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이시바 총리의 아시아식 나토에 반대하나

 위험천만한 이시바 총리의 아시아식 나토 추진 발언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 프닉스)


이시바 총리가 아시아에 나토를 추진하자고 제안하여 그 구상의 기본 내용과 취지에 대해 각국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먼저 유럽의 나토는 소련 -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미국 중심으로 서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유럽과 동유럽도 참여하고 있다. 터키의 사례에서 보듯이 군사적 협력인 나토 가입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경제적 협력인 유럽연합 가입은 서유럽의 기득권 보호 때문에 더 어렵다. 


나토와 유럽연합 양자 모두 만장일치로 운영되고 있다. 나토의 경우 미국의 유럽사령관이 나토사령관을 겸하고 있다. 각국의 군대는 독자적인 작전지휘권을 지니고 있으며, 다만 자신의 일부 군대를 나토에 배속시킨 경우 나토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국 정상들의 협의를 거쳐 나토 사령관이 작전권을 행사한다. 


미국은 유럽에서 핵전쟁이 날 경우 유럽의 핵무기를 사용해 반격함으로서 미국 본토가 핵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차단하고자 한다. 이른바 전역전쟁 개념이다. 따라서 유럽에서 미국 핵무기의 공유라는 개념은 미국 핵무기를 유럽의 항공기 등에 배치하되 최종 사용은 유럽 각국 정상의 의견을 참조하여 미국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지시하는 것이다. 


이시바 일본 총리가 아시아식 나토를 제안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토식 핵 공유를 통해 일본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여 중러뿐만 아니라 최근의 조선의 핵무기에 대한 일본 내 불안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명분을 확장하고 아시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지도력을 보장받으려는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의 중거리핵미사일, 전술핵, 아시아 나토의 사령부 등이 일본 안에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 쿼드, 오커스, 한미일동맹 추진 등 자국 중심의 대중, 대러 아시아 동맹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시바총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 미국은 신임 일본 총리가 미국과 상의 없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요 의제인 집단안보체제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기분이 상한 상태다. 동생이 형님을 제치고 설레발을 친다고 보고 백악관, 국무부, 전문가 모두 이시다 총리의 제안 내용, 시기, 방식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둘째 미국 역시 아시아에서 미국 주도의 집단안보체제가 구축되면 반가운 일이나 유럽과 다른 환경의 아시아에서 나토 수준의 다자동맹을 구축하는 것은 너무나 먼 이야기라서 구체적인 논의가 불가능한 상태다. 일단 주변국의 반응을 살필 것도 없이 일본 내부의 절차도 이시바 총리가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일본이 집단안보체제에 가입하려면 자국방어에 한정한 평화헌법을 수정하고, 자위대가 아닌 국군을 창설해야 한다. 


비핵 3원칙(非核3原則)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일본 총리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고 선언한 것을 말한다. 이 원칙은 지금까지 일본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에 핵무기를 공유하는 아시아식 나토를 창설하려면 이 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 


미국 입장에서도 올해 들어 주일미군사령부를 행정본부에서 하와이에 있는 아태사령부 산하에서 독자적인 작전권을 갖는 전투사령부로 승격했다. 일본 역시 육해공군의 자위대를 통솔하는 함참사령부를 올해 창설했다. 다음 수순은 한미연합사령부처럼 일본에도 미일연합사령부를 만드는 것인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 이외에도 제반 조건 마련이라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 


중국이 대만전쟁이 일어나면 주일 미군기지와 괌을 타격하기 위해 중거리미사일을 개발하여 배치해오고 있다. 원래 미국과 러시아는 과거 쿠바와 터키에서 중거리미사일 분쟁을 겪은 후 탐지와 요격을 위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중거리미사일을 상호 돌발적인 핵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폐기했다. 하지만 중국이 미사일 군축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미국 역시 대만전을 겨냥해서 토마호크 중거리 미사일을 재배치했다. 2023년 극초음속 미사일극초음속미사일 다크 이글(Dark Eagle, LRHW)을 배치했다. 


미 육군의 다영역기동부대(MDTF) 토마호크 미사일을 운영하는 타이푼(Typhon) 포대와 극초음속 미사일 대대를 포함한다. 2023년 4월 미국이 극초음속미사일 다크 이글(Dark Eagle, LRHW)을 실전배치하였다. 미국은 필리핀에 다영역기동부대를 훈련 중 임시로 배치했으나 영구 배치를 필리핀과 논의 중이다. 일본에 배치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하는 중거리미사일을 동유럽과 동아시아에 배치하면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 인근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쿠바가 제일 유력하며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쿠바 아바나에 핵잠수함을 입항시켜 공동훈련을 했으며, 중국도 쿠바와 밀접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입장에서 아시아식 나토를 논의하기 전에 일본 내 절차와 중러의 반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섣불리 논의하다가 일본, 주변국의 반발만 초래하고 기존의 단계적 조치들로 무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시바 총리의 발언이 경솔하다고 보는 것이다. 


셋째 중러뿐만 아니라 집단방위체제에 편입될 아시아 각국들이 일본의 침략을 받았기 때문에 일본이 추진하는 아시아 식 나토에 반대한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해결할 의지가 없는데, 아시아의 군사 맹주로서 나서는 것을 주변국이 찬성할 리가 없다. 또한 중국과 안보 문제, 경제 문제가 걸려 있는 주변국들이 반중국을 표명하는 아시아 식 나토를 환영할 리가 없다. 최근 친미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필리핀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아세안 국가들은 동아시아에서 자신들의 역할과 지위가 축소되는 일본 주도의 집단방위체제에 협력할 의사가 없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식 나토가 미국의 국익에 맞는지 미국조차도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이다. 현재 미국은 아시아에서 인종적, 역사적 문제로 유럽과 같은 통합 수준이 어렵기 때문에 다자동맹, 집단방위체제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은 한미동맹, 미일동맹, 미국 - 인도, 미국 - 필리핀, 미국 - 호주 및 뉴질랜드, 미국 -베트남과 같은 양자 관계를 필요에 따라 다자협력관계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 호주 및 뉴질랜드 - 일본 - 한국의 동맹수준은 매우 높으나 다른 나라의 경우 미국과의 안보협력에 대한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한미일동맹의 난제인 한일동맹은 이제 겨우 첫걸음을 뗀 수준이지만 한국의 정권교체 이후 한일관계는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까지도 미국의 대중전략에 대해 자신의 국익에 따라 일부만 협력하고 있다.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은 물론 다른 아시아국가들도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경계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원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미국은 현재로서 잡음만 일으키는 아시아식 나토 대신, 미국 중심의 한미일동맹+호주 및 뉴질랜드 방식을 중심에 놓고자 한다. 미국은 그 외 각국과 양자동맹, 혹은 양자협력을 조건에 따라 또는 사안별로 다자간협력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묵시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 군사훈련이 대표적이다. 


결론적으로 아시아식 나토는 너무 경솔한 의제이고 미국의 복잡한 아시아 태평양에서 추진하는 동맹전략마저도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욕심을 너무 내면 현재 가진 것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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