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질서 다극화 경향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냉전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국제분업 체계의 동요


미국은 양차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또 다른 세계대전을 막고자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을 추진했다. 국제연맹은 제안 국가인 미국의 고립주의 때문에 성사되지 못했지만 국제연합(UN)은 지금까지 세계대전을 저지하는데 나름 역할을 해왔다. 루스벨트의 유엔구상은 미소가 양극이 되고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대 강대국이 세계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는 미국 단극체제를 유지해왔으나 푸틴의 러시아가 재부상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세계분업으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이 미국의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 인구대국 인도 역시 빠른 경제성장과 미중러의 경쟁 속에서 독자노선으로 4강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최근 국제질서 다극화에 관한 담론이 활성화되고 최근에는 다극화 포럼이 결성됐다. 이런 다극화 담론이 반제반미전선, 유엔의 다극체제(5대 상임안보리국가). 혹은 과거 소련의 평화공존론, 비동맹노선과 어떻게 다른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인도의 성장으로 진정한 다극화 시대가 도래


미소냉전 시기에 중국이 외교무대에서 제3자의 지위로 등장했으며, 21세기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미중러의 3강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중분업 시대에 제3자로서 정체성이 불분명했다. 최근 미국의 견제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권위주의 진영으로 분리됐다. 즉 미국 입장에선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2자구도이므로 진정한 다자구도가 아니다. 경제 중심의 브릭스나 정치경제 중심의 상하이협력기구는 미국 중심 체제에 대한 대안적 모색이나 미중러의 국가 수준의 주체로서 실체가 없다. 따라서 미중러와 대등한 관점의 다극화 주체로서 인정될 수 없다. 과거의 비동맹이 미소와 대등한 3극으로서 지위를 갖지 못한 것과 유사하다.


인도의 부상으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로 양분하는 미국의 구도가 균열됐다고 봐야 한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동맹에 적극 가담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종속적인 동맹보다는 대등한 관계를 추구하고 브릭스나 상하이 기구에서 제한적으로 중러와 관계를 맺고 있다. 인도는 러시아와 전통적인 우방관계를 맺고 있으나 미러 사이에서 등거리 정책을 유지하려고 한다. 반면 파키스탄을 지원하는 중국과는 2차례 국경분쟁을 겪는 등 긴장관계이다. 


중국과 인도는 인도양을 둘러싸고 서로 포위전을 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전통적인 우방인 파키스탄(과다르항), 캄보디아(레암 해군기지) 이외에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함반토타항). 버마 등에서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가 투자부채를 갚지 못할 경우 항만 등을 장기임차하고 있다. 인도는 미국과 SOSA(국방산업협력협정)을 맺고 인도태평양사령부와 대령급 연락장교를 교환하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미국은 인도를 자신의 미사일방어망에 편입하려고 하나, 인도는 중국을 견제하면서 미국에 종속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중러는 미국의 견제로 다극화를 수동적으로 수용


대부분의 다극화 담론은 결론과 현상만을 논의하지 다극화의 원인과 비판적 발전 경로, 그리고 강대국 관점이 아닌 약소국 입장의 대응전략이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다극화는 미국 일극 패권에 저항하는 중러의 주체적 노력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미국이 일극 패권을 유자하기 위해 중러를 견제한 결과 중러가 피동적으로 적응한 결과이다. 


소련 붕괴 이후 엘친의 러시아는 미국 단극체제에 종속당한 채 나토의 동진에 굴욕적으로 감수해왔다. 푸틴의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나토 등 서방공동체에 편입하고자 했으나 유럽에서 독점적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에 의해 배척당해왔다. 다만 러시아는 신자유주의 분업 체제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세계분업의 혜택을 받아왔다. 러시아가 오일달러를 기반으로 동진하는 미국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제한적인 세계분업 조차 차단당함으로써 미러 공존은 파탄 났다.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소분쟁에서 중국 편을 들면서 중국과 세계분업 체제를 구축했고, 그 결과 중국은 친미 신자유주의 세계분업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미국은 일본과 독일을 견제하고자 중국을 세계의 경공업 공장으로 삼았으나 중국이 경제력을 기반으로 미국을 추격하자 중국의 세계분업 참여를 저부가가치 영역으로 제한하고자 미중밀월 관계를 종식시켰다. 



