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방어체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통상 최대 고도의 2.5~3배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보통 30~45도 사이에서 최대 사거리가 나온다. 사정거리의 가감은 로켓연료 양을 조절하거나 탄두 탑재무게 등을 가감하는 방식으로도 가능하지만 그보다 더 간편한 것이 발사각도 조절이다. 사거리가 줄어드는 대신 방어하는 상대방이 탄착점을 예상하기 힘들다.
타격지점과 그 피해를 파악하면 미국 대통령은 미사일 공격에 곧바로 보복할 것인지를 10분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보복 공격을 결정할 경우 미국의 ICBM은 5분 내, SLBM은 15분 내에 발사가 가능하다.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개발은 ‘종말단계→중간단계→상승단계’의 순서로 진행돼 왔다. 미사일 발사는 로켓 추진제의 열기에 의해 바로 감지된다. 사물에 전자파를 쏘아 흑백영상으로 보여주는 합성개구레이더(SAR)는 최소 10cm가량의 물체도 알아볼 수 있다. 물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탐지해 시각적을 보여주는 적외선(IR)카메라는 적의 미사일이 내뿜는 열을 감지해 영상으로 보여준다. 미사일이 일정 고도로 올라가면 지상 및 해상레이더에 포착된다.
발사 초기 발사 각도를 파악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미사일 크기와 종류, 속도, 궤적을 통해 타격지점을 알 수 있다. 발사 30초에서 40초 만에 발사 확인을 하고 추적 자료를 받는다. 65초가 지나면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방향을 돌릴 지 알 수 있다. 65초에서 300초 사이에 ICBM의 로켓 모터 연소가 끝나기 전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다. 하지만 고체연료의 연소 시간은180초에 불과하다.
상승단계 요격은 공중발사레이저(ABL)나 요격탄을 쏘는 것이나 아직 실전에 배치되지 못했다. 출력의 에너지빔을 낼 수 있는 장치를 소형화하고 기상상태 등에 따라 레이저빔이 대기 중에 산란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향후 난제이다.
상승단계의 탄도미사일은 크기가 크고 비행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서 탐지와 추적이 쉽다. 하지만 발사 원점 가까이 탐지해야 하고 요격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은 영토가 넓어서 이 방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미국의 소리와 인터뷰를 한 자가나스 산카란 텍사스 주립 오스틴 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북한 방공 범위를 감안해서 요격기를 북한 해안에서 100km 떨어진 동해에 배치할 수 있다. 발사 장소가 동해에서 멀어지고 북한 내륙지방으로 들어가거나 청강읍처럼 중국 국경과 가까워질수록 어려워진다. 서해 쪽은 중국이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중간단계는 탄도미사일의 탄두가 연소를 마친 로켓에서 분리돼 관성의 힘으로 외기권(고도 100km이상 상공)에 진입해 정점에 다다른 뒤 중력에 이끌려 서서히 하강해 대기권이 진입하기 이전까지의 단계를 총칭한다. ICBM의 경우 중간단계 비행시간이 20분이다.
미국의 요격미사일(The Ground-Based Interceptor, GBI)는 지상기반 미사일(GMD·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방어체계 중 가장 높은 고도에서 운용돼 ICBM을 중간단계인 대기권 외부에서 1회 발사로 미국 본토 전체를 방어할 수 있다. 사거리 5300킬로, 최고 고도 2000킬로에 달한다. SM-3와 함께 미사일 방어의 중간 단계를 담당하고 있으며, 미국은 현재 미 본토에 대한 ICBM 공격 방어를 위해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 40기, 알래스카주 포트 그릴리 요새에 4기의 GBI를 배치하고 있다.
요격미사일 1발당 보통 50~60%가량의 요격률을 지니며 격추하기 위해서는 2~3개의 요격 미사일을 동시 발사해야 한다. 5개를 발사할 때 97%의 명중 확률을 지닌다. 2002~2016년 9번의 GMD 미사일 요격 실험에서 6번은 실패했다. 미국은 ‘차세대 요격미사일(NGI)’을 2028년까지 배치할 예정이다.
‘중간단계’에서 요격하는 스탠다드-3(SM-3)는 주로 중단거리 요격용이나 블록 2A는 ICBM이 미국 본토에 도착하기 전 요격하는 수단이다. 최대 사거리는 2200km, 고도 100㎞에서 최대 1000㎞이며 540여발을 보유 중이다. SM-3 무장한 57척의 이지스함이 미국 본토 전체를 방어할 수 있다. 일본은 이지스함에 배치했으며, 한국도 고각발사에 대비하여 도입 예정이다. 하지만 SM-3은 북이 남을 향해 쏘는 단거리미사일이 아닌 일본 본토나 오키나와·괌 등을 향해 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쏘아 맞히는 데 적합하다.
