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동당 당대회에서 병진정책 채택 예상
조선이 올 2월 하순에 개최할 9차 당대회에서 밝힐 ‘병진정책’이 안보분야에서 남북미 관계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11일과 12일 국방과학원 장갑방어무기연구소와 전자무기연구소에서 현장지도하면서 “2026년 9차 당대회에서 국방분야에서 핵 무력과 상용 무력의 병진정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진정책은 핵·재래식 무기를 동시에 발전시킨다는 의미이다. 조선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초대형 핵탄두·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극초음속 미사일 등 주로 핵무기 고도화를 목표로 하는 5개년 국방계획 발표했고 주요한 목표를 조기에 실현한 바 있다.
중국과 조선에서 말하는 수 세대에 걸치는 국가의 지도이념으로서 사상 및 장기적인 전략으로서 노선은 일반적인 정책과 다르다. 중국은 맑스레닌주의 이외에도 모택동 사상, 등소평 사상 등 걸출한 지도자의 노선을 사상으로 고양시켰지만 북에선 맑스레닌주의 사상 이외에는 주체사상만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노선은 과거 선군사상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김정은 시대에 당과 국가를 앞세우면서 사상의 지위를 상실했다. 김정은의 노선은 인민대중제일주의이다.
정책은 이러한 사상과 노선보다 단기적인 분야별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병진정책은 국가의 사상이나 노선이 아니라 국방정책의 일 부분이다. 조선은 한때 핵무기와 경제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노선을 채택했지만 노동당 규약과 헌법에서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이후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2018년부터 경제건설 노선으로 전환했다. 이는 조선이 향후 경제건설에 주력하면서 국방분야에서 병진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진정책으로 미중러 수준의 핵억제력 추구
조선은 수소폭탄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통해 미국의 주요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전략핵무력을 달성했다. 조선은 이를 핵타격능력이라고 한다. 현재 조선은 핵탄두 표준화로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핵추진전략잠수함(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을 건설하면서 미국의 국가방어전략이 지적하듯이 핵무력의 대량화와 고도화, 다종화의 최고 정점으로 가고 있다. 즉 핵탄두 300여개 이상의 상호확증파괴의 길목으로 가고 있다.
또한 조선은 미국 본토가 아닌 한국과 일본, 괌 등 주요 군사적 목표에 대한 전술핵무기를 이미 배치하고 있으며, 여기엔 미국의 항공모함전단을 괴멸시킬 전술핵미사일도 포함된다. 조선은 전술핵 능력을 핵습격능력이라고 한다. 조선의 핵무력은 이미 사회주의 헌법(2023. 개정), 「핵무력정책법」(2022. 9. 제정),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핵방아쇠’)와 ‘국가핵무력 지휘통제체계’를 통해 탐지, 요격, 보복 등을 제도화하고 있다.
그런데 미중러 수준의 핵억제력은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의 다종화, 대량화, 고도화 이외에도 최첨단 재래식전력을 필요로 한다. 미중러는 핵무장국가로서 핵무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핵무기를 확산시키지 않으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국제적인 신뢰를 통해 핵무장 정상국가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사회에 대한 이러한 약속은 핵무기 확산을 억제하고 핵무장을 통해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려는 이들의 노력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미중러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에 의한 침략, 자신들의 영토에 대한 재래식 전면전의 상황이 아니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즉 미중러는 국지전이나 기타 무력 분쟁에 대해서는 최첨단 재래식 무기를 통해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전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병진정책에서 재래식 무력의 중요성
핵무장 국가라고 해도 재래식 무력이 강하지 못하면 전면전이 아닌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혹은 적극적으로 소규모 전쟁에 대해 전술핵을 사용하겠다고 상대방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 조선 역시 지금까지 재래식 전쟁으로 한미의 도발을 승리할 수 없기 때문에 한미가 도발하면 서울이나 워싱턴, 아니면 도발 원점에서 전술핵무기, 심지어 공멸할 수 있는 전략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하지만 국지전에 전술핵무기조차도 결국 전략핵무기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 결국 한미가 최첨단 재래식 무기로 공격해 올 때 조선은 상호공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수단이 제한된다. 즉 재래식 무력은 핵무력을 히든카드로 남겨두고 국지전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선택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재래식무기와 핵무기 통합(CNI, Conventional-Nuclear Integration)’ 작전이라고 한다.
핵무장을 하면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기존의 상식과 달리 최근 핵무장국가들이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러우전쟁에서 만약 러시아가 강력한 재래식 무력이 없었다면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하지만 러우전쟁이라는 국지전에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과 유럽이 대응할 경우 러시아의 존재자체가 위협에 빠지는 상황에 오는 것이다.
따라서 재래식 무력이 보완돼야 러시아는 핵무장국가로서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도 핵무장을 했지만 압도적인 재래식 무력으로 팔레스타인이나 이란 등을 억제하고 있다. 최근 핵무장을 한 파키스탄과 인도가 국지전을 하는 동안 재래식 무력이 약한 파키스탄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파키스탄의 이러한 언동은 스스로 허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며, 핵무장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다.
북의 병진정책으로 남북미 군사분쟁 가능성 높아져
한·미는 전시작전권이 한국에 반환되더라도 미국 주도의 핵전쟁과 최첨단 타격전, 한국 주도의 재래식 전쟁을 포함하는 핵억제력을 유지한다. 한미는 이미 2024년 이후 매년 핵·재래식 통합운용(CNI) 한미 군사훈련인 아이언 메이스를 실시하고 있다. 조선 역시 2025년 10월 열병식에서 ‘재래식‧핵 통합’(CNI) 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을 과시했다.
병진정책은 조선에게 국지전 상황에서 전술핵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탄력적인 대응을 보장한다. 즉 한국이 무인기와 풍선을 조선에게 보내는 등 조선을 자극할 경우 조선은 전술핵무기를 가동하면서 실제로 재래식 무기로 반격할 수 있다. 이 경우 조선은 미국에 대해선 전략핵무기로 억제하고 한국과의 전면전에 대해서는 전술핵무기로 억제하면서 재래식 전력을 과감하게 동원할 수 있다. 즉 조선이 전면전 상황으로 가지 않게 통제하면서 무력을 과시할 수 있는 것이다.
병진정책과 끝없는 재래식 무기경쟁의 함정
조선이 추진하는 최신 재래식 전력은 러우전쟁에서 실전경험이 있는 특수부대, 역시 러우전쟁에서 업그레이드를 한 각종 단거리미사일과 드론, 신형 조기경보통제기와 방공망, 최신 전차 등 거의 육해공군 전 분야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UN 제재를 우회한 중-러의 경제 지원은 조선에게 경제건설에 치중하면서도 최신 전력을 증강할 수 있는 여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조선은 201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나 2023년 3.1%, 2024년 3.7%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의 경제력이 모든 재래식 전력에서 한국과 끝없는 군비경쟁을 하기엔 열악하다. 한국의 국방비는 통계의 한계가 있지만 조선의 GDP 규모를 능가한다. 미국이 강요한 무기경쟁으로 소련경제가 멍들었듯이 끝없는 최첨단 재래식 무기경쟁은 조선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또한 조선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과도한 재래식 무기경쟁에서 벗어나는 방식으로 안보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조선도 국가적 위신만을 고려해서 한국과 무기경쟁을 한다면 오히려 손해이다. 따라서 재래식 전면전보다는 국지전을 억제하는 수준에서 재래식 무기경쟁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