다극화를 미국에 대항하는 장기체제로 단정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


국제사회에서 각국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같은 상대방에 대해서 국제정세에 따라 동지, 경쟁자, 적국으로 대해왔다. 다극화 추세를 미국에 대항하는 전선으로 인식하는 것은 국제질서의 현실에 맞지 않다. 같은 시기 우방끼리도 대외전략이 다를 수 있고 각각의 대외전략은 갈등을 빚는다. 


소련의 미소 평화공존론은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었던 중국. 조선에 의해 거부됐다. 1954년 중인 정상회담. 1955년 반둥회의에서 저우언라이(주은래)의 중국은 비동맹 결성을 주도했지만 중소분쟁과 미중수교, 미중분업체제를 거치면서 비동맹과 멀어져 갔다. 


다극화 체제에서 중국, 러시아, 조선, 이란 등 미국과 긴장관계에 있는 나라들이 장기적으로 공동보조를 취한다는 보장은 없다. 중러가 미국에 대항하면서 독자적인 역량으로 다극화란 결과를 도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세계분업 체제를 제한적으로 복구하면서 중러를 일부 포용할 경우 중러는 다시 미국과 평화공존 노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미중 교역규모는 미중긴장에도 불구하고 2022년까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러는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사안별로 협력하고 있으며 전략무기 통제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해야 한다. 즉 현재 미국에 저항하는 중러 중심의 다극화가 미국과 협력하여 세계를 분할하는 미국과 평화공존하는 다극화로 변질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미중러인의 국익에 따라 다극화의 핵심 내용인 미국과의 관계가 유동적이다. 



미중러인의 다자구도에서 미국과 공존이냐, 반미전선이냐?


중국은 미중분업이 필요한 상태이므로 여전히 미국과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원한다. 즉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 미국은 러시아를 쇠퇴시켜야 할 적국으로 파악하고 있고, 러시아 입장에서 미국과 공동번영은 선택할 수 없다. 구조적으로 미국에 대항해야 하는 입장이다. 


조선의 경우 미국이 코리아반도의 지정학적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과 공동번영할 수 없다. 러시아보다 더욱 미국과 대치해야 하는 입장이다. 인도는 다자구도에서 누구와도 동맹을 맺거나 적대적 관계를 맺지 않으면서 국익을 추구해야 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 대만 긴장, 북미대결전에서 보듯이 친미동맹에 저항하는 러시아, 중국. 조선. 이란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와 조선, 이란은 당분간은 반미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대만 전쟁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여기에 가담할 의사가 없다. 중국은 최근 조러와의 관계를 신중하게 하면서 반미전선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과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해 직접적인 전쟁무기를 지원하지 않고 민군으로 병용될 수 있는 러시아의 산업 전반과 관련을 맺고 있다. 서방 역시 어느 정도 민군병용의 자원을 러시아와 교역하고 있다. 


인도는 모든 강대국과 우호관계를 맺으면서 실리를 찾으려고 한다. 즉 현재의 다자구도는 반미전선이 아니며 구조적으로 이해관계가 상충되고 있는 불완전한 구도이다. 따라서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는 다자구도의 의미는 아주 제한적인 것이며. 미국의 패권 약화를 반미전선 강화로 해석하는 것은 국제 역학의 본질을 섬세하게 관찰하지 못한 것이다. 향후 다자구도에서 각 나라의 이해관계와 그 이해관계가 접점을 찾을 것인지가 중요하다. 



다자구도에서 코리아의 전략은 무엇인가?


