴욕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과거 러시아의 속국이나 다름없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국가안보를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다. 또한 우크라이나 점령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친서방정부가 동부에서 러시아계 주민을 학살했기 때문에 이 지역을 해방시키는 것이 이번 무력충돌의 목적이므로 전쟁이 아니라 제한적인 군사작전이라는 것이다. 


물론 푸틴 대통령은 개전 초기에 키에프에 친러정부를 세우기 위해 공수부대를 파견하려다 패배하고, 전선을 4개 지역으로 펼치다 동부전선으로 후퇴했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작전 수준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또한 현재 서방이 병력을 제외하고 모든 전쟁 자원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대리전쟁의 성격을 지닌다. 


소련이 10년간 텔레반을 상대로 전쟁하다 패배한 아프가니스탄 전쟁보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고강도 전쟁이다. 러시아의 병력이나 전쟁자원도 아프가니스탄 보다 더 빨리 소진되고 있다. 즉 현재 사태는 군사작전이 아니라 전쟁이라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무력사태를 전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의 무기를 통한 러시아 내륙 깊숙한 인구밀집지역의 공격, 서방의 전투병 파병 등 추가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전쟁으로 확대할 생각이 없다. 푸틴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쯤은 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과시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조선인민군이나 다른 외국의 군대가 전투에 참가하면 핵강대국 러시아가 약소국 우크라이나와 대등한 전쟁을 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그것도 스스로 승리할 수 없어 외국군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니 러시아 입장에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태이다. 


조러 모두 병력보다는 간접 지원의 민간인 송출이 이익


조선의 입장에서도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은 원하는 바가 아니다. 한국은 미국의 압력과 유엔의 요청에 따라 공식적으로 분쟁지역에 파병을 해왔다. 하지만 일단 조선은 해외분쟁에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한미의 위협에 고전하는 조선이 해외 전쟁에 조선인민군을 희생한다는 것이 조선 인민들에게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조선은 비공식적으로 공군만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러한 사실은 201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베트남전 참전 사망자 묘지를 언급하면서 공식적으로 인정됐다. 


따라서 설사 특별군사작전이 공식적으로 전쟁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조선인민군의 공식파병은 조러 양국 모두 원하는 바가 아니다. 비공식적 파병은 서방과 조선 인민들에게 노출이 안 되는 공군을 고려할 수 있지만 최고 전력을 자랑하는 러시아에 조선의 열악한 공군이 파견될 리가 없다. 


오히려 서방 언론에서 보도된 대로 조선의 미사일이 러시아에 공급됐다면 이 미사일의 운용과 기술적 문제 등을 지원하는 비전투병력의 비공식적 파견은 가능하다. 하지만 러시아가 운용능력 때문에 조선에 지원을 요청할 리가 없고 조선 입장에서도 미사일 운용에 관한 정보만 공유하면 되지 굳이 병력을 파견할 필요가 없다. 


러시아와 조선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조선의 지원은 눈에 띠지 않고 전투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러시아의 군사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기존의 전쟁무기의 지원 이외에도 병참과 기반시설에 대한 인력 지원이다. 조선의 노동력이 병참이나 산업기반, 사회간접시설에 투하된다면 러시아는 여분의 인력을 군사작전에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력송출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었지만 유엔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 내 조선의 인력은 송환되고, 새로운 인력의 송출도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유엔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비협조로 유엔 제재의 이행과 감시가 이완된 상태이다. 


그렇다면 전쟁 기간 부족한 민간 인력의 충원을 위해 전쟁 직후 복구사업을 위해 러시아는 우수한 조선의 인력을 필요로 하고 조선은 경제 제재로 인한 외환부족을 일부 해결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인력송출도 유엔결의 위반이고 러시아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