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의 기본 개념

(1) 사용 무기에 따른 분류


전략핵무기 전쟁


장거리미사일, 잠수함발사미사일,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전면적인 핵전쟁이다. 하나의 미사일에 3-4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핵탄두가 최대 10여개 이상 탑재되며 각 미사일은 마지막 순간에 유도장치에 의해 복수의 도시를 조준 폭격할 수 있다. 


전략핵무기 원리는 서로 공멸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서로 전쟁을 피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확증파괴의 능력을 상대방에게 과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핵무기의 고도화, 다종화, 대량화가 필요하다. 상호확증파괴의 능력을 과시하려면 적의 대규모 핵공격 이후에도 적의 지휘부, 군사요충지, 핵시설, 주요 대도시 등 최소 20개의 목표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와 발사체 발사가능상태로 운영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보복이 성공하려면 20여개의 목표물에 대해 각각 여러 개의 미사일을 발사해야 한다. 


미국은 소련과 대결할 때 300개 사일로 즉 발사시스템을 운영했으며, 미소 모두 최소 2500개의 핵탄두를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는 상태로 활성화시켰다. 미국에 대해 첫 번째 공격에서 살아남아 보복능력을 가지려면 최소한 300여개의 핵탄두와 다양한 발사수단을 보유해야 한다. 이중 적의 공습에서 살아남아 기습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핵잠수함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중국 수준이다. 


핵의 현실은 핵전쟁이 아니라 핵외교가 본질이며, 일종의 말 폭탄이자, 카드 게임이다. 나의 수가 이정도이니 어설픈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핵무장 국가들은 핵무기 전략을 우방과 적국이 알 수 있도록 대략적인 내용을 공표한다. 서로 자살폭탄조끼를 입고 말싸움을 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냉정한 계산을 하는 것이다. 


퍼스트 스트라이크


전략핵무기는 단 한발을 맞더라도 3-4백만의 아군과 적군의 민간인까지 모두 같이 공멸하는 무기이다. 내가 한 발도 안 맞고 상대방의 모든 핵무기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제거해야 한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은 핵탄두를 각각 2만 ~2만 5천개를 가졌고 단 한번으로 공격으로 상대방과 그 동맹국의 핵무기 및 식별이 의심스런 가짜 핵무기까지 제거하고자 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하늘, 땅, 바다 속에 24시간 발사체계를 갖추고 선제공격의 경우 소련의 발사 징후가 보이면 1500발을 한꺼번에 발사하도록 돼 있다. 


소련에게 선제공격을 당했을 때 핵 무력의 1/3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보복으로 남은 모든 핵을 발사하도록 돼 있다. 이런 공멸의 법칙으로 미소간에 핵전쟁은 일어날 수 없었다. 실제로 미국의 핵미사일 1발이 소련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경보가 울렸으나 소련의 방공사령관이 모스크바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핵전쟁에서 보복을 고려할 때 1발을 쏘는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핵무기는 쓰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포용으로 만드는 방어용이다. 


2010년 체결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배치된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고 운반체와 폭격기도 800개를 넘지 않도록 하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상호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푸틴 대통령이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공식 선언하면서 2024년 하반기 현재 연장 협상이 전무하기 때문에 협정이 만료되는 2026년 2월 이후 연장될 가능성이 매우 불투명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2021년 6월 제네바 정상회담에서 군축을 뜻하는 ‘전략적 안정’을 논의할 양자 대화를 출범하기로 합의했으나 이 역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단됐다. 5000여개 이상의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미·러는 물론 핵무기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까지 가세할 경우 세계적 차원의 핵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


헨리키신저는 핵무기와 대외정책이라는 논문에서 전략핵무기를 지닌 국가는 모든 나라와 불가침조약을 맺은 것과 같다는 평가를 했다.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는 발사 가능한 핵탄두를 1500개 내외로 배치하고 있으며, 전쟁억지력을 지니려면 수소폭탄급이라도 미국에 대해서 최소 400여기를 배치해야 한다. 중국, 북이 10년 내 그 정도 비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상대방의 선제공격에 보복용 핵무기를 보전하려면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 


적의 보복 능력을 전멸시키기 위해 핵 전면전이 예상될 때 선제적으로 전략핵무기를 대량으로 발사하는 것이다. 즉 한 두발 발사하는 경우는 없다. 냉전 시기 미국이 소련에 핵미사일을 한발 발사하는 것으로 탐지됐으나 핵 전쟁 개념에선 미친 짓이라서 소련의 방위사령부가 상부에 보고 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만큼 실수에 의해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



보복


적의 대규모 전략핵무기 공격으로부터 최대한 전략핵무기를 생존시켜 대량으로 보복하는 것이다. 보복능력을 유지하려면 최대한 많은 핵무기를 다양한 형태로 지상, 심해, 상공에 숨겨 놓아야 한다.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발사미사일이 일반화됨으로써 핵무장 국가들은 상대방의 보복을 두려워하여 전략핵전쟁을 포기했다. 핵무기가 평화를 보장하는 모순이다. 