미국의 지배전략에 저항해야 하는 코리아의 입장에선 미국이 중러와 협력체제, 분업체제를 일부 복원할 경우 다극화가 미국에 저항하는 성격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 이후 지정학적 변화를 우려해왔던 중러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 분할 정책을 현상유지정책으로 다시 수용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미국에 저항하는 조러관계의 근본적 변화는 다극화의 미국 견제라는 긍정적 방향을 이끌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 미국 견제라는 포지션에 대해 자신의 국익적 관점에서 동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으로 대등해질 때까지는 물론, 그 이후에도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미국이 건드리지 않는다면 미중 평화공존. 공동번영이라는 세계분업 체제의 혜택을 누리고자 의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므로 코리아의 입장에선 다극화가 미국의 대코리아정책에 저항하는 전선이 되도록 중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견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남북이 힘을 합해야 평화와 통일에 근접할 수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향후 다극화가 4강 중심의 블록화로 나타난다면 틈바구니에 낀 코리아는 난처해진다. 결국 국제관계에서 이념이나 우정보다는 국익과 힘이 우선한다. 어느 나라든 안보문제와 경제문제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 정책선택의 자유가 넓어진다. 안보문제의 핵심은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한미동맹을 군사협력 수준으로 개선하고 북과 평화공영 - 통일로 나아가거나 남한의 핵무장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경제문제는 미중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현재 중국과의 무역규모는 미일을 합친 것보다 많다. 미중러의 틈바구니에 있는 나라들은 줄서기보다 국익을 위한 을들의 동맹이 필요하다. 한국은 남북공동체뿐만 아니라 미중러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인도와의 교역도 빠르게 확대해야 한다. 미중러에 종속당하지 않는 독자적인 역량이 있을 때 미중러와 공평하게 공동번영할 수 있다.

















인도는 중국을 따라 잡을 수 있나? 

- 미중인의 경제패권 경쟁-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제 1부 : 외부 변수 없을 때만 장기적인 경제전망이 정확


장기적인 경제전망을 할 경우 장기적인 경제정책, 외교, 국제분쟁 경제 외부적인 조건은 현 상태에서 일정하다고 보고 최근 수년간의 각 생산요소의 평균값을 기초로 하여 장기적인 전망을 한다. 


장기 경제성장률은 공급 측면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이해되어, 통상적으로 콥-더글러스 생산함수를 이용하여 전망한다. 즉 국내총생산이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가정하고, 각 요소를 전망한 후 요소별 성장 기여도를 합산하여 경제성장률을 전망한다. 


오늘날 교통 통신의 발달, 개방경제로 인해 국가 간의 기술력, 기초 학력의 차이는 줄어들고 있고 자본 이동도 활발하다. 따라서 생산 부문에서 노동 즉 경제활동인구가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장기 전망은 다른 변수가 없는 한 대체로 신뢰할 수 있다. 2003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30년대가 되면 중국 경제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 3위 자리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미중분업 등 생산함수 외부 조건이 20여 년 동안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전망이 사실로 입증됐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가 2023년 연말 발표한 ‘세계 경제 장기 전망 2024′ 보고서에 따르면 2037년에 중국 GDP(국내총생산)이 미국을 추월한다. 앞서 경제경영연구소의 2022년 보고서는 중국경제의 추월 시점을 2028년으로 예상했지만, 2023년 보고서는 2030년으로 늦췄다. 


출처 : 조선일보(2024.01.07)




미국 웰스파고은행도 2024년 1월3일 보고서에서 중국경제의 추월 시점을 2032년에서 2042년으로 10년 늦췄다. 이는 코로나 시기 중국의 봉쇄로 인한 경제후퇴가 반영된 결과이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중국이 과거 일본처럼 미국 경제 추월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이 플라자협정으로 일본의 경제성장을 방해한 사례가 중국에 적용될 수 있다. 미국은 가톨릭과 유색인정의 출산율, 이민정책으로 인해 중국에 비해 저출산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낮다. 대만 전쟁이 발생할 경우 국제 제재 역시 중국의 경제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일본경제연구센터(JCER) 2022년 12월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 견제로 인해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경제 규모가 2030년쯤 미국의 87%까지 커지겠지만 2050년에는 다시 미국의 81% 선으로 떨어질 것이다. 



