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반에 항복한 미국 지상군, 이스라엘 지원하러 가나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바이든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대선 쟁점으로 삼고자 청문회 개최


지난 9월 24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바이든 정부의 굴욕적인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부각하는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참석하지 않아 이날 청문회는 양당의 설전으로 끝났다. 


트럼프와 공화당에 따르면 트럼프는 텔레반이 평화조치를 준수할 경우만 미군이 철수한다고 약속했는데, 바이든이 텔레반이 미군에게 적대행위를 계속하는데로 미군을 졸속적으로 철수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해리스 부통령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대선을 40일 앞두고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강행한 것이다. 하지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소환장을 발부받고도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았으며, 공화당이 주도하여 외교위원회는 블링컨 장관을 의회모독죄로 기소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영국, 러시아, 소련, 미국 그 어느 나라도 아프가니스탄을 식민지로 삼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무장한 부족들의 연합국가이고 민간인들도 무장하고 있다. 종교 등 아프가니스탄과 정체성이 다른 외부세력이 특정세력을 꼭두각시로 삼아 전국을 지배하는 중앙집권 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미 의회의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특별 감찰 기구(SIGAR)’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총 186억달러(약 24조원)의 무기 지원을 했고 2021년 철수 당시 71억2000만달러 가치의 무기와 장비들을 두고 왔다. 또한 미군과 미국인, 미국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긴급 탈출하는 과정에서 카불공항에서 IS의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하여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국의 트럼프행정부와 텔레반은 2020년 ‘아프가니스탄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협정(도하협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베트남 평화협정에서 남베트남이 서명한 것과 달리 미국이 세운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협정 주체에서 배제됐다. 즉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과 텔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합법정부로 합의한 바가 없기 때문에 텔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공격하더라고 미국은 개입할 근거가 없다. 



베트남의 굴욕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연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과 그 동맹은 2021년 5월 1일까지 단계적으로 완전히 철수하며 영토의 통일, 정치적 독립 등 아프가니스탄 내부 문제에 무력개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베트남평화협정에 포함된 내용과 같다. 또한 미국은 텔레반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텔레반은 상호 포로를 교환하기로 했다. 


협정 이후 아프가니스탄 내부의 협상에도 미국과 그 동맹국은 개입하지 않기로 했으며, 이런 협상 결과 새로운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그 정부를 승인하고 경제 재건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 협정은 미국과 텔레반의 양자협정이나 미국이 유엔안보리에 이 협정에 대한 승인과 지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반면 텔레반은 자신과 그 어떤 세력에게도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미국 및 그 동맹에 대한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그러한 행위를 지원하거나 은신처나 훈련장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테러 관련 인사들의 입출국도 금지하기로 했다. 


텔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장악한 후 이 협정을 준수하여 아프가니스탄 내의 알카에다와 IS세력을 축출하고 있다. 미군 철수 당시 테러를 지시한 IS 지도자와 그 세력들도 소탕했다. 텔레반은 미군의 재개입을 차단하고자 테러와의 연계를 자제하고 있고 이러한 조건에서 미군 역시 아프가니스탄 문제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간단히 평하면 미국의 안보를 보장받는 대신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협상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동맹관계를 폐기했다. 자신이 세운 국가를 국제법적으로 포기한 셈이다. 이는 형식적으로 남베트남의 국제적 지위를 인정한 것보다 더 후퇴한 내용이다. 


미군, 텔레반과 전투를 피하고자 몸만 빠져 나와


이 협정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내전에 돌입했으며, 미국은 이에 개입하지 않아 결국 텔레반이 승리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초반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의 수중에 넘어가자, 미국은 텔레반과의 충돌을 피하고자 군 장비, 대부분의 아프가니스탄 협력 인사들을 방치한 채 도망치듯 몸만 빠져 나왔다. 


미국의 중동전쟁에서 철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이미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알카에다, IS의 저항으로 인해 철군을 질질 끌어왔다. 그런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미군을 희생시킬 수 없다는 고립주의 노선을 천명한 트럼프 행정부 때 비로소 텔레반과의 협상이 타결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텔레반이 내전에서 승리하여 재집권하자, 트럼프가 체결한 협정을 파기하여 텔레반과의 전쟁을 다시 하는 것보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압박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즉 아시아 태평양 중시정책을 명분으로 졸속적인 철군이라는 굴욕을 감수했다.


미국이 스스로 탄생시킨 동맹국 아프가니스탄을 버림으로써 베트남에 이어 미국의 동맹 약속은 준수되지 않았다. 바이든을 공격하는 트럼프 진영에 따르면 이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이 언제든지 자신들을 버릴 수 있다는 불신을 심어줬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과감한 행동으로 나아가도록 미국이 스스로의 약한 면을 노출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네이션빌딩 불가능한 중동에서 지상전 대신 공중전만 선호


미국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실상 무조건 항복을 하면서 몸만 빠져 나왔다. 시리아에선 반미국가를 전복시키지 못했으며, 리비아와 예멘에서 끝없는 내전 사태를 만들었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친미국가를 수립한 듯 보였으나 시아파 정부가 이란과 밀접해지면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1차 이라크 전쟁 이후 30여년에 걸쳐 이러한 친미국가 수립(네이션 빌딩)을 위해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했으나 수만 명의 사상자를 내고 재정적자와 국론분열에 시달려 왔다. 


현재 미국은 현지 권력을 장악하는 지상군 파견 대신 공군과 해군을 통해 폭격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이스라엘이 전면적인 중동전쟁을 일으켜도 미국은 지금처럼 해군과 공군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한 제한 전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고 중동의 해역과 우방국의 영공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미사일이 이스라엘 본토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하고 예멘,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내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준군사조직을 폭격하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을 직접 공격한다면 이란은 단기적으로 국제유가에 충격을 주면서 러시아, 조선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결국 핵무장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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