종말단계인 탄도탄의 재돌입 단계 요격은 사거리 60킬로 비행고도 36킬로인 신형 패트리엇(PAC-3)계열 미사일과 사거리 200킬로 비행고도 150킬로인 사드(THAAD)이 담당한다. 사드는 남한, 괌 그리고 본토 5개 총 7개 부대가 배치돼 있다. 6개 발사대가 8개의 미사일을 지니고 있다. 이 단계에서 디코이가 없으나 30초 이내에 요격해야 한다. 이들은 배치 주변 지역만 방어하며 직격탄으로서 충돌에너지로 발생하는 고열은 적 미사일에 탑재된 핵무기나 생화학물질을 태워 공중분해한다.
종말단계에서 속도가 빠른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힘들기 때문에 러시아의 경우 전술핵 미사일을 발사하여 대기권과 우주권 사이 지상 100킬로 이상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근처에서 자폭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방어 가능성
이스라엘이 2024년 4월 13일 이란이 발사한 드론 170대, 순항 미사일 30기 이상, 탄도 미사일 120기 중 99%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정보를 미국에 미리 제공했으며, 미국, 영국 등 이스라엘 우방들은 미사일 탐지, 요격 등을 도와줬다. 미 중부사령부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이 띄워 올린 80기 넘는 UAV(무인항공기·드론)를 파괴했으며, 탄도미사일 최소 6발을 무력화했다. 즉 이스라엘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란의 무기들이 무력화된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이 사례에 적용할 수 없다. 현재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상승단계에서 요격할 수단이 없다. 중간단계에서 대륙단위의 방어는 요격용 중거리탄도미사일로, 반경 1천 킬로는 SM-3로 방어한다. 하나의 탄두를 요격하기 위해 3개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최대 10개 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여기에 중간단계에서 가짜 핵탄두 디코이(decoy)를 섞을 수 있다. 미국은 X밴드 레이더 등을 통해 디코이를 구분한다. 설사 디코이를 100% 구분한다고 해도 다탄두 미사일 한 개 당 최대 10개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할 수 있다.
핵전쟁의 개념은 최초 공격으로 보복수단을 제거하는 대량 공격을 원칙으로 한다. 냉전시기 1956년 통합핵전쟁계획(Single Integrated Operational Plan, SIOP)에 따르면 미국은 선제공격의 경우 소련과 그 동맹국, 중국, 인도, 파키스탄의 1060개 목표지점에 3200발, 보복공격의 경우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되는 1700발을 725개 목표지점에 동시에 발사한다. 보복공격은 상대방을 말살하기 위해 인구밀집지역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
지금도 미중러간의 핵전쟁은 상대방을 1회 선제공격으로 궤멸시키기 위해 상대방의 핵무기, 저장고, 투발수단 기지, 지휘부, 위성 등 통신기지, 중요 인프라 시설, 인구밀집지역을 겨냥해 수백기를 동시에 발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냉전 이후의 미국의 핵전쟁 계획에 따르더라도 OPLAN 8010-12 선제공격의 경우 1000여발의 핵탄두를 발사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중거리요격미사일 GBI는 44개에 불과하고 SM-3 Block 2A도 100개미만 배치돼 있다.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십개가 동시에 날아오면 중간단계에서 전부 요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사일방어시스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수백기 갖고 있는 미중러 사이의 방어전략이 아니다.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하나에는 40개의 디코이와 10개의 핵탄두가 실려 있다. 44개의 요격미사일로 이 하나의 미사일을 완전히 무력화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들 사이에는 방어가 아니라 상호확증파괴로 전쟁이 억제된다. 북한이나 이란, 적의 실수나 혼란으로 인한 소수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기권 진입 이후에도 음속의 20배 이상 속도를 내므로 속도가 느린 사드나 패트리엇으로 요격할 수 없다. 결국 미국은 전면핵 전쟁 때 미사일 타격지점을 탐지하여 워싱턴과 주요대도시만 보호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북의 현재 대류간탄도미사일의 개수가 20여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북이 몇 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막을 수 있지만 수십개를 동시에 발사하면 방어가 불가능하다. 결국 북은 핵탄두 300여개, 100여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수십개의 잠수함탄도미사일을 보유하면 미국의 방어망을 확실하게 뚫을 수 있어 미국에 대한 핵전쟁 억제력을 지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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