출처 : 머니투데이(2023.07.16)




인도는 인구를 기반으로 제1 경제대국으로 성장 가능


인도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영국을 제치며 세계 5위의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다.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글로벌과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2075년 GDP 규모는 중국, 인도, 미국 순이다. 경제경영연구소(CEBR)은 인도가 2032년 일본과 독일을 넘어 세계 3위로 올라서고, 2080년에는 미국과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대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반적으로 중등교육 이상의 풍부한 인구, 외부로부터 자본 유입, 국가 차원의 경제개발이 지속된다면 경제 외적인 변수가 없을 경우 경공업을 기반으로 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농부가 경작지에 비례하여 수확물을 늘리듯이 투입량에 비례하는 산출량으로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련의 경제성장에서도 입증됐다.


다만 이는 저부가가치 산업을 기반으로 수출 등 수요가 충분할 때 가능하다. 중국이 풍부한 인구, 국가주도 경제개발, 미중분업에 따른 수출증가에 힘입어 20년 이상 고도성장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인구강국의 경제성장이 일정 한도까지 가능하다는 장기전망이 일반적이다. 

인도는 풍부한 인구, 국가주도 경제개발, 국제분업 참여로 인한 수출 증가등 중국과 유사한 조건에서 중국식 경제성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즉 인도의 경제성장은 장기적이다. 중국이 저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경제성장, 인구정체로 경제성장율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향후 중국보다 더 빠른 경제성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인도의 경제성장율 비교(출처 : KDI)





제2부 : 중국에 대한 인도의 장점은 무엇인가?


1980년대 중국과 인도의 경제 수준은 비슷했다. 현재 중국과 인도 두 나라의 인구는 15억으로 비슷한데, 2023년 기준으로 두 나라의 GDP는 5배 차이가 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이 1만2천614달러, 인도가 2천485달러로 격차가 5.1배에 달했다. 


하지만 장기전망에 따르면 경제규모에 있어 중국이 늦어도 2040년 미국을 따라 잡으나, 인도는 미국과 중국을 순서대로 추월한다. 인도- 중국 -미국이인구순으로 경제규모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경제 외 변수가 없다는 조건이다. 


첫째 인도의 최대 장점은 인구증가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 전망에 따르면 인도의 인구가 2050년까지 16억68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반면 같은 해 중국은 13억1700만 명으로 인구가 줄어든다. 




중국이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인도는 2023년 기준 중위 연령이 중국(38세)과 베트남(32세)에 비해 29세로 아시아에서 가장 젊다. 빈부 격차로 인해 일자리를 찾는 빈곤층이 풍부하다. 인도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30달러(약 30만 원) 정도로 중국의 20%에 불과하다. 


둘째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영미와 같은 문화권이다. 영어를 사용하여 영미의 정치경제문화를 쉽게 수용할 수 있다. 즉 의지만 있다면 기술혁신을 포함하여 산업여건을 개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셋째 미국이 중국 대신에 인도를 미국의 소비재 공장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인도는 이른바 민주주의동맹의 일원이므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화하고 있는 견제가 인도에게 약할 수 있다. 영어권 문화로 인해 고부가 가치산업과 서비스산업에서 장점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인도에 진출하고 있다.


단순한 소비재뿐만 아니라 공업상품 일반, 나아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하부 구조를 맡는 미국 - 인도 분업을 할 수 있다. 서방 기업들이 인도에 생산기지를 만드는 등의 ‘그린필드 투자’가 2022년 2021년과 비교해 4배(650억 달러·약 86조 원) 늘어났다. 


이미 미국과 인도는 2023년 인공지능(AI), 반도체, 5G 등 첨단부문에서 협력을 담은 핵심 및 신흥 기술 이니셔티브(iCET)를 발표했다. 2023년 2월 미국이 인도에서 수입한 반도체도 총 1억5천만달러(약 2천억 원) 규모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배나 늘었다. 



제3부 : 중국에 대한 인도의 약점은 무엇인가?


첫째 인구는 많지만 인적 자본의 질이 중국보다 낮다는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정착시키면서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교육을 실시해왔고, 최근에는 대학교육까지 일반화되면서 인적 자원의 질이 높은 편이다. 


