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투표가 아니라 정당 투표로 1-2%가 좌우
미국의 양당제는 미국 국민을 양분시키고 있다. 견고한 양당 지지층들이 인물보다는 정당투표를 하고 있다. 최근 선거를 보면 양당이 45% 이상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으며, 선거결과는 10~15%의 최종 부동층이 결정한다. 결국 1-2%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난다. 이 점은 한국의 양당제 아래 대통령선거와 유사하다.
전국 득표율이 아니라 7개 내외의 경합주에서 득표율가 좌우한다.
미국 대선은 각 주 선거에서 승자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한다. 따라서 5% 이상 앞서고 있는 주에서 추가적인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과거에는 백인 노동자. 이민자, 유색인들은 민주당 지지자로 분류됐다. 하지만 히스패닉 계통의 이민자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이민자들에 비해 안정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자리 잡으면서 점차 보수화되고 있다. 미국에서 이민자와 유색인의 비율이 늘어나자 한때 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됐지만 트럼프가 나타나 판세를 뒤집었다.
전쟁 정책, 경제문제, 낙태 문제가 전통적으로 미국 전체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경합주에서 최대 관심사는 몰락한 산업도시 러스트벨트에서 미국 공장산업의 재건이,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선벨트에선 불법이민자 문제가 최대 화두이다. 두 문제 다 트럼프에게 유리한 의제이다. 트럼프가 재임 당시 추진한 두 개의 정책, 공장산업의 재유치, 불법이민을 막는 장벽 설치는 민주당조차 번복하지 못할 정도로 유권자의 지지가 높다.
트럼프 대 주류사회의 대결
미국의 대통령은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재선된다. 1900년대부터 현재까지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6명에 불과하고 트럼프 대통령,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지미 카터, 제럴드 포드, 허버트 후버,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전 대통령 등이다.
트럼프는 2020년 선거 패배는 커다란 실책이 없는데 미국 주류 사회의 자신에 대한 견제 때문이라고 본다. 바이든 역시 관례상 재선 출마를 당연시해왔다. 하지만 미국 주류사회가 트럼프 재선은 절대로 안 된다면서 바이든을 해리수로 교체했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당 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중간에 후보를 사퇴한 경우는 바이든이 최초이다.
그만큼 미국의 주류는 트럼프의 재선을 두려워한다. 트럼프가 정치에 입문한 후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감대를 형성한 대내외 정책 특히 대외정책을 거의 부정하다시피 했다. 공화당 내부 인사는 물론 트럼프 행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크 에스퍼 전 국방장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 등은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하다 지친 미국의 유권자들의 심리를 파고 들어 주류사회가 만든 기존 체제를 뒤집어 놓으려고 한다. 트럼프와 주류사회가 대비되는 것은 대외적인 안보, 교역, 이민정책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Make America Great Again, MAGA)로 대변되는 트럼프의 주장은 대외 문제에서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놓자는 것이다.
이러한 고립주의는 유럽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미국 대외 정책의 전통이었지만 양차 대전과 그 결과물인 국제연맹, 국제연합 출범을 통해 사실상 폐기됐다. 미국은 자신이 소비할 정도 이상의 생산물을 처리하기 위해 유럽에 수출해야만 했다. 미국은 중립이라며 전쟁 양측에 물자를 수출하려고 했지만 독일이 미국 상선을 공격함에 따라 유럽 전쟁에 개입해 많은 사상자를 냈다.
양차대전 이후, 특히 국제연합 체제에서 미국이 해외에 수출과 투자를 증가함에 따라 미국의 국익보호를 위해 세계경찰이라는 감투를 쓰고 온갖 분쟁에 개입하며 엄청난 물적 인적 자원을 투하했다.
현재까지 세계는 고부가가치산업은 미국 국내가 맡고 공장산업은 일본, 독일, 한국, 중국 등이 맡는 분업체제를 유지했다. 이 분업체제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는 미국인들은 큰 부를 축적했지만 백인 공장노동자들은 몰락했다. 미국이 내부 소득재분배 정책에 실패하자. 백인 노동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그 불똥이 미국에 공산품을 수출하는 나라와 백인노동자와 일자리를 다투는 이주노동자에게 튀었다.
트럼프는 이러한 미국의 모순을 파고들었고 처음에는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까지 트럼프의 주장을 무시했지만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자 지금은 트럼프주의라는 새로운 미국 노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국 트럼프는 세계분업 체제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는 미국 주류에 불만을 지닌 기층 민중을 일정부분 대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신을 반대하는 주류세력 혹은 기득권 세력들을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고 비난하고 있다. 딥 스테이트는 트럼프에 충성하지 않고 미국의 가치에 충성하면서 트럼프를 견제해 온 고위관료들의 네트워크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주류사회는 사상 최초로 바이든 후보를 사퇴시키고 해리스를 등장시키는 드라마를 연출했지만 깜짝쇼에 지나지 않았다. 해리스가 여성, 유색인이라는 것도 큰 이점이 아니고, 바이든과 차별화되는 의제도 없고 대중을 사로잡는 폭발력도 없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부채를 짊어진 채 바이든 대 트럼프의 대리전 상태
트럼프는 이번 선거를 바이든에 대한 심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해리스가 부통령을 역임했고 바이든과 차별성도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가장 큰 약점은 불법이민 문제, 물가 폭등 등 경제 문제, 아프가니스탄에서 졸속적인 철군과 그에 이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미국의 지도력 실추와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다. 문제는 이런 문제 모두에서 트럼프는 강인한 지도자로 인식되는 반면 해리스는 나약한 바이든의 후계자로 인식되고 있다.
구도에선 해리스가 절대 불리, 주류 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강점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등 주류 사회는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 전심을 다하고 있다. 언론의 기조, 노출 회수 등에서 해리스는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일부러 해리스 열풍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반짝하고 말았다. 연일 해리스가 앞선다고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왔지만 밑바닥 정서는 나약한 바이든의 후계자 해리스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보다 이번 대선에서 더 낙승을 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의 주류 인사와 달리 공화당 유권자들은 트럼프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당선시켰으며, 그렇지 않은 정치인들에 대해 노골적인 낙선운동을 했다. 부통령 후보로 낙점된 밴스 상원의원이 전형적인 케이스이며, 부통령 토론에서 보듯이 트럼프의 약점을 보완해 성공한 인선으로 평가된다. 그만큼 공화당 주류들은 트럼프의 득표력을 인정하고 트럼프를 두려워하고 있다. 2016년과 달리 감히 드러내고 트럼프에 도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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