전술핵무기 전쟁


핵무기의 파괴력은 재래식 무기와 비교가 안 된다. 따라서 전투의 효율성을 고려해 실전에 쓸 수 있는 소규모 전술핵무기가 미소에 의해 개발됐다. 첫째 미소는 재래식 무장도 최강이라서 비핵무장국가에서 전술핵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둘째 미소간에 전술핵을 사용하면 점점 더 큰 전술핵을 사용하고 결국 보복전으로 이어져 전술핵은 전략핵을 불러온다. 이는 공포용이라는 전략핵무기의 존재가치를 상실케 한다. 결국 미소는 서로에게 단 한번도 전술핵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전술핵의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점차 폐기하고 최소부분만 보유하게 됐다.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는 대포와 100km 내외의 단거리 미사일, 핵지뢰, 핵어뢰 등이다. 이들 핵무기의 폭발위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의 10분의 1~10배에 이른다. 핵무기가 가장 확산됐던 1980년대 말 기준으로 미국의 전술핵 미사일로는 랜스, 나이키, 허큘리스, 어니스트 존 지대지미사일 등이 있다. 전술핵무기는 55년 이후 서유럽과 한국에 배치됐다.


1990년대까지 미국은 유럽에 3천7백발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으며, 이중 155 곡사포에서 발사하는1천4백70발의 핵포탄이 포함됐다. 당시 소련도 152 ,203 ,240 포에서 발사되는 핵포탄 1천여발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밖에 스커드-B,SS-21,프로그 등 2천8백기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다.


1975년 6월20일 슐레진저 국방장관이 밝힌 바에 따르면 한국에도 핵포탄 약 2백발,육군용 지대지 서전트미사일 및 어니스트 존 미사일약 1백발,핵지뢰 50발,지대공 나이키용 핵탄두 1백50발,공군용핵폭탄 2백발 등 여러가지 전술핵무기가 배치됐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의 전술핵무기 개념을 부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1982년부터 소모전이었던 베트남 전쟁의 패배를 교훈 삼아 공군과 육군의 강력한 화력을 강조하는 공지전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핵무기 사용가능성이 높아졌다. 팀스피리트 훈련에 공지적 개념이 도입됐다.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 사이에 중거리미사일 체제인 전역핵무기가 있다. 미 육군은 2017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다영역기동부대(MDTF)를 창설했다. 3개 MDTF가 만들어졌는데, 이중 2개가 미 육군 태평양사령부에 배치돼 있다. 지상 작전부대에다 중장거리 타격 능력을 갖춘 미사일 부대, 전자전 부대, 무인기 부대 등을 결합한 종합 전력 개념의 육군 부대이다. MDTF는 토마호크 미사일을 운영하는 타이푼(Typhon) 포대와 극초음속 미사일 대대를 포함한다. 2023년 4월 미국이 극초음속미사일 다크 이글(Dark Eagle, LRHW)을 실전배치하였다.



(2) 상대방에 따른 분류


비핵국가에 대한 핵전쟁


미국이 소련의 참전 전에 미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2차 대전을 끝내기 위해 굳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일본에 2차례 핵 폭격했다. 미국의 비핵국가에 대한 핵전쟁을 목격한 소련과 중국이 필사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 미국은 냉전 시기 북과 같은 비핵국가에 대해 핵 공격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이에 대응하고자 북이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미국은 미국과 우방에 대한 재래식 전면전, 생화학무기 공격, 핵무기 개발 국가에 대해 핵전쟁을 선언하였다가 2000년대 이후 비핵국가에 대해 핵전쟁을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바이든 시대의 핵전쟁계획(NPR)에 따르면 비핵국가에게 다시 핵공격을 상정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재래식무력도 최고수준이다. 따라서 이들은 냉전이 붕괴되어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조건에서 비핵국가를 상대로 굳이 전면적인 핵전쟁을 할 필요성이 적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적인 핵공격이 아니나 수도의 지휘부, 병참지대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미국은 과거나 현재 모두 자신의 동맹에게 핵무기를 공유하는 핵우산 정책을 통해 핵무기 확산을 막고 있다. 하지만 영국, 프랑스는 미국이 런던과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뉴욕이나 워싱턴을 포기할 리 없다고 봤기 때문에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섰다.


핵무장 국가에 대한 핵전쟁


핵무장 국가와 핵 전면전은 불가능하다. 상대방의 보복능력을 완전히 전멸시킬 수 없는 기술적 조건에서 단 한발의 보복을 당하면 대도시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술핵 사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술핵을 일단 사용하면 그 효과 때문에 반복되고, 더 강한 폭발력으로 나아가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 전쟁 지역 범위에 따른 분류


세계차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발사되는 전략핵무기, 유럽과 아시아 차원에서 중거리미사일로 발사되는 전역핵무기, 국지전에서 사용될 수 있는 전술핵무기가 있다. 전술핵무기는 일본에 투하된 리틀보이처럼 일정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수준부터 개별 시설이나 목표를 무력화하는 핵포탄, 핵지뢰, 핵배낭 등 매우 다양하다. 다만 전술핵무기의 상호사용은 전략핵무기의 사용으로 확전될 수 있는 점에서 자제하고 있으며, 재래식 고폭탄이 대체수단으로서 사용될 수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 전역핵무기를 사용할 때 미국 본토가 핵전쟁에 휘말리면 안 되므로 그 지역의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 유럽이 공격당해도 유럽의 핵무기로 반격한다는 전략을 상대방에게 확신시키지 못할 경우 상대방은 미국 본토의 보복을 예방하고자 유럽과 미국 본토를 동시에 공격해야 한다. 냉전 당시 미국은 유럽에 최대 6천기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했으며, 이들 핵무기를 나토 국가와 공유했다. 다만 최종 발사권한은 미국 대통령이 가졌다. 



(4) 재래식 전쟁과 핵전쟁


냉전 당시 유럽에서 재래식 무기는 나토가 소련에 비해 열세였다. 핵무장국가끼리 핵전쟁은 하지 말고 재래식 전쟁으로 승부보자는 식의 제한 전쟁이 가능하므로 모든 전쟁을 예방하는 핵우산에는 재래식무기도 포함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