즉 1인당 생산성에 관한 잠재력이 인도보다 월등하다. 인도 역시 최근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인도의 문맹률은 2006년 37.25%, 2011년 30.7%, 2018년 25.63%로 낮아졌다. 16세 미만 어린이의 학교 등록률도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인도의 문자해독율(출처 : 국가미래연구원 : 2022.10.17)


다만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고, 영어권이기 때문에 영미 지역에 진출한 엘리트들이 많다. 인도의 인구 자체가 많기 때문에 이 엘리트들의 절대적인 숫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따라서 인적 자본의 질을 높이는 것은 시간문제이지만 중국처럼 대다수 인구의 질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둘째 인도의 경우 연방제와 지방분권으로 인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회주의 중국과 같은 정부역할이 힘들다. 중앙정부의 경제성장 정책은 정권이 교체될 경우 유동적이다. 주마다 법이 다르고 경제성장에 대한 열의와 전략도 중앙정부 수준에 미달한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을 성공적으로 펼친 반면 인도는 그렇지 못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공무원 비율을 보면 중국은 지방정부 공무원 수가 중앙정부에 비해 훨씬 많은데 인도는 정반대다. 즉 중앙과 지방에서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투명하고 역량 있는 관료를 재생산하는 구조가 취약하다. 주마다 상당한 관세장벽이 존재한다. 


셋째 도로, 항만 등 인프라가 열악하다. 물동량 기준 세계 50대 항구 가운데 인도의 항구는 한 곳도 없다. 이에 비해 중국은 14곳에 달한다. 인도의 고속도로는 전체 도로 중 5%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국은 국내의 인적 자본과 무역 이익으로 조성한 자본으로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했다. 


반면 인도는 인프라 건설을 담당할 수준의 노동력과 자본이 부족하다. 단기간에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영미 등 해외자본의 유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자본자유화에 대한 정책과 제도가 지방은 물론 중앙에서도 미흡하다. 


넷째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전통적 문화 장벽이다. 인도에 카스트의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어 사회통합과 직업에 대한 기회균등 차원에서 열악하다.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중국은 70%에 이르나 인도는 20%에 불과하다. 


인도는 종교가 힌두교(80.5%)와 이슬람교(13.4%)로 양분돼 있다. 인도는 힌디어(40%) 외에 14개 지역별 공용어를 채택하고 있으며, 민족 구성은 인도아리안(72%)과 드라비디안(25%)으로 구성된다. 반면 중국은 한족이 90% 이상을 차지하며, 언어도 표준어로 만다린을 사용한다. 


다섯째 비록 민주주의동맹이지만 플라자협정과 같이 일본과 독일에 대한 견제 정책을 인도에 적용할 수 있다. 즉 미국은 인도가 자신을 위협하는 경제규모를 유지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인도는 미국의 도움이 없으면 미국은 물론 중국의 벽도 넘을 수 없다. 



중국과 인도의 추격에 대한 미국의 인구 전망


인적 자본의 질이 균등해지는 경향 때문에 경제가능인구 규모가 경제력을 좌우한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 인구는 3억3천600만 명이지만 중국과 인도의 인구는 15억 수준이다. 중국과 인도는 인구가 5배 정도 많기 때문에 1인당 국민생산이 미국의 1/5만 되도 미국과 같은 경제규모를 지니게 된다. 


미국은 2023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8만 달러 수준이고 중국은 1만2천, 인도는 2천5백 수준이다. 미국의 인구 기준 생산성이 중국의 5배에 달하고 있지만 중국도 내수 중심으로 고부가가치산업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생산성 격차가 미래에도 유지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미국의 고부가가치산업 독점은 약화되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제격차를 벌이려면 인구를 증가시키는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증가는 매우 제한적이다. 2023년 미국 의회예산국(CBO) 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매년 평균 0.3% 증가하여 2053년 3억7천300만명으로 예측됐다. 이는 1983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평균 인구 증가율(0.8%)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2042년부터 저출산으로 인해 사망자가 출생자 수보다 더 많지만 이민 때문에 인구가 는다.


결국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는 것은 인구 기준 생산성을 조금만 늘려도 인구구조에서 시간문제이다. 반면 인도의 인구는 중국과 비슷하기 때문에 인도가 중국을 따라 잡으려면 인구 기준으로 현재 1/5에 불과한 생산성을 거의 5배로 늘려야 한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 잡는 것은 쉽지만 인도가 중국을 따라 잡는 것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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